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55
‘19살 그리고 20살’ 영화가 끝나고, 쿠키 영상이 포함된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었다.
“ ······ ”
영화를 감상하던 주혁은 처음과는 다르게 상영관의 반 이상을 차지한 커플들을 훑었다. 모두 방금까지 빠져들었던 영화의 여운을 길게 느끼고 싶었는지, 쿠키 영상을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윽고.
약 5분 분량의 쿠키 영상이 끝나고, 오롯이 영화에 참여한 스텝들의 이름이 올라가는 장면을 스크린이 비추자, 자리를 지키던 커플들이 하나둘 일어나며 상영관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쯤 강주혁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쓰레기통이 비치된 상영관 출구 복도. 영화 내내 흡입했는지, 주혁의 팝콘 통은 깨끗하게 비어 있었고, 강주혁이 팝콘 통을 버릴 때였다.
“ 강하진 진짜 미쳤나 봐. 청순도 그런 청순이 없어. 존예더라. 아! 오빠. 정신 차려! ”
“ 어? 어어. 아니, 나 정신 똑바른데? ”
“ 어디서 구라를 쳐? 오빠 영화 보는 내내, 내 얼굴 한 번도 안 봤잖아. 아주 스크린에 들어가겠더구만. ”
“ 그건 오해야. 정은아. ”
스친 커플들은 앞에 서 있던 남자가 강주혁인지는 꿈에도 모른 채, 티격태격하며 멀어졌다.
이어서.
“ ······확실히. 예쁘긴 예쁘더라. 딱 남자들이 환장할 상. ”
여자 3명이 두런두런 얘기하며 상영관을 빠져나왔다.
“ 애가 피부가 너무 좋으니까, 화장을 저렇게 옅게 해도 하얗던데. 관리받는 거겠지? ”
“ 당연하지. 어후- 나는 김건욱 보러왔는데, 김건욱은 보이지도 않더라. 강하진 나올 때마다 입 벌리고 봐서. ”
“ 중간에 강하진이 술 취해서 김건욱 어깨에 기대잖아? 난 느꼈다. 킹리적 갓심! ”
“ 뭘? ”
“ 강하진이 기댔을 때 김건욱 눈빛 봤지? 그건 진짜였어. 김건욱 설렜다 백퍼. ”
피식한 여자 한 명이 쓰레기통에 음료 컵을 던지면서 답했고.
“ 하긴. 그렇게 생긴 여자애가 술 취해서, 어깨에 기대는데 내가 남자라도 넘어가겠더라. ”
“ 그니까. 영화 감상평에 강하진 존예존예 거릴게 딱 보인다 보여. 하- 연애하고 싶다~ ”
곧, 여자들은 복도를 따라 걷는 강주혁을 앞서 나가며 힐끔거리기 시작했다.
“ 야야. 근데 저 뒤에 남자 키 겁내 크지 않냐? ”
“ 인정. 마스크 좀 벗겨보고 싶다. ”
“ 얘 좀 말려라. 미쳤나 봐 진짜. ”
“ 백퍼 잘생겼을 삘. ”
그렇게 사라진 여자들 무리들 포함, 대부분 강주혁을 스치는 커플과 관람객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 강하진 존예. ’
이어 어느새 지하주차장에 도착한 주혁이 영화 속 기가 막히게 예쁘게 뽑힌 강하진을 다시 한번 떠올렸고, 잠든 차를 깨우며 짧게 읊조렸다.
“ 이건 되겠어. ”
10분 뒤, ‘간 큰 여자들’ 촬영 세트장.
5월 21일 첫 촬영을 시작으로 ‘간 큰 여자들’은 현재인 8월 26일 어느새 촬영이 후반부에 접어들고 있었다.
“ 미술팀!! 감독님이 여기 책상에 서류랑 책 더 채우랍니다!! ”
“ 예에! 지금 갑니다! ”
“ 박군아!! 빡군!! 이 새끼 어디 갔어?!! ”
“ 여깄습니다! ”
“ 세트! 세트 안 체크 해라!! ”
아침 일찍부터 분주한 촬영장.
스텝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와중에 배우 중 현장에 1등으로 도착해, 메이크업까지 마친 강하진이 허벅지에 대본을 올려둔 채, 핸드폰으로 검색 삼매경에 빠져있다.
“ ······ ”
의상으로 가죽 재킷에 원피스를 곁들여 입은 그녀는 말없이 검색을 반복했다. 단어만 약간 틀리게 하는 검색이었지만, 강하진이 검색하는 단어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19살 그리고 20살’
오늘 개봉한 영화 ‘19살 그리고 20살’. 강하진은 자신의 영화 ‘19살 그리고 20살’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고.
“ 선배님. ”
다치는 장면이 있는지, 상처 분장을 한 숏컷 장주연이 2등으로 현장에 도착해, 강하진을 불렀다. 덕분에 강하진의 고개가 돌아갔다.
“ 아, 주연님. 왔어요? ”
“ 네. 선배님 일찍 오셨네요. ”
장주연이 입고 있는 의상인 오버핏 흰색 셔츠는 여기저기 찢겨져 있었다. 그런 장주연이 조심스레 강하진의 옆자리에 앉았고.
“ 선배님. 오늘 들어가는 197씬 때 저 신경 쓰지 마시고, 편하게 때려주세요. ”
꽤 진지하게 말하는 장주연을 보며 강하진이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면서 답했다.
“ 주연님. 나 선배 아닌데. ”
“ ······선배님 맞죠. 저보다 먼저 데뷔. ”
“ 고작 1~2년 가지고 무슨 선배예요. 나이 많아 보여. 주연님 나랑 동갑이잖아요. 그냥 선배님 빼줘요. ”
“ 그럼. 하진씨? 님? ”
“ 우리 그냥 말 놓을까요? 편하게. 어차피 소속사도 같고. ”
“ 그···럴까? ”
어렵게 되묻는 장주연에 비해, 강하진은 피식 웃으며 ‘응. 그러자’ 정도의 대답을 던졌고, 다시 핸드폰으로 고개를 내렸다.
그 모습에 장주연이 궁금증이 도졌다.
“ 근데. 하진아. 뭐해? ”
“ 나 오늘 영화 개봉했거든. 반응 궁금해서. ”
“ 아! 그거. ‘19살 그리고 20살’? ”
“ 응. ”
“ 근데 왜 그렇게 긴장해? 처음 아니지 않아? ”
“ 처음이야. ”
이어 장주연과 눈을 마주친 강하진이 짧게 답했다.
“ 나 주연으로 개봉하는 영화는 처음이야. ”
그때였다.
“ 그거 오늘 개봉이냐? ”
뒤쪽에서 남자 목소리가 끼었다. 하정훈이었다.
“ 누구랑 나왔지 그거? 김건욱이었나? ”
“ 네. ”
“ 그럼 뭐 밥벌이는 하겠네. ”
“ 그랬으면 좋겠어요. ”
강하진이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답하자, 이번에는 성숙한 여자 목소리가 끼었다.
“ 아! 오빠! 하진이 응원은 못 할망정. 밥벌이가 뭐냐! 밥벌이가! ”
다리 라인이 한눈에 보이는 스키니진을 입은 류진주였다.
“ 시끄러. 류진주 너는 아침부터 잔소리 모터 달고 나오냐? 보자마자 잔소리네. ”
“ 오빠가 잔소리 나오게 하잖아. ”
“ 야야. 어차피 첫 주연작 개봉하면 이러나저러나 부담인데, 밥벌이만 해도 평타는. 아! ”
결국, 류진주가 하정훈의 등짝을 후려쳤고, 덕분에 하정훈이 겨우 입을 다물었다. 하정훈은 류진주를 노려보며 ‘아오- 시발’거렸고, 류진주는 ‘뭐? 뭐?’거렸다.
그쯤 짧게 혀를 찬 하정훈이 강하진에게 물었고.
“ 야. 근데. 파티 그거 뭐냐? 초청장 받았는데. 너네 회사가 단독으로 하는 거냐? 강주혁은 별말 없던데. ”
핸드폰을 내려보던 강하진이 하정훈을 올려다봤다.
“ 엄청 크게 한다고 들었어요. 부장님한테. 막 높으신 분들도 오시고. 선배님은 우리 사장님이랑 친하시니까, 오세요. 그리고. ”
이어 강하진이 뭔가 화사하지만, 어색함이 섞인 웃음을 지으며 류진주와도 눈을 마주쳤다.
“ 언니도 오세요. ”
바로 그때.
“ 강하진씨! 류진주씨! 180씬 준비 부탁드립니다!! ”
‘간 큰 여자들’의 막바지 촬영이 시작됐다.
미국 LA, 무비마운틴 픽쳐스 본사.
한국은 아침 9시를 넘기는 시간이었지만, 미국 LA는 오후 5시를 넘기고 있었다.
헐리웃에서 TOP 5에 꼽히는 무비마운틴 스튜디오.
무비마운틴 픽쳐스 본사는 놀이동산을 방불케 하는 LA 관광지인 무비마운틴 스튜디오 중앙쯤 위치해있었다.
“ 5000만 달러에요! 5000만 달러! 5000만 달러가 한국에서 추가로 들어오면 우리 중국에 끌려다니지 않아도 되잖아?! ”
본사 안, 커다란 회의실에서 방금 캘리가 소리쳤다. 회의실에는 캘리를 포함 에반 그리고 영화 ‘화이트 빅 마우스’에 참여한 영화사 중책 여럿이 앉아있었다.
그중 흰색 콧수염이 덥수룩하지만 눈 색깔만은 새파란 남자가 팔짱을 꼈다.
“ 캘리. 나도 캘리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야. 그런데 보이스프로덕션? 나는 처음 들어봐. 믿을 만한 거야? ”
캘리가 바로 대답했다.
“ 그래! 믿을만해! 강이 운영 중인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겸 제작사야. 존. 너도 강을 기억하지? ”
“ 물론이지. 강은 기억하고 있어. 하지만 강을 기억하는 것과 우리 영화에 투자자로 끼는 것은 별개의 문제야. ”
수염 난 남자의 말에 몸은 비대하지만 작은 모자를 쓴 남자도 동의했다.
“ 그래. 나도 존의 말이 맞다고 생각해. 캘리. 아무리 네가 중국을 싫어한다고 해도, 이건 현실이야. ”
“ 하지만 감독도 한국 배우를 넣으려고 하고, 그렇게 되면 한국이 낄 명분은 충분하잖아? ”
“ 명분이야 그렇겠지만. 흠- 만약 그렇게 했다가 중국 쪽에서 들고일어나면 곤란해. ”
“ ······우리가 언제부터 중국 눈치를 그렇게 봤다고 그래? ”
“ 캘리. 눈치를 본다는 게 아니라, 중국이 기분 나빠할 수 있다는 거야. 그쪽은 헐리웃에서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기업이야. 그런데 한국은 그렇지가 못하잖아. 귀찮아 진다구. ”
몸이 비대하지만 작은 모자를 쓴 남자의 대답에 캘리가 어금니를 물었다.
의외로 상황이 좋지 못했기 때문.
그쯤 존이라 불린 수염 난 남자가 설명을 덧붙였고.
“ 한국 쪽이 누구나 알만한 기업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
“ 존! ”
흥분한 캘리의 팔을 잡은 근육질 에반이 작게 속삭였다.
“ 캘리. 얘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까, 벌써부터 흥분하지 마. ”
다시 한국, 늦은 밤.
보이스프로덕션 미팅룸에 강주혁과 영화 ‘폭풍’을 맡은 김삼봉 감독, 애니메이션 ‘폭풍전야’를 맡은 최상희 감독 그리고 큐애니스튜디오의 프로듀서 김진구와 스토리작가 고진아가 모였다.
오늘 이들이 전부 모인 이유는 간단했다.
최상희 감독이 사령탑으로 세워진 애니메이션 ‘폭풍전야’의 공식 콘티 작화가 끝났기 때문. 여기서 김삼봉 감독까지 참여한 이유는 그 역시, ‘폭풍전야’의 세계관을 이해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팔락, 팔락.
미팅룸에는 복사된 ‘폭풍전야’의 공식 콘티를 넘기는 소리가 퍼졌다. 최상희 감독과 스토리 작가 고진아가 몇 날 며칠 밤을 지새워 만들어낸 공식 콘티.
‘폭풍전야’의 콘티는 만화책을 방불케 했다.
-팔락, 팔락.
그리고 이 콘티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주혁이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 ······퀄리티가 이렇게 바뀌다니. ’
스토리작가 고진아와 김진구가 가져왔었던 초기 콘티와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 거기다.
‘ 퀄리티가 올라감과 동시에 극에 확실히 힘이 붙었어. ’
지금 강주혁이 보고 있는 콘티는 캐릭터, 캐릭터, 캐릭터, 캐릭터였다. 애니메이션답게 캐릭터 하나하나에 힘을 주면서, 스토리 라인을 빠르게 가져갔다.
덕분에 장면 호흡이 빨라졌다.
‘ 영화도 그렇겠지만, 애니메이션이라는 게 감독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크게 바뀌는구나. ’
강주혁에게 애니메이션은 꽤 생소한 장르였다. 덕분에 지금 느끼는 살짝 신기한 기분은 배가 됐고.
“ 음- 최감독. 이 콘티를 확정하면 본격적인 제작은 언제부터 들어가나? ”
여전히 콘티를 내려보던 김삼봉 감독이 묻자, 최상희 감독이 어색하게 웃었다.
“ 작업이야 내일이라도 당장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다만, 다음 순서가 작화 작업이라. 이게 사람을 죽이거든요. ”
“ 흠. ”
최상희 감독의 대답에 침음을 뱉는 김삼봉 감독에게 주혁이 물었다.
“ 감독님 쪽은 어떻습니까. ”
“ 우리? ”
곧, 김삼봉 감독이 보기 드문 웃음을 지었고.
“ 우리야 뭐, 걸릴 게 있겠나. 시나리오도 있고, 투자, 제작사도 문제없고, 스텝 계약도 끝났네. ”
하던 말에 살짝 뜸을 들인 김삼봉 감독이 강주혁과 고진아 작가를 번갈아 보다가 말을 이었다.
“ ‘도적패’ 스케쥴 좀 정리되면 바로 배우 캐스팅부터 시작할 예정인데. 자네들도 참여하겠나? ”
곧바로 주혁이 고개를 저었다.
“ 저는 괜찮습니다. 감독님이 알아서 잘 해주시겠죠. 아, 근데 고진아 작가님은 참여하셔도 됩니다. ”
“ 아 그럼······괜찮으시면 저도 참여해볼게요. ”
“ 그래. 그러지. ”
이어 주혁이 고개를 끄덕이는 김삼봉 감독에게 말을 추가했다.
“ 대신. 감독님. 그때 말씀드린. ”
“ 그래. 강하진 그 아이 말이지? 원래부터 이 ‘폭풍’ 시나리오의 여주로 준비하고 있었다는. ”
“ 맞습니다. ”
“ 캐스팅 시작하면 강하진부터 보는 거로 하지. 참, 오늘 그 아이 영화 개봉했다고 하지 않았나? ”
“ 예. ”
“ 뭐, 아쉬운 대로 그것부터 봐볼까? ”
그때였다.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주혁의 속주머니에서 잠들어있던 핸드폰이 울렸고.
-무비트리 송사장.
발신자는 송사장이었다.
“ 잠시. ”
이어 모두에게 양해를 구한 주혁이 미팅룸을 나와, 복도에서 전화를 받았다.
“ 네. 형. 이 밤에 무슨 일 있어요? ”
“ 여긴 밤이지만, 미국은 아침이라. ”
“ 엉? ”
강주혁이 되묻자, 송사장이 말을 이었고.
“ 방금 캘리한테 전화 받았는데. 주혁아. ”
그가 꽤 진지하게 결론을 던졌다.
“ 헐리웃 영화. 그거 상황이 좀 묘하게 흘러간다.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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