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42
분신으로 절대무신 42화
“천검문 장문 제자 장일.”
비무대에 올라선 그에 여러 말들이 오갔다.
연승전에 천검문에서 장문 제자를 올린 것은 마땅한 일이라지만 문제는 그가 젊어 보여서다.
아니, 젊다 못해 어려 보이기까지 했으니, 이에 대해 미덥지 못한 시선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그의 짧은 말만큼이나 장일은 오만해 보였다.
보통 이런 자리에 선봉으로 나섰을 때 그 명성이 대단히 높지 않은 이상 주변에 포권을 취해 예를 갖추게 마련인데, 그는 그저 말 몇 마디로 끝낼 뿐이다.
전형적인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의 모습이었다.
태산파에서도 그리 보았던지, 당주가 아닌 조장급의 인사가 그 상대로 올라섰다.
“이 몸은 대 태산파의 7조장 태호 님이시다. 이 자리에 오른 너와 그를 허락한 천검문의 그 어리석음을 일깨워 주지.”
“…….”
“겁이 나는가? 그사이 말을 잃어버리기라도 한 건가? 모습이 참으로 우습군.”
짙은 살기를 풍기며 자신을 소개하는 그에 장일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겁을 먹은 것이라 본 태호는 그리 농락을 하였다.
그런데도 장일이 말을 않으니 태호는 그 농락을 이어가려 했으나, 장일의 이어진 말에 그는 말문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지겹군. 도대체 언제 칼을 뽑을 생각이지?”
“……이놈!”
-차아앙!
설마 자신을 되려 농락할 줄 몰랐던 태호는 이를 갈며 칼을 뽑았다.
그와 동시에 순간 장일의 검 또한 뽑혔고, 이후 펼쳐진 일은 믿기 힘든 것이었다.
-캉! 서걱! 툭!
쏜살처럼 나아간 그의 찌르기에 태호의 칼이 부서진 것을 넘어 그의 팔이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로 놀랄 일은 그다음이었다.
-스르륵…… 쿵!
언제 베였던지 고통에 가득 찬 태호의 일그러진 머리가 뒤늦게 갈라져 비무대에 떨어진 것이다.
-파아앗!
검붉은 피 보라가 뒤늦게 주변을 더럽힌 가운데, 어느새 장일의 검은 검집에 돌아간 뒤였다.
엄청났던 쾌검만큼이나 지독한 손속이었다.
“…….”
차츰 줄어든 피보라 속에 꿈틀거리며 무너진 머리 잃은 시신의 모습은 보는 이의 간담을 떨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단 일검으로 수군거리던 이들의 입을 다물게 한 장일은 비웃음을 한껏 흘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아? 겨우 이따위 놈을 상대로 보낸 것을 보니 눈은 장식인가 보군.”
누구를 지칭하는지는 입에 담지 않았으나, 그의 비웃음의 대상이 누구인지를 모르는 이는 없었다.
“대단한 명검이구나.”
장일의 실력보다 그의 손에 쥔 검에 욕심이 난 태산파 장문인 소구는 그 옆에 있던 단주에게 눈짓을 보였다.
“가져와라!”
“알겠습니다.”
단주는 태산파의 다섯 개의 당을 책임지는 자리로, 그 실력은 장로와 비교해도 크게 부족하지 않았다.
당주를 건너뛰고 자신이 올라서게 되었지만 단주는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장일을 높이 평가해서라기보다는 장문인의 명에 충실해서다.
-탁, 퍼어엉!
그는 비무대에 올라서기 무섭게 주변을 더럽힌 시신을 발로 찼다.
머리를 잃었다고 해도 150근이 넘는 시신이었으나 그 발길질 한 번에 무려 10장을 날아가 구석에 처박혀 버렸다.
-스르릉!
그렇게 시신을 치운 단주는 말없이 칼을 뽑아 들었다.
확실히 단주급이 되어서인지 그 다루는 칼도 앞서 조장의 칼과는 격이 달랐다. 명도라 할 수 있는 칼이었고, 그 칼을 든 단주의 기세 또한 앞서의 조장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뱀처럼 스산하게 주변을 휘어 감는 살기를 토해내는 단주는 소름이 돋을 만했으나, 장일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검조차 뽑지 않은 채 여전히 긴장감 없는 태도로 물었다.
“도대체 개를 몇 마리를 죽여야 주인이 나오는 거지?”
“흥!”
-쿠웅!
문주를 모욕하는 장일의 태도에 단주는 코웃음을 치며 크게 진각을 밟았다.
그 진각에 실린 힘이 얼마나 컸던지 비무대 전체가 뒤흔들렸는데, 놀라운 것은 그 진각의 반발력을 통해 쏟아진 단주의 움직임이다.
-사아아악!
조금 전 장일이 보였던 쾌검보다 빠른 쾌도였다.
바람을 찢는 소리가 요란한 쾌도의 기세는 실로 대단한 것이었으나, 아쉽게도 그가 원하는 결과는 만들어지지 못했다.
-후우웅! 서걱.
뒤늦게 뽑아 든 장일의 검과 마주치기 무섭게 그의 도가 수수깡처럼 부서져 버렸기 때문이다.
설마 자신의 도가 그처럼 부서질 줄은 몰랐던 단주는 경악을 금치 못한 표정으로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치이익…… 쿵!
또 한 번 머리를 잃은 육신이 비무대를 더럽히는 가운데 장일은 노골적으로 비아냥거렸다.
“정말 눈이 장식인 모양이구나!”
“…….”
그의 노골적인 비아냥에도 태산파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태산파의 세력의 확장에 큰 역할을 하던 단주가 단 일검을 막지 못해 무너질 줄은 상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모욕을 들었음에도 태산파의 문주 소구는 기분 나빠하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희열 어린 눈길로 장일의 검을 바라보았다.
단주의 명도를 일검에 갈라 버리기란 아무리 뛰어난 쾌검의 고수라도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조차도 불가능한 일.
그러니 답은 하나다.
“신검!”
생각했던 것 이상의 보물을 장일이 쥐고 있다는 것을 알자, 그의 욕망은 더욱 강렬해졌다.
하여 비무대에 오르려는 그였지만, 옆에 있던 장로가 그를 말렸다.
“지금의 문주님께서 움직이시면 본단에서 말이 나올 것입니다. 제가 나서지요.”
“음. 별수 없지.”
문주가 크게 아쉬워하는 기색을 보이며 물러서자 장로는 포권을 보이며 이내 비무대에 올랐다.
그는 앞서 단주가 그랬듯이 가벼운 발질로 무정하게 단주의 시신을 치우며 말했다.
“감당하지 못할 귀한 보물을 가지고 있는 자의 마지막은 언제나 비참하지. 자네는 이에 대해 어찌 생각하는가?”
장일이 신검을 통해 두 번의 비무에서 이겼다고 확신하는 장로는 너의 수는 이제 막혔다며 은근히 압박했으나, 장일은 지겹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게 유언인가?”
“하하하.”
설마 그리 말할 줄은 몰랐던 터라 장로는 불쾌함 속에서도 유쾌함을 느꼈다.
신검에 취했든 뭐든 간에 어찌 되었든 이 어린 사내는 보기 드문 담대함을 그의 앞에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게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리던 장로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은 채 자신의 칼을 꺼내었다.
그가 꺼낸 칼은 검면이 좁고 일반 도보다 다섯 치는 긴 기형 도였는데 그 예기만큼은 단주의 명도를 넘어서 있어 그 또한 명도임을 알 수 있었다.
-츠즈즈즉!
그렇게 펼쳐진 그의 도는 앞서의 두 사람과는 달랐다.
도는 엄청난 변화로 일대를 잠식했다.
좁고 긴 기형도의 특성 때문인지 얼핏 보면 묵직한 채찍이 휘둘러지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다.
앞서 보였던 장일의 신검의 터무니없는 절삭력을 고려한 것일 터다.
점점 빨라진 속도만큼 그 안에 담긴 힘 또한 거대하게 부풀려져 감히 저항을 하기 어려울 정도다.
아무리 뛰어난 신검이라고 해도 이런 변화라면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하는 게 불가능했다.
방법은 그 이상의 힘으로 맞붙는 수밖에 없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무공에 입문한 기간이 짧은 측이 불리했다.
“아~”
남오 연합에서도 그 상황을 알아본 이들의 안타까워하는 소리가 곳곳에 들렸다.
-스릉!
그러나 이런 주변과 달리 장일은 한 점 흔들림 없는 태도로 칼을 뽑더니 크게 휘둘렀다.
그 모습이 마치 당랑거철(螳螂拒轍)의 우화를 떠올리게 할 정도라, 이후 벌어질 처참할 일에 일부 몇몇은 눈을 질끈 감는 이도 있었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소음이 일기 무섭게 누군가 튕겨 나갔다.
-!!!
그리고…… 튕겨 나간 이가 장일이 아닌 태산파의 장로라는 것을 안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콜록콜록.
그 충격이 컸던지 무려 오 여장을 날아간 장로는 어느새 부서진 자신의 도를 지팡이 삼아 격한 기침을 토해냈다.
-푹!
용케도 쓰러지지 않았던 그였지만 더 이상 반전은 없었다.
어느새 다가온 장일이 무너진 그의 숨통을 꿰뚫어버린 것이다.
꾸역꾸역 차오르는 핏물을 막지 못해 허공에 손짓을 벌이던 장로는 피를 몇 차례고 토해내다 앞으로 고꾸라졌다.
장일은 얼굴에 튀겨진 피를 대충 닦아내며 소리쳤다.
“다음!”
끝내 장로의 숨통을 끊고 일갈을 토해내는 장일의 모습에 태산파 사람들의 얼굴에 짙은 두려움이 일어났다.
벌써 세 명이나 되는 사문의 고수가 죽어 나간 것이다. 그중 두 명이 단주와 장로였고, 이들 모두가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죽은 것은 너무도 충격적인 일이었다.
길어지는 침묵에 피로 물들어진 얼굴을 한 장일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다시 소리쳤다.
“다음!”
그리 소리치는 장일의 시선은 태산파 문주 소구에게 향해 있었다.
그를 노골적으로 다음 상대로 꼽은 것인데, 그의 도발에 소구 또한 이를 드러내며 말리는 주변을 쳐내고 몸을 날렸다.
-쿵!
그와 비무장의 거리는 십 장이 넘었으나, 그는 단 한 번의 도약으로 그 거리를 좁혀 올라섰다.
-!!!
그 한 번의 경공에 사람들의 시선이 장일에게서 그에게로 옮겨졌다.
경공은 내공의 경지를 척도 하는 것이기도 한 점을 볼 때, 소구가 이룬 경지가 짐작이 되었기 때문이다.
“일월합벽…….”
누군가의 말처럼 소구는 일월합벽의 고수였고, 그것은 그가 일파의 백대고수 안에 드는 존재라는 것을 뜻했다.
천하십대문파와 같은 대문파에서도 겨우 셋을 넘보는 괴물인 것이다.
그러나 장일은 그의 경지에 놀라지 않았다.
이미 그가 혈교와 손을 잡았던 점에서 그와 같은 경지에 올랐을 것이라 짐작했기 때문이다.
관이나 무림의 사람들이 혈교의 수작에 넘어가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피의 율법을 통해 영혼을 바치는 만큼 그의 욕망을 이루도록 도와주어서다.
노력으로는 결코 바꿀 수 없는 재능을 끌어 올려주는 것으로, 잘해야 하급 관리를 겨우 벗어날 관리가 그 재주를 보이며 고위 관직에 오르기도 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당연히 재능의 정도가 절대적이다시피 한 무공에서는 더욱 그 빛을 발했다.
‘문제는 저런 피의 율법이 발휘되는데 많은 인명이 손실된다는 것이지.’
피의 율법을 끊을 때에도 피가 소모되는 것처럼 피의 율법을 잇는 데에는 수십 배에 달하는 피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살육은 세상에 눈을 띄기 쉬운 터라, 보통은 다른 방법으로 이 피의 율법을 잇는다.
바로 당사자의 혈육의 피를 사용하는 것이다.
혈육의 피는 그와 가까울수록 급이 올랐고, 그 자식이나 부모의 것을 사용할 시 한두 명으로 만족한 성과를 이룰 수 있다.
장일이 혈교의 첩자들을 유독 혐오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그 개인의 욕망에 사람으로서 건너서는 안 될 길은 넘어선 이들은 이미 실혼인 이전 짐승만도 못한 쓰레기였다.
-후우웅!
그리고 그 쓰레기들 중에서도 가장 큰 쓰레기가 마침내 자신의 앞에 나타나자, 장일은 더는 자신의 검을 숨기지 않았다.
-우우웅!
장일의 검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검명은 일그러진 괴물의 울음 같기도, 저 하늘로 비상(飛上)을 꿈꾸는 이무기의 울음 같기도 했다.
그 울음이 커질수록 위압적인 태도로 장일을 내려다보는 소구의 표정도 달라졌다.
활검에 의해 일어난 울음이 커질수록 피의 율법을 통해 엮인 어둠의 신 율의 어둠의 기운이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소구의 표정은 점차 사납게 일그러졌고, 동시에 숨기고 있던 어둠의 기운이 그의 몸에서 흘러나왔다.
-휘이잉!
누가 보아도 정상이 아닌 소구의 모습에 사람들은 두려움을 가지는 가운데, 장일이 바람처럼 몰아치기 시작했다.
-카가강! 카강!
그리고 거칠기 그지없는 굉음들이 주변을 뒤틀 듯 어지럽혔다.
그것은 금속의 비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거칠었는데, 실제로 그 둘의 접전에 주변이 풍비박산이 나고 있었다.
그 단단한 청강암을 만들어진 비무대는 부서지다 못해 가루가 되었으며, 이내 요란한 흙먼지가 주변을 집어삼켰다.
그 영향은 점점 커져 끝내 비무대를 넘어서 버렸는데, 이에 주변의 동요도 커져만 갔다.
그렇게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던 굉음의 파장은 어느 순간 뚝 그쳤다.
-휘이익! 쿵
이어 먼지구름 사이로 무언가가 하늘 높이 올랐다 크게 떨어졌고, 그를 본 사람들은 숨 쉬는 것조차 잃어버린 듯 적막에 잠겨 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떨어진 그것은 가슴이 박살이 난 소구의 상반신이었기 때문이다.
너무도 비현실적인 모습이라 태산파도 남오 연합도 그 침묵에 어떤 말도 꺼내지 못했다.
-후우웅!
그때 어디선가 부는 바람에 먼지구름이 완전히 걷어졌고, 이에 모습을 드러낸 장일은 좀 전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먼지와 핏물에 더럽혀진 것을 제외한다면 그의 기색은 믿기 힘들 만큼 안정적이었다.
그렇게 다시 모습을 드러낸 장일은 자신이 만들어낸 적막을 깨뜨렸다.
“다음!”
당연한 일이지만 태산파의 그 누구도 그의 말에 반응하는 이는 없었다.
자신들의 문주가 저처럼 처참한 몰골로 죽어 나간 것을 본 이상, 그와 마주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어서다.
-와아아아!
결국, 살아남은 장로 중 하나가 자신들의 패배를 시인했고, 그와 함께 천지가 떠들썩한 함성이 뒤를 따랐다.
영웅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