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e struck a jackpot after a marriage RAW novel - Chapter 62
062 이거 재밌는 놈일세?
사건이 발생하기 10분 전.
예나와 함께 침대에 누운 강바다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확실히 애들은 에너지가 많네.’
코오오-
강바다는 한참을 떠들다가 간신히 잠든 예나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잠깐이라도 정신을 놓으면 지쳐 잠들어버릴 것만 같다.
종일 바깥을 돌아다니다 왔는데도, 지친 표정 하나 없이 무려 3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하는 예나.
‘물론 그게 싫은 건 아니지만.’
평상시 말수가 적은 편인 예나가 이렇게 말을 많이 한다는 건, 그녀에게 이번 여행이 얼마나 즐거운지 보여주는 증거겠지.
다만 일주일 내내 쉬지 않고 맞장구를 치자니, 에너지가 못 따라가는 느낌이었다.
‘···하늘 씨 보고 싶다.’
시계는 어느덧 새벽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꽤 늦은 시간이지만, 불면증이 심한 사람이라 아직 안 잘 것 같은데.
‘잠깐 얼굴이나 보고 올까?’
딱히 불순한 의도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한 번 끌어안는 정도면 편한 마음으로 푹 잠들 수 있을 것만 같달까.
어쨌거나 오늘이 마지막 밤이기도 하고. 마침 목이 타기도 해서, 둘이서 간단하게 와인이나 한 잔 나눠마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만 보자. 맛만!’
스르륵-
예나가 깨지 않도록 아주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키는 강바다. 그녀는 까치발을 들고 조용히 방을 나섰다.
살짝 들떠있던 그녀의 발걸음이 멈춘 것은. 익숙한 두 사람의 목소리가 귀에 닿은 직후였다.
“그것이 제게 주어진 임무니까요.”
···이게 무슨 말이지.
강바다는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만 같은 충격에 빠졌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며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숨을 죽인 채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회장님께서는 아가씨에게 그만한 관심이 없으십니다.”
스르륵-
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질수록 강바다의 몸에서는 점점 힘이 빠져나갔다.
두뇌가 멋대로 회전하며 모든 퍼즐을 끼워 맞췄고, 그동안 어렴풋이 알면서도 애써 외면했던 진실들이 재조립된다.
입 밖으로 터져 나오려는 말을 간신히 삼켰다. 강바다는 혹여 숨소리가 새어나갈까, 두 손으로 제 입을 틀어막았다.
“모쪼록 저희 아가씨를 부탁드립니다.”
숨이 막혔다.
유모의 말이 이어질 때마다 숨이 막히고,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누르고 눌러도 자꾸만 넘쳐 흐른다.
머리로는 유모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했지만, 사람이라는 게 꼭 이성으로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차라리 나쁜 사람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김미정이 끝까지 나쁜 사람이었다면, 철저하게 본인의 역할에만 충실했다면. 마음껏 미워하고 증오할 수 있었을 텐데.
유모가 자신을 위하는 마음 또한 진심임을 알기에, 미워하는 것마저 허락받지 못했다. 너무나도 잔인한 상황에 강바다는 헛숨을 들이켰다.
‘못 들은 거로 하자. 바다야, 넌 여기 없었던 거야. 아무것도 못 들은 거야.’
기어코 현실을 부정하기 시작한 강바다. 그녀는 애써 몸에 힘을 불어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뭔가 싸늘해진 분위기.
본능적으로 몸을 멈춘 강바다는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왠지 김하늘의 시선이 자신에게 닿은 것만 같은 느낌이다.
“유모님. 잠시 예나를 좀 봐주시겠습니까?”
아니나 다를까.
김하늘은 곧장 계단을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에 당황한 강바다는 얼른 근처에 있던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궜다.
“바다 씨.”
언제나처럼 자상한 목소리에 강바다는 괜히 마음이 울컥했다. 목 끝까지 차오른 서러움에 좀처럼 입이 열리지 않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는 것뿐이었다.
“바다 씨, 문 좀 열어보세요.”
“···싫어요.”
뭐라도 대답하지 않으면 결코 김하늘이 물러나지 않을 것을 알기에. 강바다는 간신히 목소리를 쥐어짜 냈다.
자신의 목소리는 푹 젖은 행주마냥 물기가 뚝뚝 떨어져서, 스스로 듣기에도 거북할 정도였다.
“일단 얼굴 보고 이야기해요.”
“···잠깐 혼자 있게 해줘요.”
“안 열면 부숩니다.”
“······!?”
“정확히 셋 셉니다.”
진심이 가득 느껴지는 말투에 강바다는 잠시 당황했으나, 마음속으로는 ‘에이, 설마’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동시에 알 수 없는 짜증도 솟아났다. 이런 나약한 모습 절대로 보여주고 싶지 않은데. 얼굴 보기 싫다는데 왜 억지를 부리는 건지.
“하나, 둘···.”
“나 좀 가만히 내버려 두라고요!”
“셋!”
콰직-
믿을 수 없는 소리와 함께 짝을 잃은 문고리가 바닥으로 툭, 하고 떨어졌다.
그것을 보며 잠시 말을 잃은 강바다는 본능적으로 문에서 거리를 벌렸다. 그러기 무섭게 방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김하늘.
“당신 정말 미쳤어요!?”
“미치긴 했죠. 바다 씨한테.”
“······.”
“그러니까 부부간의 대화 좀 나눕시다.”
씨익-
김하늘이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제 딴에는 자상한 미소를 짓는다고 저러는 것 같은데. 지켜 보는 입장에서는 공포영화가 따로 없었다.
덩치 산만 한 남자가 한쪽 손에 찌그러진 문고리를 든 채로 머리를 쓸어올리는데. 어느 누가 침착할 수 있으랴.
강바다는 저도 모르게 뒤로 세 발자국 물러났고. 김하늘은 충격받은 듯 몸을 덜컥거렸다.
“왜 도망가시는 거예요?”
“그걸 몰라서 물어요?”
“모르니까 묻죠.”
“아니, 지금 하늘 씨 꼴을···. 하.”
김하늘의 뻔뻔함에 말문이 막힌 강바다. 조금 전까지 차오르던 울분과 분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황당함만이 남았다.
풀썩-
그런 그녀를 향해 김하늘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강바다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다가, 침대에 다리가 걸려 몸이 뒤로 넘어갔다.
“조심···!”
“앗!?”
그것을 본 김하늘이 재빠르게 달려들었으나, 중력이 강바다를 끌어당기는 속도가 더 빨랐다.
강바다는 본능적으로 허공에 손을 허우적거렸고, 다가온 김하늘의 멱살을 붙잡아 저도 모르게 끌어당겼다.
“······.”
“······.”
침대 위에 사이좋게 엎어진 두 사람.
와중에도 김하늘의 놀라운 반사신경 덕에 서로가 박치기를 하는 건 면했으나. 코가 맞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가 되는 건 피할 수 없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두 사람은 눈만 뻐끔거렸고. 조금 전의 활동으로 조금 거칠어진 숨이 서로의 피부를 간질였다.
“······.”
“······.”
다시금 이어지는 침묵.
두 사람의 시선이 얽혔다. 가운 형태의 비교적 헐렁한 잠옷을 입은 터라, 흐트러진 틈새 사이로 맨살이 보였다.
꿀꺽-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넘어가는 마른침. 한참 동안 말이 없던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키스할 분위기는 아니죠?”
“···알면 빨리 나와요.”
“큼-”
김하늘은 헛기침을 하며 몸을 일으켰다. 이에 강바다도 함께 몸을 일으키려는데.
쪽.
문득 강바다의 이마에 무언가 와닿았다. 깜짝 놀란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김하늘의 장난스러운 미소가 보였다.
“뭐, 뭐예요? 갑자···. 으잉!?”
쪽.
이번에는 강바다의 콧등에 뽀뽀하는 김하늘.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었던 강바다가 김하늘을 밀어냈다.
“하지 마요! 지금 그럴 기분 아니···.”
쪽.
이번에는 강바다의 왼쪽 볼. 당황한 그녀가 바동거리며 김하늘을 밀어내려는데, 그는 쉽사리 물러나질 않았다.
“한번 더하면 진짜···.”
쪽.
오른쪽 볼에 와닿는 부드러운 촉감. 강바다의 경고에도 김하늘은 멈추지 않았다. 그가 짓궂은 미소를 띠며 물었다.
“한번 더하면 뭐요?”
“······.”
강바다는 말없이 김하늘을 노려봤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 뭐 하는 짓이냐고 화를 내고 싶은데, 뭔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뭐라 하면 당장 입에다 뽀뽀할 기세고. 그게 또 싫은 건 아닌데, 해달라고 하는 것도 이상하고. 하여간 복잡한 기분이었다.
“말 안 할 거예요?”
“···비켜요.”
“싫은데요.”
“아니, 뭐 하자는 거예요!?”
“그냥. 이런 거?”
쪽-
서로의 입술이 맞닿았다. 멍하니 눈을 뜨고 있던 강바다는, 조금 길게 이어지는 접촉에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그래도 이 상황에 키스는 좀 그렇죠?”
“···비키라고요! 쫌!”
얼굴이 달아오른 강바다는 있는 힘껏 김하늘을 밀어버렸다. 이번에는 꽤나 순순히 넘어가는 김하늘을 보며, 그녀는 입술을 삐죽였다.
“···진짜. 이럴 때 장난이나 치고. 제 마음도 모르면서!”
“그야 당연히 모르죠.”
“뭐라고요?”
강바다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그를 보며 웃음을 삼킨 김하늘은 머리 뒤로 깍지를 끼며 침대에 드러누웠다.
“저는 신이 아니잖아요. 바다 씨랑 똑같은 사람이니까, 말로 설명해주지 않으면 몰라요.”
“······.”
“그러니까 말해주세요. 바다 씨의 마음.”
“됐네요.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는 건지. 그만 가서 잠이나 잘···. 으앗-!?”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서 벗어나려는 강바다. 이에 벌떡 몸을 일으킨 김하늘이 그녀의 어깨를 잡아 강하게 끌어당겼다.
강바다가 몸부림치며 벗어나려고 하자, 김하늘이 대뜸 그녀의 허리 위에 한쪽 다리를 올리며 꼼짝도 못 하도록 만들었다.
“왜 갑자기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래요!?”
“바다 씨.”
김하늘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강바다를 불렀다. 이에 강바다는 몸부림을 멈추고,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
김하늘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으나, 강바다는 왠지 그의 마음이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왜 이러는 거야.’
밤하늘을 꼭 닮은 그의 눈동자.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동정도 뭣도 아니었다. 그저 있는 그대로 강바다를 바라보고 있을 뿐.
그녀를 바라보는 눈이 어찌나 투명한지, 그의 눈동자 속에 자신의 모습이 그대로 비쳐 보이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짜증 나.’
꼬옥-
김하늘에게 붙잡힌 두 손이 파르르 떨렸다. 기어코 강바다의 통제를 벗어난 감정이 제멋대로 날뛰기 시작했다.
“···미워.”
간신히 한 마디를 내뱉었다.
김하늘은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밉다고.”
시야가 뿌옇게 물들어간다.
쌓여있던 울분이 일제히 폭발하더니, 방향을 잃고 이리저리 날뛴다. 강바다의 손이 툭, 김하늘의 가슴을 때린다.
“유모도, 아빠도, 큰 오빠도···. 전부 다 미워.”
툭, 툭.
휘두르는 손에 점점 힘이 실린다. 어린아이 같은 투정에도 김하늘은 도망치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을 뿐.
왠지 그를 마주 볼 수 없던 강바다는, 고개를 숙인 채 그저 떠오르는 대로 말을 내뱉었다.
“말도 잘 들었잖아. 시키는 대로 전부 했잖아. 근데 왜 나한테 자꾸만 뭔가를 더 바라는 거야?”
“······.”
“얼마나 더 가져가야 직성이 풀리는 거야? 이제 난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데···.”
주르륵-
서러움이 방울져 흘러내렸다. 그것이 뺨을 타고 턱까지 적시기 직전, 김하늘이 손을 뻗어 그녀의 눈물을 닦아줬다.
그때부터는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강바다는 그저 울음을 토해냈고, 김하늘은 말없이 그녀를 품에 안고 토닥여줬다.
그날 밤은 유독 길었고.
두 사람은 함께 밤을 지새웠다.
* * *
“언니, 나도 선글라스 써볼래!”
“이건 안 돼.”
“···왜?”
단호한 거절에 예나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아차 싶었던 강바다가 다시금 입을 열려는데, 김하늘이 불쑥 끼어들었다.
“예나가 이해해주렴. 바다 언니는 지금 눈이 땡땡 부어서···. 아악!”
“괜히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 예나 선글라스는 언니가 새로 하나 사줄게. 알았지?”
“우웅.”
예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미묘한 강바다의 분위기에 태클을 걸지는 않았다.
“아가씨, 짐은 전부 챙기셨나요?”
“······.”
그때 뒤쪽에서 김미정이 말을 걸어왔다. 이에 강바다의 표정이 살짝 굳었으나, 김미정은 평소와 다름없이 부드럽게 웃을 뿐이었다.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깊게 허리를 숙여 보이는 김미정. 그게 작별인사라는 것을 눈치챈 강바다는 입술을 오물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꼬옥-
그때 김하늘이 조심스럽게 강바다의 손을 잡아주었다. 잠깐 움찔한 그녀는 김하늘과 김미정을 번갈아 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아가씨.”
그제야 김미정이 고개를 들어 강바다를 바라봤다. 이에 눈치를 살피던 김하늘은 예나를 데리고 조용히 자리를 비켜줬다.
둘만 남은 자리.
잠시 어색한 침묵이 맴돌았다. 먼저 그 무게를 감당한 것은 김미정이었다.
“죄송합니다.”
“그게 전부예요?”
“네?”
“흔한 변명이라도 해보세요. 너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사랑해서 그랬다. 뭐 그런 말 많잖아요. 뭐라고 말 좀 해보시라고요.”
“제가 무슨 낯짝으로 그러겠습니까.”
모든 것을 체념한 듯 그저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는 김미정. 그를 보며 강바다가 천천히 입술을 달싹였다.
“책임지세요.”
“······?”
“이렇게 도망친다고 끝나는 거 아니잖아요. 정말 저를 딸처럼 생각하셨다면 제 곁에 남아서 쭉 보답하세요.”
“아가씨.”
“됐어요. 이번에는 제 마음대로 할 거예요. 넉넉하게 1~2년 정도 휴가 드릴 테니까, 그동안 못 누렸던 휴가나 잔뜩 다녀오세요. 그때쯤이면 여기도 정리되어 있을 테니까.”
그 말의 의미를 파악한 김미정이 눈을 크게 떴다. 그녀의 동공이 파르르 떨리더니, 조금씩 젖어들기 시작했다.
강바다는 더 할 말은 없다는 듯 몸을 돌렸고. 김미정은 돌아선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허리를 깊게 숙였다.
“감사합니다. 아가씨.”
“···감사는 돌아오면 하늘 씨한테 하세요.”
“네. 꼭 그러겠습니다.”
“언니-! 빨리 와!”
“응. 금방 갈게.”
그 말을 끝으로 강바다는 자신을 기다리는 두 사람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발걸음에 망설임은 없었고.
그녀는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 * *
“머리는 제법 돌아가는군.”
“유모 쪽은 예정대로 처리할까요?”
“그쪽은 내버려 둬. 우리 막내한테 더 미움받기는 싫거든. 괜히 파리 새끼들 안 꼬이게 주변 감시 정도만 하고.”
“저쪽에도 전달해두겠습니다.”
“그래.”
대한 그룹의 장남 ‘강산’은 입꼬리를 문질렀다. 하여간 막내 이야기만 나오면 표정관리가 힘들어서 문제다.
“일정을 최대한 당기면 언제쯤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지?”
“예정 기간은 1년입니다.”
“반절로 줄여봐.”
“네, 알겠습니다.”
명령을 받은 비서는 정중히 고개를 숙여 보인 후, 소리 없이 방을 나섰다.
홀로 남은 강산은 발아래로 펼쳐진 텍사스의 야경을 바라보며 잔을 들어 올렸다. 와인에 비친 도시의 야경이 흔들거린다.
“···김하늘, 이거 재밌는 놈일세?”
강산은 와인을 단숨에 비워냈다. 유리잔에 비친 그의 얼굴에는 자그마한 미소가 걸려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