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221)
제221화
221화. 제3의 세력(7)
성국에서 파견된 아이들.
일명 빅토리아파의 기분은 굉장히 좋지 않았다.
카론의 수업이 수준급이었던 탓도 있지만…….
“악마와도 같은 놈을 비호할 뿐 아니라 여신님을 모시는 우리와 대적하다니…….”
“아직도 저런 불경한 자들이 있었단 말입니까?”
“부학생회장만 아니었다면 본때를 보여줬을 텐데요.”
“여신님의 가르침에 따라 몰상식한 저들에게 몰매를 선사해 줍시다!”
분노가 이성을 집어삼키는 건 순식간의 일이었다.
그들이 적당한 몽둥이를 찾아 헤매던 때.
촤라락-!
빅토리아가 부채를 펼쳐 들었다.
“다들 침착하세요. 전초전부터 감정을 낭비하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니까요.”
“성국의 위대함을 알리기 위해 학생회장의 자리에 올라야 하지 않습니까. 이 기회에 힘을 보여주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건 나중에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진정한 목표는 학생회장의 자리가 아니에요.”
“……예?”
앤우드 아카데미의 학생회장 자리를 차지하는 것.
대주교가 직접 교지까지 내리며 지시한 사항이다.
그런데 그들의 리더인 빅토리아가 대주교의 지시를 부정하다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고개를 갸웃거릴 때였다.
“우매한 자들에게 여신님의 가르침을 설파하는 것. 그게 우리들이 이곳으로 온 진정한 목적이에요. 대주교의 지시는 그 뒤입니다.”
“……!”
아이들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렇다. 높은 신분이긴 하지만, 대주교 또한 신을 모시는 사람 중 하나일 뿐.
그의 지시 백 개보다 여신님의 가르침 하나가 더 중요하다.
지금 빅토리아는 그 말을 하고 있었다.
“이런 순간에도 우매한 자들까지 생각하시다니!”
“역시 빅토리아 님…….”
“음음, 하마터면 빅토리아 님의 큰 그림을 망칠 뻔했군.”
“가르침을 설파하다 보면 학생회장 자리는 알아서 뒤따라오겠지. 아무렴 그렇고말고.”
아이들이 하나둘 손에서 몽둥이를 내려놓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도니스는 기가 찰 뿐이었다.
‘입학 첫날부터 사고가 터질 뻔했군.’
성국에 머무는 동안, 훈련을 하는 틈틈이 신학을 공부한 아도니스다.
신학을 배우면서 느낀 건 가이아 여신이 은근히(?) 폭력적인 면모를 보이는 신이라는 거였다.
지나가던 악마 군단장에게 스터너를 갈겨 쓰러트린 뒤, 툼스톤으로 땅에 꽂은 후 다시 제 갈 길을 떠났다는 건 가이아 여신의 유명한 신화 중 하나.
그래서인지 성국의 신도들은 다소 폭력적인 면모를 보일 때가 많았다.
방금도 빅토리아가 나서지 않았다면 건물 한두 개쯤은 전소시킨 뒤에야 이 분노가 가라앉았을 것이다.
농담이 아니다. 성국에서도 이런 일을 몇 번 겪었던 아도니스다.
그래서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조금 전 저 아이들의 행동은 ‘진심’이었다는 걸.
‘어쩌면…… 제국에 터무니없는 폭탄을 들여온 걸지도 모르겠군.’
그런 아도니스의 곁에 빅토리아가 다가왔다. 그녀가 부채로 입을 가린 채 속삭였다.
“걱정 마셔요. 제국에 해가 되는 일은 벌이지 않을 테니까요.”
부채 위로 눈동자만 내어놓은 빅토리아.
그녀와 시선을 마주한 아도니스가 생각에 잠겼다.
‘……재주가 있긴 하단 말이지.’
인망이 있기도 하지만, 처세술과 통솔에 능한 아이였다.
특히, 사람들을 통솔할 때는 다른 사람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황제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황제의 자리는 ‘재능’ 하나만으로 오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혈연, 인맥, 실력, 통솔력, 지혜 등.
수십, 수백 개의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중 제일 중요한 건 다름 아닌 ‘운’이다.
첫째나 둘째로 태어나는 ‘운’.
많이 쳐줘도 셋째. 그 이하는 황제가 될 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자신이 성인이 채 되기도 전에 황제의 요건을 충족시킨 형제자매들이 존재할 테니까.
이런 사실을 모르고 황제의 자리를 꿈꾸는 빅토리아가 안쓰러울 뿐이었다.
“그래서, 눈에 띄는 사람은 있던가요?”
“……몇 명 있더구나.”
“역시 아도니스 님이네요. 집어 보셔요.”
빅토리아가 출석부를 내밀었다.
제국의 사람 중 70% 이상이 가이아 여신을 믿고 따른다.
아카데미 내에 신도들이 있는 건 당연한 일.
덕분에 출석부를 확보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도니스의 손가락이 천천히 움직였다.
테르온, 다이크, 유리디아, 레이몬, 루나, 그리고…….
“알렉스. 신비한 힘을 품고 있는 아이다. 잘 지켜보도록 해라.”
“테르온, 다이크, 유리디아는 포섭하기 어려울 테니 접근할 수 있는 건 셋뿐이네요. 너무 적어요. 기준을 좀 낮춰보셔요.”
아도니스가 열 명 정도를 더 집었다.
거침없이 움직이던 아도니스의 손이 잠시 멈췄다.
“……존재감이 희미한 아이가 하나 있긴 했는데 그게 실력인지, 태생 탓인지 잘 모르겠구나.”
“실력일 리가 없죠. 아도니스 님을 속일 정도의 실력자가 학생일 리는 없을 테니까요. 그래도 얼굴은 기억해 놓는 게 좋겠네요. 집어주세요.”
하지만 아도니스의 손가락은 허공을 맴돌 수밖에 없었다.
“설마…… 기억하지 못하시는 건가요?”
“……그런 모양이구나.”
빅토리아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도니스의 본질이 나이 지긋한 노인이긴 하지만, 기억력이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젊은 사람보다 훨씬 기억력이 좋았다.
‘그런 아도니스 님이 얼굴을 기억 못 하신다고? 그럼 실력일 가능성이 크다는 건데…….’
9성의 최정점인 아도니스조차 감지하지 못하는 학생이 있다?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놀란 건 아도니스도 마찬가지였다.
‘카론의 존재감도 느끼는 나다. 그런데 그보다 더 뛰어난 은신 실력을 갖춘 아이가 있다고?’
아도니스의 등줄기에 한 줄기 땀이 흘러내렸다.
은신은 암살 쪽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자신조차 감지하지 못하는 학생이 그쪽으로 두각을 드러낸다면?
제국의 모든 곳이 위험지대였다. 황궁에 있는 황제조차도 말이다.
식은땀을 흘리던 아도니스가 필사적으로 그 이유를 찾아 나섰다.
“옆에…… 옆에 워낙 존재감이 강한 아이가 있던 탓일 거다.”
“아…… 오늘 문제를 일으킨 그 실눈의 아이군요. 이름이 제로라고 했던가요? 뭐, 강렬한 인상이긴 했죠.”
온몸으로 불길함을 뿜어내는 실눈을 한 남자아이.
접근은커녕 말도 섞기 싫었다.
하지만 우수반 아이들은 그를 감쌌다. 아니, 대적했다.
소중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싸움을 감수할 정도로.
“그래도 인망은 있는 것 같던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무시해라.”
“흐응~.”
“빅토리아, 난 분명 무시하라고 말했다. 내 경고를 어겼을 때마다 어떤 일이 터졌는지는 네가 더 잘 알고 있겠지.”
아도니스의 진중한 눈빛.
그걸 본 빅토리아가 시선을 돌렸다.
아도니스의 경고를 무시했다가 터진 사건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물론, 그때마다 뒤처리를 하는 건 아도니스의 몫이었다.
“알겠어요. 걱정 마시라고요. 어찌 됐든 황제의 자리가 한 걸음 가까워졌네요. 오~ 호호호~! 케헥!”
쿨럭쿨럭!
빅토리아가 피를 토해냈다.
흥분하면 피를 토하는 지병이 도진 거다.
그런 빅토리아에게 아도니스가 손수건을 건넸다.
‘후…… 이게 올바른 선택이겠지?’
아도니스가 빅토리아의 인재 뽑기에 협력하는 이유.
빅토리아가 황위에 오르도록 협력하는 게 아니었다.
자기 대신 이 말괄량이를 보호해 줄 사람을 찾는 중이었지.
‘제국으로 돌아온 이상, 빅토리아가 큰 위험에 빠질 일은 없다.’
그 사실을 잘 아는 황제도 곧 자신을 불러들일 거다.
다른 임무로 투입되거나 좀 더 제대로 된 후학을 양성하기 위한 곳으로 보내질 터.
‘카론을 통해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지만, 빠르면 중간고사 이후…… 느리면 1학년을 마친 이후가 되겠지.’
즉, 아도니스가 빅토리아의 곁을 떠나는 건 기정사실.
자신을 대신해 빅토리아를 보호해 줄 아이를 찾는 중이었다.
말괄량이 빅토리아가 어디 가서 얻어터지지 않도록 말이다.
‘빅토리아에게 현실도 알려줄 거다.’
넌 후계자가 아닌, 열세 번째 딸일 뿐이라고.
현재 대륙에서 가장 큰 힘을 자랑하는 제국이지만, 여아(女兒)의 취급은 다른 나라와 다르지 않다.
‘정략결혼의 희생양으로 쓰일 확률이 높은 운명이지.’
그게 열세 번째 황녀라면 더더욱.
“…….”
사실 미리 말했어야 하는 사실이었다.
지금까지 말하지 않은 건, 스스로 깨달을 거라 생각한 탓도 있었지만…….
‘꿈을 꺾는 일이 될 테니까.’
10년 동안 조국은 물론, 부모의 품을 떠나 있던 아이다.
자신을 고아라고, 할 수 있는 거라곤 여신을 위해 봉사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 아이.
그런 빅토리아가 좋은 황제가 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으로 품기 시작한 꿈.
아도니스에게는 그걸 물거품으로 만들 용기가 없었다.
‘그래도…… 그때가 온다면 어쩔 수 없겠지.’
만약 자신이 떠나기 전에도 스스로 현실을 깨닫지 못한다면.
결국 자신이 물거품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빅토리아가 처음으로 품었던 원대한 꿈을 말이다.
“쿨럭…… 그 외에는요? 좀 더 기준을 낮춰보시면 어때요?”
“직접 생각하거라.”
“스승님이 알려주시면 시간도 아끼고 좋잖아요.”
“하아…… 하여튼 너는 말이다. 내가 언제까지 네 곁에 있을 거라고…….”
“네~ 네. 알겠어요. 하루에도 수백 번 듣는 얘기라고요.”
그렇게 말한 빅토리아가 사탕을 하나 건넸다.
입맛이 어려진 아도니스가 제일 좋아하는 사탕이었다.
“쯧, 쓸데없이 처세술만 늘어서는…….”
꿍얼꿍얼.
입에 사탕을 넣은 아도니스가 불만을 중얼거렸다.
빅토리아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 * *
그날 저녁, 기숙사.
찌리릿-.
[초감각]이 발동하며 누군가의 침입을 알렸다.누군지는 안 봐도 뻔했다.
제국의 시궁쥐, 카론이었다.
“후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건방진 놈. 그럼 차라도 준비해 놓았어야 할 것 아니냐?”
“……?”
어째 뻔뻔함이 는 것 같은데. 내 착각이겠지?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에도 내 몸은 정직하게 움직였다.
마도 포트를 이용해 물을 끓이고 컵에 찻잎을 넣었다.
내건 여덟 장, 카론은 두 장.
후후, 맹물이나 다름없는 맛이 날 거다.
“드시죠.”
“다음부터는 미리미리 준비해 놓도록.”
카론이 가져간 건 내 앞에 있는 찻잔이었다.
이런 쓰레기 놈 같으니. 맹물 맛 차를 나에게 줘?
물론, 그걸 말로 표현할 수는 없었다.
웃으며 카론의 앞에 있던 찻잔을 들어 올렸다.
음, 찻잎의 끝부분을 담갔다 뺀 맛이 난다.
“루나 양은 제 밑에서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귀여운 협박이로구나. 이번에 새로 만든 고문실이 있는데 네놈이라면 특별히 체험도 시켜줄 수 있을 것 같군.”
스치기만 해도 서로에게 치명타!
정겨운 인사를 나누며 찻잔을 홀짝거렸다.
탁-.
“자아…… 그럼 이제 보고를 들어볼까요?”
손바닥을 살살 비볐다.
카론이 무사히 귀환했다는 걸 확인한 순간부터, ‘기대감’이 몽글몽글 솟아올랐기 때문이다.
시스템 창을 통해 볼칸을 죽이는 데 실패했다는 건 알고 있는 나다.
하지만.
‘카론이니 적어도 반병신은 만들어놨겠지? 아니면 마나를 못 쓰는 몸으로 만들어놨다던가?’
그도 아니면 납치 후 감금.
제국을 위한 언데드를 만들게 하는 언데드 플레이(?)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변태 같은 플레이지만, 내 눈앞의 찻잔을 가져가는 극악무도한 카론이라면 충분히 하고도 남을 일.
‘어서 말해! 볼칸을 개처럼 부리고 있다고!’
“후후후…….”
“…….”
“후후후후후!”
“…….”
볼칸을 사로잡았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일까.
나도 모르게 얼굴을 들이밀었을 때였다.
따악!
카론이 내 머리를 쥐어박았다.
“알겠으니 그 얼굴부터 치워라. 심장마비가 걸릴 것 같으니.”
“후후, 제가 잘생기긴 했죠. 심장마비에 걸릴 정도로.”
“…….”
잠시 후, 카론의 보고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내 머리에는 두 개의 혹이 자라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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