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222)
제222화
222화. 제3의 세력(8)
카론의 정갈하면서도 정연한 보고가 시작됐다.
사천왕 볼칸의 등장.
언데드의 출현과 전투의 시작.
아군도 언데드로 만드는 볼칸의 힘.
5군단장 크롤리의 언데드화 실패.
본 드래곤의 등장과 루시아의 활약까지.
카론의 말을 귀담아들었다.
18년의 게임 경력 중, 처음 발동한 히든 피스이다 보니 하나하나가 새롭고.
‘재밌어!’
나는 제로라는 사람이 되기 이전에, 이 게임을 사랑하는 고인물이었던 존재.
카론의 보고를 재밌게 들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루시아가 본 드래곤을 처치했다는 부분에서는 감탄을 터뜨렸다.
‘신성력 포션 없이는 본 드래곤을 쓰러트릴 수 없다. 그렇다면 설마…… 루시아가 성검을 쥔 건가?’
카론은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공개했지만, 내게 숨긴 정보도 제법 있었다.
대표적으로 숨긴 게 아도니스의 활약과 성검의 존재다.
카론은 처음부터 아도니스가 아닌, 더글라스가 합류했다고 말했다.
모종의 이유로 ‘죽은 척’을 하며 은신 중인 그가 잠시 도움을 줬다면서 말이다.
물론, 더글라스와 아도니스가 동일 인물이라는 걸 알고 있는 나에게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된 거다.”
카론이 보고의 끝을 알렸다.
나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결국 볼칸을 잡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시스템 창을 보고 한 추론에 불과하다 보니 일말의 기대를 했었지만…….’
최종적으로 볼칸을 놓쳤고, 앞으로 한 번뿐인 기회에 모든 걸 걸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사전에 볼칸에 대한 정보를 조금 더 알려줬어야 했나?’라는 마음이 잠깐 생겨났지만.
이내 그 마음이 쑥 들어갔다.
‘볼칸의 권능과 힘, 숨기고 있는 신비를 내가 어떻게 알고 있는가. 그걸 설명할 길이 없다.’
고작 열다섯에 불과한 내가 볼칸의 힘과 능력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
그것만큼 말이 안 되는 일도 없을 거다.
아마도 볼칸을 처리하자마자 나를 구금.
사실 사천왕과 친한 게 아니냐며 고문을 시작할 것이고.
카론의 정성스러운 보살핌(?)으로 대륙이 멸망하기 전까지 고문을 당할지도 모른다.
당장 눈앞의 이득을 취하고자 미래를 포기한다?
고인물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다.
‘무엇보다 내가 아는 볼칸은 미래의 볼칸이야.’
지금 그가 갖고 있는 스킬과 등급이 어떻게 되는지, 미래에 그가 갖고 있는 여섯 개의 신비 중 몇 가지를 확보했는지.
아는 게 없었다.
‘일단 반응부터 해줘야겠군.’
카론이 나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고작 15초 정도 생각에 잠겨 있었을 뿐이지만, 눈앞의 상대는 카론.
조심, 또 조심해야 했다.
“언데드라…… 골치 아픈 놈들이 등장했군요.”
“너 같은 놈은 보면 놀라 자빠질 거다.”
침착한 게 마음에 안 들었던 걸까. 카론이 툴툴거렸다.
하지만 불만이 있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그러고 보니 두 번째군요.”
“뭐가 말이냐?”
“광기의 창조주. 그때도 놓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번에도 또 놓치다니. 너무 무능하신 거 아닙니까?”
푸욱!
카론이 비틀거렸다. 화살에 관통이라도 당한 것처럼.
“그, 그러고 보니 내가 그때 상황을 정확히 설명 안 해줬구나. 좀 더 들어보거라.”
카론이 당시의 상황을 중얼중얼 설명하기 시작했다.
뭐, 내 알 바는 아니었다.
지금은 새로운 변수를 계산하는 게 더 중요했다.
‘볼칸의 왼팔을 자르는 데 성공했다라…….’
나쁘지 않은 수확이긴 했다.
이 게임은 신체 한군데가 없을 경우, 스탯이 확 떨어지는 구조를 갖췄다.
팔 한쪽이라면 전체 스탯의 10~15% 정도 손실이 날 터.
굉장히 높은 수치다.
일반적인 캐릭터에게도 큰 손실이지만, 볼칸에게는 그 의미가 남달랐다. 왜냐하면…….
‘볼칸은 매일 마나의 총량이 증가하는 특성을 갖고 있으니까.’
혼자서도 수만의 언데드를 다룰 수 있는, 말 그대로 일인 군단의 위용을 뽐내는 볼칸.
계속해서 일어나는 언데드를 때려 부수고, 볼칸의 마력을 반절 이하로 낮추는 게 공략의 핵심이자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전제조건이다.
‘그게 쉽지 않다는 게 문제지만.’
엄청난 특성도 모자라 각종 아티팩트와 신비로 무장하는 게 미래의 볼칸이다.
언데드를 부숴도 부숴도 마력이 깎이질 않았다.
공격이 늦춰진다면 오히려 회복할 때가 있을 정도였다.
마치 바다를 삽으로 푸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데 그 바다의 크기가 10~15% 줄어들었다? 엄청난 수확이지.’
볼칸을 죽이지 못한 건 아쉽지만, 카론도 나름 노력했을 것이다.
어쩌겠는가. 못난 놈을 품어주는 것 또한 참된 고인물로서의 도리.
아직도 중얼거리고 있는 카론을 향해 말했다.
“후후, 그렇군요. 아주 잘 들었습니다. 아주 유능하시군요. 역시 카론 선생님이십니다.”
“…….”
따악!
돌아온 건 카론의 매서운 꿀밤이었다.
칭찬을 해줘도 때리다니. 진짜 이상한 사람이다.
아니, 어쩌면 아동을 때리면서 희열을 느끼는 변태가 아닐까?
그것도 귀여운 아이는 일단 때리고 보는 아주 질이 나쁜 변태일지도!
루나는 안 때리지 않냐고? 그야 당연하지. 루나보다는…….
‘내가 더 귀여우니까.’
따악!
순간, 카론의 주먹이 또 내 머리를 치고 지나갔다.
“후후, 왜 또 때리십니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요.”
“……주먹이 멋대로 움직였을 뿐이다. 네놈이 한 짓이냐?”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누가 봐도 카론 선생님의 의지로 한 일 같은데 말이죠.”
“그럼 그렇다고 치면 되겠군.”
“……?”
사과는 할 생각도 없다는 건가?
아동 폭행범이라 그런가. 생각도 남다르다.
아무튼, 장난은 여기까지다.
차분히 정리에 들어갔다.
볼칸의 스탯이 큰 폭으로 떨어졌고, 대륙에 사천왕의 존재를 알린 건 큰 성과다.
그리고 손실은.
“죽은 사람은 몇 명입니까?”
“……다섯이다.”
카론이 한 명 한 명 그 이름을 말해주었다.
비밀이랄 것도 없었다. 곧 그들의 죽음을 제국이 공표할 테니까 말이다.
‘에드윈이 토벌대에 포함되어 있었구나. 동부의 신비는 포기해야겠어.’
머릿속에서 그와 관련된 히든 피스를 지웠다.
애초부터 시작이 에드윈의 넓은 인맥으로 시작되는 퀘스트이기도 하지만, 그가 직접 길을 안내해 줘야 하는 퀘스트다.
에드윈이 죽은 이상 불가능한 일.
머릿속에서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들도 정리했다.
다른 네 명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에드윈을 뺀 나머지는 출현 비중이 작다는 것.’
스토리에 유의미한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 외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정보를 정리했다.
그 결과, 지금 가장 먼저 알아내야 할 것은…….
“사천왕이 존재한다는 건 확정이다.”
“후후, 동의합니다.”
광기의 창조주 루시우스 블랙.
??? 리즈벨트.
전장의 마에스트로 볼칸.
세 명의 존재가 확인된 이상, 다른 한 명이 존재하는 건 기정사실이었다.
애초에 흑마법사들 사이에서 사천왕이라 불리는 존재들이기도 했고 말이다.
“리즈벨트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도 문제지만, 사천왕 중 남은 한 명…… 그놈의 정체를 알아내는 게 급선무다.”
카론이 고심에 빠졌다. 그에 대한 정보를 하나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일 거다.
물론, 나는 그의 정체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지만.
‘레트 킹, 브로켄.’
최강의 사천왕이자, 나조차도 마주치고 싶지 않은 존재다.
엘레스터, 카론, 루시아, 아도니스, 그 이외의 누구도.
‘절대 그놈을 이기지는 못하니까.’
1:1로는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존재. 그게 바로 브로켄이라는 남자이자, ‘레트 킹’이라 불리는 마지막 사천왕이다.
‘그러고 보니…….’
인상을 살짝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스토리가 달라졌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볼칸의 한쪽 팔을 잘라낸 것도 그렇지만, 사천왕의 존재가 너무 빨리 공개되어 버렸다.
‘브로켄은 실력자들을 한 명씩, 차례차례 암살하며 돌아다니는 캐릭터다.’
아도니스도 그에게 살해당하는 캐릭터 중 하나다.
브로켄이 아도니스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아도니스가 죽음을 맞이하는 건 4장 이후.
‘그런데 2장 초반부인 지금, 아도니스는 볼칸과의 싸움에서 실력을 선보였다.’
볼칸은 당연히 브로켄을 찾아가 일러바쳤을 거고.
브로켄은 아도니스라는 이름을 살해 명부에 올리는 건 물론, 앞으로 더 왕성하게 활동할 가능성이 크다.
꼭꼭 숨겨온 사천왕이 존재한다는 정보가 세상에 풀어 헤쳐졌으니까.
‘만약…… 아도니스가 4장 전에 죽는 불상사가 일어난다면?’
그것만큼 큰일도 없다.
지금 당장 대책을 세워야 했다.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마법. 그것도 강력한 살상 능력을 갖춘 존재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유는?”
“다른 사천왕이 갖춘 권능과 차별을 두어야 하기 때문이죠.”
군단장이 흑마법사들에게 내리는 권능.
그게 모두 똑같을 리는 없다. 악마라는 족속은 ‘재미’를 추구하는 놈들이니까.
획일화된 힘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확실하진 않지만 루시우스 블랙은 악마 연구와 강인한 육체. 그것과 관련된 권능일 가능성이 큽니다.”
“……나도 동의하는 바다. 악마는 신체에 접합한다고 감당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니까. 강력한 신체를 가지고 있겠지.”
“리즈벨트는 악마의 사육이나 현혹, 계약과 관련된 능력일 가능성이 60% 정도.”
“비네스를 말하는 거군. 확실히, 인간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는 악마는 흔치 않지. ‘어머니’라는 표현도 그렇고.”
“볼칸은 뼈와 관련된 권능, 그리고 영혼을 다룰 수 있는 권능일 것이고요.”
“그렇지. 그렇다면 현재까지 밝혀진 흑마법사의 힘 중 남은 건…….”
저주, 소환, 구속, 현혹 등.
“그중에서도 살상 능력이 높은 마법계. 그런 힘을 가진 존재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 거로구나.”
“정확합니다.”
“하지만 그 외의 힘일 수도 있다. 볼칸이 가진 권능은 지금껏 보지 못했던 종류였으니까.”
“또 모르죠. 저 모든 걸 다룰 수 있는, 말 그대로 ‘흑마법의 정수’인 존재일지도.”
카론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의 입이 다시 열린 건 1분쯤 지났을 때였다.
“논리적인 추론은 아니구나.”
“후후, 맞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할 필요는 있죠. 나름의 증거도 있습니다.”
“증거가 있다고?”
“최근 다른 왕국에서 실력자들이 돌연사한 사건이 있지 않았습니까?”
카론이 눈을 빛냈다.
솔직히 이건 카론과 시궁쥐들의 정보 수집 능력을 믿고 지른 도박이었다.
‘다른 왕국의 정보도 착실히 확보하고 있었군. 역시 시궁쥐야.’
카론이 눈을 빛낸 이유는 두 가지였다.
실제로 그런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 그리고.
“후후, 신기하십니까? 제가 그런 정보까지 알고 있어서?”
자신들도 힘들게 구한 정보를 내가 갖고 있다는 것.
그러니 카론이 놀라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직 놀라기에는 이르다.
“최근 제국에도 돌연사한 사람들이 몇 있었죠.”
“그 정도 숫자는 평소에도 있었다. 병이란 건 그런 거니까.”
“실종자들의 숫자까지 포함한다면 어떻습니까?”
“……실종자?”
“6성 이상의 실력자. 갑자기 자취를 감췄거나, 가문에서 수련을 떠나 위치를 파악할 수 없다고 말한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아, 그 사람들은 실종자로 분류되지도 않았겠군요. 그 사람들까지 합친다면 몇 명이나 될까요?”
카론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머릿속에 이와 관련된 정보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일 거다.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라.”
카론이 창문 밖으로 사라졌다.
음, 어쩌면 오늘 밤은 자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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