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48)
유성검 -3-
우르릉!
주먹을 뻗는 것만으로 대기가 요동친다.
아예 태풍이 몰아치는 듯했다.
‘이건 못 막아.’
이를 악물고 몸을 날렸다.
오른쪽, 조금이라도 박대엽에게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흥!”
코웃음을 치는 박대엽.
주먹을 회수하더니 느긋하게 양손을 쥔다.
그리고 심호흡 후에······
“우어어어어어!”
소리를 내질렀다.
전투 함성.
음파에 깃든 마력 파장이 사정없이 나를 두들겼다.
“큭!”
순간적으로 방어용 특성을 주르륵 장착하지 않았으면 이 한 판으로 전투 결과가 결정되었을 것이다.
EMP 폭탄 얻어맞은 부회장처럼.
이를 악물며 땅을 박찼다.
포탄처럼 정면을 향해 쏘아지며 성검을 찌른다.
특성을 교체하고, 마력을 극한까지 발산하고!
일점!
파아앗!
서늘한 빛이 검 끝에 어렸다.
그러나 박대엽은 조소를 보낼 뿐이다.
“고작 이거냐?”
왼쪽 팔뚝을 직각으로 내려 찌르기를 막는다.
아주 단순한, 장난 같기까지 한 동작.
하지만 내 찌르기가 거기 막히고야 만다.
변형된 강철 장갑을, 팔뚝 보호대 위 표면만 긁어놓으며 미끄러진 것.
“죽어!”
상관없다.
바로 제 2타를 먹였다.
마총을 들고, 반지에 저장된 마력을 몽땅 집어넣어 쏜 것.
묵광이 박대엽을 직격하고, 당장 검은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으하하하! 제법이구나!”
박대엽이 호탕하게 웃으며 배에 힘을 주었다.
찢어진 정장 아래 왕(王)자 복근이 물결치듯 흔들렸다.
아울러 심장에서 시작하여 번지는 무형의 힘.
마력 방어막.
흑염이 힘도 못 써보고 밀렸다.
약간의 틈, 내가 성검을 다시 찔러 넣었으나 박대엽은 아까처럼 팔뚝을 내려 간단히 성검을 튕겨냈다.
“장난은 끝이다!”
우렁우렁한 고함과 함께 폭풍 같은 연격을 날린다.
주먹이 내 얼굴을, 어깨를, 가슴을, 배를, 허벅지를, 무릎을 무자비하게 두드렸다.
성검으로 받아내고 마력 방어막으로 막아냈지만 한계가 있었다.
척추를 관통하여 뇌리까지 꽂히는 충격에, 나는 그만 피를 토하며 붕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커헉!”
기다렸다는 듯이 토해지는 핏물.
오른손으로 바닥을 짚고 일어나려다가 비명을 삼켰다.
성검은 어디론가 날아가고 없고, 손뼈에 금이 갔는지 날카로운 통증이 엄습해 온 까닭이다.
미친. 뭐가 이렇게 강해?
과연 격이 다르다.
[SR 박대엽]흔한 돌격형 전사라 갈아 버렸던 과거가 믿기지 않을 지경.
“끝이냐?”
박대엽이 이죽거렸다.
“그럼 죽어야지.”
보란 듯이 오른손을 뻗는다.
새끼손가락부터 손가락 하나하나 느리게 접어 주먹을 쥐는 박대엽.
그 위협적인 동작에 도리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역시 안 되는 거였지.’
아까 일점이 아니라 섬광을 날렸어도 마찬가지.
에보니, 바이퍼, 사이보그와는 다르다.
빠르게 강해지는 대신 약점이 하나씩 있는 강화병과 전사는 역시 차이가 있었다.
방법은 처음부터 하나뿐.
천천히 일어난다.
오른발을 땅에 붙이고 왼쪽 무릎을 펴면서, 허리를 세우고 고개를 빳빳이 처든다.
그런 나를 가소롭다는 듯이 바라보는 박대엽.
이내 흥미롭다는 눈빛을 한다.
특성을 바꿨으니까.
동작 하나에 하나씩. 실시간으로.
[근력]호리호리한 체형에 근육이 붙어 방호복이 팽팽하게 당겨진다.
[맷집]체구가 유의미하게 커지며 뼈대가 굵어진다.
[에인헤랴르 연공법]진한 마력 파장이 번지고 피가 증발하여 마력 증기를 뿜기 시작한다.
그러나 진짜는 지금부터.
[돌연변이 근육]근섬유가 폭증한다. 섬유마다 두세 배는 두꺼워진다. 그리하여 증식한 근육이 방호복 따위 찢어버릴 듯 튀어나온다.
[돌연변이 육체]키가 커진다. 몸도 커진다. 명백히 비정상적으로 성장하여 머리 하나 반, 그리하여 박대엽보다도 머리 반은 위에 있게 된다.
[돌연변이]방호복? 다 찢어져 버렸다. 아울러 피부가 핏빛으로 달아오르고 머리카락은 가시처럼 쭉쭉 일어선다. 이제 박대엽의 동공에 비친 것은 전도유망한 젊은 초인이 아니라 한 마리 괴물, 변이체뿐이다.
“뭐, 뭐······”
경악으로 일그러진 눈동자가 당혹감을 토해낸다.
그 앞에 대고 나는 길게 울음을 터뜨렸다.
“크아아아아!”
고함도 함성도 아닌, 그저 본능에서 터지는 목소리.
목에 찬 목걸이가 쉬지 않고 명멸하고 있다.
오른손 장갑은 좋다고 내 피를 빨아먹는다.
거기서 오는 힘이, 강력한 치유력과 강건 특성이 나를 미치게 만든다.
하나 더 있다.
최후의 이성을 쥐어짜 방호복 바지 호주머니를 뒤졌다.
다행히 여기만큼은 아직 온전했다.
안에 들어 있던 안경알을 꺼내어 힘껏 허벅지에 박아넣었다.
안경알이 깨지고, 붉은 마력 회로가 거미줄처럼 번지며 나를 장악한다.
그 마법진이 내 눈에 새겨진다.
박대엽의 눈동자를 통해 그 과정이 선명하게 보인다.
검은색이던 내 눈이 핏빛으로 물들고, 머리카락은 하얗게 탈색되어 버렸다.
“미, 미친! 광분? 도대체 무슨 마약을 처먹은 거냐!”
눈앞이 빨갛다.
온 세상이 다 빨간색이다.
피와 죽음과 분노가 어우러져서 광란의 축제를 벌이고 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심장에서 솟구치는 음산한 욕구.
저놈!
저놈!
저놈!
저 잘났다고 서 있는 저놈을 콱 죽여버리고 싶다.
그 욕구만이, 그 욕망만이 뇌리를 꽉 채웠다.
참지 않았다.
몸을 던졌다.
허우적대듯 달려가 그놈을, 나만큼이나 큰 놈을, 대거리하겠다고 서 있는 새끼를 후려갈겼다.
“노옴!”
박대엽도 그냥 당해주진 않는다.
절도 있게 격투 자세를 취하고는 내 공격을 막아낸다.
동작이 눈에 익다.
팔을 직각으로 세워서 팔뚝 보호대로 공격을 흘리는, 간단해 보이지만 절대 간단하지 않은 동작.
뻐억!
둔중한 충격이 올라왔다.
온통 시뻘건 세상 속, 홀로 은빛으로 보이는 주먹이 내 배에 박혀 있었다.
왼쪽 팔뚝으로 공격을 막고 오른쪽 주먹으로 반격한 것.
박대엽이 냉정한 얼굴로 날 본다.
그 와중에도 눈에 깃든 의기양양함이, 오만함이 나를 빡돌게 했다.
“케케케케!”
나는 침을 흘리며 웃었다.
안 아프다.
그저 가소로울 뿐이다.
나보다 쪼그마한 게 까불어?
죽어라!
주먹을 날린다.
얼굴을 후려친다.
배에 정권을 지른다.
무릎을 걷어찬다.
몸통으로 들이받는다.
박치기를 날린다.
때리고 때리고 또 때린다.
“으으음!”
확실히 박대엽은 고도로 숙련된 격투가.
정신없이 몰아치는 공격을 절제되고 직각 같은 동작으로 하나하나 막아냈다.
주먹을 날려도, 발차기를 해도, 박치기를 해도 마찬가지.
그러나 방어만 해서는 결국 패배하기 마련.
어느 순간 괴성과 함께 마력 파장을 터뜨렸다.
“이노옴!”
화악, 피어오르는 혈기.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두 눈에 핏기가 감돈다.
거칠게 갈아대는 치아.
마력 파장만큼 부풀어 오른 근육.
[격노] 특성이다.광분의 하위호환이지만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특성.
아울러 박대엽을 연격, 마력 방어막, 전투 함성과 함께 SR 등급으로 결정되게 한 그 특성.
박대엽이 거칠게 주먹을 뻗는다.
더는 방어하지 않는다.
오로지 공격, 공격, 공격뿐!
꽝! 꽝! 꽝!
주먹이 거칠게 부딪친다.
서로의 공격이 서로의 몸뚱이에 작렬한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빈 것 같다.
광분에, 본능에 몸을 맡긴 채 상대를 난타한다.
나도 박대엽도 물러서지 않는다.
철탑처럼 버티고 서서 주먹을 휘두르고 또 휘두른다.
“끄윽!”
신음을 흘리고 핏물을 흘리는 박대엽.
“캬캬캬!”
괴소와 함께 피 섞인 거품을 뿜는 나.
결국은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의 싸움이다.
누가 더 미쳤는지, 누가 더 악에 받쳤는지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터.
아무래도 좋다.
지금의 나는 이성이 날아간지 오래.
뒷일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이 희열에, 광기에 몸을 내던지고 오로지 앞에 보이는 기분 나쁜 것을 부수느라 골몰하고 있었다.
뻐억!
얼굴을 후려갈겼다.
그 대가로 턱을 얻어맞았지만 웃는다.
인간이었으면 평형감각이 흔들려 주저앉았을 그 충격을 돌연변이답게, 변이체답게 웃어넘기고 또 주먹을 휘두른다.
뻐억!
이번에는 아랫배다.
제대로 들어간 올려치기.
마력 방어막과 단련된 육체로 막아내지만, 박대엽이 결국 욕설을 내뱉고야 만다.
“괴물 새끼.”
물론 내 귀에는 안 들렸다.
뭐라고 입을 삐죽이는 것만 보였지.
그러거나 말거나 히죽히죽 웃었다.
또, 또 주먹을 내쳤다.
다시 한번 반격이 날아오지만 씹었다.
몸에 누적되는 충격 따위 무시하고서 공격에 공격을 더했다.
몸이 불타는 것 같다.
머리는 진작 다 타서 재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근육이, 근섬유가 올올이 타오르는 이 감각.
후끈하고도 뜨겁고 화끈한 기운이 내 팔을 타고 질주한다.
오로지 팔에서만.
근육 섬유 대신 용암 섬유를 심어놓은 듯이.
화악!
꽝!
“어억?”
순간, 폭음과 함께 박대엽이 쭈우욱 밀려나간다.
당황한 얼굴로 나를 보는 박대엽.
나는 몰랐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아예 생각하지도 않았다.
씹어먹어도 시원치 않을 놈이 밀렸다는 것에 기꺼워하며 또또또 주먹을 날릴 뿐이다.
꽈앙! 꽈앙!
폭탄처럼 터지는 피격음.
박대엽이 이를 악문다.
마력 방어막을 최대한으로 전개하며 돌진한다.
빗나간 내 주먹, 그 사이로 파고든 박대엽.
이내 공격이 폭우처럼 내 가슴을 두드렸다.
“어떠냐!”
제대로 들어온 연격!
나도 피를 토했다.
우드득, 하고 갈비뼈 부러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났다.
그러나 버틴다.
갈비뼈가 폐를 찌르건 말건 가슴을 편다.
살이 재생되고 뼈가 제 자리로 돌아오느라 아픈 가슴을 무시하고, 가파르게 주먹을 뻗는다.
“이 새끼가! 으어어어어!”
박대엽이 고함을 질렀다.
두 번째 전투 함성.
의미 없다.
돌연변이 육체의 마력 저항력은 전사 계열 초인의 전투 함성 따위 가뿐히 무력화했다.
대신 박대엽만 눈에서 피를 흘렸다.
격노에 격노를 더한 것.
거의 광분 상태가 되어서 내게 달려든다.
꽝꽝꽝!
쉬지 않는 연타!
무예에 거의 문외한이라 어설픈 내 주먹질.
반면 확실하게 날카롭고 묵직한 박대엽의 공격.
그러나 스펙 차이가 나는 까닭에, 인간과 변이체의 종족 기본값 때문에 비등비등한 공방이 오가고 있었다.
그 균형이 깨진 것은 박대엽의 연격이 또다시 작렬한 직후.
내 갈비뼈와 가슴뼈가 쪼개진 직후였다.
“케케켓!”
변형이 찾아온다.
내 몸이, 피부가 이차 변이를 일으킨다.
각질이 돋는다.
방호복과 융합되면서.
거의 찢어져 형체만 남아 있던 방호복을 잡아먹고 새로운 형태로 진화한다.
각질이 아니라 뱀의 비늘 같기도, 혹은 거북이 등껍질 같기도 한 형태로.
그것은 갑옷. 아니, [철갑].
조금 전 얻은 [괴력]과 함께 근력과 맷집의 명백한 상위 특성이었다.
“이, 이놈이!”
소리 질러봐야 소용없다.
근력 대신 괴력, 맷집 대신 철갑.
전신 근육량은 줄었다. 대신 팔이 훨씬 두꺼워졌다. 체구도 약간은 작아졌지만 표면에 돋은 철갑이 피해 일부를 아예 무효화시키고 반사시킨다.
이 상태에서 맞다이?
아무리 무예의 달인이어도 안 된다.
내가 박대엽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뻐억! 뻐억! 뻐억!
유효타가 연속으로 들어갔다.
괴력으로 강화된 주먹이 마력 방어막을 뚫기 시작했다.
일격일격 들어갈 때마다 박대엽이 눈을 부릅뜨고, 그 커 보였던 몸이 크게 들썩인다.
피를 얼마나 토했는지 턱부터 가슴, 배가 나이아가라 폭포를 연상시킬 지경.
“노옴! 노옴!”
그러나 물러서지 않는다.
처맞을 때마다 쓰러질 듯 휘청이면서도 두 눈을 빛낸다.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지쳐 쓰러지는 것을.
박대엽은 내가 마약이라도 빨고 변이체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설령 아니라고 해도 상관없다.
돌연변이 특성에는 제한 시간이 없지만 광분은 시간이 지나면 풀리고 끔찍한 후유증이 찾아오니까.
‘승부를 걸어야 해.’
어느새 이성이 돌아오고 있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광분이 끝나간다는 증거.
그래도 물러서지 않는다.
숨을 고르지도 않는다.
오로지 전진하며 주먹을 휘두르고 또 휘둘렀다.
다만 특성을 교체했다.
[에인헤랴르 연공법][마력심][섬광] [돌연변이 근육][돌연변이 육체][돌연변이]괴력과 철갑을 마력심과 섬광으로!
우웅, 우우웅.
전신 마력이 들끓는다.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기 시작한다.
뜨겁고 맹렬한 기운이 마력 혈맥을 타고 휘돈다.
동시에 폭발하듯 번지는 마력 파장!
내 몸이 왜소해진 만큼, 팔이 가늘어진 만큼, 빈자리를 채우려 마력 영역이 거세게 일어난다.
“뭐, 뭘 하려는 거냐!”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낀 박대엽.
날 마구 두들긴다.
이제는 대등한 눈높이가 된 내 얼굴을 후려치고 가슴에 주먹을 꽂는다.
소용없었다.
광분이 끝나가는 순간.
본능과 이성이 절묘하게 교차하는 이 시점.
내 정신은 지극히 명징했고 한편으로 들불 같은 열기에 휩싸여 있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하나!
주먹을 뻗었다.
마력이 길게 용솟음친다.
마력심이 울음을 터뜨린다.
연공법으로 단련된 마력 혈맥을 타고 한 마리 용이 질주한다.
그리하여 터져 나오는 빛.
박대엽의 눈이 커졌다.
그 눈 가득 내 주먹이 맺힌다.
분해되고 있다.
손뼈를 통해 전달되는 마력을, 검기를 견디지 못하고 피부와 근육, 핏줄, 신경이 송두리째 떨어져 나가는 중이다.
남는 것은 뼈가 전부.
그나마 뼈까지 갈려나간다.
뚝뚝뚝 떨어지고 분쇄되어 손가락까지 떨어지고 손뼈만 뭉툭하게 남았다.
하지만 빛은 남았다.
여전히 마력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내 초월적인 집중력이, 명징 상태가 강제로 마력체를 유지시켰다.
그리하여 꿰뚫고야 만다.
뭉툭한 손이, 마치 해골 단검처럼 변해버린 손뼈가.
박대엽을.
그 심장을 관통하고 등 뒤로 빠져나온 것.
여전히 손뼈에 머무르는 빛무리.
아니, 검의 형상.
박대엽이 왈칵 피를 토했다.
“허······”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박대엽.
나는 돌연변이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괴물처럼 보이는 나를 향해 박대엽이 띄엄띄엄 입을 열었다.
“이건······ 뭐지?”
“스가이다(섬광이다).”
잘 돌아가지 않는 혀를 겨우 굴려 말해주자 박대엽이 허탈한 표정을 짓는다.
“섬광, 섬광이라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박대엽.
마력이 흩어지고 있었다.
그와 함께 결집하고 있었다.
내가 꿰뚫은 등 뒤로 마력 회로가 번지고 그 회로 끝에서 새로운 회로가 새겨지고 있었다.
허공에, 존재할 수 없는 곳에, 원래는 체내에 각인되었어야 할 마력 회로를 무가치하게 풀어놓는다.
박대엽이 웃었다.
흐릿하게, 허허로우면서도 허무한 미소를 흘려보냈다.
“이제야, 이제야 도달했는데······”
내 섬광을 보고 깨달음을 얻은 것일까.
인생 최후의 시점에 5레벨을 밟은 박대엽.
그러나 무의미하다.
섬광에 의해 마력 회로가 으깨졌고, 새로운 마력 회로는 허무하게 흩어지고 말았으니까.
“최소한 유성······ 유성검이라고 해주게······”
박대엽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