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irty, so I'm going to start a company RAW novel - Chapter (111)
111 새 자리
고무보트를 끌고 가는 것은 열심히 패들을 젓는 이들의 노력이지만, 콕스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IBS가 산으로 가지 않는다. 패들 젓는 이들에 비해 육체적으로 편하겠지만, 그만큼 중요한 역할이다.
사장 자리도 마찬가지이다. 편하게 놀고먹는 사장도 많지만, 사장 역할 제대로 하려면 정신 건강은 내놓고 살아야 한다.
그래서 난 상무와 덕준이를 앉혀 놓고 그 중요성을 설명할 참이다. 내 정신 건강을 위해서는 일을 아낌없이 나눠야 한다.
“상무님. 영업할 사람 뽑으면 키우는 데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응? 아직은 나 혼자로도 충분한데? 왜 사람을 뽑아? 민수야 뭐 얼마 되지도 않는데, 두 명까진 필요 없지.”
“상무님이야 영업의 화신이긴 한데, 언제까지 현역으로 뛸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거 왜 이래? 나 아직 팔팔해! 셋째도 만들 수 있다고!”
역시 상무는 우리 과다. 팔팔함을 셋째로 연결해 버리는 저 감각. 후훗. 덕준이도 피식 웃음을 터트린다.
“이 사람들 봐라. 진짜라니까! 보니까 나주는 셋째한테 300만 원 준다더라고. 그래서 하나 더 낳아 볼까 생각 중인데.”
“황 사장님 바쁘니까 방해하지 마세요.”
“원래 전쟁통에 피난 가면서도 애 생기고 그러는 거 아녀?”
배가 산 정상까지 가기 전에 다시 돌려놔야겠다.
“상무님, 잘 들어 보세요. 이번에 태인산업 인수했잖아요? 거기 사장님이 공장장 하면서 월급쟁이로 편하게 살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그래? 그 사람도 참 특이하네? 사업에 흥미를 못 느끼는 모양이지?”
“사업하는 데 진절머리가 난다고 하는데, 뭐 어쩔 수 있습니까? 본인 생각이 그렇다는데 존중해 줘야죠.”
“가만가만. 그래서 나나 덕준이를 사장 후보로 생각하고 있다는 건가?”
“역시 예리하십니다. 제가 다 할 수 없는 노릇이고, 누군가에게 맡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전문 지식도 있고, 믿고 맡길 만한 사람으로 상무님이 생각났습니다. 물론, 덕준이도 훌륭한 후보이고.”
상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예의상 나오는 거절인지, 진심인지 모르겠다. 뭐가 됐건 난 밀어붙일 것이다.
“난 안 돼. 덕준이가 딱이지. 자재 일 했으니까 알 만큼 알 것이고. 요즘 같은 세상엔 젊은 사장이 필요해. 나이 먹은 사람이 사장이라고 앉아 봐야 꼰대 짓밖에 더 하겠어?”
“상무님이 안 될 이유가 뭐가 있습니까? 변압기 전문가에, 리액터니 개폐기니 잘 아시잖아요? 부싱은 변압기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제가 봤을 땐 상무님이 제격 같은데요.”
덕준이가 돌아가는 상황이 아리송한 모양이다. 사장 후보라고 앉혀 놓고 상무만 설득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장님, 보니까 상무님한테 얘기하려고 그러는 것 같은데? 나야 뭐 생각도 안 하지만, 난 그냥 구색 맞추기 같고.
“기다려 봐. 내가 복안이 있으니까. 나도 피눈물 흘리면서 결정했어.”
상무는 다 좋다. 성격 좋고, 꼰대 냄새 안 나고, 능력 있고. 다 좋은데, 욕망이 안 느껴진다. 이글이글했으면 좋겠다.
회사 하나 맡으면 회사 성장에 목마른 이글거림이 생기지 않을까? 분명 욕망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내면을 끌어 낼 것이다.
“사장님, 난 안 돼. 우리 와이프 사장 자리 앉았는데, 나까지 그래 봐. 직원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
“뭐라고 생각하긴요. 능력 인정받아서 승진했다고 생각하겠죠.”
“에이, 사람 맘이 어디 그러나? 욕먹고 사느니, 하던 대로 맘 편하게 영업하는 것이 낫지. 내가 봤을 땐 우리 한 부장이 아주 잘할 것 같어.”
“그건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우리 직원들이 남 잘되는 것 보면서 배 아파할 사람들도 아닙니다. 상무님도 사업 생각해 보셨다고 그러셨잖습니까? 상무님 회사라고 생각하고 화끈하게 해 보시죠?”
“아이 참. 사장님이 나 챙겨 주는 건 아주 고마운데,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 나한테 염치없이 살라고 하면 되나!”
예상대로 거절의 뜻이 강고하다. 사장 자리가 싫다기보다, 혹시 모를 시샘을 염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상무를 사장으로 앉히겠다는 결정은 내가 했으니, 책임도 내가 진다. 다른 직원들 동요하지 않도록 내가 잘 다독이면 될 일이다.
“상무님 능력을 영업에만 묶어 두는 것이 오히려 염치없는 일입니다. 능력 발휘할 수 있도록 제가 뒷받침해 드릴 테니까,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시죠?”
“덕준이는 어때서 그래? 부사수도 있고, 능력이야 말할 것도 없고. 그리고 사장이 자기 친구 믿고 일 맡기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어?”
“덕준이도 물론 훌륭하죠. 그래도 아직 배울 것이 많습니다. 제 옆에 놓고 빡세게 배우게 하고 싶은데,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맡기는 게 좋겠다 싶네요.”
“그래. 그게 태인산업 사장 자리겠지.”
“아니요. 덕준이는 영업이 제격이라고 봅니다. 상무님이 회사 맡아 주고, 덕준이가 민수 영업하면 그림이 딱 아름답게 나오지 않습니까?”
“뭐? 나보고 영업을 하라고?”
궂은일, 귀찮은 일 잘 처리하는 덕준이를 계속 붙잡고 있고 싶지만, 나 편하자고 그럴 수는 없다. 덕준이가 크게 성장하려면 영업을 거쳐야 한다. 내가 괜히 피눈물을 흘린 것이 아니지.
“그래. 아름 씨 보니까 일 똑 부러지게 잘하더라. 너 없이도 잘할 것 같어. 내가 봤을 땐 넌 영업이 체질이야. 그렇게 한 단계씩 올라서야 나중에 사장도 시켜 주지.”
“뭐 나야 까라면 까겠지만,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상무님, 어때요? 우리 한 부장 영업 잘할 것 같죠?”
“한 부장이야 영업맨으로는 최고지. 아나, 이게 이렇게 돌아가나?”
상무가 외통수에 걸렸다는 표정이다. 선택이 중요하지 않으니 그냥 받으셔. 일단 받고 그 선택이 옳았다는 것만 증명해 보이면 된단 말입니다.
“아휴, 머리 복잡한데, 테라스 나가서 담배 한 대씩 피우자구.”
담배라. 인사 공지 올리면 되겠군.
“관리 직원 충원할 테니까 덕준이 넌 인수인계 잘해 주고. 상무님은 덕준이한테 모든 걸 다 알려 주세요.”
“이게 이렇게 흘러가네. 사장 시켜 준다는데 싫다는 사람 어디 있겠냐마는, 이거 참 싱숭생숭하네.”
“영업직도 한 명 더 있으면 좋겠죠? 물론 덕준이 혼자서도 잘하겠지만요.”
“싱숭생숭하다니까 듣는 척도 안 하네. 하하. 사람 하나 더 있으면 당연히 좋지. 혼자서도 충분하지만, 솔직히 다 커버하기가 쉽진 않아. 영업이라는 것이 전화로 해도 되지만, 결국 사람 만나는 일이잖아?”
“김 사장님, 알겠습니다.”
“하아. 이거 참. 사장 되면 좋을 줄 알았는데, 막상 좋은 티도 못 내겠네.”
말은 저렇게 해도 얼굴에 미소가 걸리는 것까지는 감추지 못한다. 그 미소 유지하며 능력을 맘껏 발휘하길. 이제 김희철 상무. 상무님과는 아디오스다. 김희철 사장. 김 사장님이 새로 태어났다.
“김 사장님.”
“아휴, 어색하게 왜 그래.”
“자꾸 들으면 익숙해질 겁니다. 하하. 태인산업이 메인은 우리 회사지만, 안성파워도 큰 고객이 될 겁니다.”
“그렇지. 거기야 취급 품목이 많으니까 부싱이 엄청 들어가겠지.”
“네, 맞습니다. 안성파워에 들어가는 부싱은 규격이 워낙 다양하니까, 충분히 준비해 두셔야 합니다. 곧 안성파워에서 기술 담당이 오기로 했으니까 미팅 잘해 보세요.”
“싱숭생숭해서 담배 한 대 피우려고 했더니, 일이 쏟아지네. 하하. 에라, 모르겠다. 사장님! 열심히 해 볼게.”
담배 피우면서 마무리 짓고 공장장에게 달려갔다. 결과가 궁금해 팔짱 끼고 하염없이 기다리던 공장장이 어서 오라며 반긴다.
며칠 전 상무를 태인산업 사령탑으로 올리겠다고 결심하고 나서 공장장에게 그 뜻을 전달했더니, 대찬성이었다.
상무와 20년 동안 같이 일해 오면서 온갖 것을 다 알고 있기에, 공장장의 생각도 나와 다르지 않았다. 특히나 상무가 야망을 키워야 한다는 것에는 아주 적극 동의했었다.
“얘기 잘 끝냈어? 뭐래? 희철이 그 자식 안 하겠다고 땡깡 부렸지?”
“하하. 맞아요. 다 같이 담배 피우면서 결론 냈습니다.”
“잘했어. 좋은 선택 한 거야. 김 상무 그놈도 나이가 오십이 넘었으면, 나이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살아야지. 언제까지 야전 돌면서 지낼 수 있겠어?”
“상무님한테 막중한 임무를 줬으니 이제 눈이 이글이글 불타오르겠죠?”
“그럼, 그럼. 그놈이 욕심 없이 산다고 해도 할 일은 제대로 하는 놈이야. 회사 아주 무럭무럭 키울 것이니까 우리는 구경이나 하고 있으면 될 거야.”
“공장장님이 보증했으니까, 전 걱정 안 할랍니다.”
“희철이 그놈이 일 어설프게 한다 싶으면 내가 달려가서 치도곤을 쳐서라도 바로잡아 두겠네. 하하. 그나저나 한 부장이 영업으로 넘어가면 얼굴 보기 힘들 텐데, 우리 사장님 쓸쓸해서 어쩌나?”
나보다 유능한 직원들, 훌륭한 멘토들이 있다. 그것만으로도 난 이미 훌륭한 사업가이다. 쓸쓸하다고 아쉬울 것이 뭐 있나!
“공장장님은 아흔 살 때까지 안 내보낼 테니까 제 말동무해 주세요. 하하. 앗. 잠시만요. 전화가 왔네요.”
“그려. 난 일하러 가겠네. 오늘 결정 잘한 거야!”
허벅지를 강타하는 핸드폰을 꺼내 보니, 와우. 이게 누구야!
“안녕하십니까! 도지사님.”
“사장님, 잘 지내셨습니까? 프라임일렉트릭이 날로 번창하고 있다는 얘기 들었습니다. 좋은 일 하시면서 고용 창출도 해 주시고 늘 고맙게 생각합니다.”
“과찬이십니다.”
도지사가 직접 전화를 걸어 왔다. 통화할 일이 있으면 늘 직접 전화하는 사람이니 놀라울 것도 없지만, 매번 놀란다. 이 동네에서만큼은 최고 거물인 자가 직접 전화하는 일은 그 자체로 놀라운 일이지.
“사장님, 작년 9월 2일 희망 두 배 청년통장 협약식 기억하시죠?”
“물론입니다. 그날 도지사님께서 해 주신 좋은 말씀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하하. 별말씀을. 그날 사장님께서 보육원 출신 직원들 대상으로 특강을 해 달라고 요청하셨는데,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기억해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디테일 쩌는 사람이다. 그만큼 무서운 사람이기도 하다.
우리 회사가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더없이 도움이 될 사람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저 쩌는 디테일한테 찍힌다면, 어휴 생각하기 싫다.
“사장님과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이 늘 마음에 남아 있었습니다. 이제야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은데, 협조를 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저희야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바쁘신 와중에 우리 직원들을 위해 시간을 내주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말씀만 해 주시죠.”
“감사합니다. 다음 주 금요일 오전 10시 반 괜찮겠습니까? 직원들과 같이 식사도 하고 싶은데, 점심 식사는 어떻게 하십니까?”
도지사가 우리 회사에 방문해 강연도 하고 같이 밥도 먹겠단다. 순간 최대근 사장이 떠올랐다. 여러 가지로 대응 방안을 찾겠다고 하던데, 설마?
추측이 맞다면, 이건 강공이다. 그것도 위험 부담이 꽤 있는 정치 행위이다.
도지사도 당적을 가진 정치인이지만, 선거 앞에서는 중립을 지켜야 할 행정 관료 아닌가? 박철원이라는 놈을 부지사로 임명하며 키운 사람이 도지사이니 결자해지하겠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함의가 있건, 어떤 정치적인 목적이 담겨 있건, 내가 굳이 파낼 이유는 없다. 그저 모른 척하며 직원들에게 도지사 강연 들려주며 좋은 시간 갖게 해 주면 되겠지.
내가 받지 않을 이유가 없는 카드이다. 도지사가 혁신산단 첫 입주 기업이자, 전남도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희망 두 배 청년통장’ 1호 협약 기업에 가서 좋은 얘기 좀 하겠다는데, 누가 뭐라 할 것인가!
“다음 주 금요일에 맞춰서 준비하겠습니다. 식사는 저희가 아직 식당을 갖추지 못해 배달시켜 먹는데, 따로 준비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직원들이 먹는 것과 똑같이 먹겠습니다. 우리 도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느껴 보고 싶습니다. 자세한 것은 저희 보좌관과 상의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회사의 성장, 새 회사 설립과 인수, 직원들의 승진과 보너스. 이 모든 것을 축하하려는 도지사의 방문. 연초부터 일이 술술 잘 풀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