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82
분신으로 절대무신 82화
장일이 모든 준비를 마쳤을 때는 이미 해는 중천에 오른 뒤였다.
촉각을 세우고 있었음에도 그 정보를 접한 시점이 늦다 보니 뒤늦게나마 정리가 끝이 난 것이다.
그러나 제자의 말대로 저녁에서야 움직일 것임을 알기에 장일은 다급함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그의 태도가 달라진 것은 본격적으로 남궁세가의 영역에 들어서면서다.
갑자기 나아가던 걸음을 잠시 멈춘 장일은, 말없이 남궁세가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사정을 모르는 이라면 장일의 지금 모습이 이해되지 않을 것이나, 스승이 전검이라는 놀라운 비기를 다루는 것을 아는 조한은 숨을 죽였다.
곧, 장일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탄식과 같은 말이 뒤를 따랐다.
“아무래도 우리가 늦은 것 같구나.”
“먼저 가십시오.”
“으음…….”
제자의 말에 장일은 고개를 끄덕이다, 이내 품에서 항마의 기운이 담긴 금상을 그에게 내주었다.
“그거라면 망왕의 망념(妄念)은 몰라도 망령들의 수작은 떨칠 수 있을 게다.”
“이걸 저한테 주시면!”
-후우웅!
조한은 얼떨결에 항마상을 받았다 다급하게 돌려주려 했으나, 이미 그가 마주한 것은 장일이 남긴 환영에 불과했다.
“하!”
코앞에서 보았음에도 눈치챌 수 없었던 스승이 보인 신비에 조한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잠시나마 스승을 걱정했던 자신이 참으로 바보 같다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도 참…… 둔하긴 둔한 모양이다.”
그는 괜히 다미가 자신을 보며 곰이라고 놀리는 게 아니라는 쓸데없는 생각까지 하며, 다급했던 마음을 바로잡았다.
그리고 스승이 준 항마상을 목에 건 뒤 그 또한 몸을 날렸다.
그의 신법은 하늘에 떠가는 구름을 보다 만들어낸 것으로, 이후 장일이 흥미로워하며 그 신법을 완성시켰다.
“생각보다 괜찮은 녀석이 나왔구나. 행운유수(行雲流水)……. 그래, 행운유수로 명명하겠다.”
장일의 금강부동신법에 비할 바는 아니었으나, 행운유수라는 말처럼 하늘에 떠가는 구름처럼 쉬지 않고 변화하며 흘러가니 대성한다면 쉬이 그 꼬리를 잡기 어려운 신법이라 하겠다.
조한은 이 행운유수를 8성까지 끌어 올린 상태였고, 자연 그렇게 펼쳐진 그의 신법은 그야말로 구름을 밟고 가듯 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화르르륵!
저 멀리서도 전각이 불에 타는 모습이 한눈에 드러날 만큼 남궁세가는 이미 난리가 난 상태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수백 년의 세월만큼이나 그 규모도 워낙 크다 보니 그리 큰 불이 났음에도 전체에 비하며 소소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죽여라! 막아!
-카가가강!
여기에 외성의 방계들의 대처가 대단했다.
마치 적들이 올 것을 알기라도 한 것처럼 일이 벌어지기 무섭게 칼을 들며 망령들에 홀린 적들을 상대한 것이다.
생각 이상으로 그들의 저항이 대단하자 망령들은 저마다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보가 새었던가?”
“이래서야 주인님이 오시기 전까지 내성을 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쩔 수 없지.”
-끼이이이잉!
섬뜩하기 그지없는 울음이 날카롭게 허공을 갈랐다.
이에 망령들이 다루던 적들을 상대하던 일부 방계들의 눈빛이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섬뜩한 울음은 이내 그쳐졌을 때, 흔들리던 방계들의 눈빛도 돌아와 있었다.
그렇게 눈빛이 돌아온 그들은 겉으로 본다면 달라진 것은 없어 보였으나, 실상은 달랐다.
-푸욱!
-차아악!
그들의 칼이 적이 아닌 동료들을 향한 것이다.
“자네 미쳤는가! 어떻게 나에게!”
“현아! 정신 차리거라!”
“삼촌. 왜 이러시는 겁니까! 으윽!”
동료라고 하였지만 실상 그보다 이들의 관계는 남궁이라는 이름 아래 이어진 혈족들이었다.
실상 가족이라고 해도 무방한 존재들인 것이다.
그런 그들이 칼을 거꾸로 잡고 자신들을 노렸으니, 그 충격이 작을 리가 없었다.
겨우 수습한 혼란이 다시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것을 보던 남궁모가 크게 일갈을 터뜨렸다.
“갈!”
방계라고 하지만 그 신분은 장로에 준하는 남궁모의 일갈 여파는 대단했다.
한순간이라지만 그 혼란이 잦아든 것으로, 이를 놓치지 않은 남궁모가 서둘러 명했다.
“저들은 이미 너희들이 아는 자들이 아니다. 그들을 베어라!”
“……명을 받듭니다.”
여느 문파였다면 그 명을 따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남궁세가의 기본적으로 상명하복을 철저히 따르는 곳이었고, 하여 이들은 동요하면서도 그 명을 받아들여야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한들 그 연이 이은 자를 베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래도 꺼져가던 불씨는 겨우 지켜낼 수 있었다.
“끄아아악!”
그러나 그뿐 사상자가 늘어나는 속도는 갈수록 빨라져 갔다.
애초에 망령들이 데려온 적들의 수준이 방계들이 상대하기도 벅찼던 탓이다. 거기에 망령들에 홀린 이로 혼란이 일었으니, 이미 기울어진 전선은 다시 복구하기 어려웠다.
-서걱!
남궁모는 거칠기 그지없는 검력으로 가문의 사람 하나를 베어내며 이를 갈았다.
“그 경고를 좀 더 유의 있게 보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전날 늦은 저녁.
남궁가에 도착한 서신은 이미 이러한 상황이 벌어질 것을 경고하고 있었다.
아마 처음 그 서신을 받았다면 무시했을 것이겠지만, 이번으로 세 번째 온 서신이기에 남궁모는 마냥 무시할 수 없었다.
더구나 이번에 받은 서신에는 혈교의 사악 중 하나인 망왕과 망령들에 대한 내용이 있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장난이라기에는 그냥 넘길 수 없겠군.”
하여 남궁모는 아니리라 생각하면서도 만약을 대비해 움직였고, 그것이 이들을 살렸다.
마침 그 서신을 받은 게 남궁모였으니 망정이었지, 그가 아니었다면 이미 적들은 외성을 가로질러 내성에 발을 들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목숨이 늘어났을 뿐, 이대로라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버텨라! 곧 내성에서 지원이 올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대로 무너지기에는 남궁이라는 이름의 가치가 너무도 무거웠다.
그는 내성의 지원을 이야기하며 억지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했지만, 과연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그도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오직 절망이 그들을 뒤덮던 가운데, 그 절망을 뒤흔드는 울음이 저 멀리서 터져 나왔다.
-으흐흐흑!
과연 그것을 두고 울음이라고 할 수 있을까?
피에 굶주린 마귀의 울음 같기도 웃음 같기도 한 그것은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게 끊임없이 울려 퍼지며 전장을 뒤흔들었다.
“!!!”
이에 남궁가의 사람들은 물론 미쳐 날뛰던 망령들조차도 경직된 모습을 보였다.
바로 마귀의 울음에 깃든 그 끈적끈적한 살의 때문이다.
“서, 설마 망…… 망왕?”
남궁모는 망왕을 입에 올려야 했다.
칠십 평생을 살면서 듣지도 못한 살의를 느끼게 되었으니 그가 자연 서신에서 말하던 망왕을 떠올린 만했다.
그러나 그의 이런 생각은 그 울음의 주인이 등장에 의해 흔들렸다.
-쿠우웅!
정말로 지옥에서 튀어나온 마귀가 아닌가? 라고 생각이 들 만큼 울음의 주인은 거대했다.
웬만한 성인의 머리 두 개는 더 큰 외형도 외형이지만, 그 거대한 체구를 몇 배는 더 크게 느껴지게 하는 존재감은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것이었다.
덕분에 남궁모는 그 마귀가 어린 사내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했다.
“으흐흐!”
다시금 마귀의 울음이 일었고, 그와 함께 마귀의 검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남궁가의 사람들이 저도 모르게 몸을 물렸지만, 다행히 마귀의 검이 향한 것은 그들이 아니었다.
-차아아앗!
순식간에 망령의 수족 다섯이 끔찍한 몰골로 대지에 뿌려졌다.
“죽여라! 저 마귀를 죽여!”
그 모습에, 아니, 그 몰골을 만든 마귀의 검에 원초적인 두려움을 느낀 망령들은 앞다투어 가며 그의 수족들에게 그와 같은 명령을 내렸다.
-크아아악!
그러자 남궁가의 사람들을 학살하다시피 하던 삼백이 훌쩍 넘은 망령의 수족들이 순식간에 마귀를 향해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모든 것을 삼켜 지워버리는 거대한 파도와 같았다.
아무리 마귀라고 해도 그 앞에서는 어찌하지 못할 것 같아 보였으나, 놀랍게도 그 결과는 달랐다.
-으히히히!
-쿠르르릉!
마귀의 울음은 갈수록 커져갔으며, 그 울음소리만큼이나 그의 칼도 사납게 날뛰었다.
동시에 그 끈적끈적한 살의 또한 그가 베어 넘기는 숫자가 늘어날수록 더 짙어져 갔다.
망령들이 동원한 수족들 중 고수가 아닌 이들이 없음에도 마치 허수아비를 베어버리듯 넘기는 마귀의 모습에 망령들조차도 두려움을 드러냈다.
그러한 전투의 현장은 실로 다시 보기 힘든 장관이었으나, 남궁모는 이에 현혹되지 않았다.
이 마귀가 자신들의 적이 아닌 것 같은 것을 확인한 순간, 그는 빠르게 전장을 수습하고는 이내 다시금 일갈을 터뜨렸다.
“남궁가의 전장이다! 남궁의 제자들은 검을 들고 적들을 주살하라!”
“아악!”
남궁모의 명령에 남궁가의 사람들은 저마다 악을 쓰며 검을 들었다. 버티는 것이 고작이었던 전투에 힘이 빠질 대로 빠진 상황이었지만, 그것을 초월한 분노가 그들을 다시 칼을 들게 한 것이다.
덕분에 마귀를 주살하려던 망령의 수족들은 더 이상은 그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일부는 이들을 상대하기 위해 발을 돌려야 했다.
남궁가의 외성에서 그처럼 거대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을 때, 그곳에서 수백 장이 떨어진 곳에서는 기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나귀를 탄 어린 미동(美童)이 자신의 키만큼이나 큰 곰방대를 입에 물며 연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연초를 피우는 건가? 싶지만 그러기에는 그 연기가 너무도 기괴했다.
하얀 연기가 아닌 이상하리만큼 짙은 검은 연기였던 것이다.
자연 시선이 갈 수밖에 없는 미동이었으나, 이상하게도 저잣거리 누구도 그 미동을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마치 그 모습이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이다.
물론 미동이 이곳 사람이고, 평소에도 그 같은 모습을 보였다면 그리 반응을 할 만도 했다.
하지만 실상 미동은 이곳을 처음 방문한 것이니, 이처럼 주변의 이들이 그를 신경 쓰지 않는 것은 기괴한 일이다.
미동 또한 주변에 관심이 없다는 듯 눈을 감은 채 곰방대에서 검은 연기만을 뿜어댈 뿐이다.
그저 그를 태운 나귀만이 어디론가 터벅터벅 나아갈 뿐이다.
“찾았군!”
“……?”
그런 기괴한 모습은 누군가의 목소리와 함께 멈추었다.
이에 나귀가 멈추었고, 자연 미동이 의문을 보이며 감았던 눈을 떴다.
“누구냐?”
미동의 목소리라고 느껴지기 어려울 만큼 늙수그레한 목소리였다. 그 또한 기괴할 법도 하건만, 그를 막은 사내는 미소를 머금은 채 눈을 빛냈다.
“나를 기억 못 하나? 그래도 너의 머리를 베었던 자인데.”
“??”
사내의 말에 미동이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의 휴식을 방해한 것만으로도 짜증이 날 지경인데, 이해되지도 않는 소리를 해대니 상당히 기분이 언짢은 모양이다.
그런 미동과 달리 사내는 여전히 미소를 보인 채 말을 이었다.
“물론 나 혼자 한 일이 아니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나름 비중이 높았다고 생각하는데.”
“……개 같은 소리를 하는 녀석은 개가 되어야겠지.”
미동은 그 말과 함께 ‘후’하고 입에 머금은 검은 연기를 사내에게 뿌렸다. 그렇게 뿜어진 검은 연기는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무서운 속도로 사내를 삼키려 들었다.
-후우웅!
그러나 끝내 검은 연기는 사내를 삼키지 못했다.
어느새 빼 든 사내의 검 끝에서 이른 와류가 그 검은 연기를 사방으로 흩뜨렸기 때문이다.
-월월월! 월월!
하지만 그로 인해 펼쳐진 주변의 상황은 너무도 괴기했다.
검은 연기가 흐트러진 가운데 그 일부라도 접한 사람들이 갑자기 개가 된 것처럼 짖어대기 시작한 것이다.
단순히 짖기만 한 것이 아닌 개처럼 네 발로 걷고 구르는 등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그 누가 보아도 그것은 개가 사람의 모습을 본뜬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