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49)
이재열 -1-
이재열
후유증이 몰려온다.
“끄윽, 꺽!”
나는 바닥을 긁어대며 침을 흘렸다.
조금 전만 해도 붉게 보이던 세상.
지금은 어둠에 잠긴 듯하다.
깜깜하니 흐릿한 윤곽밖에 보이지 않고, 땅이 출렁출렁 춤을 추면서 날 넘어뜨리려 하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 없다.
기다시피 바닥을 벅벅 더듬어 출입구로 향했다.
우연처럼, 손에 발에 성검과 마총이 걸렸다.
성검과 마총은 중요하지.
한 팔로 끌어안고서 겨우 출입구에 도착했다.
“쿨럭!”
피를 토한다.
귓가에 찌잉- 하는 이명이 울리더니 소리가 딱 끊어진다.
적막이 포식자처럼 나를 집어삼켰다.
온몸이 불타는 것 같다.
신열 디버프에 다시 걸리기라도 한 느낌.
숨 한 번 들이마시고 계단 아래로 몸을 던졌다.
우당탕탕!
계단 수십 개를 굴렀으나 아무 느낌이 없다.
촉각마저 차단되고 있었다.
광분의 후유증.
그나마 돌연변이를 유지하고 있어 버티고는 있으나 오래 가진 않을 것이다.
후유증이 100% 찾아온다면, 그래서 한 조각 남은 이성마저 잡아먹힌다면······
끝이다.
육체는 살아남을지언정 정신은 죽어서 한 마리 괴물이, 완벽한 변이체가 되고 말 것이다.
“으아아!”
혀를 짓씹는다.
무의식적으로 성검을 가슴에다가 대고 마구 그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통증이 심장 쪼개듯 낙인 찍힌다.
“흐억, 허억.”
원래는 소유주를 강화하고 보호하는 성검.
그러나 삿된 존재를 물리치는 광격 능력도 있다.
그 광격 능력이 나를 향해 발현되고 있었다.
상처 난 곳에서 하얗고 예리한 빛이 번뜩인다.
원래는 따사로웠어야 할 빛이 날 적대하는 것.
오히려 좋았다.
그 싸늘하고 위압적인 빛 덕에 정신이 번쩍 들었으니까.
“후욱, 후욱, 후욱.”
계단을 겅중겅중 내려간다.
한달음에 세 개 네 개, 아니 거의 절반씩 쑹덩쑹덩.
무릎이 쑤시고 종아리가 저렸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근육이 해체되어 피가 흐르는 것도 게의치 않았다.
조금이라도 지체했다간 모든 근육이 파열되고 뼈가 쪼개지기 직전이니까!
벌컥!
문을 열었다.
지하 비밀 공간으로 통하는 문이다.
다리가 부러진 듯 아픈 것을 무시하며 좁은 문으로 비대한 몸을 쑤셔 넣었다.
“허억, 허억.”
미리 준비해 놓은 상급 성수를 마셨다.
그러나 부족하다.
택도 없이 모자라다.
어떻게든 특성을 교체하고 마법 욕조에 몸을 던지는 것을 끝으로 의식이 끊어지고 말았다.
·········
·········
침잠해 있던 의식이 부상한 것은 한참이나 지난 다음.
바깥이 묘하게 시끌시끌했다.
“허······ 미쳤네, 미쳤어.”
“이걸 다 혼자 해치웠다고?”
“단검파 때 알아봤지만 보통이 아냐.”
“분명히 처음에 봤을 때는 1레벨 아니었어?”
“이건 최소한 4레벨인데······”
“깝치면 안 되겠다.”
나는 눈만 굴려 상황을 확인했다.
마법 욕조 안.
모로 누운 채 쓰러져 있다.
그나마 제대로 들어오지도 못했다. 상반신만 겨우 담갔고 다리 한 짝은 아예 밖에 나가 있었다.
다행인 점은 머리를 처박지는 않았다는 것.
살짝 모로 돌린 채 쓰러져서, 코와 입은 수면 위에 나와 겨우 숨을 쉬는 중이다.
‘으으으.’
신음을 흘리려고 했으나 목소리도 안 나왔다.
손가락도 까딱하지 않는다.
아니, 마음을 먹는 순간 격한 고통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관통하는 바람에 비명을 삼켜야 했다.
고통에 몸을 떨면서도 속으로 크게 안도했다.
‘살았다······’
격한 안도감이 강물처럼 밀려왔다.
살았다. 살아남았다.
눈만 굴려서 몸을 확인했다.
평범한 사람 몸이다. 변이체의 흉물스러운 육체가 아니다.
도박이 성공한 것.
대신에 어마어마한 후유증이 덮쳐오고는 있으나 뱃속의 성수 기운과 마력천 물의 힘이 천천히 치유하는 중이다.
“흐으, 흐흐흐.”
소리를 죽여 웃었다.
사실 쩌렁쩌렁 웃고 싶었는데 그게 안 됐다.
목 놓아 웃은 게 숨소리 정도밖에 안 되는, 고작해야 20 데시벨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 정도였다.
하지만 통쾌했다.
이보다 유쾌할 수가 없었다.
뒤늦게 찾아온 승리감이 날 훨훨 날아가게 했다.
날개를 펴고 비상하면 이럴까?
드높은 점프대에서 번지 점프를 하면 혹시 비슷할까?
드넓은 해방감이 가슴을 상쾌하게 만들고 성취감에 머리가 펄펄 끓어오를 지경이었다.
한참을 히죽대며 웃다가 겨우 진정했다.
가장 먼저 한 것은 특성 교체.
[재생][상처 회복][활기] [정화][에인헤랴르 연공법][마력 회복]아까는 간신히 돌연변이 특성만 치워서 보다 최적화한 것.
여기까지 하고 나는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신체 회복에 모든 방점을 찍었는데, 어째 내가 예상한 것보다 몸이 더 무거운 느낌.
하나를 빠뜨린 것 같다는 직감.
‘어? 혹시?’
짚이는 것이 있었다.
새로운 특성을 불러온다.
[소생]재생과 비슷하지만 부상 정도가 크면 클수록 효과가 좋아지고 가벼운 상처에는 회복력이 떨어지는 특성.
내가 거의 죽었다가 살아난 게 벌써 몇 번째냐.
당연히 획득 조건이 된다.
나는 정화를 몇 번이나 사용한 다음 치우고 소생을 빈자리에 넣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차분히 셈해본다.
‘불사까지 몇 개 남았지?’
신체 회복 특성 중 명실상부한 1티어.
아울러 전사 계열 초인만 획득할 수 있는 계열 특성.
기본 요구 특성은 재생이며, 신체 회복 특성 중 다섯 개를 추가로 모아 합성하거나 굉장히 특수한 퀘스트를 성공해야만 얻을 수 있다.
아니면 돈을 들이부어서 불사를 고유 특성으로 가진 캐릭터를 뽑아 전승받거나, 불사 기억칩을 뽑거나.
‘상처 회복, 활기, 소생은 있고고. 치유는 장비 숙련으로 먹으면······ 하나만 더 있으면 되네?’
불사만이 아니다.
거인의 힘, 금강체, 불굴, 실전 격투, 검 전문가, 총잡이 등 전사 계열 1티어 특성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와, 진짜 백지 신체랑 특성 전환이 사기는 사기구나.
김전사 키우면서 1티어 특성 하나 물려주려면 뺑뺑이를 죽어라 돌았어야 했는데.
“초인님! 초인님! 어디 계십니까!”
“초인님!”
밖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이를 악물고 손가락을 꿈틀거렸다.
가위눌린 것처럼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가 힘들다.
몇 번이나 심호흡하고, 젖먹던 힘을 짜낸 다음에야 손가락을 까딱할 수 있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마비가 풀렸다.
아프고 쓰린 몸을 겨우 뒤집으며 욕조에 몸을 묻었다.
풍덩!
물소리와 함께 몸이 온전히 욕조 안으로 들어온다.
마력천 물이 전신을 포근하게 감쌌다.
비로소 청량한 기운이 온전히 체내로 투사된다.
떨그렁!
왼팔로 성검을 잡아당기고 마총은 욕조 밖에 떨어뜨렸다.
장갑 역시 마찬가지다.
그나마 온전한 왼손을, 이 미친 장갑이 여전히 피를 빨아먹고 있었다.
오른손은 처참하게 망가져 쓸 수 없었다.
입으로 물고 잡아당겨 던지자 겨우 머릿속이 맑아져 생각다운 생각을 하게 된다.
“초인님······ 으헉!”
“왜 그래? 어······ 이힉!”
“초, 초인님! 괜찮으십니까!”
이제야 철권파 갱단원들이 나를 발견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들의 얼굴이 충격과 공포로 기괴하게 변한다.
나는 오른손은 마력천 물에 담그고, 왼손만 들어 살살 흔들어 주었다.
“여어.”
“그······ 야, 119 불러!”
“119? 미쳤어? 짭새들 좋다고 쫓아오겠다!”
“그럼 129라도 불러야지!”
“초인님! 얼른 병원 가셔야 합니다!”
“아, 괜찮아. 괜찮아. 이건 좀 쉬면 나아.”
“쉬면 낫는다니요! 지금이라도 가시면 됩니다! 공식 병원은 못 가도, 돈 좀 발라주면 신체 재생해줄 의사놈은 쌔고 쌨어요!”
갈 필요 없다니까 그러네.
재생에 소생, 상처 회복에 치유까지 있다.
지금도 내 목걸이가 반짝반짝 열일 중이라고.
이러면 시간은 걸려도 다 회복된다.
아주 작살이 난 손은 물론 잘린 손가락까지 완벽하게.
“허······”
소식을 듣고 급히 들어온 김철권과 최 소장.
김철권은 말을 잃고, 최 소장이 턱을 툭 떨어뜨린다.
“초인님······ 초인님?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최 소장이 벌벌 떨며 다가왔다.
거의 무릎 꿇고 대성통곡하려는 모습.
왼손을 들어 급히 제지했다.
“청소부 협회를 저 혼자 통으로 갈아 마셨는데 이 정도면 싸죠.”
“하지만, 하지만······ 이건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도대체 어떻길래 그래?
그제야 시선을 내려 내 몸을 차분히 확인했다.
오른손이 묵사발이 난 건 더 말할 필요도 없지.
다른 곳이라고 멀쩡할 리가 없다.
괴상하게 뒤틀린 왼팔.
검상이 열 개도 넘게 그어진 가슴.
시퍼렇게 멍이 들고 내출혈로 배불뚝이가 된 아랫배.
언제 부러졌는지 뼈가 피부를 뚫고 나온 오른쪽 정강이.
수면에 비친 얼굴이 결정타였다.
얼굴 전체가 화상을 입어 피부가 잔뜩 뭉그러졌다.
입술은 뜯어져 치아가 다 노출되고 코와 귀는 흔적만 남아 있었다.
공포 영화에 나올 법한 괴물 같은 모양새.
나는 기괴한 입을, 치아만 남은 입을 움직여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면 싸죠. 죽는 것보단 훨씬 낫잖습니까?”
아까 했던 말의 반복.
진심이었다.
복구할 수 있는 피해이기도 하고.
그런 나를 최 소장이 탄복했다는 눈으로 쳐다본다.
“초인님은······ 정말이지······”
김철권은 냉정을 되찾았다.
내 몸을 샅샅이 훑어보고는 묻는다.
“재생 중이시네요. 혹시 자력 회복이 가능하십니까?”
“가능합니다.”
“손도요?”
“예.”
“하하하하.”
어이가 없다는 듯 웃어버리는 김철권.
“이거 생각보다 거물이셨네요. 그 재능을 가진 분이시니 확실히 다르겠지요.”
“예? 사장님? 그 재능이라뇨?”
“그런 게 있습니다.”
적당히 최 소장의 말을 끊는 김철권.
내가 몸을 담근 마법 욕조를 의미심장한 눈으로 보다가 묻는다.
“어떻게, 댁까지 모셔다 드릴까요? 초인님 댁에서 물을 더 가져올 수도 있지만 그건 아무래도 불편하실 것 같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아무래도 집이 편하다.
곧 철권파 갱단원들이 떼로 들어왔다.
물이 넘치지 않게 덮개를 덮고, 내 물건들을 챙긴 다음 통째로 들어서 커다란 미니밴에 실었다.
덜컹거리는 미니밴에 실린 채 집으로 돌아간다.
마법 욕조를 원래 있던 자리에 옮기고, 내 배를 째서 복강에 고인 피를 빼고, 물을 갈아준 다음에야 모두 자리를 떴다.
딱 한 명.
최 소장만 남고.
“초인님. 정말로 괜찮으시겠습니까?”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최 소장이 마법 욕조 앞에서 이리저리 서성였다.
“괜찮다니까요.”
“잠깐 하녀라도 부를까요? 초인님 간병할 사람이 필요한데······”
“정말로 괜찮습니다. 정 마음에 걸리면 고기랑 야채 좀 옆에다 쌓아주고 가세요. 여기 이거 보세요. 벌써 꽤 많이 회복되지 않았습니까?”
최 소장에게 손을 흔들었다.
왼손이 아니라 오른손.
건우봉에 있을 때만 해도 손가락 다 떨어지고 닳은 손뼈만 남아 뭉툭한 뼈 칼처럼 변해 있던 그것.
지금은 혈관과 신경, 근육이 어느 정도 올라와 있었다.
아직은 손가락 하나도 복구되지 않았지만 2주 정도면 다 회복되지 싶다.
최 소장이 끔찍한 형상을 보고 마른침을 삼켰다.
“아까보다는 확실히 좋아지셨네요.”
“그렇다니깐요. 가만히 놔두시는 게 절 도와주시는 겁니다.”
“그, 그래도 혹시 제가 도와드릴 일 있으면 꼭 말씀해주세요.”
“이번에 크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것만으로도 고맙습니다.”
“별말씀을요. 초인님 일인데 제가 당연히 도와야지요.”
최 소장은 마법 욕조 옆 탁자에 구운 고기와 신선한 야채, 고열량 음료를 잔뜩 쌓아 놓았다.
그걸로도 모자라 아예 위층에서 냉장고를 가져와 놔둔다.
내가 손만 뻗으면 식자재를 꺼낼 수 있게.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예, 고생하셨습니다.”
“초인님이야말로 고생하셨지요. 세상에, 청소부 협회를 혼자 끝장내시다니······ 내일부터 저희 사무소 전화기에 아주 불이 나게 생겼습니다.”
“잘된 일이지요.”
“그럼요.”
최 소장이 허리를 깊이 숙였다.
“그럼 몸조리 잘하시고, 무슨 일 생기면 꼭 연락주세요.”
“예, 살펴 가세요.”
드디어 갖는 혼자만의 시간.
성역 신상 덕분에 위험할 일도 없다.
“후우.”
마법 욕조에 드러누웠다.
배를 봉합하지 않아 피가 줄줄 흐르는 중이다.
그 덕에 마력천 물이 뻘겋게 물들었다.
콸콸콸.
상관없다.
반쯤 열어놓은 마개를 통해 물이 자동으로 빠져나가고, 틀어놓은 수도로 새로운 마력천 물이 유입되는 중이니까.
여기에 잔뜩 도배한 회복 계열 특성과 목걸이, 끌어안은 성검까지 더해져 몸이 빠르게 회복되었다.
그만큼 열량이 소모된다.
갑자기 배가 고파서 고기와 야채, 음료를 입에다 들이부었다.
그리고 잤다.
깨면 다시 먹었다.
화장실을 갈 때를 제외하면 마법 욕조에서 24시간 생활하다시피 했다.
효과가 상당했다.
빠른 속도로 몸이 회복되고 있었다.
피부는 어느새 다 재생되었고 손가락도 돋아나기 시작했다.
내출혈은 멈췄으며 내상도 치료되었는지 속 쓰림도 꽤 가셨다.
시간도 날짜도 잊었다.
혼수 아닌 혼수상태가 훌쩍 달력을 넘겼다.
게임이었다면 하루 만에 회복되었을 부상.
현실은 달랐다.
스마트폰 기준 정확히 15일이 지난 다음에야 겨우 정상으로 돌아갔다.
“어······”
희한했다.
고개를 드는데 몸이 왜 이렇게 가벼운지 몰랐다.
다시 태어난 기분.
어둑한 지하실이 이상하게도 환해 보이고 공기 속 부유하는 마력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특히.
내 몸에 새겨진 새로운 마력 회로가 그랬다.
가닥가닥 몇 줄기 선이 고작이었던 1레벨 2레벨과는 다른, 중심에 마력심을 두고 거미줄처럼 뻗은 복잡한 구성의 마력 회로.
마력 회로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
그런데 그 여파가 어마어마했다.
푸하악!
물이 폭발한다.
욕조에 차 있던 물이 마력과 반응하면서 사방으로 튄 것.
탁자가 쓰러지고 냉장고도 두들겨 맞아 퍽퍽 소리를 냈다.
그 와중에 수증기가 치솟아 구름처럼 꿈틀거린다.
물속에 폭탄을 넣고 터뜨린 듯한 광경.
이 장면을 보고서야 실감했다.
3레벨 초인이 되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