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55)
특성 쌓는 김전사-55화(55/300)
백소린 -2-
퍼억!
백소린이 힘껏 검을 뿌렸다.
정확한 자세, 강맹한 기세.
처음과 다르게 단박에 두개골을 갈라버린다.
머리가 뿌적 갈라지면서 고개를 떨구는 좀비.
그러나 고글을 뒤집어쓴 백소린의 얼굴이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서, 선생님······ 저 어쩌죠?”
원래 세계에서나 이 세상에서나 통하는 상식.
좀비에게 물리면 좀비가 된다는 것.
나는 두 손을 아래로 내리는 시늉을 했다.
“진정하고 앉아 봐.”
“어떻게 진정해요! 좀비한테 물렸는데!”
백소린이 소리를 빽 지른다.
천살성다운 감정변화.
나는 먼저 바닥에 앉아서 옆을 툭툭 쳤다.
“성질내지 말고 앉아 보라니까. 화내면 피가 빨리 돌아서 더 빨리 좀비 된다.”
“으······”
백소린이 발을 동동 굴리다가 겨우 진정했다.
그러나 두 눈은 아직도 충혈되어 있다.
내 옆에 앉고는 바닥을 몇 번 긁고는 붉은 눈으로 내게 물었다.
“방법이 있는 거죠, 선생님? 선생님이라면 무턱대고 절 데려오시진 않으셨을 거 아니에요.”
사실 그렇다.
치유 물약만 준비하지 않고 성수도 넉넉히 가져왔다.
성수는 모든 삿된 것과 변이를 물리치는 힘이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바로 성수를 내미는 대신 가라앉은 눈으로 백소린을 주시했다.
“왜, 왜 그러세요?”
백소린이 괜히 켕기는 어조로 묻는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조금 사납게 반응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그래. 여기서 한 번 짚고 넘어가는 게 좋겠지.
“소린아.”
“네?”
“내가 왜 널 제자로 받았다고 생각하니?”
“어······”
약간은 자신 없다는 표정을 짓는 백소린.
“저는 잘 모르겠지만, 선생님 눈에는 제 재능이 보여서요?”
“맞아. 말했지? 넌 초인계 역사를 새로 쓸 거라고. 내가 본 사람 중에는 네 재능이 최고야. 서우진 정도만 비슷하지, 나머지는 아무리 천재에 영재로 유명한 사람도 너만큼은 아니었어.”
“설마요. 말씀은 감사하지만, 정말 그랬다면 이미 저는 초인으로 각성하지 않았을까요?”
“그야 평범한 천재와는 다른 재능이니까.”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했다.
목소리에 힘을 가득 담은 채로.
“소린아, 잘 들어라.”
“네.”
“넌 천살성이다.”
천살성!
백소린의 입이 벌어진다.
몸이 떨리기 시작한다.
“제가, 제가 천살성이라고요?”
“맞아.”
“아니에요! 선생님이 잘못 아신 거예요! 제가 그런 사악한 살인마일 리가 없어요! 전 사이코패스가 아니라고요!”
이 세상에선 천살성 인식이 별로 안 좋은가 보다.
게임에선 극강의 1티어 특성이었지.
전투 말고는 경험치를 못 얻지만 전투 경험치 1000%라는 것만으로도 떡을 친다.
전투 시작 시 광분 상태에 빠지지만 뭐 어때.
다른 보조 특성이나 정신 방어 아이템으로 보조해주면 컨트롤도 잘 되는데.
“천살성이라고 꼭 사이코패스는 아니고, 반드시 살인마가 되는 것도 아니야.”
나는 차분히 설명해주었다.
“중요한 건 극복할 수 있냐 없냐지. 극복하면 어엿한 전사가 돼고 못하면 광전사 돼서 네가 말한 것처럼 살인마 엔딩나는 거다.”
“하지만 드라마에선······”
“드라마를 믿을래 나를 믿을래?”
백소린이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문다.
나를 보더니 내 투구, 방패, 신발, 도끼를 한 번씩 쳐다보았다.
불과 사흘 전까지 봤던 각성 의식을 상기하는 모양.
이내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선생님을 믿어요.”
“잘 생각했다. 우선 신발부터 벗어 봐.”
운동화를 벗고 방호복도 다리만 분리해서 확인했다.
까만 핏줄이 거미줄처럼 꾸물꾸물 돋아 있었다.
그마저도 모자라 실시간으로 확장하는 중.
직접 물린 부위는 이미 까맣게 변하여 괴사되기 직전이다.
“선생님······”
여기선 안심시켜주는 게 좋겠다.
골프백 깊숙한 곳에서 약병 두 개를 꺼냈다.
별빛을 담은 액체가 화사하게 일렁인다.
성수.
최하급이지만 좀비 따위에게는 차고 넘쳤다.
백소린이 안달하며 손을 뻗다가 별안간 멈칫했다.
“선생님? 혹시 이걸로 뭘 해야 할까요?”
합리적인 추론이다.
그냥 치료해줄 거면 성수부터 줬지, 천살성을 굳이 언급하진 않았을 테니까.
나는 성수 두 병을 백소린 앞에 늘어놓았다.
“천살성을 극복하려면 관련 능력을 각성해야 한다. 그건 너도 알지?”
“네.”
“생각해 봤는데 이게 최선이야. 좀비에게 물려서 좀비 되기 직전까지 가는 거.”
“어······”
“위인전 보면 나오잖아? 죽기 직전에 각성해서 위기를 극복하는 사람들 말이야.”
백소린이 울상을 짓는다.
“위인전도 아니고 소설에나 나오는 얘기잖아요······”
그런가?
내가 이 세상 책을 본 적이 없으니 몰랐지.
하지만 남자는 자신감으로 먹고사는 법.
나는 시치미를 뚝 뗐다.
“너라면 충분히 소설 속 주인공이 될 수 있지. 천살성이잖아, 천살성.”
“천살성은 좋은 게 아니잖아요······”
“잘 쓰면 좋은 게 되지. 같은 물도 독사가 마시면 독이 되고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는 법이야. 날 믿어봐라. 내가 안 된다고 생각했으면 비싼 돈 줘가면서 성수 사 왔겠니? 이거 하나에 5백만 원씩 해.”
“5, 5백만 원이요?”
“그래. 난 벌써 너한테 2천만 원 태우는 거야. 너 연봉이 오늘 하루 벌써 날아갔네? 안 될 것 같으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2천씩 쓰겠어?”
백소린은 식겁한 표정이다.
하여간 초인 관련 물품이라고 하면 단위부터가 달라진다니까.
이내 눈을 질끈 감는 백소린.
“해볼게요.”
“잘 생각했다.”
“그, 그래도 위험할 것 같으면 도와주셔야 해요! 전 좀비 돼서 죽기는 싫다고요!”
“약속한다. 대신 최대한 버티다 진짜 숨넘어가기 직전에 마셔라. 알았지?”
“네, 네!”
백소린이 성수 한 병을 쥐고 품에 안았다.
눈을 질끈 감는다.
답답하다고 방호복까지 다 벗어 던졌다.
가볍게 입은 반 팔 티셔츠와 돌핀 팬츠.
하얀 살갗 위로 검은 핏줄이 질주하고 있었다.
“소린아. 속으로 네 이름 계속 외우고 있어.”
“이름이요?”
“그래. 내가 듣기로는 좀비 되면 마지막에 자기 이름이랑 존재를 잊는다고 하더라. 네 이름이 생각나지 않으면 그게 바로 좀비 되기 직전이라는 신호야. 그때 성수 마시면 돼.”
“알겠어요.”
시간이 흘렀다.
거의 두어 시간 이상.
이제 검은 핏줄이 백소린의 몸 전체를 뒤덮었다.
좀비에게 물렸던 발뒤꿈치는 다 썩어서 떨어져 나갔다.
“백소린, 백소린, 백소린······”
백소린은 소리 내서 자기 이름을 외우고 있었다.
전사 계열 초인이라 그런지 역시 오래 버텼다.
그러나 SSR 캐릭터라 해도 끝은 오는 법.
갑자기 머리를 뒤로 확 젖혔다.
“으윽!”
신음과 함께 눈을 치뜨는 백소린.
“배, 백, 배, 애, 어어, 으으으······”
입에서는 사람의 목소리 대신 짐승의 울음이 터진다.
지금 성수를 마셔야 한다.
1초라도 늦으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었다.
무심코 백소린에게 손을 뻗었다.
이미 정신이 나간 것 같아 그런 거였는데, 뜻밖에도 백소린이 우렁찬 고함을 질렀다.
“나는 백소린이다!”
광기가 아닌 선명한 이성이 맺힌 눈동자.
육체는 한계 상황.
그러나 정신이 버티고 있었다.
이미 초인의 영역에 반쯤은 진입하여, 냉철하고도 차가운 안광을 사방에 뿌린다.
백소린이 성수를 마신 것은 1분 후.
신경계를 타고 대뇌까지 침입한 죽음의 마력을 버텨낸 것이다.
솨아아아.
맑은 빛이 백소린을 씻어내렸다.
군데군데 살점이 패이긴 했으나 멀쩡하게 회복.
손상된 부위에는 치유 물약을 거즈에 찍어 발라주었다.
그러자 금방 회복되고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간다.
“훌륭해. 생각보다 훨씬 잘했다.”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특별한 변화 같은 건 안 느껴지냐?”
“글쎄요. 거기까진 잘······”
내 계산으로는 아직이다.
백지 신체를 가진 김전사라면 모르나, 다른 캐릭터들은 특성 하나 얻기가 꽤 힘들거든.
앞으로 몇 번은 더 반복해야겠지.
거의 10번 가까이.
“계속 가자. 아. 방검복 그냥 벗어버리는 게 낫겠다. 그 상태로 싸워.”
“네? 농담이시죠?”
“치유 물약이랑 성수가 이렇게 많은데 무슨 걱정이냐. 그리고 다친 상태로 물려야 효과가 더 빨라.”
백소린이 입을 뻐끔거린다.
어이없다는 듯 손가락으로 자기가 입은 옷을 가리켰다.
상의는 배꼽이 노출된 반 팔 티셔츠.
하의는 눈이 시원해지는 돌핀 팬츠.
운동화도 좀비가 물어뜯어서 한쪽이 너덜거린다.
나는 진심으로 말했다.
“훈련은 극한상황에서 해야 효과가 좋아. 천살성은 상처 입으면 더 세지는 거 너도 알지?”
“그, 그건 저도 알지만 너무 하시는 거 아니에요?”
“나라고 편하게 훈련한 줄 아냐? 나도 목숨 몇 번이나 날려가며 강해진 거야. 괜히 아픈 애들 그렇게 몰아붙인 줄 아니?”
“하아······ 이거 완전 스파르타식이네요.”
“싫으면 포기해도 되는데, 알지? 여기서 포기하면 이룬 거 하나 없이 빚만 생긴다.”
최소한 물약 값이랑 성수 값은 받아야지.
백소린이 눈을 꽉 감았다.
“할게요. 좀비한테도 물렸는데 여기서 포기하면 억울해서 못 살아요.”
“잘 생각했다. 이왕 시도했으면 끝을 봐야지.”
“알았다구요.”
천살성 발현 때문인지 묘하게 까칠해진 백소린.
아예 백소린을 앞세웠다.
시원한 옷차림에 헬멧과 고글만 쓴 패션이 참 묘했다.
백소린은 적당히 긴장해서는 어둠 속을 더듬어 나갔다.
“아악!”
그리하여 치른 첫 전투.
방검복 벗었다고 꽤 소극적으로 변했다.
대범하게 파고들어 공격하지 못한 까닭에 좀비에게 몇 번이나 얻어맞은 것.
손에 든 게 오함마였으면 큰일 났겠다.
그나마 녹슨 철근만 하나 쥐고 있어서 버텼지.
“죽이지 말고 한 번 물려.”
“아, 진짜.”
울상을 지으면서도 순순히 따라서 한다.
일부러 좀비에게 물린 다음 목을 땄다.
그리고 휴식.
아쉽게도 푹 쉴 수가 없었다.
전투 소음을 들은 건지 좀비 두 마리가 더 등장한 까닭.
백소린이 넌더리를 내며 일어섰다.
“너무하네. 진짜.”
“걔들한테도 한 번씩 물려.”
“네에에? 농담하지 마세요. 벌써 어지럽다고요.”
“농담하는 거 아니다. 극한상황에 들어가야 한다니까?”
“저한테 왜 이러세요······”
백소린은 꿍얼거리면서도 내 지시대로 움직였다.
좀비한테 맞고 손톱에 긁히면서도 한 번씩 물린 것.
그다음에야 몸을 빠르게 움직여 목을 쳤다.
하여간 천살성은 천살성이야.
방어구도 없이 싸운 두 번째 전투 만에 저리 익숙해진 걸 보면.
“나는 백소린이다, 나는 백소린이다······”
좀비화가 빠르게 진행된다.
몇 분이나 지났다고 전신이 까맣게 변하고 있었다.
맞서는 백소린도 처절했다.
입에서 까만 게거품이 흐르도록 버틴 다음에야 성수를 마시고 원래대로 돌아왔다.
“흐아악! 저 살아 있는 거죠?”
“몇 번만 더하면 되겠다.”
“으······ 또 해야 한다고요?”
“거의 다 됐어.”
정말이다.
성수가 몸을 씻어내리는 순간.
주위 마력이 느릿느릿 백소린에게 향하는 것을 느꼈다.
마력 회로가 생성되는 것.
천살성 고유의 능력이 위기 상황을 맞이하여 꿈틀대고 있었다.
굵고 짧게 한 번만 더 하면 되겠는데······
“아, 그렇지.”
“뭐가요?”
“치료하면서 따라와.”
채앵!
검을 뽑았다.
성검이 반갑다는 듯이 빛을 뿌린다.
성스러운 빛이 어둠을 채우자 백소린이 황홀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내가 앞장서서 내려갔다.
“끄어억!”
“꾸륵!”
좀비?
그냥 단칼에 베었다.
백소린처럼 목을 치고 머리를 뚫고 할 필요가 없었다.
흑염을 두르고 참격으로 베자 단숨에 두 토막 나고, 상처에서 일어난 검은 불꽃이 좀비를 불살랐다.
“와, 선생님은 역시 다르시네요.”
“이 정도는 쉽지. 다른 초인들도 다 이 정도는 해.”
“저도 될까요?”
“각성하고 무기만 적당한 거 구해도 충분하지.”
쭉쭉 내려간다.
게임에서 구현된 것과 아주 똑같지는 않아도 거의 흡사했다.
그래서 도착한 곳은 어느 한 커다란 공동.
딱 봐도 보스 몬스터가 있을 법한 음산한 장소.
그리고 중심에 우두커니 서 있는 커다란 형체.
근육이 기괴하게 부풀어서 흡사 고릴라를 보는 것 같다.
강화 좀비도 아니고 변이 좀비라고 해야 할까?
백소린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서, 선생님? 저걸 저 혼자 싸우라고요?”
“그래. 완벽한 1레벨 변이체다. 한 대 맞으면 장 파열 될 수 있으니까 꼭 피하고, 체액도 좀비독인데······ 그건 그냥 먹어. 그래야 더 빨리 변이되지.”
“진짜 너무해요. 혹시 전생에 저한테 사기당하셨어요?”
“마음대로 생각하고, 잘 싸워라. 죽지는 않게 도와주겠지만 맞고 안 맞는 건 네 몫이야.”
“으, 진짜······”
백소린이 검을 움켜쥐고 나섰다.
당연한 말이지만 상대가 안 됐다.
1레벨이다.
진짜 1레벨 좀비.
무늬만 1레벨이 아니라 뛰어난 능력치와 준수한 특성을 가진 강력한 적.
쇼핑몰 금역 1층 보스이자 2층 수문장.
백소린은 제대로 공격을 못 하고 피하기 바빴다.
터업!
“아!”
운 좋게 공격을 맞춰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당연히 속절없이 한 대 맞고 튕겨 나가는 신세가 되었다.
“아악!”
입에서 왈칵 피를 토한다.
기세등등해서 달려드는 변이 좀비.
맞고, 맞고, 또 맞았다.
왼팔이 부러졌고 갈비뼈가 골절되면서 폐를 찔렀는지 쌕쌕 숨소리가 났다.
그 와중에도 검을 놓치지 않은 건 칭찬할 만하다.
결국 다리를 밟히고 반쯤 으스러지면서 바닥을 기는 신세가 되었다.
“이이익!”
이제 슬슬 개입하려는 찰나.
백소린이 기적을 일으켰다.
입을 쩍 벌리고 잡아먹겠다고 덤비는 변이 좀비.
절체절명의 순간 찌른 검이 연약한 입천장을 뚫고 뇌를 직격했다.
변이 좀비가 그대로 허물어진다.
“으윽!”
육중한 몸에 깔리고, 피를 뒤집어쓰면서도 백소린은 비명 한 번 지르지 않았다.
신음 한 번 흘리고, 검은 피 섞인 침을 퉤 뱉었을 뿐.
“잘했다! 잘했어!”
나도 진심으로 손뼉을 쳤다.
죽을 수도 있다는 지독한 공포심.
직접 깔아뭉갠 시체의 무게감.
여기저기 흰개미처럼 물어뜯는 통증.
극독으로 인해 급속도로 진행되는 좀비화.
이 모든 스트레스 상황이 백소린에게 오직 하나만을 강요했다.
각성.
마력이 춤을 추며 몰려가고 내 고글에 담긴 [탐지]를 통해 백소린의 척추에, 심장에 마력 회로가 움트는 장면이 보였다.
이걸 그냥 놔두면 죽음의 마력에 근간을 둔 엉뚱한 특성을 개화할 터.
쫄쫄쫄.
백소린의 머리에 성수를 부었다.
무려 세 병이나.
최하급 성수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하급 치유 물약도 입에 물려주고 상처마다 아낌없이 뿌렸다.
잠시 넋 나간 듯 보이던 백소린의 눈동자에 빛이 돌아온다.
마력을 흡수하긴 하는데 무차별적으로 흡수하지 않고, 한 차례 걸러 흡수한다.
아울러 마력 회로에도 변화가 있었다.
사악하고 질척한 다 썩은 진흙 같은 질감에서 단단하고 굳세면서도 뜨거운 용암을 품은 화산 같은 인상으로 변한 것.
느껴졌다.
변화한 회로가 품은 의미가.
[불굴].SSR 백소린의 첫걸음.
여기에 폭주 기관차와 구사일생이 더 붙어야 하지만 기본 바탕은 갖춰졌다.
‘좋았어.’
주먹을 불끈 쥐다 말고 움찔했다.
이 미묘한 이질감······
백소린을 본다.
천살성과 불굴, 두 특성이 낱말 파편처럼 떠오른다.
더불어 어딜 어떻게 다쳤는지 속속들이 파악된다.
입고 있는 옷과 손에 쥔 검이 어떤 상태인지도.
이건 탐지가 아니다.
강력한 영감으로 상대를 간파하는 특성.
탐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특히 PVP에서 1티어로 평가받는 특성.
통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