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36)
황금 쌓는 김사제 -2-
“황금이요?”
김사제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건 너무 비효율적이에요.”
뭔 개소리야.
그럼 게임에선 왜 황금만 보면 환장해서 달려들었는데?
내가 빤히 쳐다보자 김사제가 강조하듯이 다시 말했다.
“완전 옛날이긴 한데요, 우리 교단에서도 그런 주장이 있었어요. 신님이 재물의 신이니까 옛 방식대로, 돈이 아니라 황금을 태워 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주장이었죠.”
“그래서요?”
“효율이 너무 낮다고 판명 났어요. 분명히 신성력을 내려주시기는 하시는데 차라리 돈 태우는 게 훨씬 나았죠. 같은 신성력으로 비교하면요. 그 뒤로는 황금 바쳐야 한다고 주장한 사제님들은 싹 다 이단 판명받고 파문당했어요.”
이상하다.
게임에서는 분명히 황금이었는데······
나는 눈살을 찌푸리고 기억을 더듬었다.
아케인 서울은 모바일 게임이라 이런 세세한 부분에서 묘사가 부족하다.
출력되는 대사, 캐릭터 설명을 잘 읽어봐야 알 수 있지.
‘그때 분명히······’
김사제의 개인 퀘스트는 교단 복귀.
서로를 향해 이단이니 어쩌니 쏘아붙이던 기억이 선하다.
그리고 김사제가 분명히 말했었지.
황금을 바쳐야 한다고.
황금을 태워서, 태워서······ 그 뒤에 뭐가 있었는데······
‘아!’
드디어 생각났다.
“태우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네?”
“황금 태워봐야 황금이죠. 제대로 하려면 끓여서 기체로 만들어야 합니다.”
“실제로 증발시켰었는데요?”
증발시켰다고?
황금 끓는점이 거의 3천도 아니야?
하여간 광신도들 어디 하나에 미치면 감당이 안 된다니까.
이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겠다.
분명히 비효율적이라고 했겠다.
끓는점 3천 도를 구현하는 게 어디 쉽겠어?
현대에도 로켓 엔진 정도는 되어야 3천 도를 돌파한다.
소규모로 구현하려면 마법적인 능력과 막대한 재정을 갈아넣어야 가능하지.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것.
하지만 내가 알기로 꼭 황금을 기화시킬 필요까진 없었다.
“태우는 게 잘못입니다. 사제 씨가 말한 것처럼 태우면 너무 비효율적이에요. 제가 듣기로 황금을 끓일 필요도 없고, 녹여서 차에 타서 마셔야 한다고 했습니다.”
“말도 안 돼. 완전 처음 듣는데요?”
“확실합니다. 제가 직접 눈으로 목격했었고요.”
“누가 했었는데요?”
“그건 대답할 수 없습니다.”
“완전 이단의 논리 같은데······”
“이단의 논리라뇨. 그랬으면 그분이 신성력을 잃었겠죠.”
나는 당당하다.
게임에서 니가 그렇게 해서 니네 신이 부활한다니까?
김사제가 이단 같다는 말을 계속 중얼거렸다.
이단은 무슨. 사이비 주제에.
목구멍까지 이 말이 올라왔지만 참았다.
아케인 서울에서 몇 안 되는 순둥순둥한 인물, 김사제.
알아두면 손해 볼 거 하나도 없다.
굳이 역린을 건드릴 필요가 어디 있겠어.
“방법이 틀렸을 수도 있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우리 교단이 수천 년 동안 정립한 방법이에요! 얼마나 힘들게 만든 방법인데 틀렸다뇨!”
“생각해 보세요. 사제 씨 교단 분들이 노력한 건 저도 인정합니다. 신이 죽었는데도 거의 3천 년 이상 살아남은 종교 아닙니까? 그것만으로도 대단하죠. 그런데 여태 신이 부활하지 못하고 이름도 못 찾은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조곤조곤 날리는 팩트 폭행.
“이이익!”
김사제가 얼굴을 붉히고 발을 쿵쿵 굴렸다.
하지만 뭐라고 대꾸하지는 못했다.
신이 죽은 것으로 모자라 이름마저 잊혔다.
그건 김사제네 교단의 가장 큰 약점이었으니까.
“애초에 이상하지 않습니까? 신이 왜 신용 화폐를 재물로 받아요? 현물로 받아야죠.”
“먹는 거랑 바치는 건 다르잖아요.”
“아니죠. 사제의 소화기관 자체가 제단 역할을 합니다. 불에 태워 존재를 지우는 것처럼, 금은 소화되어 증발하고 사제님네 신한테 직행하는 겁니다.”
“말도 안 돼. 금이 어떻게 소화되요?”
“어휴, 답답하기는. 정 못 믿겠으면 한 번 해보십쇼.”
나는 답답함에 가슴을 쳤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신이 살해당하고, 교단은 지리멸렬하여 사방으로 흩어지고, 적대적인 이단심문관들이 신도를 사냥하고, 그 과정에서 모든 지식이 소실되었을 것이다.
신이 살아 있다면 그 정도로도 신성력과 기적을 내렸겠지만 죽은 상태에서 그게 되겠나.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되고 이름마저 잊혔겠지.
박해를 신앙의 증거로 삼는 끈질긴 종교도 아니고, 이 세상에 널리고 널린 신격 숭배 신앙이니 쪼그라드는 건 순식간.
여태 살아남은 게 기적.
김사제가 자기 머리를 벅벅 긁었다.
금을 먹는다.
금가루를 차에 섞어 마신다.
거기서 어떤 사건을 연상한 모양이다.
“듣기만 해도 엄청 불경한 짓이라고요.”
“모시는 신이 그렇게 죽었으니까요?”
“······잘 알고 계시네요.”
“그렇다고 하던 대로 해서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습니다. 사제 씨 교단에 지금 4레벨 초인이라도 있습니까?”
“그건······”
“아무리 규모가 작아도 3천 년이 넘은 교단 아닙니까. 그런 교단 주교가 3레벨이라는 게 말이 됩니까? 심지어 대주교나 총대주교는 있지도 않죠.”
“끄응!”
“다른 어떤 영세 교단도, 심지어 사이비도 5레벨 정도는 있습니다. 죽은 신도 잊힌 신도 그 정도 힘은 써요. 사제 씨 교단은 어떻습니까?”
“하아. 할 말이 없네요.”
“확실하게 단언할 수 있습니다. 수련 방법이, 아니 기도 방법 자체가 잘못되어서 고레벨 초인이 안 나오는 겁니다.”
“하지만 돈 태우기 전에는 3레벨이 아니라 2레벨도 없었어요.”
“그 부분은 인정합니다. 황금을 기화시켜서 흡수하는 게 굉장히 비효율적이라는 걸요. 그런데 효율적인 방법 찾아 돈 태우는 쪽으로 넘어왔으면, 또 효율적인 방법 찾아서 황금 먹는 거로 넘어갈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어······”
김사제가 그런가? 하는 얼굴을 한다.
좋아, 넘어왔어.
괜찮은 사제 하나 뚫어놓기 힘드네.
그래도 이번 일 성공해두면 앞으로 두고두고 편하겠지.
김사제네 교단을 통해 파생되는 퀘스트도 많고.
나는 잠깐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작은 골드바 하나 구해 오겠습니다. 한 번 시험해보죠.”
“자, 잠깐만요! 초인님이 잘못 알고 계신 거면요?”
“뭐가 문젭니까? 저랑 사제 씨만 입 다물고 있으면 되지.”
“그, 그래도······ 잠깐만요!”
무시하고 빌라를 나왔다.
언덕길을 내려가서 금은방을 들렀다.
1돈 골드바를 하나 구입.
생필품 가격은 싼 세상이지만 금값은 원래 세계보다 3배는 비쌌다. 130만 원을 주고서 사서 돌아오며 깨진 보도블록을 걷어찼다.
‘투자다, 투자.’
금만 있어도 안 된다.
신원 시장에 들러서 특수 솥도 하나 샀다.
마법사들이 흔히 쓰는 약재용 솥.
무려 2천 도까지 견딘다던가?
‘가스레인지 온도가 1천 5백까지 올라가니까 충분하지.’
금의 녹는점이 1천 도 근처일 것이다.
특수 마법 화로에 약재 솥을 얹는 게 정석이지만 마법 화로는 너무 비싸다.
적당히 이 정도로 타협하도록 하자.
기공원에 돌아오자 김사제가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쫑쫑쫑 돌아다니고 있었다.
“저, 저기 초인님!”
날 보자마자 난색을 보이는 김사제.
“제가 생각해 봤는데요,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요.”
“왜요?”
“그, 좀 그렇잖아요. 이러다 들키면 저 진짜 파문이라고요. 차라리 저 세례 해주신 사제님이랑 제 위에 주교님한테 말씀드려 볼 테니까 공의회 열고 확실히 한 다음에 진행하는 게 좋겠어요.”
그게 정석이긴 하지.
그런데 사이비 교단이자 점조직으로 된 비밀 조직이 의견을 교환하고 취합한 다음에 공의회를 열려면 시간이 얼마나 필요할까?
5년? 10년?
모르긴 몰라도 아케인 서울의 에피소드 1이 발동된 다음일 것이다.
게임으로 치면 시작 시점.
그때까지 기다려줄 여유 따윈 없다.
김사제가 1레벨인 채로 썩게 내버려 둘 수가 없다고.
“이거 섭섭하네요.”
나는 골드바와 약재용 솥을 손에 들고 흔들었다.
“제가 사비를 털어서 무려 백삼십만 원짜리 골드바랑 백만 원짜리 솥을 사 왔는데요.”
“배, 백삼십만 원이요? 그리고 무슨 솥이 백만 원이나 해요?”
“마법사용 특수 솥입니다. 열전달 확실하게 되고, 좀 과한 화력으로 조져도 끄떡없이 버티는 놈이죠. 이거 환불받으면 수수료 드는 거 아시죠? 수수료 사제 씨가 물어주실래요?”
“제가 사달라고 말씀도 안 드렸는데······”
“그러니까 한번 해보죠. 밑져야 본전 아닙니까. 성공하면 사제 씨가 좋은 거고, 실패하면 제가 손해 본 거로 치죠.”
김사제가 망설이다가 드디어 고개를 끄덕였다.
“휴······ 알겠습니다. 대신 비밀은 지켜주셔야 해요.”
“그러죠. 사제 씨도 성공하면 제 공을 잊으시면 안 되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은데······ 에휴.”
이제부터는 김사제의 영역.
한참 손을 움찔거리던 김사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내가 내민 골드바를 약재용 솥에 담아 신상 앞에 바쳤다.
기도문을 읊고 신성력으로 축복한 다음 가스레인지에 올린다.
치이익!
가스레인지 최대 출력.
시간은 오래 걸렸으나 약재용 솥 전체가 달아오르고 금이 녹기 시작했다.
1돈짜리 골드바.
즉, 3.75 그램.
솥 바닥에 늘어 붙듯이 한 금색 액체는 한 꼬집에 불과하다.
그걸 적당히 식힌 다음 대충 숟가락으로 짓이겼다.
그렇게 얻은 금가루를 미리 우려낸 차에 넣으면 준비는 끝.
김사제가 푸념을 흘렸다.
“이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저만 믿으시라니까요.”
“정말 효과가 있을까요?”
“제가 맞으면 마시는 즉시 신성력이 폭증할 겁니다. 잘 느껴보세요. 사제 씨 신이 응답하는지 안 하는지.”
김사제가 찻잔을 한참이나 노려본다.
겨우 마음의 결정을 내린 듯 입에 가져가는 김사제.
목젖이 꼴깍꼴깍 움직였다.
찻물이 다 식은 지 오래라 마시는 데 무리가 없었다.
그렇게 금가루 탄 차를 한 잔 다 마셨다.
순간, 김사제가 정지했다.
눈을 부릅뜨고 허공을 응시한다.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나무토막처럼, 혹은 바싹 마른 진흙 덩어리처럼 변한 채 못 박힌 듯 움직일 줄을 모른다.
거봐, 된다니까.
나는 김사제를 구경하며 조용히 차를 마셨다.
안 그래도 금속성 광택을 흘리며 찰랑이던 머리칼.
은은한 광채가 빗물 내리듯 아롱아롱 떨어지고 있었다.
후광이 은은하게 번지나 싶더니 확 꺼져버린다.
그와 함께 천천히 쓰러지는 김사제.
“끅! 끄으윽!”
잠깐이었다.
곧 정신을 차리고 일어난 김사제의 얼굴에 맑은 정광이 흘렀다.
“제 말이 맞지요?”
“하, 하하하.”
김사제가 나를 보고는 실없이 웃었다.
“정말이었네요. 이 좋은 방법을 두고 그 개고생을 했다니······ 아까 뭐라고 하셨죠? 백삼십만 원?”
“솥까지 합치면 이백삼십만 원이죠.”
“그 이백삼십만 원이, 제가 지금까지 태운 돈보다 훨씬 가치가 있었어요.”
완전히 얼빠진 얼굴.
현자 타임을 직격으로 맞은 모양새다.
그럴 만도 하지.
지금까지 태운 돈이 상당할 거다.
교단 전체로 치면 어마어마하고.
“아, 이거요.”
김사제가 휘발유 뿌렸던 신사임당 뭉치와 바닥에 내려둔 신사임당 뭉치, 즉 1억을 내게 돌려주었다.
“이건 왜요?”
“이렇게 좋은 걸 알려주셨는데 받으면 안 되잖아요.”
“괜찮습니다. 이미 드린 거예요.”
“아니에요. 정말로 못 받아요. 이거 받으면 신님이 저 혼내실 거예요.”
사제 계열 초인이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거절하는 것도 도리가 아니다.
나는 못 이기는 척 돈뭉치를 골프백에 집어넣었다.
아, 휘발유 묻은 건 다른 칸에 구분해서.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김사제가 주섬주섬 자기 몸을 뒤져 작은 목걸이를 꺼냈다.
목걸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중세 시대 은화에 구멍을 뚫어 질긴 마력사를 꿰었을 뿐인 물건.
“받으세요.”
“잠깐만, 이거 성물이잖습니까?”
“네. 이 정도는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진짜 괜찮으니까 받으세요. 이 정도는 받으셔야 제 마음이 편해요.”
김사제가 목걸이를 내 손에 꼭 쥐여주었다.
잠시 갈등하는 나.
게임에선 이미 파괴된 채로 등장했던 성물.
혹은 장신구.
그래도 상당히 좋은 성능이라 꽤 오래 썼지.
사실 나보다는 김사제에게 유용할 물건.
‘에라, 모르겠다.’
난 욕심쟁이다.
또, 속물이다.
애초에 손익 다 따지고 김사제를 도와준 거잖아.
괜히 내숭 떨지 말자.
나는 내 본연의 욕망에 충실하기로 했다.
“고맙습니다. 잘 쓰겠습니다.”
“네. 신님도 기뻐하실 거예요.”
손을 움켜쥐자 김사제가 순진하게 웃는다.
내 시커먼 속도 모르고.
그렇게 겹친 손 아래.
목걸이가 탁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치유] 특성을 품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