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16)
특성 쌓는 김전사-116화(116/300)
까마귀의 유산 -1-
하나하나 뜯어 보자.
우선 금괴.
겉면에 금오금융 문양과 함께 [1KG] 글자가 선명하게 박혀 있다.
그게 최소한 100개 이상.
이 세상 금 시세는 모르지만 원래 세계 시세에 비춰 생각해 보면 100억 원어치는 될 것이다.
‘들고 가기도 힘들겠다.’
비서가 금괴를 받쳐 온 진은 쟁반은 마력을 폴폴 날리고 있지만, 내 골프백은 경량화 마법은 안 걸려 있으니까.
그리고 권총.
성희영이 약속했던 4번째 다산총이었다.
저번에 받은 권총보다 확연히 작고 얍실한,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크기.
이것으로 [충격][영탄][파괴]에 이어 [정지]를 획득했다.
어떻게 보면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물건.
전투 중에 정지 먹이고 묵호검을 찌르면 누구라도 끝장날 테니까.
‘마총은 안 들고 다녀도 되겠다.’
추가로 다이아 20개에 넥타르 2병.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푸근해졌다.
넥타르도 넥타르지만 다이아를 받은 게 가장 기뻤다.
내가 아직 이식하지 못한 특성들을 몽땅 가져올 수 있을 테니까.
조만간 콜로세움에 갈까 했는데 가지 않아도 될 정도.
나중에 백소린의 개인 퀘스트를 시작할 때 가면 되겠다.
이제 마지막.
딱 한 가지 물건만이 남았다.
나는 쟁반 위에 놓인 신발을 집었다.
“이거 주셔도 됩니까?”
뭔지 알아서 하는 소리다.
황금 까마귀를 조각한 듯한 신발.
[금오신]이라는 SR급 마법 신.내가 가진 묵호검, 묠니르, 아이기스, 풍요의 심장 같은 SSR등급 마법 무구보다는 떨어진다.
그러나 금오신에도 장점이 있었다.
세트 아이템이라는 것.
투구, 허리띠, 신발, 이렇게 세 부위로 나뉘어 있으며 다 장착하면 SSR급 못지않은 성능이 나온다.
원래는 회장이 갖고 있었지만 자식들에게 하나씩 배분했다고.
그중 금오신의 특성은 [금오 도약].
공중 도약은 물론 관성 무시가 붙은 강력한 능력이었다.
“이건 성공 보수면서 수임료예요.”
“수임료요?”
“예. 묵호검주님께 새로운 의뢰를 맡기고 싶어요.”
뭔지 알겠다.
나는 속으로는 눈치챘지만 겉으로는 의뭉을 떨었다.
“새로운 의뢰라니요?”
대답하기 앞서 성희영이 주위를 돌아본다.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말로 하지 않아도 의중을 눈치챈 것.
조금 전만 해도 북적북적하던 옥상이 조용하게 변했다.
아울러 입체 마법진이 은막 마법진으로 변하여 주위와 차단하기까지.
“비밀은 지켜 주세요.”
“당연하죠.”
“묵호검주님께서도 보셨다시피 제가 아직 불리한 처지예요. 묵호검주님 덕에 기사회생하긴 했지만 마찬가지죠. 제가 오빠들보다 약하거든요.”
나이 때문이다.
이미 40대에 들어간 장남과 차남.
반면에 김전사 또래인 20대 초반의 성희영.
6레벨을 달성한 것이 용하다.
몇 년만 시간이 있었으면 오빠들에게 밀리지 않았겠으나 지금은 성희영이 확실히 약한 시점.
“단체전은 분명히 큰오빠가 가져갈 거고, 일대일 결투는 이변이 없는 한 둘째 오빠가 이길 거예요. 그러면 이사회에서 결정 나는데, 누가 이길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저는 아니겠죠.”
“그럴 겁니다. 사장님이 여러모로 불리한 게 사실이니까요.”
“그렇다고 그냥 당해 줄 수는 없어요.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건 딱 하나예요.”
성희영이 자기 귀를 매만졌다.
정확히는 귀 아래 박힌 보석을.
빛이 뿌려지며 공중에 작은 칩을 만들었다.
태양빛 까마귀가 발톱으로 움켜쥔 마법칩.
“까마귀 칩이라고 들어 보셨어요?”
“사장님께 들었습니다.”
“네. 사실 제가 일부러 흘린 거예요. 어쩌면 묵호검주님의 힘을 빌려야 할지도 몰라서요.”
성희영이 날카로운 눈으로 마법칩을 노려본다.
“여기엔 우리 가문의 비밀이 담겨 있어요. 오직 우리 가문의 DNA에만 반응하는 변이 인자가 숨겨 있죠.”
“변이 인자라…….”
“그걸 확보해서 저한테 주입할 수만 있으면, 그래서 7레벨이 되면 모든 걸 뒤집을 수 있어요.”
말처럼 쉽진 않다.
궁합 좋은 기계 의체 정보 역시 같이 있겠지만, 변이 위험과 마력 폭주 가능성은 강화병에게 항상 따라오는 법이니까.
넥타르가 있어도, 맞춤 영약을 미리 준비해도, 돈과 마법을 처발라도 위험한 건 마찬가지.
성희영은 그것조차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세상에 군림하고 싶어서.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까마귀 칩을 찾아 달라는 거죠?”
“정확해요. 이미 제 부하들이 사옥을 샅샅이 찾고 있지만 가망이 없어서요. 분명히 아버지께선 생전에 사옥 안에 숨겨 뒀다고 하셨는데.”
“좋습니다. 그 의뢰 받아들이지요. 성공 보수는 어떻게 됩니까?”
“성공 보수는…….”
성희영이 마법 쟁반을 또 가리켰다.
“이거랑 비슷하게 드릴게요.”
“이거랑 비슷하게요?”
“네.”
즉석에서 상세 품목을 결정했다.
100억에 준하는 금괴.
다이아 20개와 넥타르 2병.
머리 방어구인 금오모.
지금 받은 금오신이 성공 보수인 동시에 수임료이니 비슷한 가치라고 볼 수 있었다.
나는 성희영과 악수하며 정식으로 의뢰를 받았다.
“좋습니다. 지금 바로 착수하지요. 작은 사무실 하나만 내주시겠습니까?”
“제가 쓰는 사무실이 있어요. 거길 내드릴게요. 이번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 거길 쓰세요.”
“사장님은요?”
“전 아무 임원실이나 쓰면 돼요.”
성희영이 내준 사무실은 차상 층에 있었다.
최상층은 회장이 혼자 쓰는 공간.
그리고 차상 층은 그 자식들이 썼던 것이다.
서로 마주치지 않게끔 엘리베이터까지 분리된 채로.
“햐…….”
사장실에 들어간 직후, 나는 짧게 감탄을 터뜨렸다.
유리 통창으로 강남구 정경이 고스란히 내려다보였다.
깔끔하고도 현대적인 디자인의 인테리어에, 청소 드론들이 새처럼 날아다니며 공기를 정화하는 중.
벽에는 너무 고차원적이어서 이해할 수 없는 현대 미술 그림이 잔뜩 걸려 있고 바닥에는 마법진을 그대로 드러낸 타일이 깔렸다.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특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성희영이 내 감탄을 듣고 뿌듯하다는 듯 웃었다.
“어때요? 마음에 드세요?”
“이런 좋은 곳을 써도 될지 모르겠네요. 제 집보다 좋아 보입니다.”
“겸손하시네요. 묵호검주님 집도 나쁘진 않던데요. 묵호검주님 품격에 안 어울리긴 했지만요.”
새삼 내가 출세했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세계에서는 2평짜리 고시원에서 살던 나.
그런 내가 재계 서열 4위 재벌의 유력한 후계자에게 이런 대접을 받을 줄 누가 알았겠어.
이 세상이 안정만 된다면, 고대신 부활에 핵전쟁에 차원 균열 같은 대재앙이 줄줄이 예약만 안 되어 있으면 눌러앉고 싶은 심정이다.
“부탁드릴게요.”
성희영이 문을 닫고 나갔다.
나는 100평도 넘어 보이는 사장실을 돌아다니다가 중역 의자에 가 풀썩 주저앉았다.
중역 의자도 평범한 중역 의자가 아니다.
최고급 가죽이 나를 감싸는 것은 물론, 인체공학적 구조가 작용하여 나를 포근하게 안아 주었다.
그와 함께 마법진 발동.
청결, 쾌적, 안정, 정화, 회복 등등 수십 가지 마법이 중첩되면서 내 피로를 단숨에 날려 버렸다.
“돈이 좋긴 좋네.”
사장실은 그렇다 쳐도 의자만큼은 탐난다.
이거 성공 보수로 달라고 할까?
하나 집에 들여놓고 피곤할 때마다 10분만 쉬어도 남는 장사지 싶다.
쓸데없는 생각.
나는 피식 웃고는 걸치고 있던 마법 무구를 하나하나 해제했다.
그리고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탐지]의 투구. [신속]의 신발. [격노]의 손도끼. [위기 감지] 반지.내가 아직 특성을 이식하지 못했던 마법 무구들이다.
다이아 20개면 이것들을 모두 가져올 수 있었다.
그동안 꽤 오래 써서 장비 숙련이 쌓였으니까.
주저하지 않았다.
바로 다이아를 밀어 넣어 장비를 빛나게 만들었다.
특성이 내게 흡수되는 것이 느껴진다.
“후우.”
가슴이 두근거렸다.
벌써 상위 특성을 몇 개나 조합했지만, 새로운 특성을 개방할 때는 항상 이렇게 심장이 뛰곤 했다.
[돌진][도약][질주] [기동][이탈][신속]특성을 조립한다.
마력 회로가 흔들리는 게 느껴진다.
한 잎 한 잎 잎사귀처럼 해체되었다가 블록 쌓듯 결속된다.
그렇게 웅대한 전모를 드러낸 특성.
[대공습]백소린의 폭주 기관차와도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폭주 기관차가 오로지 전진, 전진만을 외칠 때 대공습은 후퇴하거나 멀리 돌아가기도 한다는 점.
‘이동기는 확보했어.’
다음 목표는 감각 계열 상위 특성이다.
육감이라는 아주 좋은 특성이 있지만, 기왕이면 하나 더 뽑으면 좋잖아?
안 그래도 [통찰][탐지][추적][위기 감지] 이렇게 4개가 준비되어 있기도 했고.
‘2개만 더 모으면 돼.’
선택지가 여럿 있다.
천리안, 관심법, 마안…….
‘나한텐 귀안이 낫지.’
마안도 탐났지만 귀안이 나한텐 더 맞다.
상대의 모든 정보를 읽어 내는 귀안.
일시적으로 상대에게 마비 등 디버프를 거는 마안.
다산총도 있고 하니 귀안을 선택한 것이다.
‘약점 파악이랑 투시를 모아야겠네.’
다음 목표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도발기도 만들까?’
나는 보통 혼자 다니니까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도발이 아니더라도 포효 같은 건 익혀 두면 좋다.
다대일 싸움에 쓸 만하고, 일대일에서도 기습적으로 디버프를 걸 수 있으니까.
그 끝을 사자후로 향하든, 전신의 포효로 향하든 간에.
“그리고…….”
새롭게 특성을 교체했다.
[투지][맹공][격노][파괴]두 개가 모자라다.
무쌍과 학살 특성이 있어야 [일기당천] 상위 특성을 조합할 수 있다.
[거인의 힘]이 순수하게 육체에 작용한다면 일기당천은 능력치를 올려 주는 한편 전투에도 실질적인 보너스를 주는 특성.순수하게 전투력만을 따지면 일기당천이 거인의 힘보다 낫다.
범용적으로 쓰기엔 거인의 힘이 좋지만.
‘하나 더 있지.’
다름 아닌 검 전문가.
이미 다섯 개 특성을 완비했고 [흘리기] 특성만 남겨 놓고 있다.
이건 날 잡아서 훈련하면 되겠지.
서우진은…… 바쁘니까 힘들고 백소린을 부르든 적당한 호구 물어서 훈련 같은 실전을 치르면 충분하다.
“좋아, 좋아.”
여기까지 확인하고 몸을 일으켰다.
내가 재료를 가진 것 중에 방패 전문가도 있지만 미뤄 두었다.
필수 재료인 방패술도 없고 방패 관련 특성은 방패 치기밖에 없으니까.
지금은 까마귀 칩을 찾아야 할 때.
금오신은 신고, 신속 신발과 격노 손도끼는 골프백에 넣은 다음 투구를 쓰고 반지는 손가락에 끼웠다.
[통찰][추적][집중] [육감][민감][밝은 눈]탐지와 위기 감지는 마법 무구에 내장되어 있으니 굳이 장착할 필요가 없다.
‘까마귀 칩은 로비에 있었지.’
진짜 사기다.
정답을 이미 알고 있다는 것.
남들은 쌔빠지게 사옥을 샅샅이 뒤질 때 설렁설렁 찾아가서 심봤다 외치면 끝이잖아.
로비에 있는데 왜 못 찾냐고?
회장이 엄청나게 돈을 처발라서 그렇다.
아차원 결계.
로비 중심에 설치된 태양 까마귀 조각에 깊이 파묻고 아차원 결계로 아예 격리시켰다.
여기에 온갖 탐지 방해 마법진은 덤.
아니, 태양 까마귀 조각을 통째로 특수 합금으로 만들었다.
외부에는 세계철로 만들고 황금으로 도금했다고 알려졌지만 실은 금오 그룹 오너 가문의 비전.
태양 까마귀 조각을 부수지 않는 한 탐지할 방법이 없다.
그리고 금오 그룹의 설립자, 전대 회장이 직접 조각했다는 태양 까마귀를 부술 배짱을 가진 사람도 없고.
‘이틀 뒤에 얘기하자.’
갑자기 태양 까마귀 조각을 지목하면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나는 적당히 시간을 때우며 마음껏 호사스런 생활을 만끽했다.
심심하면 사옥을 기웃거리며 탐지 특성을 돌리고, 지겨우면 사장실에 돌아와 라면 끓여 달라고 직원을 호출하고, 그마저도 따분해지면 지하 돌아다니면서 콕콕 쑤셔 대고.
“묵호검주님? 거긴 저희가 진작 점검했습니다.”
“목표가 어디 있는지는 몰라도 거긴 아닐 겁니다.”
“그야 모르죠.”
“묵호검주님이 대단하신 분이라는 건 알지만 추적은 저희가 더 나을 겁니다. 저희한테 맡겨 주세요.”
“기필코 목표를 찾고야 말겠습니다.”
“149층 야경이 그렇게 멋있다면서요? 저도 죽기 전에는 한 번 올라가 보고 싶습니다.”
사장실에서 떡이나 먹으라는 태도.
나는 그저 웃어넘겼다.
[탐지][추적][질주]이렇게 세 특성밖에 없는 것들이 유세 떠는 게 웃겨서.
나 혼자 맨땅에 헤딩하는 게 훨씬 낫겠다.
그렇게 이틀이란 시간을 흘려보낸 후 성희영을 불렀다.
성희영이 혹시나 하는 얼굴을 하고 찾아왔다.
“묵호검주님. 부르셨어요?”
“예, 사장님.”
나는 내가 주인이 된 것처럼 커피를 내려 성희영에게 대접했다.
성희영은 역시 재벌 2세다웠다.
속으로 조바심이 날 텐데도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나를 주시했다.
하지만 이 말을 듣고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나는 성희영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찾았습니다.”
움찔.
섬세하고 하얀 손가락이 살짝 떨렸다.
그러면서도 우아하게 움직이지만 날 보는 눈가가 지진 난 것처럼 흔들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찾았다고요? 어디서요?”
“시간 끌 필요 있겠습니까? 지금 바로 가지러 가시죠.”
“좋아요.”
성희영이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딸그락, 평소 절대 내지 않았던 소리가 났다.
커피잔에 남은 커피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팔짱을 끼고 도도히 서 있는 성희영.
그런데 구두를 까딱까딱 엘리베이터 바닥에 부딪힌다.
그만큼 초조해하고 기대에 차 있는 것.
“어떻게 찾으신 거죠? 특별한 보고는 없었는데.”
“영업 비밀입니다. 사장님도 저한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셔서 의뢰하신 거 아니었습니까?”
“사실 기대 안 했어요. 금오신을 굳이 성공 보수로 드린 건…… 아니에요.”
성희영이 말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나한테 추적 능력이 있는 거 알고 의뢰한 거 아니었어?
아마도 내가 모르는 어떤 의도가 있었나 보다.
일단 무시하고 1층에서 내렸다.
로비의 태양 까마귀 앞에 정지하자 성희영이 설마 하는 표정을 짓는다.
“이거라고요?”
“예.”
“저도 의심은 했었어요. 초정밀 검사도 몇 번이나 했고요. 하지만 안에 아무것도 없다는 결론이 나왔는데…….”
“그럴 겁니다. 부수기 전에는 탐지가 안 되거든요.”
묠니르를 들었다.
쿠르릉!
마력을 주입하자 천둥이 터졌다.
번개 덩어리로 변해서 무지막지한 힘을 뿜어내는 묠니르.
성희영이 눈을 크게 떴다.
“잠깐만요! 부수면 안 돼요! 일단 초정밀 검사부터 다시, 4대 마탑에 연락해서 초정밀 검사를…….”
아, 글쎄 그걸론 안 된다니까.
무시하고 묠니르를 던졌다.
꽈르릉!
태양 까마귀상이 폭발하고 뒤늦은 비명이 허공을 갈랐다.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