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50
150화
【검은 탑】
탑주가 목걸이를 쥔 윤시아의 팔을 공격하려 했으나, 윤시아의 두 눈에 바짝 얼었다.
쾅! 윤시아의 주먹이 탑주의 머리를 가격하자 탑주가 보기 좋게 날아가 배 위의 기둥에 꼬라박혔다. 기둥이 부서지지는 않은 걸 보아 힘 조절을 한 듯했다.
―컥, 쿨럭!
윤시아가 손에 쥐어진 목걸이를 으스러뜨렸다. 목걸이는 곧 가루가 되어 윤시아에게 완벽히 흡수되고, 체인이 바닥을 뒹굴었다.
탑주가 몸을 일으키려던 차, 윤시아가 한걸음에 다가가 탑주의 가슴팍을 발로 짓눌렀다. 햇볕을 받아 찬란히 빛나는 윤시아의 커틀러스가 탑주의 목에 겨누어졌다.
“네 죄는, 전부 말하기도 힘들 정도로 방대하다.”
윤시아가 지금까지 봐 왔던 탑주의 죄를 읊었다.
“너는 평화로웠던 이곳을 어둠으로 물들였고, 순수함에 피를 뒤덮었다. 행복에 절망을 부었다. 충성을 농락했으며, 바다와 화합하고 어우러지던 육지마저 짓뭉갰으니.”
커틀러스의 날이 탑주의 살갗을 파고들었다.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탑주의 피가 맥없이 흘러내렸다.
“이곳의 평화를 되찾기 위해, 왕으로서, 이곳의 바다로서, 이 자리에서 너를 단죄하겠다.”
탑주가 고개를 푹 숙였다.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큭.
그 웃음소리에, 공기가 무거워졌다. 탑주는 제 알 바 아니라는 듯 크게 웃었다.
―크하하학! 하하하학!
“뭐가 웃긴 거지?”
―아……. 멍청하신 군주님이시여.
탑주가 윤시아가 겨눈 커틀러스를 쥐며 윤시아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당신은 알려나 모르겠네. 이 모든 건―
탑주는 커틀러스를 쥐어 피가 흐르는 상처를 그대로 커틀러스의 날에 미끄러뜨렸다. 피로 날을 꾸미듯 윤시아의 커틀러스가 단숨에 붉게 물들었다.
―전부, 왕님의 계획이라는 걸 말이야!
직후, 탑주가 미친 듯이 웃었다. 윤시아는 그 모습에도 당황하지 않고 물었다.
“무슨 소리지?”
―말 그대로야! 왕께서는 이 땅을, 푸른 하늘이 드넓고 자원이 풍족하고 연약한 생물이 지배하는 이 땅을 완벽히 먹기 위해! 우리를 먼저 보내셨지! 읍, 쿡.
탑주의 입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그런데도 탑주는 그게 즐겁기라도 한 듯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왕께서 왜 우리를 먼저 보내셨는지 아나?! 당신은 눈치챘겠지. 이 생물들이 말하는 ‘탑’이라는 것들이, 우리의 세상을 도려 온 거라는 걸! 그럼 왜 굳이 우리의 세상을 도려 가면서까지 왕께서 이런 일을 벌이시는지는 아나?! 그건, 컥! 쿨럭, 커헉.
탑주가 제 목을 쥐며,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을 토해 내듯 했다.
―씨앗을, 심기 위해서다. 완벽한 잠식을 위해! 완벽한 왕의 땅을 만들기 위해! 그렇기에 우리 세상의 힘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우리를 이곳에 보내셔서, 죽게 하셨다! 우리 세상의 힘으로, 이 세상에 씨앗을 심기 위해! 왕의 유흥을 위해! 그리고 마침내!
탑주가 양팔을 윤시아를 향해 펼쳤다. 그러며 무엇이 황홀한지, 무엇이 기쁜지, 졌음에도 행복한 웃음을, 광기 어린 웃음을 띠며 마지막 말을 읊었다.
―왕께서, 이 세상에 도래하시리.
그 말을 듣자마자 윤시아가 탑주의 목을 베었다.
퉁. 투둥…….
탑주의 머리가 갑판을 굴렀다. 잘린 머리는 계속해서 웃고 있었다.
‘…씨앗? 힘? 세상……?’
머리가 굴러가지 않았다. 기력이 다해서 그런 건지 뭔지. 일단 왕이, 우리 세상을 잡아먹으려 한다는 건 알겠는데. 씨앗이니 일부러 죽게 했다느니 하는 건 다 뭐야.
‘…일부러, 우리를…….’
그때 윤시아가 빠른 걸음으로 우리에게 다가와 말했다.
“당장 돌아가야 해요!”
“윤시아 헌터. 저게 다 무슨 소립니까.”
“일단 돌아가야 해요!”
“어디로요?”
“어디긴요! 한국이죠! 빨리 가야 해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
쿠르릉. 공간이 일그러지며, 이윽고 깨져 나갔다. 부서진 틈으로 푸른 하늘이 보였다. 그리고 발밑으로, 푸르른 바다가 보였다.
‘망할.’
또 추락이었다. 탑주를 죽이면 늘 그래 왔듯, 변함없이 탑이 무너져 내렸다. 이번에도 변함없었다.
‘윤시아의 힘이랑 탑을 유지하는 힘은 달랐던 건가.’
나야 날개를 펴면 됐으나……. 펴긴 개뿔. 그럴 힘이 없었다. 애초에 뭐냐고. 도대체 왜 날개가 돋아난 건데.
‘…모르겠다. 그냥 좀 물에 빠지지, 뭐.’
여기 상어한테 물려도 안 찢기는데, 바다에 좀 빠진다고 죽을까.
떨어지는 바람 소리밖에 안 들리는 상황 속, 또렷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착지할 준비 해요!”
고개를 돌리자 윤시아가 한 손을 휘두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윤시아가 손가락을 휘두른 자취를 따라 푸른 무언가가 허공에 남았다가 금세 사라졌다. 곧이어 윤시아가 소리쳤다.
“레비아탄!”
그 순간, 푸와악! 수면 아래 그림자가 위로 올라왔다.
‘레비아탄이라면… 탑에서 부른 그거 아닌가?’
그러나 밑에 있는 생명체는 아까 전의 그것과 모습이 달랐다. 용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거대하고 둥근 고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행인 점은 그 거대함이 상상 이상이라 탑에서 떨어지는 모두를 받아 냈다는 것이었다. 그 덕에 바다에 빠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윤시아는 여전히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양팔에 박주완과 신서하를 낀 채 레비아탄의 아래로 내려갔다. 분명 바다임에도 윤시아는 바닥처럼 물 위를 걸었다. 그러곤 바닥을 한 번 툭 건드리자 액체로 된 배의 형상이 만들어졌다.
“타요!”
윤시아의 다급한 모습에 나도 덩달아 다급해지는 기분이 들어 재빨리 배에 탔다.
우리 쪽 사람들이 타니 배는 곧바로 출발했다. 뒤에서 우리도 데려가라는 소리가 들렸으나 윤시아는 무시하고 계속 나아갔다. 그 모습에 승현 헌터가 조심스레 말했다.
“윤시아 헌터. 저 헌터들을 저리 내버려 둬도 안전한 겁니까?”
“안전해요! 레비아탄은 제가 만들어 낸 게 아니라 불러낸 거니까요! 실제로 존재하니 적어도 사라져서 바다에 빠질 일은 없어요! 순한 애예요! 그리고, 이미 각 나라에서 탑이 사라졌다는 걸 확인했겠죠! 그 거대한 게 사라졌는데! 저 사람들 나라에서 알아서 챙기러 오지 않겠어요?”
윤시아가 만들어 낸 배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움직여, 기어코 탑으로 향할 때 걸린 시간보다 단축된 시간으로 해변가에 도착했다. 슬쩍 둘러보니 한국이었다. 어떻게 길을 찾은 거지.
“승현 헌터! 빨리 헬기든 뭐든 동원해서 사실을 알려야 해요!”
“윤시아 헌터, 진정하세요.”
“지금 제가 진정하게 생겼어요?!”
“윤시아 헌터. 진정하고, 무슨 일인지 차근차근 설명해 주세요.”
“…지금 말해 봤자 입만 아파요. 다들 모였을 때 말해야 뭐든 정해지겠죠. 일단 당장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왕이 도래하는 게 곧이라는 거예요.”
“그 왕이라는 건… 던전의 왕을 뜻하는 건가요?”
“네. 앞에 아무런 것도 붙이지 않는 왕은 그 하나밖에 없으니까요.”
그 말에 승현 헌터가 물었다.
“윤시아 헌터. 곧이라는 건 대충 언제를 뜻하는 겁니까.”
“빠르면 오늘이요.”
“…예?”
“그러니까 빨리! 승현 헌터는 길드장직이라도 내세워서 헬기든 뭐든 빨리 부르세요!”
“…유감스럽지만 휴대폰 등 모든 물건은 탑에 들어가기 전에 길드에 두고 온 상황입니다.”
“아. 아아아!”
빈털터리 여덟 명이서 이 상황을 어찌 타개해야 할지 몰라 해변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하던 그 순간.
“왜들 그렇게 서 있으세요.”
익숙한 목소리. 그 목소리에 분위기가 단숨에 풀렸다. 지화연 씨가, 제 머리를 손가락으로 꼬며 우리를 이상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헌터들이 바다를 가로질러 온다길래 급하게 왔는데……. 윤시아 헌터, 모습은 왜 그렇게 변하신 거……. 일단 이동하면서 대화하죠.”
“지화연 헌터! 당장 S급 헌터들을 소집해야 해요!”
“윤시아 씨. 그건 헬기 안에서도 할 수 있는 거예요. 일단 타세요.”
우리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헬기에 탑승해 곧장 서울로, 온연 길드로 향했다. 박주완과 신서하는 온연에 도착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우리를 마중 나온 류천화 씨가 바뀐 윤시아를 잠시 쳐다봤다. 그러곤 감흥 없다는 듯 짧게 말했다.
“해결된 모양이군.”
“길드장님, 제 정체 궁금하셨죠? 이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굳이……. 일단 이동하지. 부축받고 있는 두 사람의 상태가 안 좋아 보이니.”
그러며 안내받은 응접실로 향하니, 신서하와 박주완의 상태를 전해 들은 유아한 씨가 먼저 와 있었다. 유아한 씨가 곧장 두 사람의 치료를 진행했으나…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팔과 다리가 원래 없었던 것처럼 치료가 안 돼요. 그나마 상처는 아물었는데……. 아마 평생 다리와 팔이 없는 채 사셔야 할 것 같아요.”
유아한 씨가 두 사람의 부상을 해결해 주리라 믿었던 윤시아의 표정에 어둠이 서렸다.
“…죄송해요. 제가… 더 잘했어야…….”
신서하가 두 눈을 끔뻑이며 잠시 윤시아를 바라보다, 이내 딱. 핑거스냅을 했다. 윤시아가 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드니, 그곳엔 환하게 웃는 신서하가 있었다.
“이 정도 가지고 뭘. 난 괜찮아. 이참에 은퇴하지, 뭐.”
“은퇴라뇨?”
“계속 하고 싶었던 거야.”
“저 때문에…….”
“쓰읍!”
신서하가 윤시아의 콧방울을 잡아당겼다가 이내 손을 뗐다. 그러곤 웃음을 잃지 않은 채 당당하게 말했다.
“정 미안하면, 앞으로 내 몫까지 잘해 줘.”
“…….”
윤시아가 일렁이는 눈을 아래로 숨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문에 기대어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상황이 끝난 듯 보여 기대고 있던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윤시아 헌터. 준비됐답니다.”
“…네.”
윤시아가 굳게 다짐한 표정으로 문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S급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이동해, 잠시 마음을 가다듬듯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이어 그녀는 평소와 달리 낮은 목소리로, 모두가 똑바로 들을 수 있도록 정확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단 제 정체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세 번째 탑의 진짜 주인입니다.”
그 말에 지화연 씨가 물었다.
“그럼 최종 보스가 윤시아 씨였던 건가요?”
“아뇨. 전 정확히는 ‘전’ 세 번째 탑의 주인입니다. 지금은 다시 주인이 되었고요. 물론 이제 다 없어졌지만.”
지화연 씨가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세상에 사는 생명들은 이곳의 생명들에게 왕에 대한 걸 발설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지금, 제 자리를 빼앗아 갔던 자를 처리하고, 그자에게 묶여 있던 제 영혼은 해방되었습니다. 그 덕에 저는 모든 걸 말할 수 있게 되었고요. 어쨌든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이르면 오늘, 늦으면 내일, 왕이 이 세상에 도래할 거란 겁니다.”
“전력은?”
“저도 모릅니다. 다만 한 가지 알 수 있는 건… 지금까지 나타난 탑의 주인들을 모두 합쳐도, 왕을 이길 수는 없다는 거예요.”
그 말에 나는 하나의 기억이 떠올랐다.
멸망. 아무리 막아도 막지 못했던 것.
그때는 탑의 주인들에 의해 멸망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이번에는, 전부 죽였다.
‘그런데… 그것들보다 강하면…….’
…가능할까.
“그런 자를 어떻게 죽이겠냐 싶으시겠지만, 마지막 탑의 주인이었던 것이, 죽기 직전 이리 말했습니다. ‘유흥을 위해.’ 즉 다시 말해, 왕은 자신의 재미를 충족시키기 위해 저희를 최대한 살려 둘 겁니다. 이걸 최대한 이용해야 하는데…….”
윤시아의 말이 멈췄다. 곧이어 윤시아의 고개가 돌아가며, 윤시아가 어느 곳을 바라봤다. 그러나 그곳에 있는 건 벽뿐이었다.
“윤시아 헌터?”
“…망할.”
윤시아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 모습에 의문을 품기도 잠시, 응접실 문이 급하게 열렸다.
“말씀 중에 무례하게 죄송합니다!”
“뭐지?”
“지금… 서울에… 검은 탑이 생겼습니다. 그것도 바로 근처입니다.”
“…뭐?”
모두 곧장 창가로 나갔다. 머리를 쭉 내밀어 윤시아가 바라봤던 쪽을 보자 그곳에는…….
“하…….”
빛을 전부 흡수한 것같이 검고 검은 탑이, 도심 한가운데에 우뚝 자리 잡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