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128
박한철 PD에게 합격자들이 모여있다는 대기실을 들은 주혁의 걸음이 빨라졌다. 녹화도 끝났으니 마니또 멤버 수현에게 사정을 들어보고 싶었다.
-뚜벅, 뚜벅, 뚜벅.
긴 다리 덕분인지, 합격자들이 모여있는 대기실까지 금방 도착한 주혁이 대기실의 문을 열었다.
-덜컥!
“ ······어? ”
문을 열자마자, 주혁의 눈에 가장 먼저 띈 것은 대기실을 정리하고 있는 스텝들이었고, 다음으로 방금 스텝들에게 이후 일정에 관해 설명을 들은 합격자들.
“ 무슨 일이세요? ”
대기실 안을 빠르게 둘러보던 주혁에게 남자 스텝 한 명이 뛰어왔다.
“ 죄송한데, 합격자분들이 좀 부족해 보이는데. ”
“ 아, 설명이 끝나서 나머지 분들은 전부 돌아가셨습니다. 근데 무슨 일로? ”
“ ······ ”
스텝의 대답을 들은 주혁은 말없이 다시 한번 대기실을 둘러봤다. 하지만 마니또 멤버 수현은 없었다. 아쉬웠는지 주혁이 짧게 숨을 뱉으며 입을 열었다.
“ 아닙니다. 수고하세요. ”
“ 넵! ”
당차게 대답하는 스텝을 뒤로하고 주혁이 몸을 돌렸을 때, 대기실에 남아있던 합격자들이 몰려왔고.
“ 저, 저기! 사인 좀 부탁드려도. ”
“ 저도요! ”
그들을 보며 주혁이 웃었다.
“ 물론이죠. 주세요. ”
1시간 뒤, 주차장.
수많은 합격자에게 둘러싸였다, 겨우 탈출한 주혁이 주차된 차로 향했다. 차로 가면서도 그의 생각은 마니또로 꽉 차 있었다.
‘ 왜 마니또 멤버가 여기서. ’
물론, 오디션 프로니 나올 수야 있지만, 아직 해체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개인적으로 활동을 시작해도 되나 싶었다.
어쨌든 만나보질 못했으니, 남은 것은 홍혜수 팀장의 보고를 기다리는 수밖엔 없었고.
-스윽.
차에 대고 스마트키를 누르려던 찰나.
“ 응! 언니. 나 합격이야! 완전 말도 안 돼. 나 어떻게 합격한 거지? ”
차와 차 사이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강주혁의 차 바로 옆이었고.
“ 응? 강주혁님? 봤지. 대박 카리스마! 응. 연기 합격이니까, 앞으로 노래랑 춤 합격하면 본선이래. ”
주혁이 슬쩍 보니 익숙한 모습의 여자가 쪼그려 앉아 통화 중이었다. 그 모습에 순간 주혁의 실소를 터트렸다.
여자는 마니또 멤버인 수현이었다.
수현은 강주혁이 뒤에서 보고 있는지도 모르고, 같은 자세로 5분 동안 통화를 이어나갔다.
이윽고.
“ 응. 알았어. 나머진 숙소 가서 말해줄게. 응. ”
그녀가 전화를 끊고, 길게 숨을 뱉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 훕훕! 다음은 노래. 잘하자. 내가 희망이야. ”
짧게 혼잣말을 하던 수현이 뒤를 돌아봤고.
-스윽.
강주혁과 눈이 마주쳤다.
“ 꺄악!!! ”
-휙!
수현은 귀신이라도 본 듯, 소리를 지르며 들고 있던 핸드폰을 바닥으로 놔버렸다. 그 핸드폰을 강주혁이 손을 뻗어 빠르게 잡았다.
그리곤 말없이 담담하게 잡은 핸드폰을 수현에게 돌려주며 입을 열었다.
“ 조심해야죠. ”
“ ······네? 뭐가요? 아, 응? ”
현실인가 싶었는지, 수현이 양손으로 눈을 비비적거렸다. 하지만 여전히 강주혁은 그 자리에 서 있었고.
“ 어······ 가, 감사합니다. 아니! 죄송합니다! ”
그녀가 느닷없이 허리를 굽혔다.
“ 수현씨가 죄송할 거 없는데. ”
“ 네? 아! 네! ”
이어서 주혁은 수현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까?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아이에게 당장 무슨 말을 한다고 해서, 바뀔 것은 없었다. 그저 앞에 서 있는 여자아이는 가수로서 배우로서 성장하고 있는, 이를테면 강자매와 같은 아이일 뿐이었다.
‘ 어른의 사정은 어른끼리 해결해야겠지. ’
피식한 주혁이 할 말을 골랐다.
“ 수현씨. 연기는 원래 연습해왔어요? ”
“ 어······네. 저희 사장님이 처음부터 시켜주셨어요. 저는 배우 마스크라고. ”
“ 누군지 몰라도, 보는 눈이 있네요. ”
“ 네. 저도 사장님이 좋아······네? ”
수현이 되물었지만, 주혁이 다른 말을 꺼냈고.
“ 수현씨는 배우로서 장점이 확실해요. 대신, 단점도 눈에 띕니다. ”
“ 어······네. ”
“ 장점은 자유로운 마스크, 확실한 딕션, 강세, 대사를 보는 창의성. ”
그가 코트 단추 하나를 풀면서 말을 계속 이었다.
“ 덕분에 수현씨가 대사를 치면 상대 배우가 편하게 대응할 거예요. 잘 들리니까. 그런데 아쉽게도 그 좋은 딕션에 비해, 감정이 너무 약하게 실려요. 그러다 보니 좀 퍽퍽하고, 이게 쪼로 박히면 위험해요. 그러니까 항시 대사를 칠 때, 무표정이 아닌 웃든지 울든지 화내든지 뭐든 감정을 실어서 말하는 연습을 해요. ”
“ 네! 아, 알겠습니다! ”
그녀의 느닷없는 다나까 말투에 주혁은 순간 강하영을 떠올리며 피식했다.
“ 일부로는 아니었는데, 통화를 살짝 들었어요. 수현씨가 희망이라고 혼잣말을 하던데. 회사가 좀 힘든가요? ”
“ 아······저희 때문에 조금. ”
-덜컥.
그때 주혁이 차 문을 열었고.
“ 그래요? 열심히 하셔야겠네. ”
“ 네! 감사합니다! 본선 가기 전에 떨어지더라도, 선배님이 말씀하신 조언대로 계속 연습할게요. ”
슬쩍 웃으면서 마지막 말을 던졌다.
“ 본선 때 봐요. ”
이후, 수현은 아무 생각 없이 크게 대답했고, 그렇게 주혁의 차가 멀어졌다.
“ 아. ”
그리고 수현은 강주혁의 차가 사라지고 난 후에야 깨달았다. 그가 남긴 마지막 말.
“ 본선 때 봐요······ ”
그의 말에는 확신만이 존재했다는 것을.
다음 날 아침. 보이스프로덕션 앞.
토요일임에도 강주혁이 아침 일찍부터 출근했다. 전날 저녁에 홍혜수 팀장이 토요일 아침에 보고하겠다고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스윽.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 탓인지, 손목에 둘린 시계를 슬쩍 본 주혁은 곧장 사장실로 향하지 않고, 건물 주변을 천천히 둘러봤다.
-퉁퉁퉁!
-탕탕탕!
-지이이이잉!
광주시청이 주관하는 지역개발 공사가 한창이었다. 새로운 건물의 뼈대가 올라가고, 도로가 깔리고 있었으며 높디높은 나무도 옮겨지고 있었다.
그런 광경을 보며 주혁이 짧게 읊조렸다.
“ 속도가 빠르네. ”
사실이 그랬다. 이 속도라면 적어도 반년 안에는 얼추 형태가 잡힐 듯 보였다.
그때였다.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주혁의 핸드폰이 우렁차게 울렸다.
“ 어. 누나. ”
상대는 홍혜수 팀장이었고.
“ 응. 사장님. 나 도착했는데. 자리에 없네? 어머. 아직 집이야? 내가 너무 빨리 왔나?”
“ 아, 아니야. 건물 앞이야. 금방 올라갈게. ”
“ 알았어요~ ”
-뚝.
전화를 끊은 주혁이 다시 한번 공사현장을 힐끔 쳐다봤다가 이내 발길을 돌렸다.
잠시 뒤, 사장실.
이미 커피를 뽑아놓고, 강주혁을 기다리던 홍혜수 팀장이 사장실의 문이 열리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 사장님. 커피는 이미 뽑아놨어요~ ”
“ 아, 고마워. ”
-스윽.
가볍게 고마움을 표한 주혁이 상석에 앉아, 앞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넘기며 말을 이었다.
“ 그래서. 뭐 좀 나왔어? ”
“ 당연하쥐. ”
장난스레 웃으며 홍혜수 팀장이 분홍색 다이어리를 펼치며 보고를 시작했다.
“ 어- 일단, 뮤직톡스튜디오는 내가 말한 김수열이 시작한 곳이 맞았어. 내 기억력이 이렇게 좋다니까. ”
“ 김수열 그 사람. 가수로는 그렇게 크게 성공하지 않았잖아? 돈이 어디서. ”
“ 으음. 아니야. 가수로서는 90년대에 반짝 하긴 했지만, 그 바닥에선 작곡으로 더 유명해. 히트곡이 몇 갠데 그 사람이. ”
“ 그럼. 그 돈으로 시작했다? ”
홍혜수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 처음에는 회사 이름처럼 작곡가들 좀 모아서, 작곡 및 프로듀싱 회사로 시작했었나 봐. ”
“ 그런데 왜 걸그룹을 런칭했지? ”
“ 음- 그 부분은 좀 막히는데.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 어쨌든 김수열이 회사를 열고 1년 있다가 마니또 얘들을 데뷔시켰어. ”
주혁이 말없이 커피를 홀짝이며 홍혜수 팀장을 계속 쳐다봤다. 계속하라는 뜻이었다.
“ 처음에는 반응이 좀 있었나 봐. 김수열이 나름 작곡가로 유명하고, 그 바닥에선 입김이 좀 있으니까, 여기저기 인맥으로 좀 풀었나 본데. 그게 딱 반년 갔어. 아이돌이 일 년에만 수백 명이 데뷔하는데, 그 틈에서 인기를 얻기가 어디 쉬웠겠어? ”
“ 잘은 모르지만, 힘들겠지. ”
“ 어머. 장난 아니라니까? 한 해에도 데뷔하고 잊히는 얘들이 수두룩 빽빽이야. ”
주혁이 고개를 끄덕였고, 홍혜수 팀장이 말을 이었다.
“ 어쨌든 약간 애매하게 출발한 마니또가 다음 앨범에서부터 내리막을 걷기 시작해. 내가 걔들이 뽑은 노래 전부 들어봤는데, 곡은 좋은데 뭐랄까 요즘 아이돌 트렌드랑은 안 맞는 달까? 감성이 좀 달라. ”
“ 그래서 마니또가 쭉 떨어지면서, 회사도 같이 힘들어진 건가? ”
“ 그렇지. 별수 있겠어? 다른 회사처럼 서브가 있는 것도 아니고, 버텨주는 돈줄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래도 김수열이 어떻게든 마니또 띄워보겠다고 사방팔방 뛰어다닌 모양인데. 성적은 계속 떨어졌고, 그렇게 지금까지 온 거지. ”
“ 음. ”
턱을 쓰다듬던 주혁이 어제 봤던 수현을 떠올렸다.
“ 마니또 자체는 실력이 괜찮아 보이던데. ”
“ 맞아. 애초에 컨셉이 실력파 걸그룹이었으니까. 춤, 노래는 기본이고 비주얼도 좋아. 근데 또 이게 참 웃기다니까? 그런 거 다 출중해도 안 되는 게 이 바닥이라. ”
“ 그래서. 지금 뮤직톡스튜디오는 어떻게 움직이고 있어? ”
“ 응. 마니또 이번 앨범 활동까지는 마무리하고, 해체하든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인수인계를 하겠지? 김수열이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어. 그런데 인수인계를 하더라도 통상 해체를 한 번 하고 그룹명을 바꾸던가 그렇게 흘러가. ”
즉, 이대로 간다면 보이스피싱에서 들었던 것처럼 아예 해체하던가 다른 소속사로 넘어가도 해체를 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주혁이 다시 한번 머릿속을 정리하다 말을 뱉었다.
“ 그 뮤직톡스튜디오에 있는 직원이 얼마나 돼? ”
“ 음? 직원? 어머. 그쪽은 정확하게 못 알아봤는데? ”
“ 대충. ”
“ 어- 내가 알기론 작곡가 겸 사장 김수열 밑으로 작곡가, 프로듀서, 기타 직원 해서 한 20명 내외? ”
“ 실력은 어떤 거 같아. ”
“ 김수열이 뽑았을 테니까, 확실하겠지. 작곡가나 프로듀서로서 김수열은 알아줘. ”
사실, 주혁의 설계에는 마니또도 마니또지만 뮤직톡스튜디오 자체도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 그런데. 사장님. ”
“ 어? ”
“ 여기서 재밌는 게 있어. ”
“ 재밌는 것? ”
“ 으흥. 벌써 마니또를 노리는 회사가 꽤 있는 모양이야. 즉! 걔들이 아직 희망이 있다는 소리지. ”
“ 회사가 어딘데? ”
“ 수면 위로 나온 건 없는데, 들리는 소문으로는 회사 중에 JH엔터테인먼트도 껴있던데? ”
“ JH엔터테인먼트면. ”
홍혜수 팀장이 짐짓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 맞아. 거물이지. 국내 3위안에 드는. ”
“ 재밌게 돌아가네. ”
-톡, 톡, 톡.
현재 상황을 파악한 주혁이 검지로 팔뚝을 때리기 시작했다.
‘ 이렇게 되면 JH엔터테인먼트나 다른 소속사랑 경쟁을 해야 한다는 건데······ 일단, 보이스피싱에서 알려준 노래 yellowmoon하고 김수열 쪽부터. ’
생각에 빠진 주혁을 가만히 보던 홍혜수 팀장이 대뜸 끼어들었다.
“ 어떡할까? 우리도 접촉해볼까요? ”
당연히 접촉해봐야 했다. 하지만.
‘ 굳이 바로 나타날 필요는 없어. ’
강주혁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 아니. 우린 돌아가는 상황을 좀 보자. 뒤늦게 등장해도 상관없겠지. 이변처럼. ”
“ 홍홍. 재밌겠다. ”
“ 대신. 누나는 김수열이랑 접촉하는 회사가 어딘지 전부 확인해 보고, 조건 같은 것 좀 알아낼 수 있음 좋고. ”
“ 껌이지. ”
“ 그리고 뮤직톡스튜디오나 떠도는 노래 중에 yellowmoon이라는 노래가 있는지도 한번 확인해봐. ”
“ yellowmoon? ”
홍혜수 팀장이 되물으며 분홍 다이어리를 펼쳤고.
“ 만약 있다면. ”
주혁이 결론을 던졌다.
“ 그 노래부터 확보해야 돼. ”
늦은 밤, 강주혁의 오피스텔.
하루를 정신없이 보낸 주혁이 오피스텔에 도착하자마자, 소파에 널브러졌다.
“ 후- ”
요즘 강주혁은 퇴근하면 항상 이런 모습이었다. 이 상태로 잠들었다가 그대로 출근한 적도 많았다.
“ 씻자. ”
그래도 따뜻한 물로 몸을 지지고 싶었는지, 주혁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바로 그때.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주혁이 벗던 코트 안에 들어있던 핸드폰이 벨소리를 뱉어냈다.
-스윽.
핸드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한 강주혁.
-무비트리 송사장.
송사장의 전화였다. 살짝 고개를 갸웃한 주혁이 전화를 받았다.
“ 형? 이 밤에. ”
그런데 송사장의 목소리가 퍽 다급했다.
“ 주혁아! 지금 인터넷 좀 확인해봐라! ”
“ 인터넷? ”
“ 그래 임마! 네 말 듣고 내가 건욱 씨한테. 아, 일단 확인부터 해봐!! ”
-뚝!
이유도 나발이고, 송사장의 전화가 거칠게 끊어졌다. 뭔가 불안함을 느낀 주혁이 곧장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켰다.
핸드폰 화면에는 곧장 검색사이트가 켜졌고.
“ 어? ”
주혁의 눈이 커지며 입이 짧게 열렸다가 닫혔다. 이유는 간단했다.
실검 1위가 강주혁이 아는 인물이었고.
1. 김건욱.
2위는 왜 이 인물이 실검에 올랐는지 그 이유가 올라오고 있었으니까.
2. 김건욱 데이트 폭력.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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