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50)
특성 쌓는 김전사-50화(50/300)
이재열 -2- [2권 끝]
송파구 신천동.
세 쌍둥이 탑은 여전히 위압감 넘치는 모습으로 서 있다.
나는 택시에서 내려서 초인탑을 한참이나 구경했다.
‘들어가야지.’
문득, 골프백이 거추장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팽개치는 대신 골프백을 열어 성검을 꺼냈다.
몇 번 쓰다듬은 다음 허리띠에 찬다.
총기류는 가져오지 않은 탓에 푹 가라앉은 골프백.
골프백은 등에, 성검은 길게 늘어뜨리자 당장 시선이 집중된다.
“엄마. 저기 아저씨 좀 봐!”
“쉿! 손가락질하지 말고.”
“저 아저씨는 왜 칼을 갖고 다녀?”
“조용히 하라니까.”
이목이 쏟아지고 있었다.
얼굴을 관통할 듯이 쳐다보는 눈길.
나는 오른쪽 호주머니에서 마총까지 꺼내 허리띠에 꽂았다.
무장은 이게 전부.
장갑은 여전히 흡혈 장갑을 끼고 있다.
박대엽의 변형 강철 장갑은 쓰기 힘들었다.
강건 능력이 부여된 건 똑같은데 너무 컸거든.
격투가나 쓸 장갑.
검도 못 쥐고 총도 못 쓸 판국이라 최 소장 통해서 팔아 버렸다.
에보니와 바이퍼, 부회장의 시체도 판 덕에 전쟁을 치르느라 쓴 돈을 벌충하고도 남아 나는 수십억대 자산가가 되었다.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수군거리며 나에게서 멀어진다.
이제 나를 주시하는 건 딱 두 명.
초인탑 앞에 장승처럼 서 있던 경비원들.
“아!”
경비원 한 명이 탄성을 질렀다.
“저기, 지난달에 오셨던 분 아닙니까?”
“맞습니다.”
“잠깐만요. 지난달에는 1레벨이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새 3레벨이 되셨다고요?”
공개 무장은 3레벨 이상 초인의 특권.
경비원이 입을 벌리더니 이내 머리를 끄덕였다.
“과연 옛 어버이 교단은 대단합니다. 갓 1레벨이 된 초인을 한 달 만에 3레벨로 만들다니요.”
정확히 말하면 한 달 하고 조금 더 걸렸지만 우수리는 떼도록 하자.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전 성기사가 되지 않았습니다.”
“예? 하지만 초인님 무기가······”
“제가 정식으로 세례를 받았으면 성표라도 하나 들고 다녔겠지요. 옷도 이런 거 안 입고요.”
“아하.”
경비원이 내 옷을 보고는 겨우 납득했다.
방호복에 츄리닝 한 벌.
최 소장이 센스 있게 옷장을 채워놓지 않았으면 다 낡아빠진 셔츠에 청바지 입고 올 뻔했지.
만약 내가 옛 아버지 교단 성기사가 됐다면 판금 갑옷, 최소한 축성 받은 사슬 갑옷을 입고 왔을 것이다.
신성력은 금속에 특히 잘 반응하니까.
“수고하세요.”
초인탑 안으로 들어간다.
회전문이 열리고 탁 트인 내부가 나를 맞이했다.
두 번째 보지만 여전히 신기한 정경.
기둥 하나 없이 마력이 건물을 떠받치고 있다.
보이는 것이라곤 축구장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광장이다.
‘엄청나네.’
3레벨이 되어서일까?
전과는 다른 장면을 함께 볼 수 있었다.
모자이크 화(畵)처럼 도도히 어우러져 흐르는 마력 흐름을.
그 우아하면서도 정교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허공에 마법진을 슥슥 문대어 그린 듯한 모습.
아울러 무형 마법진이 내 마법 회로와 반응하여 기이한 울림을 전달한다.
저절로 마력이 차분히 가라앉고 심신이 이완된다.
더 대단한 것은 마법진이 상층으로 갈수록 집중된다는 것.
2층으로, 3층으로, 혹시 최상층으로 가면 도대체 어떤 느낌을 받을까?
모르긴 몰라도 그 안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법열에 가까운 쾌감을 얻을 것이다.
“와하하하!”
“축하한다, 축하해!”
“동기 중에선 자네가 1등이야!”
안쪽이 시끄러웠다.
갑옷 입은 남자들이 마력 회로 측정 장치 주변에 잔뜩 몰려 있었다.
모두 똑같은 갑옷을 입었다.
까만 쇠사슬 갑옷.
등에 걸친 망토도 까만 색이고, 금색 줄을 쭉쭉 그어놓았다.
흑금 교단 성전사의 복장.
무기는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2레벨이라 무장하지 않았겠지.
딱 두 명.
쇠사슬 갑옷이 아닌 판금 갑옷을 입은 성기사와 동료들에게 머리와 등을 얻어맞으며 축하 받는 한 명을 빼면.
무장한 성전사가 밝게 웃었다.
“고마워. 모두 고마워! 오늘은 내가 한 턱 쏠게!”
성기사가 못 마땅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린다.
“이 단원. 자네는 성기사가 되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성기사가 되려면 일체 세속의 쾌락을 멀리하고 옛 아버지께 영혼과 정신, 육체를 모두 바쳐야 하네. 3레벨이 되어 기쁜 것은 알겠지만 더 정진해야 하네.”
“아휴, 대장님. 그래도 오늘 하루는 괜찮지 않습니까? 드디어 3레벨로 인증받는 건데요! 중학생 때부터 오늘만 기다렸단 말입니다!”
“후우. 오늘만일세.”
구레나룻과 수염을 풍성하게 기른 남자.
전형적인 한국인이라 그렇지 백인 혼혈이라도 됐으면 중세 유럽 영화에서 튀어나온 줄 알았겠다.
‘얼굴이 익숙해.’
어디서 봤더라?
하나밖에 없지.
모바일 게임, 아케인 서울.
내가 성기사를 주시하며 기억을 더듬을 때였다.
시선을 느꼈는지 성기사도 나를 돌아보았다.
잠시 후, 성기사가 의외라는 듯 눈 하나를 치켜뜬다.
“반갑습니다. 성녀님께서 세례하신 분이 아닙니까?”
성기사가 가까이 다가와 스스럼없이 손을 내민다.
고급스러운 양식의 강철 장갑.
손등에 새겨진 사자 조각.
그걸 보고서야 정체를 깨달았다.
“저는 오두식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김전사입니다.”
그래, 그런 이름이었지.
사자 기사 오두식.
게임에서는 5레벨 던전 보스였다.
그런데 지금 보니 게임에서의 모습과는 약간 달랐다.
조금 덜 화려하고, 덜 고급스러운 차림이라고 할까?
‘4레벨이구나.’
옛 아버지 교단 기준으로는 상급 기사.
아직 기사단장급은 아니다.
성전사들 틈에 섞여 있는 것을 보면 성전사 부대를 이끌고 있는 모양.
“저기, 대장님?”
유일하게 무장한 성전사가 오두식을 불렀다.
“불신자와 말을 섞으시다니요. 대장님답지 않으십니다.”
“불신자라고 꼭 무시해야 하는 건 아니다.”
오두식은 날 눈여겨보며 말했다.
날카로운 눈이 내 주위 공간을,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샅샅이 훑고 있었다.
“세례받은 지 한 달 만에 옛 아버지의 축복을 거절한 자에게는 더더욱 그렇지.”
“예?”
“그게 무슨······”
넥타르를 마신 후, 나는 흑염 특성을 항상 켜놓고 다녔다.
지금은 아니다.
3레벨이 되었다면 신열을 극복한 것이 자연스러우니까.
오두식도 바로 그걸 지적하고 있었다.
“신열을······ 극복했다고?”
무장한 성전사가 목이 멘 듯이 중얼거린다.
그러더니 나를 콱 노려보았다.
그 눈 깊숙이 가라앉은 적의.
열등감. 분노. 질시.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휘몰아치는 바람에 내가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저 새끼 왜 저래?
“이 단원. 아직도 미망을 떨치지 못했나?”
“죄, 죄송합니다.”
오두식이 지적하자 고개를 팍 숙인다.
하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나를 향한 뚜렷한 적의를.
아, 설마······
저 성전사도 강제로 세례받고 입교한 것일까?
서우진처럼?
그럼 말이 되지. 자기는 성전사가 되어 바닥부터 박박 닦고 있는데 나는 신열을 극복하고 잘 나가고 있으면.
원망할 상대를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았지만, 사람은 애초에 그리 합리적인 동물이 아니다.
“이 단원. 시작하지. 저분도 초인 인증 받으러 온 것 같으니 비켜드려야 하지 않겠나.”
“예, 대장님.”
성전사가 크게 심호흡하고는 인증 장치 앞에 섰다.
이내 손을 가져다 대자 번쩍하고 불꽃이 튀었다.
반딧불 같은 불꽃이 빛의 기둥을 넘어 사방으로 질주한다.
빛의 파도 사이에서 글자가 꿈틀거린다.
[이재열] [남자] [25세] [전사 계열] [3 레벨] [2중 회로]옆에 서 있던 직원, 백소린이 화사하게 미소 지었다.
“축하드립니다. 이재열 초인님! 드디어 진정한 초인이 되셨네요! 3층 라운지로 안내해드릴까요?”
“흥. 필요 없어.”
이재열이 매몰차게 몸을 돌렸다.
백소린의 얼굴에 부르르, 경련이 일어났지만 애써 웃으며 넘겼다.
“오오, 이재열! 오오!”
“천재 성전사 이재열!”
“아버님도 뭐라고 못하시겠어!”
“가서 당당하게 말하라고! 오늘부터 옛 아버지 교단의 성기사라고!”
“암암! 자기 것을 동생한테 빼앗기면 안 되지! 쟁취하라고! 쟁취!”
“쟁취! 투쟁!”
탕탕탕!
성전사들이 요란하게 축포를 터뜨렸다.
커다란 가방에 넣어온 흑금 소총을 꺼내 허공에 갈긴 것.
총소리를 들으니 공포탄이었지만 민폐가 따로 없었다.
바로 앞에 서 있는 백소린의 눈썹이 파닥파닥 떨리고, 오두식이 혀를 차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 망나니들 같으니······ 미안합니다. 응석받이로 자란 놈들이라 좀 시끄럽습니다.”
“아닙니다. 그럴 수도 있죠. 3레벨이 됐으니 축하할 일 아닙니까.”
오두식 이 인간 진짜 특이하네.
하긴 게임 설정에서도 그랬다.
옛 아버지 교단의 몇 안 되는 개념인이라고.
한 가지 약점만 빼면.
광신도라는 것.
평소에는 점잖고 성기사다운 인간이 옛 아버지나 성녀만 얽히면 이성이 깨끗이 날아간다고 했지.
소총을 허공에 갈기는 성전사들.
이재열이 그 안에서 환희를 만끽하다가 날 힐끔 본다.
희미한 우월감과 승리감이 얼굴에 어려 있었다.
3레벨 된 게, 성기사 자격을 얻은 게 그리도 자랑스러울까?
이중 회로, 즉 N급 주제에.
김전사도 N급이지만 지금의 나는 다르다.
여전히 방방 뛰고 있는 성전사들을 지나쳤다.
마력 회로 측정 장치에 다가간다.
옆에 서 있던 백소린이 나를 알아보았다.
“어? 김전사 초인님 아니세요?”
“저 알아보시겠습니까?”
“그럼요. 그때 워낙에 인상이 깊어서요. 그런데······”
백소린이 조심스럽게 나를 살펴본다.
텅 빈 내 주위 공간과 허리에 찬 성검, 마총을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레벨 올리신 거예요? 3레벨로? 2레벨은 인증받으신 적이 없잖아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세상에, 세상에······ 정말로 대단하세요. 신열을 극복하시다니······ 역사서에나 나오는 이야기잖아요! 사제님이나 주교님도 아니고, 성녀님이 직접 세례하셨는데요!”
“운이 좋았죠.”
“운이 좋기는요! 초인님 나중에 나라 하나 세우시는 거 아니에요? 그, 이성계도 신열 극복하고 초인 된 걸로 유명했었잖아요! 삼국지에 여포도 그랬고요!”
맞아. 그런 설정이었지.
신열을 극복했다는 건 그런 의미다.
초월적인 의지의 증거.
운이 따랐든 다른 신의 가호가 있었든 마찬가지.
신열을 극복한 초인은 반드시 고레벨 초인이 된다는 사실을 이 세상의 역사가 증명했다.
“측정 장치는 준비 끝났어요! 지금 바로 측정하실 거죠?”
“예. 부탁드립니다.”
“시작하셔도 돼요.”
빛의 기둥에 손을 가져갔다.
기둥 전체가 웅웅거리며 떨고, 조금 전 이재열과 똑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불빛이 너울너울 춤추다가 글자판을 형성했다.
[김전사] [남자] [22세] [전사 계열] [3 레벨] [6중 회로]예상했던 그대로, 3레벨.
나는 시위하듯이 흑염을 길게 뽑았다.
공작새 꽁지깃처럼 펼쳤다가 흑룡처럼 주변에 대고 휘두르자 사방에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특히 성전사들의 얼굴이 가관이었다.
흑염은 옛 아버지 교단에서도 주교급 이상 고위 성직자들이나 쓰는 것.
기사단장 중에는 검에 묻혀 쓰는 자도 있으나 나처럼 자유자재로 쓰는 인간은 거의 없었다.
오두식 혼자 경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실로 대단합니다. 지금이라도 마음을 돌릴 생각은 없습니까? 초인님께서 우리 교단에 입교하신다면 총기사단장이나 총군단장은 물론 사도 직위에 오를지도 모릅니다. 그 흑염을 보니 알겠습니다. 옛 아버지의 은총이 이미 초인님에게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요.”
미쳤냐?
몇 년만 지나도 망할 교단에 들어가게?
내 대답은 항상 똑같다.
“죄송하지만 저는 자유가 좋습니다.”
“그렇습니까······”
못내 아쉬워하는 오두식.
반면 성전사들은 다행이라는 기색이다.
몰래 가슴을 쓸어내리는가 하면 내게 질투와 시기 섞인 눈빛을 보낸다.
오두식이 마지막으로 나와 악수를 나눴다.
“저는 이만 가봐야겠습니다. 초인님께 옛 아버지의 축복과 은총이 영원하기를 빌지요.”
“뭐······ 좋은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조심히 가세요.”
그제야 사라지는 성전사 무리.
초인탑을 나가면서도 이재열이 내게 눈을 부라린다.
저 새끼 진짜 나한테 왜 저러지?
하지만 하나도 안 무섭다.
코웃음을 치며 잊어버리려는 찰나 백소린이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초인님. 괜찮으시겠어요?”
“왜요?”
“저분이요······”
백소린이 막 회전문을 빠져나가는 이재열을 쳐다본다.
“저 성전사님 아버지가 승천보안 사장님이세요.”
언젠가 말했지.
이 세상 대한민국은 4대 세력이 꽉 잡고 있다고.
군단, 재벌, 마탑, 교단.
이 안에 5대 재벌이 존재한다.
신화, 금오, 유일, 명성, 승천.
승천 그룹은 5대 재벌 중에서는 말석이지만 절대 무시할 수 없다.
부와 권력의 집중이 극도로 심한 이 세상에서는 더더욱.
“이야. 금수저였네요.”
“네······ 초인님도 아시겠지만 재벌한테 밉보이면 안 돼요.”
“괜찮습니다.”
“하지만요, 초인님······”
“계열사 사장 아들이지 진짜 재벌도 아니지 않습니까. 고작 사장 아들한테 겁먹을 정도로 약하지 않습니다.”
승천보안 사장?
그래서 뭐?
성전사들끼리 하는 말을 들어보면 내부 사정이 복잡한 것 같다.
자기 것을 동생한테 빼앗기지 말라고 했었지.
서우진의 경우를 생각하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만하다.
내부 상속 문제가 있겠지.
내가 승천보안 사장이라도 이재열한테는 안 준다. 가업을 다 뺏길 일 있어?
여차하면 승천그룹 본사에서 힘을 쓸 수도 있고.
“하아.”
백소린이 짧게 한숨을 쉬었다.
“초인님이 부러워요.”
“뭐가요?”
“그냥요. 이것저것 다. 저도 초인님처럼 강한 사람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조금은 우울해 보이는 백소린.
사슴 같은 눈망울이 스마트폰 속 화면과 겹쳐진다.
항상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짓고 있던 화면 속 그녀, 백소린.
얼굴 위에는 항상 [SSR] 무지갯빛 글자가 떠 있었지.
그래서였을까.
충동적으로 한마디를 내뱉고야 말았다.
“백소린 씨. 초인이 되고 싶습니까?”
“네? 그야 당연히 되고 싶죠. 초인 되기 싫은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럼 제 제자가 되시죠.”
“네?”
“백소린 씨가 원하신다면, 제가 백소린 씨를 초인으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백소린이 나를 빤히 쳐다본다.
명백히 불신에 찬 태도.
하지만 나는 안다.
아케인 서울 출시 때만 해도 캐릭터 목록에 없던 백소린.
무슨 에피소드에서 등장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SSR 전사 계열 초인으로 각성하는지.
어떻게 해야 현재 시점에서 초인으로 각성시킬 수 있는지도.
이를테면 확정 SSR 뽑기권이다.
이걸 뽑지 않아야 할 이유가 있나?
백소린의 눈.
수많은 감정이 우스스 떠올랐다가 사라진다.
의심과 의혹과 의문이 부유하는 가운데 흐릿한 희망과 조그만 기대, 미약한 신뢰가 꺼질 듯이 깜빡인다.
나는 담담한 얼굴로 그런 백소린을 마주 보았다.
괜한 말 늘어놓지 않았다.
그저 진심을 눈에 실어 보낼 뿐.
“후우!”
기나긴 침묵 끝에 백소린이 짧게 숨을 내쉬었다.
“좋아요. 할게요.”
전사 계열 3대장 중 하나.
천살성 백소린이 내 손에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2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