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39
239화
‘공격 의사는 없어 보이는데.’
나는 류천화 씨를 빤히 쳐다보다가, 그에게 움직일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대화 가능하세요?”
류천화 씨는 내 말에 묵묵부답인 채로 눈을 느리게 감았다가 뜨기만 반복했다. 무시하는 건지 못 알아먹는 건지.
1분여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류천화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 유아한 씨 내와 달리 이성을 유지하는 건가. 더 까다로울 것 같은데.’
뇌가 텅 빈 몬스터들에게는 우리를 죽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그러나 지성이 있는 몬스터들은 대부분… 우리를 농락한 뒤에 유흥을 즐기고 죽인다. 결과적으로는 다 죽이는 거지만.
어찌 됐건 공격 의사도 없고, 대화도 통하는 상대였다. 잘만 하면…….
“혹시 그 몸에서 나올 생각 없으세요?”
“…….”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역효과인 것인지, 류천화 씨가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어, 안 나오실 거면 그냥 그렇다고 말로 하셔도 됩니다.”
“…….”
내 말에 류천화 씨가 자리에서 멈춰 서더니, 무언가 할 말이라도 있는 듯 입을 벙긋거렸다. 그러다 고민하는 듯 입을 가리고 골똘히 생각에 잠겨서는 그렇게 시간을 허비했다.
‘차라리 이 틈에 공격할까.’
뭔 생각을 저리 많이 하는 거지. 혹시 뭐 컴퓨터처럼 입력 후 출력하는 건가.
확실히 공격 의사는 없었다. 대화의 의지가 있는 지성체 몬스터인 이상 굳이 나를 습격할 필요도 없겠지. 그만큼 강한 힘을 지녀 여유로울 테니까.
5분 정도를 허비했을까. 생각을 끝냈는지 류천화 씨가 천천히 나에게 시선을 옮기며 입을 열었다.
“도와주겠다.”
“…예?”
이어지는 말은 없었다.
“지금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고 말씀하시는 거죠?”
또다시 침묵과 생각. 류천화 씨는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아까보단 빠른 속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제가 이해한 게 맞는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들어가려 하는 몬스터를 처리하는 데에 도움을 주겠다는 소리로 들리는데요.”
류천화 씨는 또다시 생각 후 답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나는 더욱 어처구니가 없어졌다.
혹시 함정인가? 싶었으나 무기력한 모습을 보니 그런 것 같진 않아 보였다. 꿈의 군주 얘는 대체 뭘 만든 거지? 변수가 있을 것 같다고는 말했지만, 이건 너무 예상외 아니야?
‘아니, 함정일 수도 있지.’
철저히 나를 농락하기 위한 계략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선인지 악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으니, 생각을 해 봤자 거기서 거기일 듯싶어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누구십니까.”
류천화 씨는 이번에는 생각하지도, 주저하지도 않았다. 그 말을 기다리기라도 했는지 그는 곧바로 이마를 가린 머리카락을 넘겨 문양을 드러냈다. 묘하게 빛나는 것 같은 문양에 나는 단번에 눈치 챌 수 있었다.
“문양 본인이신 겁니까.”
이번에도 그는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다.’
유주한 때는 정말 가짜가 몸에 들어가 지배하려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번에는 문양 자체가 인격을 지배한 듯 보였다. 만들어진 가짜가 들어가 문양 행세를 하는 게 아니라.
‘유주한이랑 유아한 씨만 그랬던 건가?’
둘의 힘은 갈라졌으니까.
‘아니면 이번에 완벽하게 만들었다는 게 이런 뜻인 건가?’
없는 정보를 조합해 억지로 결론을 도출하려니 영 뒤죽박죽이어서 오히려 더 꼬여 가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은 함정이냐 아니냐만 구분하자.
“정확히 어떻게 도와주신다는 겁니까. 지금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는 알고 계시는 건가요?”
“내가 꺼내고, 네가 잡고.”
“제가 물은 건 계획이 아니라, 상황을 이해했는지……. 아닙니다. 그러니까 당신에게 몬스터를 꺼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거죠?”
“동족.”
“네, 동족이니까 꺼낼 순 있는데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죽일 수는 없으니 제가 죽이라는 거죠?”
“만들어졌어.”
“네, 제가 죽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거죠?”
아, 그냥 류천화 씨가 얘기해 주면 안 되나. 그 인간은 적어도 설명은 멀쩡하게 하는데.
“류천화 씨는 어떻게 된 겁니까?”
“상황 타개를 위해 재웠어.”
“재워요?”
“쓸모없음.”
“그 상태로 내버려 둬도 괜찮은 겁니까?”
“목표 같음. 욕심 없음.”
“저랑 목표가 같다는 겁니까? 그리고 욕심이 없다는 건… 몸을 차지할 마음이 없다는 걸 뜻하는 거고요?”
그러자 류천화 씨의 몸에 든 것이 고개를 젓고는 고쳐 말했다.
“얘랑.”
“그러니까, 류천화 씨랑 목표가 같으니, 굳이 몸을 차지할 욕심이 없다는 거죠?”
“우리 몸 차지하는 거 아님. 잡아먹는 것.”
“…하나만 더 물을게요.”
내 질문에 순순히 응하는 모습에 나는 조금 생각을 하다 입을 열었다.
“당신 같은 존재들은 문양이 되기 직전, 자발적으로 저희에게 들어온 겁니까? 아니면 강제로 이끌려 들어온 겁니까?”
“자발적.”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공격 의사가 없을 가능성이 크겠네요. 자발적으로 문양이 되기를 택한 거니까.”
“아님.”
“왜 또 아닌데요.”
“다시 살기 위해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어.”
“갑자기 말을 잘하시네.”
“아직 어색해.”
“류천화 씨 몸으로 그러시니까 저도 어색합니다. 아무튼, 다시 살려고 들어간 거라뇨?”
“우리는 죽은 몸. 그리고 너희는 빈 그릇. 기회. 하지만 인격체가 살아 있어서 우리는 그릇 안에 담긴 힘.”
그 말에 이전에 꿈의 군주에게서 들었던 말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분명 문양의 본래 주인이 허락해 줘서 힘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는데. 다시 살 수 있을 줄 알고 들어갔는데 힘만 줘야 되는 꼴이면 보통 힘을 안 주려 하지 않을까?
류천화 씨의 몸 안에 있는 것이,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말했다.
“우리는 너희에게 힘을 주고, 우리는 살아 있음을 느낌.”
“…살아 있음이요?”
“우리는 죽은 존재. 배려일 수도, 자기만족일 수도, 기회를 엿보고 있을 수도.”
“힘을 사용할 경우 저희에게 오는 부작용은 없는 겁니까?”
“모름.”
“그렇군요.”
대화를 하며 뒤늦게 눈치챈 사실이 하나 있는데, 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나와 류천화 씨는 지금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움직이는 류천화 씨를 내가 따라가는 거지만. 너무 자연스레 이동해서 눈치도 못 채고 있었다.
“저희 어디로 가는 겁니까?”
“네 동료한테.”
“제 동료 누구요?”
“가장 어린 애.”
“유주한 씨 말이군요.”
“걔는 나뉘어서 위험해.”
나뉘어져 있다는 건 유아한 씨와 힘을 나눠 받았다는 소리겠지. 그렇다면 저번과 같으려나.
‘저번이랑 같으면 차라리 다행일 것 같은데. 화력만 강하지 공격이 마구잡이라 피하기가 쉬웠으니까.’
다만 대신 나뉘어 있지 않았다면 류천화 씨처럼 말이 통하는 상대였겠지. 유아한 씨와 직접 대화를 나눈 적도 있으니까.
‘…진화했으니까 저번이랑 다르게 강하려나.’
어떻든 간에 혼자였으면 얼렁뚱땅하다가 망했겠지.
나는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내는 류천화 씨를 바라보았다. 머리 위에 화려한 왕관이 생긴 것과는 다르게 무척 얌전한 것이, 말만 잘 통한다면 이 상태로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물론 농담이다.
“그러고 보니, 제가 당신을 뭐 어떻게 부르면 좋을까요? 계속 당신, 그쪽이라고 할 순 없잖아요.”
“…없어.”
“뭐가 없어요. 이름이요?”
내 말에 류천화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드는 의아함에 나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문양 개방 모습 말인데요. 이전의 당신의 모습입니까?”
“비슷해.”
“그럼 당신은 왕이었겠네요. 그러면 아마도 전하라고 불렸을 거고요. 뭐, 저도 전하라 불러 드려야 하나요?”
“…그냥 문양이라고 불러.”
“예, 뭐. 그러죠.”
계속 물어 봤자 답해 줄 의향은 없는 것 같아 질문을 그만두었다.
한참을 걷고 또 걸어, 점차 바뀌는 풍경에 나는 슬슬 마음의 준비를 했다. 촛불이 매달려 있던 평범한 벽이 촛불이 매달려 있는 돌벽이 되고, 먼지가 가득했던 공기는 차갑고 물기가 가득해졌다.
‘이렇게 다 이어져 있는 건가?’
그럼 운 안 좋게 두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는 건데.
뭐든 간에 잘 풀리면 좋겠군. 바깥 상황도 어서 정리를 해야 했다. 지금은 K만 죽은 상태이니까. 사이비 신도들이 아직 바깥에 남아 있을 수 있었다. 뿌리는 한꺼번에 뽑는 게 좋을 터.
‘그럼 먼저 여기서 나가야 해.’
나가려면 다른 사람들을 다 구해야 할 것 같고.
‘갈 길이 머네.’
게다가 데이비드도 있는 것 같았다. 그럼 대체 몇 명을 구해야 해. 시간을 허비하게 하려는 작전인가.
이러저런 잡생각을 하던 중, 타다닥! 뒤에서 들리는 재빠른 발소리에 뒤로 돌자마자 무언가가 돌격해 왔다. 반사적으로 막아 내고 보니, 눈이 저번과 같이 파랗게 변한 유주한이었다.
‘이전과 다를 바 없네.’
그러나 내 생각과 달리 유주한은 내가 막은 것을 확인하자마자 낫을 부여잡고 몸을 낮추어 내 다리를 물었다. 당황할 겨를도 없이 다리를 움직여 내치자, 유주한은 얼마 날아가지 않고 가뿐히 바닥에 착지했다.
나는 내가 공격당하는 와중에도 가만히 있던 문양에게 물었다.
“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까?”
“어.”
“근데 왜 가만히 계셨습니까?”
“나설 필요가 없으니까.”
“그럼 이제 좀 나서 주세요.”
몬스터와 대치 중인 것인지 개와 놀아 주는 상황인 건지 헷갈릴 정도로 태평한 모습에 내가 다 맥이 빠질 것 같았다.
내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문양이 내 옆으로 다가와 발을 슬쩍 들었다가, 쿵! 바닥을 내려침과 동시에 땅이 갈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