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7
집으로 돌아가던 주혁이 방향을 틀어 사무실로 움직였다. 어차피 집에 가도 정리할 게 많아서 바로 잠들지 못할 거 같아서였다.
-끼익
점점 스케쥴이 빡빡해짐에 따라 힘없이 의자에 몸을 던진 강주혁. 그가 품속에서 수첩을 꺼냈다.
일단, 이미 얼추 정리된 미래정보들을 지워내고, 새로 들은 미래정보를 추가했다.
-영화 ‘척살’ (진행 중)
-다큐 독립영화, 내 어머니 박점례 (진행 중)
-퍽치기 사건 (진행 중)
“ 홍경연과 MV e&m은 계속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수첩에선 지우고. ”
홍경연이야 멸망했다 쳐도, MV e&m은 아직 건재했다. 당장이야 아무 짓도 못 하겠지만, 계속 경계해주는 게 당연했다.
하나 예를 들면 FNF 엔터테인먼트를 들 수 있다. 어마어마한 사건. FNF 마약 게이트라는 희대의 미친 짓을 벌인 FNF엔터도 대중들에게 이미지는 더이상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추락했지만, 완벽하게 사라진 건 아니다.
아직 소속된 연예인이 많기 때문.
계약이라는 족쇄를 차고 있기도 하겠지만, 사실 인맥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게 또 연예계다. 굴지의 FNF엔터가 라이트 한 방 먹고 쓰러지진 않겠지.
해서 류진주 마약 사건 이후부터 강주혁은 FNF엔터도 주시하고 있었다. 언젠가 움직일지도 모르지만 당장은 별 행동을 취하진 않았다.
“ 그나저나 퍽치기라니. ”
오랜만에 사고 미래정보가 나왔다. 예전에 한 번 버스사고를 막은 적이 있는 강주혁이었다. 남들은 잘 몰랐겠지만.
“ 옛날 생각나네. ”
강주혁이 잠시간 예전 기억을 더듬는다. 작은 월세방에 처박혀 살던 시절. 그때 버스사고를 보이스피싱에서 듣고, 실타래처럼 이어져서 척살 시나리오를 찾을 수 있었다.
“ 덕분에 여기까지 왔지. ”
-스윽
이내 자세를 바로잡은 주혁이 아까 들은 키워드들과 퍽치기 미래정보를 정리해서 수첩에 적기 시작했다.
-(1번 ‘J’, 2번 ‘28’, 3번 ‘저녁 8시’, 4번 ‘적화’)
여기서 3번 ‘저녁 8시’를 선택해서.
-용인 연쇄 퍽치기 사건. 어린 학생들만 노리는 연쇄 퍽치기범이 3번째 희생자를 냄. 매주 금요일 영어학원에서 ‘저녁 8시’ 수업을 듣는 김재욱군. 수업이 끝난 후, 기흥역 주변에 있는 지하 보도를 통해 집으로 귀가하던 중 변을 당함.
이런 퍽치기 사건 미래정보가 들렸는데.
“ 3번째 희생자? ”
연쇄 퍽치기 사건. 3번째 희생자라는 건 아직 붙잡지 못했다는 소리 같았다. 수첩을 내려다보며 턱을 쓰다듬던 주혁이 노트북에 전원을 넣었다.
검색어는 용인 퍽치기 사건.
꽤 유명한 사건인지 기사가 생각보다 많이 나온다.
『[단독] 끝나지 않은 ‘용인 퍽치기 사건’』
『퍽치기 사건···현장 조사하는 경찰』
『‘용인 퍽치기’ 벌써 2번째 희생자, 부상자 포함 벌써 5명.』
『경찰, “ 학생들 귀가 시간 당길 것” 당부. 』
『아직도 못 잡은 ‘용인 퍽치기범’, 부모들 벌벌. 언제 잡나?』
『어린 학생들만 노리는 퍽치기범, 행적 묘연.』
“ 미친 새끼네. ”
어린 학생들만 노린다는 퍽치기 사건.
예전 주혁이 활동할 당시, 이와 비슷한 느낌의 영화를 찍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언뜻 들은 적이 있다.
아무 목적 없는 범인이 가장 잡기가 힘들다고.
모든 살인 및 범죄에는 인과관계라는 게 있는데, 저런 불특정 다수에게 범죄를 일삼는 범인은 그 원한이라는 게 확정되지 않아서 잡기가 힘들다는 것.
즉, 어린 학생들에게 원한이 있을지언정, 저 3번째 피해자인 김재욱이란 학생에게 원한이 있는 게 아니라는 소리.
운이 나빴다고 치부하기엔 너무 빡이치는 사건이었다. 벌써 두 번째 희생자가 나왔고, 부상자 포함 벌써 5명. 이제 곧 세 번째 희생자가 나온다는 거고. 그럼 총 6명의 피해자가 생긴다는 건데.
“ 잡아야지. 보이스피싱이 준 정보는 어떻게든 내게 도움이 돼왔고, 내가 아니면 3번째 희생자를 구할 사람이 없잖아. ”
거기다가.
“ 이번이 아니면 이 새끼 못 잡을 수도 있지. 보이스피싱이 이 퍽치기범 정보를 매일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
보이스피싱에서 이 퍽치기범에 관한 미래정보를 다시 들을 수 있을까? 힘들겠지.
결국, 강주혁만이 다음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생각을 정리한 주혁이 요일을 확인한다. 사건이 일어나는 날은 금요일. 내일 모레였다.
일단, 요일을 확인한 주혁은 노트북을 끄고 오피스텔로 향했다.
다음 날 아침, 무비트리.
아침부터 강주혁은 무비트리를 들렀다. 다음 주면 곧장 첫 대본 리딩이 있을 예정이고, 대본 리딩이 끝나면 자잘한 일정이 끝난 후, 바로 첫 촬영.
그전에 현 상황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자는 송사장에 의견이 있어서였다.
“ 일단, 현재까지 큰 문제는 없어. ”
송사장이 인스턴트커피를 건네며 말문을 열었다.
“ 없어야지. 아직 촬영도 안 들어갔는데, 문제가 있으면 안 되잖아요? ”
“ 그렇긴 한데. 요즘 영화판이 너무 살벌해서, 솔직히 살 떨리긴 해. 요즘 영화는 살짝만 실수해도 바로 시궁창 행이야. ”
실제로 분위기가 그랬다. 영화감독부터 시작해서, 배우, 스텝 등 누구 하나 작은 실수라도 하면 영화 자체에 큰 피해가 생길 정도.
-후루룩
고개를 끄덕이며 강주혁이 커피 한잔을 넘긴다. 그러면서.
“ 최명훈 감독부터 스텝 전부 전달했죠? ”
“ 당연하지. 아니 근데 말 안 해도 지들끼리 눈치가 있으니까. 뭐, 알아서들 조심할 거야. ”
“ 리딩은? ”
“ 톡으로 보낸 일정으로 확정이야. 다음 주 화요일. 참석할 거지? ”
“ 하는데, 난 조용히 보다가 갈게. ”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송사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은 것은 강주혁.
“ 워크샵은? 그거 다들 간대요? ”
“ 그래. 다들 술이 고팠는지, 거의 다 간다더라. 말 나온 김에 일정도 잡았는데, 이번 주 주말. 너도 갈래? ”
“ 내가 거기 가서 뭐해. ”
“ 그래도 임마. 제작에 메인 투자잔데, 얼굴이라도 비춰. ”
사실 전체 워크샵 같은 경우, 안가도 전혀 상관없다. 다만, 강주혁은 송사장에게 대부분 가는 게 좋겠다고 추천한 이유가 있었다.
단결력을 키우기 위해서.
촬영장을 책임지는 최명훈 감독은 이번 영화 척살이 첫 입봉작이고, 거기다 스텝들도 모두 급하게 꾸려진 팀. 다행히 주연인 하정훈, 류진주는 전혀 걱정이 없었지만, 조연부터는 전부 무명.
연기라곤 해본 적 없는 강하진까지.
물론, 이번 워크샵에 배우들까지 모두 갈 순 없겠지만, 그래도 웬만하면 다 같이 갔으면 했다.
“ 주말? ”
“ 어어. 토요일에 가서 일요일에 돌아온다. ”
“ 주말에 상주 갈 일 있으니까 넘어가면서 잠깐 들릴게. 장소가 어딘데요? ”
“ 양평. 자세한 건 보내줄게. 근데 상주? 경북 상주 말하는 거냐? ”
“ 응. 그때 한번 말하지 않았나? 다큐 영화 하나 투자했다고. ”
“ 아아. 그거- 그게 상주에서 찍는 거냐? ”
커피를 전부 입에 털어 넣으며 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송사장도 대충 이해했는지, 긴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몸을 파묻는다.
“ 후- 이제 좀 정리돼서, 숨통 좀 트인다. ”
“ 이제 시작인데 벌써 방전입니까. 사장님. ”
“ 야. 나도 알지. 것보다, 오늘은 일정 꽉 차서 안 될 거 같고. 간만에 내일 불족에 한잔? ”
허공에 소주잔을 입에다 털어 넣는 모습을 만드는 송사장에 강주혁이 고개를 흔든다.
“ 내일 불가. ”
“ 왜 임마. 너도 이제 대충 손 털어서, 하루 정돈 시간 날 거 아니냐. ”
“ 하여튼- 안됩니다~ ”
소파에서 일어나며 강주혁이 송사장에게 손을 흔든다.
“ 야. 야! 강주혁! ”
아쉬움에 악을 써보지만, 주혁은 뒤도 안 돌아보고 사장실을 빠져나왔다.
점심과 저녁 사이, 기흥역 주변.
점심을 대충 먹고 도착한 기흥역. 어느새 시간은 저녁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 어디쯤 있는 거야. ”
그리고 지금 그는 기흥역 주변에 있는 지하 보도를 찾고 있었다. 차를 몰면서 주변을 천천히 뒤지기 시작, 현재 3바퀴는 돈 거 같다.
실제로 퍽치기 사건이 일어나는 건 오늘이 아닌 내일이었지만(그마저도 확실하진 않지만), 먼저 주변 탐색부터 확실히 해두자는 취지에서였다.
사실 경찰에 신고하면 가장 간단하다. 그런데.
“ 정보가 너무 부족해. ”
정보가 부족해도 너무 부족했다. 지금 강주혁이 보이스피싱에서 들은 정보라곤 김재욱이라는 흔해빠진 학생 이름과 기흥역 주변 지하 보도에서 사건이 터진다는 것.
그리고 그 사건이 금요일 저녁 8시 이후에 발생한다는 정보가 다였다.
흔한 이름인 김재욱이라는 학생을 찾는 것도 힘들고, 범행 시간도 확실히 잡는 게 사실상 불가능. 거기다 금요일이라는 게 이번 주인지 다음 주인지 하다못해 한 달 뒤인지도 확실치 않았다.
정확하진 않지만, 매주 금요일 8시 이후 기흥역 주변 지하도로에서 3번째 퍽치기 사건이 터집니다! 하고 신고해봤자.
“ 경찰이 믿어줄 리 없지. ”
당장 내일 터진다는 확증도 없고, 미친놈 취급이나 안 당하면 다행이었다. 차라리 장소, 시간, 요일 등 확실히 알려줬다면 바로 신고를 했을 테지만.
당장 신고를 하기엔 들고 있는 무기가 너무 적다.
-부웅
강주혁의 차가 천천히 좌회전한다. 전화가 울린 건 바로 그때였다.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차와 핸드폰이 블루투스로 연결된 상태라 그런지 벨 소리가 한층 크게 들렸다.
-류진주.
발신자는 류진주였다. 강주혁이 핸들에 붙어있는 통화버튼을 눌렀다.
“ 왜. ”
“ 선배님. 어디세요? ”
“ 나? 일 좀 보는 중인데. ”
“ 애들은요? ”
“ 애들? ”
“ 하영이랑 하진이. ”
류진주의 말에 순간 잊고 있었던 이름들이 번뜩 떠오른 강주혁이 언성을 높인다.
“ 너! 걔네한테 뭐라고 말했길래, 걔들이 그러냐? ”
“ 응? 저 별말 안 했어요. 그냥 선배님이 한때 엄청났었다. 너희들 선배님이 찍었다고. ”
별말 안 했다더니, 할 건 다 했네. 강주혁 자연스레 한숨을 뱉는다.
“ 후- 야. 내가 무슨 얘들을 키워. 니네가 좀 잘 키워봐. 연기 봤잖아? ”
“ 봤죠. 근데 하영이, 하진이 선배님이 발굴한 거나 다를 거 없잖아요. 그리고 나 궁금해. 선배님이 키우면 걔네 얼마나 클지. ”
순간 머리가 지끈거리는 강주혁이었다. 이 바닥 18년. 그동안 케어를 받았으면 받았지, 누군가를 키운다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던가? 전혀 없었다. 강주혁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류진주가 말을 잇는다.
“ 선배님. 하영이, 하진이. 부모가 없어요. ”
“ 뭐? ”
“ 2년 전에 돌아가셨대요. 하영이는 틈틈이 아르바이트하면서 생활비 벌고, 하진이는 대학교 안 가고 바로 취업 준비 중이었나 봐요. ”
류진주의 말을 듣는 순간 강주혁의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다시 한번 속으로 욕을 뱉는다. 홍경연 이 새끼는 진짜 개 쓰레기 새끼였구나.
“ 그래서 나는 선배님이 다 알고, 그 둘한테 특히나 정성이었구나 해서. 하영이 다큐 제안했다면서요? 아, 저 촬영 들어가요. 지금 화보 와서! ”
-뚝!
화보 촬영 중이었는지, 류진주의 전화는 그렇게 끊겼고, 강주혁이 말이 없어졌다.
‘ 부모가 없다라······ 나랑 비슷하네. ’
강주혁도 부모가 없었다. 태어나보니 아버지라는 사람은 도망가고 없었고, 어머님이 줄곧 주혁을 키웠었다. 그리고 강주혁에게 처음 연기를 시킨 것도 그의 어머니였다.
시작은 매우 단순했다.
오래전 ‘대추나무 사랑 열렸네’라는 드라마에 푹 빠져 있던 주혁의 어머니는 ‘ 내 아들은 연기자를 시켜야겠어! ’라는 결심으로 어린 강주혁을 데리고 이리저리 오디션을 보러 다녔던 것.
운 좋게 거장 류성수 감독 영화에 캐스팅되면서 강주혁의 연기 생활은 시작됐지만, 그즈음 주혁의 어머니 인생은 마침표를 찍었고.
그렇게 강주혁은 혼자가 됐다.
물론, 어머님이 돌아가신 직후, 주혁의 이모가 거둬 키우긴 했으나 거기까지. 얼추 연예계 생활로 돈을 모은 주혁은 홀로서기를 시작했었다.
매년 이모님에게 적당한 돈을 보내긴 했지만, 주혁이 추락한 후, 그마저도 못 보냈었다.
“ 힘들긴 하지. ”
과거를 회상하던 강주혁이 혼잣말을 뱉는다.
바로 그때였다.
“ 응? ”
-끼익
한참을 찾아다니던 지하 보도를 발견한 주혁이 차를 세웠다.
“ 여기 숨어있었네. ”
-텅!
차를 갓길에 세워놓고 지하 보도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는 강주혁. 확실히 인적이 드물다. 거기다 쌀쌀한 바람이 불어와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도 연출됐다.
-터벅터벅
주변을 둘러보던 주혁이 지하 보도에 계단을 따라 내려가 본다. 전등은 들어와 있지만, 대체로 지하 보도의 통로는 매우 허름해 보였다.
“ 여기밖에 없어. ”
기흥역 주변은 4바퀴나 돌았고, 샅샅이 뒤져봤지만, 지하 보도는 현재 주혁이 서 있는 이곳이 전부.
“ 이거 잠복이라도 해야 하나. 나 참. ”
범행 시간이 확실치 않으니 주혁이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몇 없었다. 그중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저 8시 이후, 잠복하는 게 베스트였다.
다시 돌아온 사무실(보이스 프로덕션)
장소를 확실히 파악한 주혁이 사무실로 돌아왔다. 캄캄하던 사무실에 불을 켜고, 의자에 앉은 채 책상에 다리를 올리며 한숨을 내뱉는다.
생각할 게 너무 많았다.
일단, 퍽치기 사건이 정확하게 내일 일어날지는 모르지만, 잠복은 해야 했고. 이어서 강하영과 강하진. 이미 그 아이들의 인생에 관여를 해버려서, 어디 내놓기도 불안한 건 사실이었다.
거기다 부모도 없다는 게 이내 강주혁을 마음을 붙잡았다.
“ 흠······ ”
잠시 숨을 내뱉던 주혁은 이내 책상에 올려둔 다리를 내리면서 핸드폰을 꺼내 든다.
-추민재 형.
-홍혜수 누나.
연락처에서 두 명의 번호를 찾은 주혁의 입이 열렸다.
“ 어쭙잖은 사람들로는 안 되겠지. ”
그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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