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49
49화
“아젤.”
―꺄아!
흡사 요정과 같이 생긴 것이 허공에서 튀어나와 담화 근처를 빙글빙글 돌았다. 애교를 떠는 듯 제게 뺨을 비비적대는 그것을 보며 담화가 말했다.
“내버려 둬서 미안하구나.”
―끼우우!
잠시 애교를 떠는 요정을 달래듯 쓰다듬다가 번뜩. 담화는 시선을 거대한 몬스터에게 고정했다. 몬스터 역시 마찬가지로 붉은 눈을 웃는 듯 휘며 담화를 쳐다보았다.
요정을 쓰다듬던 담화의 손이 멈추더니 이내 퐁! 연기가 생겨남과 동시에 담화가 사라졌다가 거대한 몬스터의 가까이 생겨났다. 그러곤 단숨에 팔을 휘두르자.
촤악! 두꺼운 꽃대에 방망이처럼 피어오른 꽃이 땅에서 솟아나 거대한 팔을 꿰뚫었다 그 순간 띠링, 알림음이 들리며 홀로그램 창이 눈앞에 띄워졌다.
[열쇠가 문을 여는 중] [진행률 1%] [열쇠를 도와 문을 여세요!]담화가 움직이자마자 이게 뜨는 걸 보면 담화가 열쇠인 건 확정이고.
‘그럼 몬스터는 자물쇠 정도인가?’
내가 서서히 움직일 수 있게 된 몸을 일으키기 위해 팔로 몸을 지탱하자, 툭, 누군가가 어깨를 눌러 나를 제자리에 푹 앉혔다. 나는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올려 보았다. 그곳에는 지화연 씨가 서 있었다.
“지화연 씨?”
“왜 굳이 나서려고 해요.”
“네?”
“여기 헌터 많아요. 몸 상태를 회복하는 거에나 집중하세요.”
그 말을 끝으로 지화연 씨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곤 제 팔을 교차해 손톱으로 양팔을 긁어냈다. 피가 사방으로 흩뿌려지며 허공에 떠올랐다.
이내 거대한 몬스터를 향해 붉은 비가 내렸다. 지화연 씨는 그 광경을 잠시 지켜보다가 다시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움직이지 말아요?”
생긋 웃는 모습이 어딘가 살기가 가득해 나는 그대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잠시 앉아 있자 나와 같은 소리를 들은 박우윤과 윤시아가 슬쩍 다가왔다.
“좋았어요!”
“네?”
“아까 싸웠던 거!”
“아아.”
“맞아요. 멋졌어요…….”
그건 고맙지만 실제로는 방심해서 찔렸는데.
“그나저나 꽤 지체되네요.”
박우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아까부터 옆에 있던 창을 바라봤다.
[진행률 34%]헌터들이 많이 합류했음에도 거대한 몬스터는 거대한 만큼 기대치를 하는지 쉽게 목숨을 내놓지는 않았다. 하긴 거대하긴 엄청 거대한데 속도는 S급 헌터보다 더 빠르니.
그래도 진행률은 멈추는 일 없이 잘 올라갔다.
[진행률 41%]‘…근데 왜 이렇게…….’
쉽게 진행되는 것 같지?
겨우 담화 한 명이 합세했다고 이렇게 일이 쉽게 풀리는 게, 어딘가 어색했다. 몬스터는 여태껏 단숨에 다른 사람들을 찢어 놓았으면서 그깟 열쇠 하나 데리고 왔다고 너무 쉽게 당하고 있었다. 헌터들의 평균 등급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었지만, 문제는 저 몬스터도 보통의 몬스터는 아니라는 거였다.
말 그대로, 저것은 탑주의 본모습이니까. 적어도 내가 그간 봤던 탑주의 성격상, 이렇게 쉽게 죽임을 당해 줄 리가 없었다. 저것이 환상이라도 절대.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나는 다시 진행률을 바라봤다.
[진행률 98%]“…….”
역시 너무 긴장한 탓인가 싶던 그 순간, 막 진행률이 99%가 된 순간이었다.
지직, 에러가 난 듯 창이 갈라지다가 이내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곧장 몬스터를 바라보자.
쿵! 몬스터가 단숨에 헌터들을 밀어냈다. 형과 지화연 씨 역시 예외 없이 밀려 나갔다. 나는 시선을 옮겨 창을 바라보았다.
[진행률 0%]“…….”
숫자가 0이 됨과 동시에 창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검은 구멍으로 거대한 손이 들어갔다. 그리고 이번에는 다리로 보이는 것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주위는 신예로 가득했다. 거대한 두 발이 땅에 닿았다. 그러곤 지직거리며 모습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점차 사라지는 모습 아래, 또 다른 인영이 흐릿하게 보였다.
밀려 나간 헌터 몇몇은 의식을 잃었고, 몇몇은 다시 일어나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현 상황을 지켜보았다.
검은 형태가 완전히 사라지고, 바람이 살랑 불었다. 검은 몬스터가 사라진 가운데 또 다른 무언가가 정체를 드러냈다.
“…허.”
우리와 같은 사람의 형태였지만, 그것은 절대 사람이 아니었다. 유리로 된 마네킹의 모습에, 내부에 가득한 기계 장치와 전선. 뇌가 있어야 할 부분에서는 붉은 눈알이 달그락거렸고, 입은 어린아이가 립스틱으로 장난친 듯, 찢어진 것처럼 그려져 있었다.
달그락. 눈알이 돌아갔다. 그리고 눈알이 향한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쓰러진 담화가 시야에 들어왔다.
쾅! 몬스터가 담화가 있는 자리를 매섭게 공격해 오기 전, 나는 재빠르게 움직여 담화를 들고 옆으로 이동했다. 삐걱거리는 몸에 순간 균형을 잃고 무너질 뻔했지만 손으로 바닥을 짚어 만회했다.
‘열쇠가 쓰러졌는데 별 창이 뜨지 않는 걸 보면 공격은 통하는 것일 터.’
다만 속도가 빨랐다. 눈알이 움직이자마자 몸을 움직여서 겨우 낚아챘지, 만약 0.5초라도 늦었다면 클리어는 실패였을 터.
텅! 곧장 헌터들이 뒤에서 몬스터를 공격했다. 그러나 몬스터는 한쪽 팔로 공격을 막아 내더니 가뿐하게 공격을 튕겨 냈다. 그러곤 덜컹거리며 고개를 다시 내 쪽으로 향했다. 정확히는 내가 안고 있는 담화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나는 곧장 손에 마석들을 잔뜩 꺼내 부서뜨렸다. 정신력으로 어떻게든 기력을 만회할 수 있었지만, 혹시 모르니까.
주변 헌터들 역시 내가 안고 있는 게 열쇠라는 걸 눈치챘는지 내 앞에 서서 방어하였다.
“좀 일어나 봐요!”
추욱 처진 담화를 흔들어 보기도, 소리를 쳐 보기도 했지만 담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일단 앞에서 매섭게 치고 들어오려는 몬스터를 피해 멀찍이 이동하던 와중.
―끼우우…….
“…넌…….”
―끼우! 꺄우! 끼우!
정령 같은 생명체가 작은 양팔을 이리저리 흔들며 무어라 설명하는 듯 보였으나.
“미안. 뭔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꺄우우…….
결계 밖으로 나가는 게 안전하겠지만, 만약 나갔다가 저걸 공격할 수도, 방어할 수도 없게 된다면 낭패였다. 쉽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쩌지.’
영 일어나지 않는 걸 보면 담화가 무언가 환각에 걸린 것 같기도 했다. 아니면 몸이 허약하거나. 그도 그럴 게 쓰러졌던 헌터들은 줄줄이 일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진행률을 보자, 헌터들의 공격이 무색하게도 1도 오르지 않았다.
‘진짜 밸런스 개나 줬네.’
그렇게 계속 따라오는 몬스터를 피해 도망치던 와중.
“한지언 헌터!”
윤시아가 이쪽으로 오라는 듯 손을 흔들었다. 목적지 없이 무작정 달리던 중이었기에 나는 우선 믿고 그쪽으로 향했다.
“으악! 한지언 헌터, 뒤에!”
그 순간 몬스터가 내 뒤를 바짝 쫓아왔다. 윤시아와 박우윤이 곧장 달려와 몬스터를 향해 공격을 날리려던 차.
“으앗!”
박우윤이 넘어졌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팔을 내밀어 붙잡아 주려 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박우윤 헌터!”
꾸드득.
몬스터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온몸이 조각조각 났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이게 뭔…….”
“으아아악!”
박우윤이 펄쩍 날뛰며 뒤로 물러났다. 조각난 유리 몸체에 당황하기도 잠시.
“…뭐가 어떻게 된 것이냐.”
“아.”
내 품에 있던 담화가 일어났다. 몬스터가 조각났을 때 일어난 걸 보면, 역시나 담화가 무언갈 한 모양이었다.
담화를 내려놓고 몬스터가 죽었나 의심하려던 찰나.
덜컥, 덜거덕. 턱.
조각난 몬스터의 몸이 제자리를 찾아가며 기괴하게 일어났다.
“본모습을 드러냈구나.”
담화가 내 앞에 서서 나를 뒤로 물러나게 했다. 그러곤 작게 중얼거렸다.
“…도망가라.”
“예?”
“지금의 나는 저걸 이기지 못한다. 아니, 힘을 채우고 와도 저것을 이기지 못한다. 상대가 안 돼.”
“…만약 힘이 있고, 그 힘이 강해진다면요?”
“글쎄. 그럴 린 없다만, 승산은 있겠지.”
나는 곧장 고개를 돌렸다. 그러곤 소리쳤다.
“형! 그 팔찌 줘!”
형이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짓다, 이내 곧장 팔찌를 꺼내 내게 던졌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몬스터가 팔찌를 낚아채려 했으나 지화연 씨나 다른 헌터들의 공격으로 팔찌는 무사히 내 품에 안착했다.
“이거 껴요.”
“무슨……. 알았다.”
은색의 뱅글 팔찌를 담화의 손목에 끼우고, 나는 담화의 손 위로 마석들을 줄줄이 꺼냈다. 끽해야 C급이나 E급이지만.
“으그러뜨려요.”
내 말에 담화가 마석을 으그러뜨렸다. 그러자 우리 세상 사람들과는 달리, 모든 에너지가 담화의 몸으로 흡수됐다.
“이건……. 그렇구나. 고맙다.”
“혹시 부족하시면―”
“아니, 충분해.”
“더 드릴 수 있―”
시야가 핑글 돌았다. 흐트러진 시야를 집중해 되돌리자, 이번엔 몸이 말을 안 들었다.
담화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쉬고 있어라.”
몸이 무너져 내려 손이 땅에 닿자 소복한 풀과 꽃들이 부드럽게 만져졌다.
‘…이건…….’
담화를 중심으로 이 구역 전체가 푸릇하게 변해 가고 있었다.
담화가 천천히 몬스터를 향해 걸어갔다. 그러다 옆에 생겨난 긴 검을 잡아 꺼내며 몬스터를 향해 겨누었다.
“이곳은 나의 영역이니.”
푸른 장미로 꾸며진 검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 모두가 자리에 푹 주저앉았다. 아마 담화가 우리의 기력을 뽑아 가는 듯했다.
그러나 기력을 뽑아 가는 대상이 우리뿐만은 아니었다. 심상치 않은 기색에 몬스터가 주춤 뒤로 물러났다. 담화는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며 말을 이었다.
“너는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다.”
담화는 검을 본인의 앞으로 가져와 전투 전 자세를 취했다.
“모든 것은 나의 왕국, 나의 세상, 그리고.”
담화는 약간 머뭇거리는 듯싶다가 이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청록색 머리가 바람에 흩날렸다.
“나를 위하여.”
쾅! 순식간에 검이 몬스터를 향했다. 그 힘이 어찌나 강했는지, 주변 꽃들이 찢어져 나갈 정도였다. 몬스터도 밀리지 않으려 공격을 가했지만, 모든 헌터의 기력과 증폭 아이템을 사용한 담화는 틈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수차례 공격이 왔다 갔다 하니 몬스터에게 틈이 생겨났다. 턱. 어느 헌터가 몬스터의 발을 붙잡았다. 당황한 몬스터가 아래에 있던 헌터의 머리를 짓눌러 터뜨렸다. 그러나 그랬으면 안 됐다.
서걱― 순식간에 휘둘러진 담화의 검에, 몬스터는 결국 머리가 동강 나며 패했다.
“…….”
통. 통. 머리가 나뒹굴었다. 알림음이 요동치며 창이 알록달록하게 변했다.
[진행률 100%] [문이 열렸습니다!] [1시간 이내로 들어가지 않으면 탈락 처리 됩니다!] [☆00:59:59★]몸이 축 처질 뻔한 걸 가누고 담화를 향해 가려던 찰나, 담화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곤 세상 후련한 듯한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고마워.”
봄바람이 흩날리듯, 담화가 푸른 잎과 함께 흩어졌다.
‘…끝났으니까 당연한 거겠지만.’
담화가 사라진 자리에는 형의 팔찌만이 뒹굴고 있었다. 변색하지 않은 걸로 보아 담화를 생명체로 인식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형에게 다가가 팔찌를 건넸다.
“…몸은 괜찮아?”
“형이랑 피차일반인데, 뭐.”
익숙한 사람들이 우리 쪽으로 모여들었다. 모여든 사람들을 보며 지화연 씨가 입을 열었다.
“지금 자리에 안 계신 분 누구누구인가요?”
“아, 저, 임하늘 헌터 찾고 오겠습니다.”
“혹시 시간이 바뀔지도 모르는데 사람을 찾으러 가는 건 너무 도박수예요.”
“아니, 그게 아니라, 아마 요 근처에 있을 거예요. 여기까진 같이 왔으니까요.”
“아. 그럼 다녀오세요.”
나는 사라진 결계를 뒤로하고 주변을 살펴봤다. 그러나 임하늘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 있는 거지. 아니, 애초에, 왜 없었던 거지?
“…….”
주변 건물은 모두 무너져 내린 상태. 만약 서 있다면 못 찾았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30분 정도 돌아봤을 때쯤.
“…혈흔?”
바닥에 피가 튀긴 자국이 가득했다. 최근에 무너진 듯한 잔해들도 보였다.
나는 근처를 수색했다. 핏자국은 널리 분포되어 있었다. 아마 큰 전투가 치러진 듯했다.
임하늘은 아직 쓸모가 많았던지라 아니길 바랐다. 그러나 피가 잔뜩 고인 듯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지붕이 다 날아간 집 안에서 나는 냄새였다. 문은 이미 열려 있었다.
나는 천천히 집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신발 밑창에 피가 진득거렸다. 바닥을 내려다봤다가 서서히 고개를 들자 새어 들어오는 빛에 먼지가 떠다니는 게 어렴풋이 보였다. 그리고.
“…이런.”
허공을 응시하는 피투성이의 임하늘이, 벽에 기대어 늘어져 있었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