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90
전화를 끊자마자, 주혁은 곧장 책상을 뒤집어엎기 시작했다. 느닷없이 책상을 거칠게 뒤집는 강주혁이 이상했는지 추민재 팀장이 재빠르게 다가왔다.
“ 왜! 왜 그래? ”
“ 형. 김삼봉 감독 시나리오 못 봤어? 나한테 올릴 때 시나리오 1차 검수는 했을 거 아니야. ”
“ 아니. 시나리오는 그냥 올렸어. 김삼봉 감독? 그 감독 시나리오가 들어왔어? 그럴 리가. ”
“ 찾아봐. ”
-우수수수.
수많은 종이들이 책상에서 바닥으로 쏟아졌다.
그렇게 책상을 뒤엎기를 5분.
“ 주, 주혁아. 아니, 사장님. 이거! ”
-스윽.
종이 더미 가장 아래 깊숙하게 박혀있던 시나리오를 꺼내 드는 추민재 팀장이었고, 곧장 시나리오를 받아든 주혁이 표지를 확인했다.
– 제목 : 도적패.
– 감독 : 김삼봉.
– 제작 : 울림 영화사.
“ 진짜 보냈었네. ”
“ 아니, 김삼봉 감독 시나리오가 왜 여깄어? ”
“ ······하영씨를 본 것 같아. ”
“ 하영이를?! ”
“ 형. 일단, 형만 알고 있어. 내가 한번 읽어볼 테니까. 내일 아침 전체 회의 좀 잡아주고. ”
“ 어? 어어. 알았어. ”
-달칵.
추민재 팀장이 사장실을 나서자, 주혁은 자리를 잡고 시나리오를 읽기 시작했다.
-팔락, 팔락, 팔락.
반 정도 읽었을 때 주혁은 느꼈다.
“ 스타일을 완전히 바꿨나? ”
강주혁이 알고 있는 김삼봉 감독의 작품들은 거의 주제가 꽤 묵직했다. 경쾌한 맛은 없지만, 긴장감과 스릴러가 녹아있는 듯한 작품이 대부분.
그런데 지금 강주혁이 들고 있는 작품 도적패는 경쾌한 맛으로 점철된 내용이었다.
“ 홍길동이나 임꺽정을 오마주한 건가? 거기다 오션스 일레븐 냄새도 살짝 나고. ”
쉽게 말해 오션스 일레븐이라는 영화는 외국영화로서 큰 카지노를 기술자 11명이 모여 터는 내용의 영환데, 조선판 오션스 일레븐 정도로 보였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 왜 재밌지? ”
지금껏 시도해보지 않은 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김삼봉 감독이 보내온 시나리오는 한 줄도 눈을 떼기가 힘들었다.
그만큼 경쾌하면서 속도감이 있는 액션 활극.
어느새 김삼봉 감독이 풀어둔 이야기에 빠져든 주혁은 몇 시간 만에 시나리오를 모두 읽어버렸고, 도적패 시나리오를 따로 빼둔 후 책상에 그대로 앉아 밀린 서류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일을 미루다가 괜찮은 작품을 놓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됐기에.
같은 시각, 울림 영화사 리딩실.
리딩실에는 상석에 방금 통화를 마친 거장 김삼봉 감독. 그 옆은 울림 영화사의 사장. 이어서 제작부장, 캐스팅 팀장이 차례대로 앉아있다.
“ 강주혁 그 친구가 뭐랍니까? ”
그때 울림 영화사 사장이 입을 열었다.
-툭, 툭, 툭.
그러나 김삼봉 감독은 대답 없이 그저 검지로 책상을 두드리기를 몇 초.
과묵하던 김삼봉 감독이 울림 영화사 사장을 불렀다.
“ 형수야. 아니 류사장. 자네, 박점례. 그 다큐독립 봤나? ”
“ 예. 봤습니다. 새로운 접근 방식과 옴니버스식 연출이 눈에 띄더군요. 재밌게 봤습니다. ”
“ 그래. 그 영화는 아마 미래에 다큐 독립영화의 교과서가 되겠지. 그런데 말이지. 그건 영화가 뽑혔을 때나 얘기고, 기획서나 간단한 시놉만 가지고도 그 정도 느낌을 받을 수 있겠나? ”
“ ······어렵지 않겠습니까? 다큐 장르 특성상 글과 영상이 가장 차이가 심하니. ”
김삼봉 감독이 고개를 끄덕이며 턱에 자란 수염을 쓰다듬었다.
“ 그게 맞는 말이야. 그런데 강주혁이는 건져냈단 말이지. 그 영화를. ”
그때 제작부장이 끼어들었다.
“ 독립이니 투자금이 크게 부담되지 않았을 겁니다. ”
그러자 김삼봉 감독의 고개가 천천히 제작부장에게로 돌아갔다.
“ 예전에 강주혁 그 친구 나를 찾아와서, 홍경연에 대해 주의를 주고 간 적이 있어. 위험하다고. ”
“ 예?! 언제. ”
“ 꽤 됐지. 혹시 그건 아나? 박점례 그 영화. 원랜 홍경연이 이미지 세탁용으로 작업 치던 영화였던 거. ”
“ 아, 기사를 본 거 같기도. ”
대체로 가물가물했는지, 반응이 미적지근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김삼봉 감독이 팔짱을 끼며 말을 이었다.
“ 그런 영화에 강주혁이 개입한 거야. ”
“ 아. ”
그때야 살짝 이해가 갔는지 제작부장이 탄성을 질렀다.
“ 홍경연은 MV e&m이랑도 끈이 있어. 강주혁 그 친구는 다 죽어가는 박점례 영화를 위해 홍경연, MV e&m과 척질 각오를 하고 치워버렸어. 그리고 끄집어냈지. 지금 결과가 그렇잖나? ”
“ 즉, 투자금과는 무관했다는 말씀입니까? ”
“ 아마 처음부터 돈은 전혀 상관없지 않았을까 싶어. 거기다 최근 그가 움직이는 행보를 봐. 드라마도 터졌고, 거기다 명훈이까지. 심지어 명훈이는 독립작품을 진행 중이었는데, 굳이 건져냈단 말이야. ”
“ 음. 확실히 최근 확 눈에 띄긴 합니다. ”
이어서 잠시 정적이 흘렀고, 그 정적을 깬 것은 김삼봉 감독이었다.
“ 보는 눈이 있어. 그가 이 바닥에 다시 나타난 게 1년이 채 안 됐지? 파급력과 더불어 뭔가 특별한 감각이 있어. ”
“ 그래서 강주혁 소속 배우를 쓰시려는 겁니까? ”
“ ······자네 만약 강주혁이 배우로서의 위상이 그대로였다면 시나리오를 안 보냈겠나? ”
“ 하하하. 보냈겠죠. 1순위로. ”
“ 그래. 나도 그랬을 거야. 그런데 그가 키우는 배우들한테서 가끔 강주혁이 보여. ”
“ 언제 보신 적이 있습니까?! ”
보기 드물게 김삼봉 감독이 미소지었다.
“ 나 요즘 28주, 궁궐 보고 있거든. ”
“ 예? 감독님이요? 하하하. ”
순식간에 리딩룸의 분위기가 밝아졌고, 그 순간에 김삼봉 감독이 짧게 읊조렸다.
“ 다른 의미로 그가 키우는 배우들은 기대가 돼. ”
다음 날 아침. 보이스프로덕션 4층 미팅룸.
보이스프로덕션 사옥 4층 미팅룸이 아침부터 북적거렸다.
드라마 촬영으로 바쁜 스케쥴을 소화하고 있는 강하영, 김재욱, 말숙이 차례대로 앉아있었고, 그들에게 홍혜수 팀장이 다이어리를 보여주며 무언가 열심히 얘기하고 있다.
“ 일단 하영이 너는 2차 광고 일정, 드라마 제작팀이랑 협의가 끝난 상태고, 재욱이는 학교 측에 어느 정도 협조를 받아서 이번 주말까지는 촬영에 집중해도 돼. 그리고 말숙이 너는······ 오늘 왜 이렇게 예쁘니? 오늘 촬영 없잖아? ”
“ 헤헤헤. 사장님 진짜 간만에 뵙는 거라서. ”
“ 어머. 얘 화장 힘준 것 봐. ”
순간 미팅룸은 웃음바다가 됐다. 그 순간에 미팅룸의 문이 열렸고, 이어서 들어온 것은 추민재 팀장과 강하진이었다.
강하진은 미팅룸에 들어오자마자 모여있는 배우들에게 쪼르르 달려갔고, 추민재 팀장은 홍혜수 팀장을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
“ 어머. 민재야. 얼굴 왜 그래? 뭐 화났어? ”
“ 아니. 아줌마. 옷이 그게 뭐야? 파여도 너무 파인 거 아니냐? 그러고 촬영장 나가는 건가? ”
“ 파였어? 이게 어딜 봐서 파였어? 우리 민재 벌써 노안 왔어? ”
“ 쯧! ”
대답 대신 혀를 찬 추민재 팀장이 거칠게 의자를 빼내 앉았고, 곧장 미팅룸에 황실장과 박과장이 들어왔다.
“ 안녕하세요. ”
“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입니다! ”
“ 아, 안녕하십니까~ ”
“ 어서 오세요. 어휴 다들 얼굴 상한 것 봐. 쉬엄쉬엄하세요. 우리 보안팀 두 분밖에 없는데. ”
홍혜수 팀장의 걱정에 황실장이 너털웃음을 던졌다.
“ 하하하. 사장님이 어디 쉬엄쉬엄 일을 던지시나요. 그래도 저희는 나은 편이죠. 사장님 일하시는 거 보면 새 발의 피죠. 뭐. ”
다들 오랜만에 모여서 그런지 동창회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일반적인 소속사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바로 그때 다시 한번 미팅룸의 문이 열렸다.
-끼익.
“ ······다들 모였어? ”
-벌떡.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퀭한 모습의 강주혁이었다. 주혁이 미팅룸으로 들어오자, 앉아있던 모두가 일어나 주혁에게 인사를 던졌다.
주혁은 대충 앉아있으라는 시늉을 던진 후, 정면 스크린이 처져 있는 곳에 섰고.
“ 후- ”
짧게 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강하영이 걱정됐는지 한마디를 거들었다.
“ 사, 사장님. 괜찮으세요?! ”
“ 아, 괜찮아요. 어제 좀 볼 게 많았어. ”
모두가 강주혁을 걱정스럽게 바라봤고, 주혁은 잠시간 눈과 눈 사이를 꾹꾹 누르다 입을 열었다.
“ 자, 일단 하나씩 처리합시다. 일단 재욱이. ”
“ 네. ”
-스윽.
김재욱을 부른 주혁이 그에게 파일 하나를 내밀었다.
“ 해창전자에서 이번 연말이나 내년 초에 진행할 브랜디드 콘텐츠 기획서야. 해창전자 측에서 나한테 직접 수주 넣은 거고, 나는 그걸 재욱이 니가 해줬으면 좋겠는데. ”
“ 또?! 또 해창전자야? 아니 사장님. 무슨 해창전자 일을 사과 따듯이 따와? 미쳤네. ”
“ 커험! ”
대답은 아니었지만, 황실장이 헛기침을 뱉었고 주혁은 그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한 후 재욱에게 말을 계속 이었다.
“ 아직 정확한 콘셉트가 나온 것도 아니라서 해창전자 건은 내가 직접 핸들링 할거야. 뭐가 될진 몰라. 브랜디드 웹드라마일지, 단편영화일지, 장편 광고일지. 해볼래? ”
김재욱은 말없이 기획서를 내려보다 이내 뭔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강주혁을 쳐다보며 답했다.
“ 네. 제가 꼭 하고 싶습니다. ”
“ 그래. 나도 니가 딱이라고 생각해. 다음으로 하영씨. ”
“ 넵! ”
주혁이 강하영에게 김삼봉 감독의 도적패 시나리오를 내밀었다.
“ 김삼봉 감독 측에서 하영씨를 욕심내고 있는 것 같아요. 일단, 정확한 배역이 나온 건 아니지만, 시나리오 읽어봐요. ”
“ 네?! 기, 김삼봉 감독님이요? ”
“ 어머! ”
강하영과 홍혜수 팀장을 비롯해 모두가 놀랐다. 추민재 팀장만 빼고.
“ 뭐 아직 통화만 해봤으니까. 이 건은 일차적으로 누나가 접촉해봐. 아, 물론 하영씨가 마음에 들어야겠지만. ”
“ 사장님! 저 마음에 들어요! ”
당차게 일어나며 외친 강하영이었지만, 강주혁은 그녀를 슬며시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 하영씨. 배우는 감독의 이름값, 제작사, 배급사, 배우 라인업만 보고 작품을 선택하면 안 돼. 오로지 작품을 보고 선택해야지. 아무리 거장이라지만, 작품이 재미없으면 까낼 줄 알아야 해요. 거장이고 나발이고, 뭔 상관이야 재미가 없으면 까야지. ”
“ ······아! 죄송해요. ”
“ 아니. 괜찮아요. 딱 두 가지만 말해둘게요. 첫째는 시나리오를 전부 읽고 홍혜수 팀장님한테 뭐가 재미있었는지 말하고, 둘째 어떤 배역이 욕심나는지 전달해요. 그럼 누나는 그걸 토대로 울림 영화사랑 한번 만나보고. ”
“ 응. 알았어. ”
강하영에게 시나리오를 전달한 강주혁이 이번에는 가만히 자신을 올려다보는 강하진을 쳐다봤다.
“ 하진씨는 지금 하고 있는 웹드라마에 치중하되 곧 개봉할 척살 일정에 맞춰서, 시사회 인사나 무대인사 등등으로 좀 바빠질 거야. 형이 VIP 최혁팀장이랑 연락하면서 동선 좀 잘 맞추고. ”
“ 알았다. ”
“ 그리고. 말숙씨. ”
“ 넵!! ”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말숙. 그런 그녀를 보며 주혁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 정작가님한테 얘기 들었어요. 드라마 후반부 분량이 늘었다고. 잘했어요. 연기도 아주 좋아요. 계속 그렇게 힘 쫙 빼고 여기저기 두드려봅시다. ”
“ ······네? 아. 네. 감사합니다! ”
느닷없는 칭찬에 말숙이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자리에 스르륵 앉았다.
이어서 주혁은 상석 자리에 앉아서, 직원들과 회의를 진행했다. 문제점과 앞으로 파생될 일들 등등을 전달받으면서 이것저것 지시를 던졌다.
“ 아, 그리고 슬슬 직원들을 뽑자. 이러다 다 죽겠어. ”
주혁의 말에 직원 모두가 반색했다.
최종적으로 보이스프로덕션 신입을 뽑는 것은 진행되고 있는 일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시작하는 것으로 의견이 합해졌고, 끝으로 주혁은 황실장과 박과장에게 기본적인 전달사항을 던져주는 것으로 오전 미팅이 마무리됐다.
잠시 뒤.
모두가 떠난 미팅룸에 혼자 남은 주혁은 천천히 창밖을 쳐다보며 읊조렸다.
“ 이제 시작인데 퍼지면 안 되지. ”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후부터 강주혁이 손댄 일들은 마치 모터가 달린 것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됐다.
내 어머니 박점례는 마볼 영화인 빅히어로가 10월 중순에 개봉했음에도 그 상승세가 쉬이 사그라질 줄 몰랐다.
10월 중순을 기점으로 200만을 돌파.
220만, 250만, 270만까지 쭉쭉 치고 올라갔다. 덕분에 독립영화가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쾌거와 티켓파워가 엄청난 마볼영화 빅히어로가 개봉된 뒤에도 2~3위를 지키면서 관객수의 몸집을 키워나갔다.
이어서 중반부에 접어든 28주, 궁궐의 시청률은 연일 기록을 갈아엎으면서 엄청난 이름값을 올렸다.
-9부 평균 시청률 13.4%, 최고 시청률 13.8%
-10부 평균 시청률 13.8%, 최고 시청률 14.1%
10월 25, 26일에 방영된 9부, 10부가 최고 시청률 14%를 넘으면서 상승세를 무섭게 이어나갔다.
이렇듯 독립영화 내 어머니 박점례의 핵폭탄급 흥행과 28주, 궁궐의 미쳐버린 상승세는 곧 여기저기 굉장한 파급력을 미쳤지만.
그 최종 목적지에는 항상 2가지가 거론됐다.
강주혁과 보이스프로덕션.
그 핫한 인물과 상호가 뜨겁게 떠오르고 있을 무렵.
어느새 반 팔을 집어넣고, 긴 팔을 꺼내입는 시기가 도래했다. 10월 말.
『 ‘내 어머니 박점례’ 관객수 300만 넘을 듯.』
10월 30일을 기점으로 내 어머니 박점례가 300만을 돌파하면서 선례에도 없던 독립영화 300만을 달성했고.
10월 31일.
제15회 DBS 국제독립영화제 시상식이 시작되는 날이 밝았다.
오후 5시. DBS 디지털통합사옥, 예술홀 앞.
제15회 DBS 국제독립영화제가 주최한 시상식은 절대 조촐하지 않았다. 오후 6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시상식까지 이어지는 이 행사는 마치 상업영화 영화제를 방불케 할 만큼 거대했다.
말 그대로 DBS 국제독립영화제 측이 작정하고 준비한 것이었다.
비록 홀까지 이어지는 레드카펫은 없었지만, 초청받은 배우, 개그맨, 유명인사, 영화감독, 영화 관계자 등이 자세를 취하고 질문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입구 쪽에 커다랗게 준비돼있었고.
수많은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심지어 제15회 DBS 국제독립영화제에 수상작 중 외국 작품도 포함되어 있어서 그런지 외국 기자들도 곧잘 보였다.
“ 진미씨! 손 한번 흔들어주십시오! ”
“ 곧 개막식이 시작될 예정인지 진미씨!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
한 시간 뒤 시작될 개막식이 닥쳐옴에 따라, 초대받은 연예인 및 기타 유명인들이 속속 포토존에 올랐고, 질문과 함께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기자들은 미친 듯이 셔터를 눌러댔고, 기자들이 진을 친 바깥쪽으로는 무작위로 초대된 일반 시민들이 둥그렇게 원을 만들어 기자들을 덮고 있는 형태였다.
“ 꺄악!!! 언니!!! ”
“ 악수! 언니 악수 한 번만! ”
이들은 기자 못지않은 대포 같은 카메라를 하나씩 들고, 자세를 잡고 있는 연예인들을 찍기 시작했다.
그런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 제15회 DBS 국제독립영화제를 진행하는 스텝들 사이로 무전이 퍼졌다.
“ 치직- 지금 그분들 도착하셨습니다! ”
“ 야야! 가드들 입구로 더 보내!! ”
“ 예! 지금 바로! ”
무전을 받은 스텝 몇 명이 건장한 가드들을 대동하고 차량이 들어서는 입구로 뛰어갔다.
그러자 사진을 찍어대던 기자들이 술렁거렸다.
“ 왔나? ”
“ 왔나 봐. 야야. 지금 여기 있을 때가 아니다. ”
“ 자리 잡아. 자리! ”
기자들이 앞쪽으로 우르르 몰려들었고. 이어서 커다란 검은색 벤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덜컥!
벤 안에서 턱시도를 멋지게 차려입은 최철수 감독과 류성원 감독이 내렸고, 이어서 단아한 한복을 차려입은 김점숙 할머니와 강하영이 내렸다.
-찰칵!
-찰칵!
-찰칵!
마치 번개가 치듯 수많은 플래시가 터졌다. 그리고 그들이 차 앞에서 기자들과 시민들을 향해 어색하게 손을 흔들고 있을 때.
-덜컥!
벤 운전석의 문이 열리며 길쭉한 남자가 내렸다.
“ 저기! ”
기자 한 명이 다급하게 외쳤다. 운전석에서 내린 남자는 대기하고 있는 스텝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차 키를 건넸고.
-스윽.
모여있는 무리 가장 중앙에 섰다. 그러자 기자들이 마치 짠 듯, 미친 듯이 플래시를 터트렸고.
여유롭게 미소지으며 손을 드는 남자.
강주혁이었다.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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