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53)
특성 쌓는 김전사-154화(153/300)
154화 백마 고지 -4-
“조금 아플 겁니다.”
귀안, 육감을 장착하고 노인의 팔을 주물렀다.
“크허헉!”
노인이 숨넘어가는 소리를 낸다.
“무, 무슨 짓이냐!”
“사단장님을 놔드려!”
“이미 항복하셨는데 뭐 하는 거냐!”
멋 모르는 장교들이 시끄럽게 떠든다.
하지만 노인의 얼굴은 확 좋아졌다.
수십 조각 났던 팔뼈를 맞춰 주었기 때문.
여전히 아프고 고통스럽겠지만 조금 전보단 낫겠지.
근처에 떨어져 있던 골프백을 주워 왔다.
거기서 엘릭서를 두 병 꺼내 한 병 내밀었다.
상급 치유 물약도 있지만 나는 엘릭서를 마실 거라서 이거 주기는 좀 그랬다.
노인이 엘릭서를 빤히 보더니 정중히 받아 들었다.
“고맙네. 묵호검주.”
인제 와서 묵호검주라고 부르기야?
무시하고 두 발짝 뒤로 물러났다.
여전히 가슴에 꽂혀 있던 검에 두 손을 가져간다.
“후우우.”
길게 숨을 들이마신 뒤.
뽑았다.
단숨에, 백호검을.
푸하악!
피가 치솟는다.
재생되던 살점과 엉겨 붙던 핏덩이가 모조리 뽑혀 나온다.
격하게 내 머리를 후려치는 아픔.
아찔해지는 정신.
하마터면 의식을 잃을 뻔했다.
미리 이를 악물고 있지 않았다면, 금강체 특성을 장착하지 않았다면 분명히 기절했을 것이다.
“후우욱, 후욱.”
숨을 거칠게 들이마신다.
떨리는 손으로 엘릭서를 목구멍에 들이붓는다.
불사 말고도 재생, 소생, 상처 회복, 치유 같은 특성을 몽땅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가슴에 난 상처가 빠르게 메꿔진다.
증발한 갈비뼈가 재생되고 살점이 자라난다.
덕택에 피가 분수처럼 치솟지만, 그마저도 맹렬한 기세로 재생성되고 있었다.
나는 가슴 깊은 곳이 서늘해지면서 내 존재가 고정되는 감각을 느꼈다.
통상적인 회복보다 빠른 회복.
아니, 단숨에 완전 치유.
이건 재생 계열 특성이 아니다.
[구사일생] 특성이었다.하도 죽을 고비를 자주 넘겼더니 획득한 것.
노인이 질린 얼굴로 날 응시했다.
“자네 대체 정체가 뭔가?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 용의 자손? 아니면 신의 말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글쎄요.”
나는 두 팔을 크게 한 번 돌렸다.
전신이 뻐근했다.
재생 계열 특성을 총동원했고 엘릭서를 마셨고 구사일생 특성까지 적용됐는데도 온몸이 얻어맞은 것처럼 아팠다.
그만큼 부상이 심각했고 결투가 격렬했다는 뜻.
“허, 허허허, 허허허.”
노인이 허탈한 듯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께서 망령이 나셨나 했더니. 그게 아니었단 말인가…….”
충격이 큰 모양.
이해는 한다.
무려 2레벨 차이.
1레벨 대 3레벨도 아니고, 5레벨 이상 고레벨 구간에서는 수십 명이 달라붙어도 극복할 수 없다는 게 정설이다.
최후의 순간 잠깐 방심했다고 해도 2레벨 아래 애송이에게 졌으니 머리가 띵하겠지.
나는 자리를 털고 발을 옮겼다.
“약속은 지키시기 바랍니다.”
“난감하군. 현금이 없는데…… 그렇지, 자네 혹시 부동산에 관심 있나?”
“부동산이요? 부동산도 좋지요.”
“그럼 내 명의로 된 빌딩을 넘겨주겠네. 강남에 있는 빌딩이니 최소 천억은 될 게야.”
강남 빌딩?
현금보다 그게 더 이득이지.
원래 세계 대한민국도 부동산 공화국이었지만 여긴 더 심하거든.
인구가 2배인 만큼 땅의 가치도 곱절은 더 뛰었다고 봐야 한다.
서울의 노른자위, 강남에 있다면 더더욱.
“감사히 받겠습니다.”
“조만간 전속 변호사를 보내지. 세세한 얘기는 대리인들끼리 하게 두세나.”
“좋습니다.”
“가 보시게. 오늘 나도 느낀 바가 크네. 이제야 평생의 망집을 벗은 느낌이야.”
담담히 날 보는 노인.
혼탁하던 눈빛은 사라지고 없다.
세상사 달관한 듯한, 한순간에 득도한 고승을 보듯 맑게 가라앉아 있을 뿐.
그러나 장교들은 날 곱게 보내 주지 않을 모양이었다.
챙! 챙!
저마다 검을 뽑으며 나를 둘러쌌다.
내가 눈살을 찌푸리자 노인이 낮은 목소리로 묻는다.
“너희들, 무슨 짓거리냐.”
“아버지. 저놈을 그냥 보내서는 안 됩니다!”
“묵호검입니다! 묵호검!”
“가문의 보물을 외부인에게 넘길 생각이십니까!”
“보내 주더라도 묵호검만은 회수해야 합니다!”
“허허허.”
노인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아버지께선 이런 심정이셨구나.”
수개월 전 자신이 자기 자손들 위에 겹쳐 보이는 것.
그러더니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이 미욱한 놈들! 내 얼굴에 얼마나 똥칠을 하려고 그러느냐!”
“할아버지!”
“아버지!”
“무인으로서 정정당당하게 검을 겨뤘고 내가 패했다! 한 입으로 두말하게 할 작정이냐? 당장 비키지 못하겠느냐!”
엘릭서로 완전히 회복된 상황.
검을 쥐지는 않았어도 소드마스터의 기세만큼은 한 자루 검을 보는 듯했다.
장교들이 기가 죽어서는 주춤주춤 물러났다.
하지만 눈에 어린 독기만은 더욱 짙어지고 있었다.
노인이 장탄식을 터뜨렸다.
“내 탓이로구나, 다 내 탓이야. 묵호검주. 자네에게는 정말로 미안하게 되었네. 다 내가 저놈들 교육을 잘못한 탓이야.”
“아닙니다.”
“이건 내 사죄의 표시일세. 부디 이번 일은 잊어 주시게나.”
노인이 군복 앞섶을 풀고 자기 군번줄을 꺼냈다.
그러더니 인식표 하나를 똑 분질러서 내게 건넨다.
이게 뭐지?
손이 닿는 순간 나는 전율을 느꼈다.
시야가 암전하고 환영이 펼쳐지며 나타난 한 남자 때문에.
[묵호무적검법은 극패(極覇)의 무예다.] [비겁하게 굴지 말라.] [당당히 허리를 세워라.] [하늘을 우러를 수 있어야 땅을 굽어볼 수 있는 법.] [자신에게 당당한 자만이 극패를 성취하고 비의를 얻으리라.]이어지는 마력 운영법.
마력 회로 설명.
동작과 연계되는 마력 흐름.
피어오르는 검기 끝에서 태어나는 검강!
묵호무적검법이었다.
정체를 깨닫자 저절로 입이 벌어진다.
아니, 이걸 왜 나한테 줘?
장교들도 버럭버럭 악을 쓰고 있었다.
“아버지! 뭐 하시는 겁니까!”
“묵호검으로도 모자라 가문의 비의를 외부인에게 넘기다니요!”
“저놈을 죽여야 합니다! 이미 묵호무적검법과 접촉했어요!”
“이러지 마십시오! 군단장님께서 아시면 경을 치십니다!”
까마귀 떼처럼 우짖는 장교들.
그러나 노인의 얼굴은 허허롭기만 하다.
도인처럼 맑은 표정으로 나를, 장교들을 마주할 뿐이다.
“묵호검주. 아버지의 가장 큰 소망이 뭔지 아나?”
“모릅니다.”
“바로 천마를 넘는 거였다네.”
“천마…….”
“아버지께선 검제를 베시고 검왕이라고도, 검성이라고도, 검존이라고도 불렸다네. 조선천마, 해동천마, 극동천마라고 부르던 사람도 있었어. 그러나 천마를 넘어서진 못했지.”
손자에게 옛날이야기 들려주듯 조곤조곤한 목소리.
자연스레 귀를 기울이게 된다.
나도, 장교들도, 여기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천마는…… 그야말로 천외천이었으니까. 세계에서 유일하게 9레벨 성좌경에 오른 자 아닌가. 강화병으로는 리바이어던이, 마법사 중에는 멀린이, 사제를 꼽자면 지브릴이 있지만 천마야말로 천하제일인이고 지구제일인이지. 별격 중에서도 별격이야. 아버지도 천재 중 천재 소릴 들었지만 나이 서른이 되기 전에 당신께서 평생 천마를 넘지 못할 것이란 사실을 깨우치셨지.”
“너무 빨리 포기하신 것 아닙니까?”
“허허, 그래 보이는가?”
노인이 내게 시선을 고정한다.
호수처럼 맑던 눈에서 전광이 튀고 있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른 법이지. 자네처럼 말일세. 자네, 올해로 스물두 살 아닌가?”
“예. 스물둘입니다.”
“초인이 된 지 1년도 되지 않았는데 5레벨. 거기다 내가 비록 동생들에게 밀리는 처지라고 하나 엄연히 소드마스터일세. 그런 나를 이긴 자네 같은 사람이야말로 천마에게 도전할 수 있겠지. 내 말이 틀린가?”
“아까는 운이 좋았습니다.”
“운도 실력이지. 실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야.”
노인이 머리를 돌렸다.
은은히 포성이 대기를 멀리서 울려오고 있었다.
“아버지께선 진즉 자네 재능을 꿰뚫어 보신 게 분명하이. 그러니 그 억지를 부리면서 자네에게 묵호검을 떠넘기신 게지. 나도 오늘은 억지를 써야겠네. 자네, 아까 보니 아주 대단한 실전검을 쓰더군?”
마르스 검투법을 짚고 넘어가는 노인.
내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자 노인이 은은하게 미소를 띠었다.
“그 검법도 훌륭했네. 실전성으로 따지면 묵호무적검법보다 위였지. 하지만 묵호무적검법도 분명히 장점이 있다네.”
“그래도 너무 과합니다.”
“과하기는. 사과의 뜻으로 주는 거라니까? 미래의 천마에게 밉보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어. 흠, 그래도 천마라는 별호 말고 다른 별호를 썼으면 좋겠으이.”
잠시 고민하던 노인이 빙그레 웃었다.
“검천이나 검신이 좋겠군.”
“너무 김칫국부터 드시는 거 아닙니까?”
“내가 볼 때 자네는 충분히 그 정도 역량이 돼. 안 그런가?”
차마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다.
백지 신체와 특성 전환은 내가 생각해도 개사기니까.
“묵호무적검법이 자네에게 이정표가 될 걸세. 묵호무적검법은 검기를 다루는 전반적인 기술의 총집합 무예서이기도 하거든. 그야말로 정통 검법이지. 검기에서 검강으로 가는, 또 검강에서 심검으로 가는 모든 방법이 집대성되어 있다네.”
비슷한 생각을 하긴 했었다.
가이드 역할을 할 최상위 검법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묵호무적검법을 이렇게 받을 줄이야…….
잠시 고민했으나 답은 정해져 있었다.
나는 사양하지 않고 인식표를 갈무리했다.
“주시니 감사히 받겠습니다. 이 신세는 나중에 9레벨이 되어서 갚지요.”
“하하하. 안 그래도 되네만, 굳이 갚겠다면 나도 사양하진 않겠네.”
장교들은 여전히 불퉁한 얼굴이다.
그러나 확실히 기세가 꺾였다.
불신과 의심을 가득 품었으면서도 앞으로 나서지 않고 서로 눈치만 살핀다.
노인이 그들을 보며 쓴소리를 했다.
“왜, 아직도 막고 싶으냐? 생각해 봐라. 미래의 검천이 우리 가문의 전인인 만큼 영광스러운 일이 어디 있어? 아니면, 너희 중 하나라도 검천이 되어 볼 작정이냐? 그렇다고 한다면 내가 이 자리에서 당장 완전한 묵호무적검법을 전수해 주마. 그런데 그럴 깜냥이 되는 놈이 있느냐? 8레벨 초월경, 하다못해 7레벨 궁극경이라도 되겠다고 자신할 놈이 있어?”
아무도 말이 없다.
노인이 흐린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탄했다.
“내가 승냥이라 승냥이를 낳은 것을 다른 누굴 탓하겠나. 너무 늦게 알았구나. 너무 늦게 알았어.”
그러더니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날 쳐다본다.
“서부군 할매가 관심 가졌다는 소문이 사실인가 보군. 그 할매가 사람 보는 눈만큼은 아버지보다 좋은데 말이지.”
문득, 눈동자에 불이 들어왔다.
“묵호검주. 혹시 빨리 결혼할 생각 없나? 내 손녀 중에 참한 아이가 몇 있는데.”
“죄송합니다. 목표를 이루기 전엔 결혼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래도 만나 보기라도 하면 어떤가? 지금이 조선 시대도 아니고, 가볍게 만나고 헤어지는 것도 흠이 아니야. 미혼부 미혼모도 흠이 아니고.”
무슨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나보고 아빠가 되라고?
노인이 종마 보듯이 나를 보고 있었다.
내게 지면서 얻은 깨달음이 이미 증발한 모양.
초탈한 듯하던 눈빛도 사라지고 본성이 드러나고 있었다.
더 무리한 요구를 하기 전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여자에 한눈팔고 싶지 않아서요.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뭐가 그리 급한가? 가기 전에 술이라도 한잔하세. 넥타르를 섞어 만든 최고급 브랜디가 있다네. 유럽 신들도 즐겼다고 하는 아주 역사가 깊은 술이야. 자네도 마음에 들 걸세.”
“정말로 죄송하지만 급한 일이 있어서요. 나중에 반드시 시간을 내겠습니다.”
“쯧…… 알았네. 평안 감사도 자기 싫으면 그만이니 강요할 수는 없는 법이지. 나중에 보세나.”
장교들 사이를 스르륵 지나친다.
아직도 적대적인 눈빛.
지나가다가 살짝 멈추었다.
이 사단의 발단이 된 중령이 날 노려보다가 황급히 눈을 피했다.
피식.
웃어 주고는 허리띠의 금속 물체를 강제로 떼어 냈다.
“어어어?”
무장집.
고작해야 R급이지만 없는 것보단 낫지.
중령이 잡아채려 하지만 간단히 피했다.
“구 사단장님 봐서 이걸로 넘어가는 겁니다. 아시겠어요?”
눈앞에 대고 흔들며 말했다.
중령이 굴욕적인 표정을 짓지만 어쩔 거야.
등 뒤에서 노인이 호시탐탐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데.
휘파람을 불며 빠져나왔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연기했지만, 등어리가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중령 때문에?
아니다.
책사 구정주는 정말로 공포의 존재였다.
잘못하면 코 꿰일 뻔했네.
“살았다…….”
결혼은 뭐고 미혼부는 뭐야.
저절로 몸서리가 쳐졌다.
혹시 쫓아올세라 급히 레드 쿠거에 올라탄다.
바람처럼 날아서 저택에 돌아오자 마법 정령이 나를 맞이했다.
[주인님. 돌아오셨습니까?]“그래. 준비는?”
[모두 끝났습니다. 가져오신 아티팩트에서 마력 회로만 추출하면 끝납니다.]“바로 시작하자.”
일은 마법 정령이 다 한다.
나는 무구 네 점을 추출기에 넣고 가만히 기다렸다.
구웅. 구우웅.
마력 회로가 떠오른다.
마법솥에서 끓던 액체로 투사된다.
액체에 마법진이 새겨지고, 넥타르와 마력핵이 추가로 투여되면서 증발하여 기이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것은 빛.
혹은 어둠.
기체도 액체도 아닌 어떤 무엇이, 마력을 품고 선연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어 압축.
결정화되어 하나의 보석처럼 변한다.
푸른 별 지구를 다이아몬드 속에 박아 넣은 듯한 보석.
로봇 팔이 조심스럽게 보석을, 재구성 영약을 꺼냈다.
[주인님. 한 가지 알아두실 게 있습니다.]“뭔데?”
[다음 레벨 업에는 돌연변이 마력핵보다 더 이질적이면서 격이 높은 마력핵이 필요합니다.]“그런 게 어디 있어?”
[제 계산으로는 이계종 마력핵이 유일하게 조건을 충족합니다.]이계종.
이족이라고도 부르는 이계 종족.
나는 가만히 신음을 삼켰다.
“악마는?”
[악마로는 모자랍니다. 악마는 이 세상의 이면에 속한 존재. 돌연변이보다 오히려 덜 이질적입니다.]돌연변이로도 모자라 이계종 마력핵이 필요하다고?
갈수록 큰일이네. 진짜.
7레벨에도 그러면 8레벨에는 또 뭐가 필요하다는 거야?
6레벨만 되도 돌연변이 마력핵에 아티팩트 마력 회로까지 추가로 필요했는데.
모르겠다.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이번에도 능력 다 지우고 마셔야 하지?”
[예.]“젠장…….”
견뎌야 한다.
나는 핏발 선 눈으로 재구성 영약을 쳐다보다가 입에 넣었다.
침에 닿자마자 사르륵 녹아 흡수되는 영약.
소화기관이 아니라 마력 회로에 바로 투사된다.
도장 찍듯이 내게 새겨지는 설계도.
이어 열기와 냉기, 전기와 지기가 일어나며 내 몸에 대격변을 일으켰다.
“끄으으윽!”
지독히 고통스러웠다.
심장 옆에 백호검이 박혔던 것 따위 비교도 안 되었다.
금강체도 인내도 결의도 없이 생으로 버텨야 하는 시간.
신열?
차라리 그게 나을 지경이었다.
전신 통각을 작열통으로 지져 대는 게 훨씬 낫다고.
“끄아악!”
“커헉!”
“크후욱!”
몇 번이나 죽었다가 살아났다.
유사 죽음.
유사 부활.
유사 환생.
그 과정을 겪고서야 몸이 재구성되었다.
“하…….”
거울 속.
피와 땀에 젖은 내가 나를 응시한다.
힘든 일은 끝났다.
미리 만들어 둔 특성 영약까지 마셨다.
[염마룡의 영약]상위 마법이자 특성, 지옥불이 담긴 영약.
마신 즉시 붉디붉은 불길이 일어났다.
영원히 꺼지지 않는다고 하는 화염.
마침내 6레벨이 나를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