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12
112화
【꿈의 군주】
윤시아가 방방 뛰며 말했다.
“한지언 헌터가 열었어요! 빨리 들어가요!”
그러며 윤시아가 문에 손을 넣은 순간, 퉁! 윤시아가 튕겨 나갔다.
“…엥?”
윤시아가 벌떡 일어나 다시 문안에 제 손을 집어넣었다. 그러나 아까와 똑같이 퉁! 팔이 튕겨 나갔다. 이번엔 대비하고 있어서인지 몸 전체가 튕겨 나가지는 않았다.
잠시 문을 응시하던 윤시아가 이내 내 한쪽 팔을 덥석 붙잡고 문 쪽으로 밀어 넣었다.
“윤시아 헌터?”
“아, 역시나.”
윤시아가 내 손을 놓고는 다른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이거, 한지언 헌터만 들어갈 수 있나 봐요. 안 튕겨 나가잖아요.”
“…….”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듣던 형이 곧장 문에 팔을 집어넣어 보았다. 그러나 윤시아와 같이 퉁, 튕겨 나갔다. 뒤이어 유아한 씨가 손을 집어넣었으나 결과는 역시나 같았다.
지화연 씨가 말했다.
“뭐, 저나 다른 분들은 테스트해 볼 필요도 없을 것 같네요. 다음 층… 아니, 보스를 처리하러 갈 수 있는 사람이 현재로선 한지언 씨뿐이라는 건데.”
지화연 씨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형이 칼을 들었다. 그 모습에 유아한 씨가 말했다.
“한지운 헌터. 그게 부서질 것 같아요? 이전 층으로 가는 바닥이나 벽도 아닌, 보스에게 향하는 문이? 과연 탑주가 거기에 아무것도 안 해 놨을까요? 아니겠죠. 허튼짓하지 마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머리는 장식이에요? 머리를 써요, 머리를.”
“아무리 머리를 써도 답이 없다는 거, 유아한 씨도 알지 않습니까. 이전 층으로 가서 자격의 조건을 얻는다. 이거는 불가능하죠. 탑의 주인이 이번이 마지막 시련이라고 했으니까요. 결국 탑의 주인이 내린 시련을 해결해야 이 문을 넘을 수 있을 텐데, 탑의 주인은 지금 문 너머에 있습니다. 나올 리가 없죠. 다른 입구를 찾는 것도 불가능해요. 그야 탑의 주인이 이곳에 직접 문을 만들었다는 건, 저희가 찾을 수 없는 세상이기에 새로운 길을 열어 준 것일 가능성이 크니까요.”
“만약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 만약이라는 게 끝내 없으면, 결국 시간만 낭비하고 지언이가 들어가는 거잖습니까. 빠르고 늦고의 차이지 별반 다를 게 없어요. 그럴 바엔 차라리 처음부터 억지로라도 비집고 들어가야…….”
형이 안개에 먹히듯, 검은 안개가 스멀스멀 피부 위로 피어올랐다. 그 모습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형. 그냥 내가 들어갔다 올게.”
“제정신이야?”
“아니, 지극히 정상이야. 어차피 지금 상황에선 별수 없잖아. 비집고 들어가? 그게 더 이상해. 그리고, 형이 들어가서 뭘 어쩌려고. 형 여기서 약하잖아. 형이 들어갈 바엔 차라리 내가 들어가는 게 맞지.”
내 말에 류천화 씨가 물었다.
“한지운 헌터, 지금 약해진 상태인가?”
“정상입니다.”
“그럼 한지언 헌터의 말은 무슨 의미지?”
형이 설명할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꽤 뿔이 난 모양이네.
나는 작게 입을 열었다.
“형은 이곳의 꿈이 통하는 체질이에요.”
“그게 무슨 상관이지?”
“꿈에 먹힌다는 건, 곧 탑의 주인에게 먹힌다는 소리예요. 탑의 주인이 곧 꿈이니까요.”
“반면 한지언 헌터는 꿈에 빠져 있던 우리를 깨울 정도로 꿈에 면역이 있다는 소리겠고.”
“그렇죠. 그게 제가 탑의 주인을 이길 수 있는 방도가 될 수 있고요.”
“신빙성 있군. 다만, 신빙성만 있어.”
류천화 씨가 고개를 저었다. 이어 유아한 씨가 말했다.
“한지언 씨는 지금 기력이 전부 회복되지도 않았어요. 이곳의 주인이 무슨 능력을 쓰는지도 파악이 안 된 마당에 홀로 보내는 건 너무 위험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한지운 헌터처럼 막무가내로 행동할 수도 없죠.”
그 말에 내가 답했다.
“그렇다고 지금 상황을 넘길 다른 특별한 의견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것도 맞죠.”
“그냥 제가 들어갈게요.”
“그러기엔 너무 위험해요.”
“언제는 안 위험했나요. 끽해야 죽는 것 말고는 안 하는데, 뭐. 자, 그럼, 다른 특별하고 새롭고 이 상황을 완전히 뒤집어엎을 수 있는 획기적인 의견이 있다, 손 들어 주세요. 없죠? 그럼―”
다른 사람들이 말릴 새도 없이 문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형에게 손목을 붙잡혔다.
“또 왜…….”
“…기력이라도…….”
그 말이 끝나자마자 기력이 흘러들어 왔다.
“한지언 씨, 포션은 남으셨어요?”
뒤이어 유아한 씨가 메고 있던 가방에서 포션 네 개를 와르르 꺼냈다. 그 밖에도 여러 사람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아이템을 건넸다. 특별히 대화를 나눈 적이 없던 데이비드까지 내게 아이템을 건네주었다. 단 한 명만 빼고.
윤시아가 물었다.
“길드장님은 뭐 없어요? 인벤토리에 널린 게 아이템일 텐데. 설마 잃을 것 같아서 안 주는 건 아니죠?”
“…이미 줬어.”
“이미 줬다뇨? 에이.”
윤시아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에 내가 끼어들어 말했다.
“진짜 주셨어요.”
“예? 진짜요?”
“네. S급 마석 두 개 주셨어요.”
“…S급 마석이요? 설마 쓰던 거 준 건 아니죠?”
“조금 쓰셨다고 하시긴 했는데…….”
“한 번.”
“그렇다네요.”
“…노력했네요.”
나는 한 움큼 받은 아이템들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등 뒤에 꽂히는 시선들을 느끼며 문에 손을 집어넣다 옆에 있던 형과 시선이 마주쳤다. 형이 잠시 말을 고르는 듯하다 말했다.
“…죽지만 마. 어떻게든 따라 들어갈 방법을 찾을 테니까, 그때까지만…….”
그 모습에 나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죽긴 누가 죽는다고.
‘여긴 나 혼자로도 충분해.’
아무리 바뀌었다고 해도 본연의 힘과 모습은 변하지 않듯, 꿈의 주인도 마찬가지. 즉 다시 말해, 내가 그동안 죽여 왔던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뜻이었다.
나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 전에 끝나 있을걸.”
그 말을 끝으로, 나는 꿈속 깊숙이 파고들었다.
발과 다리가 문을 넘어섰다. 곧이어 팔이 넘어가고, 머리가 넘어갔다. 옅은 바람이 분 것처럼 머리가 살랑거리고, 이윽고 문을 전부 넘었을 때는, 꿈의 끝에 도달해 있었다.
주변은 마치 시간을 넘은 것처럼 고요했다. 동시에, 꿈의 끝이라는 말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닌 듯, 마치 모든 꿈을 잡아먹은 듯 반짝이는 오로라와 별, 은하수, 새하얀 나무, 꿈이 아닌 우주의 끝에 도달한 것 같은 정경이 눈에 비쳤다.
―꿈속 깊이에 어서 와.
“…꿈속 깊이라는 말은, 여기가 끝은 아닌가 보군.”
―아니, 여기가 끝이 맞아. 하지만 꿈에는 끝이 없으니, 이곳은 보이는 끝이지.
“보이는 끝……. 그래. 그래서, 여기에 나만 인도한 이유는?”
―자격을 취득한 자만이 오게 된다. 아까 설명 들었잖아?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도 자격을 취득했어야 해. 넌 의도적으로 나만 이곳에 오도록 했잖아.”
―너무 의심하진 마. 난 단지, 조금 대화를 하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대화?”
내가 되묻자 꿈의 주인이 생글 웃었다.
―네가 이겼어.
“…이유는?”
―네가 본 그대로, 꿈은 완벽하지 못했어. 하기야 꿈이 완벽했다면 내가 왕이었겠지. 인정해. 너무 자만했어. 하지만… 이건 이거대로 완벽하더라.
꿈의 주인이 노래를 부르듯 말을 이었다. 그 말이 내게 들림과 동시에, 환영처럼 그간 있었던 일들이 꿈의 주인 곁에 떠다녔다.
―자신을 믿고 눈앞의 현실이 잘못되었노라 생각해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던 것도, 자신의 손으로 꿈을 이뤄 낸 것도, 버려두었던 세상에 꿈이 입혀진 것도. 하나같이 전부 완벽했어.
“완벽한 게 아니라 당연한 거야.”
―글쎄. 너희의 당연과 우리의 당연은 달라. 그렇기에 그것이 당연하다고 확신할 수 없어. 다만, 이거 하나는 알았어. 자신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걸.
다만 그게 지나치면 병이지만.
―그렇기에, 네가 이겼어. 내가 패했고.
“할 말은 그것뿐인가? 설마 그 말을 하려고 날 혼자 불러들인 건 아닐 테고.”
―그래. 겨우 이런 말을 하자고 널 부른 건 아니지. 네가 이겼으니, 보상을 주려고 해.
“보상?”
―그래. 원하는 것 무엇이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무엇이든, 지라.”
그렇다면 딱 하나.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
“…너희의 왕에 대해 알고 싶다.”
―음? 의외네. 난 죽어 달라고 할 줄 알고 미리 준비하고 있었는데.
소원을 그런 곳에 쓸 리가.
―흠, 그래. 왕. 왕 말이지. 아이야, 넌 꽤 운이 안 좋구나.
“그게 무슨 소리지?”
―왕에 대한 걸 알려 주겠다는 뜻이야.
그런데 왜 운이 안 좋다고 하는 거지?
별로 달갑지 않은 말을 뒤로하고 나는 일단 입을 다물었다. 아무 말 하지 않는 내 모습에 가만히 경청하고자 하는 내 의도를 깨달은 꿈의 주인이 왕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왕은, 태초부터 존재하였던 것. 그 어떤 생명체도 감히 부를 수 없는 완벽한 존재.
“…겨우 그게 끝이야?”
―말했잖아. 감히 부를 수 없다고. 또한 세상이 연결된 뒤로 우리에게는 너희에게 왕에 대해 발설하지 못하도록 봉인이 되어 있어. 이 봉인을 푸는 방법은 죽음, 또는 봉인한 존재의 죽음뿐이지.
“봉인에 대해선 말해도 되는 건가?”
―보통은 불가능해. 다만 나는 다른 이들과 조금 달라서 이 정도나마 말해 준 거야.
“그쪽의 왕은 폭군인가 보네.”
―그런 감이 없잖아 있지.
“그래서, 결국 그것밖에 말 못 하나?”
―그래서 말했잖아? 운이 안 좋다고. 어떻게 물어봐도 이런 걸 물어보는 것인지.
“…….”
적어도 이 녀석들이 왜 왕에 대해 언급을 거의 안 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겔탄이 계속 말을 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군.
“좋아. 답은 됐다.”
―응? 이걸로?
“어차피 여기에 온 목적은 따로 있으니까.”
손아귀에 하얗게 빛이 나는 낫이 쥐어졌다. 곧이어 그것을 꿈의 주인을 향해 겨누자, 꿈의 주인이 별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결말이 예정된 싸움을 하는구나.
“결말이 예정되어 있다니?”
―내가 지잖아.
“…….”
―나는 이미 너에게 패했다. 잠깐 보았던 과거의 꿈에서도 넌 날 죽였지.
“그래.”
―그리고 아마, 이번에도 너에게 죽을 거야. 그야 너는 내가 닿을 수 없는 존재이니.
“그럼 스스로 자결하든가.”
―아니, 그래도 그럴 순 없지. 꿈의 군주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는 이상, 할 일은 할 거야.
“그러든가.”
―그래. 분명 너의 과거에선, 내가 꿈과 관련된 능력밖에 펼치지 못했던데.
쿠르릉. 땅이 흔들렸다. 아니, 정확히는 공간 자체가 흔들렸다. 그러나 밟고 있는 땅에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는 곧장 고개를 들어 올렸다. 찬란했던 하늘에 어느샌가 조각난 도시가 떠다녔다.
―여기가 내 영역이라는 걸 잊지 마.
쾅! 쾅! 쾅! 주변 바닥 아래에서 무언가가 솟아올라 나왔다. 하나같이 익숙한 모양새.
잠시 울렸던 굉음이 멈추자, 우주를 잡아먹은 듯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회색빛으로 물든 조각난 도시의 풍경이 눈앞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선 무엇이든 이루어지고,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
회색빛으로 물든 도시 안, 유일하게 하얀빛을 내는 꿈의 주인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내 이름은 드리니스다. 네 이름은 뭐지?
“알고 있잖아?”
―알고 있는 것과 본인의 입으로 이름을 듣는 것은 명백히 다르다.
“난 한지언이야.”
―그래. 한지언.
콰득, 꾸드드득. 건물을 지지하던 철골이 구겨지고, 건물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건물은 무너지지 않고 제 모습을 유지했다.
―도망쳐. 그리고 최선을 다해 살아남아라. 발버둥 쳐라. 이곳은, 네가 아는 과거가 아니야. 네가 말했던 현재지. 그러니 나도 최선을 다해서 널 죽일게. 그러니까, 도망쳐라. 이 꿈이 끝나지 않도록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