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ight Summoner of the Knight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59
159화.
며칠이고 이어지는 훈련.
오늘은 샬롯과 다이니가 엠버의 방패를 뚫는 데 여념이 없었다.
두 사람은 나름대로 침착하게 서로 호흡을 맞추면서 엠버의 방패를 내리치고 있는데, 네 명의 조합 중 가장 안정적인 게 바로 두 사람이었다.
실제로 엠버의 입가에 그려진 희미한 호선은 두 사람의 호흡이 꽤나 잘 맞고 있음을 의미했다.
‘의외네.’
나는 마리아와 다이니 쪽이 훨씬 호흡을 잘 맞출 거라고 생각했는데 샬롯과 다이니가 오히려 맞아 떨어진다.
‘생각해 보면 다이니랑 샬롯도 같이 다닌 지 오래됐지.’
최근에는 다이니가 마리아의 난동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지라 그녀에게 끌려 다녀서 그렇지 둘은 친하긴 했고.
또 서로의 강함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 호흡을 잘 맞추기도 했다.
‘좋네.’
협력과 호흡이라는 건 의외로 흐름에 따라 가는 편이 많았다.
중심이 되는 몇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주변에 있는 단원들은 이끌리게 된다.
마리아 같은 개성이 강한 단원들도 그렇게 되면 묻히는 게 어렵지 않았다.
“끄아아아아아!”
저 멀리서 들려오는 마리아의 비명 소리.
여기서 다이니와 샬롯이 호흡을 맞추고 있으니 당연하게도 워즈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는 건 마리아와 벨레스.
특히나 마리아 같은 경우는 지키는 방식의 싸움을 썩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마리아의 성격을 생각하면 어렵지 않게 예상 가능하다.
능력과 성향에 맞는 배치와 배분은 당연하다. 나도 마리아를 요인 경호 같은 곳에 배치하게 되는 건 최대한 지양하겠으나.
‘기사단에 들어가려면 최소한은 할 수 있어야지.’
그래도 기사단이라는 이름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다면 최소한은 할 필요가 있었다.
선호하지 않는 거랑 하지 못하는 건 굉장히 큰 차이가 있으니까.
이런 부분을 마리아에게 밤낮으로 설명했고, 마지막에는 그냥 까라면 까라고 강제했기에 그나마 따르는 중이었다.
“거, 거기 계시군요!”
뒤에서 들려오는 처음 듣는 목소리.
팔짱을 낀 채로 훈련을 지켜보던 나는 슬쩍 고개만 돌렸고 그곳에는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녹색 로브를 입은 남자가 보였다.
여기까지 오느라 꽤나 고생한 듯 보이는 퀭한 눈동자. 짙게 내려온 기미, 비쩍 마른 몸.
괜히 지켜줘야 할 것 같은 모습을 한 남자였다.
‘어머니가 말하셨던 그 마법사인가.’
녹색 마탑에서 찾아왔다는 7등급 마법사의 외형과 똑같았다. 실제로 그는 나를 보더니 반쯤 울먹거리며 달려왔다.
“이, 이안 님! 나이트 아카데미의 이안 생도님 맞으시죠?”
여기서 아니라고 말하면 어떤 절망적인 표정을 지을지 모른다. 나는 얼른 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찾으셨다고 듣긴 했습니다. 수온 마법사님 맞으시죠?”
“아아! 네! 맞습니다!”
허리를 깊게 숙여서 인사한 수온.
그가 얼마나 고생했을지 대강 알고 있으니 나는 굳이 빙 돌리지 않고 본론으로 들어간다.
“뭐 때문에 저를 찾으셨을까요?”
“봉제인형 벨이라고 아시나요?”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대강이라도 가늠하기 위해서 한번 떠보듯 물어온다.
왠지 돌다리를 두드려 보는 것처럼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확인할 듯한 수온.
아무래도 봉제인형 벨이 녹색 마탑의 기밀과 같은 사안이었기에 그런 부분을 함부로 유출하지 않기 위함인 듯했다.
“소환마법사인 테르토나 샤이먼이 만든 물건으로, 지난번 메이제렌 수인 테러 사건에서 늑대수인이 가져갔다가 다시 녹색 마탑에서 회수해 가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괜히 가늠하면서 간 볼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봉제인형 벨 같은 건 나한테 크게 중요하지 않은 사안이었으니까.
그냥 윤이 뿌려둔 씨앗의 뒤처리만 해주면 충분했다.
“……그 정도까지 알고 계시다고요?”
내가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설명하자 당황한 건 오히려 당황한 모습.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던 크는 괜스레 헛기침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리고 그걸 회수한 마탑의 마법사가 8등급으로 제 동기인 페트린이라는 여인입니다.”
윤에게 듣기로는 로만 레이먼드와 함께 합을 맞춰서 압박해 왔다고 했다.
단독으로 윤을 쫓을 정도면 분명 실력이 출중한 마법사였겠지.
앞에 있는 수온도 서른 중후반으로 보이는데 7등급이다.
그와 동기인데 8등급의 마법사라면 사실상 천재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여인이었다.
“그, 페트린이 지금 행방불명 상태입니다.”
“…….”
“그런데 며칠 전부터, 세 갈래 숲에서 기괴한 마수가 하나 나타났습니다.”
마수?
자신이 별칭하고도 마음에 안 드는지 수온은 어두운 표정으로 한숨을 한 번 내쉰다.
“그 마수는 여성의 외형으로 녹색 로브를 걸치고 있다고 합니다만. 아무래도 봉제인형 벨에게 몸을 빼앗긴 페트린이 아닐까 저희는 추측하고 있습니다.”
“음.”
그게 가능한가?
나는 살짝 의문이 들었다.
벨이라는 정체불명의 사념체에게 페트린이라는 이름의 여인이 육체의 주도권을 뺏겼다는 소리인데.
사실 그게 얼마나 힘든 건지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나와 마몬.
윤과 레비아탄.
웨인과 벨페고르까지.
나는 많은 사례들을 봐왔고, 현재진행형으로 몸의 주도권을 두고 싸우고 있으니까.
대악마들도 인간의 몸 하나를 차지하겠다고 그렇게 고생을 하는데. 테르토나가 불러낸 뭔지도 모를 놈이 8등급 마법사의 몸을 뺏는다?
썩 이해가 가는 상황은 아니었다.
“근데 저는 왜 필요하신 겁니까?”
또 다른 의문은 바로 이것.
마탑에서 굳이 7등급 마법사까지 보내서 나를 찾을 이유가 있는가?
그냥 본인들이 알아서 처리하면 되는 거 아닌가. 또한 8등급 마법사가 저런 상태가 됐다는 걸 외부에 유출하고 싶지도 않았을 텐데.
“원래는 저희도 마탑 차원에서 처리할 계획이었습니다. 특히나 세 갈래 숲 같은 경우는 워낙 교통량이 많은 숲이라서 빠르게 처리할 필요가 있었죠.”
그런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근데 저쪽에서 지금까지 습격한 모든 사람들을 붙잡아 두고 있었습니다.”
“인질을, 잡고 있다고요?”
“네에. 그리고 이안 님을 만나고 싶다고 요청해 왔습니다.”
“저요?”
너무 뜬금없는 요구사항.
나도 모르게 자신을 가리키며 되묻자 수온은 흐르는 땀을 로브 소매로 닦으며 끄덕인다.
“네에, 늑대 수인을 막아냈던 은발의 소년이라고 지칭했으니까요.”
“그건…… 제가 맞긴 하네요.”
상당히 당혹스러웠다.
그냥 뭔가 아는 게 있는지 물을 줄 알았는데, 대놓고 저쪽에서 나를 지명하는 중이었다.
이쯤 되면 호기심이 일었다.
겨울방학도 슬슬 막바지로 향해가는 가운데, 아무래도 이게 이번 겨울방학 마지막 사건이 될 듯했다.
‘방학만 되면 참 바쁘게도 움직이네.’
지난 여름방학에는 레비아탄교를 몰살시키느라 난리를 쳤는데 이번에는 프나틱스교랑 봉제인형 벨이 문제다.
이 정도면 내가 방학에 맞춰서 뭔가 사건이 준비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슬쩍 눈을 돌린다.
어느새 샬롯과 다이니 그리고 엠버는 훈련을 멈추고 내 쪽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중이었다.
“아 개빡치네에에에에!”
저 멀리서는 마리아의 답답함이 섞인 비명이 여전히 울려온다.
일단 갈 수밖에 없다.
수온의 말을 들어보니 인질로 잡고 있는 인원이 보통 숫자가 아닌 듯했으니까.
고민 중인 건 다른 부분.
“쓰읍.”
팔짱을 낀 상태로 턱을 괴며 고민 끝에 나는 결정했다.
“훈련 잘하고 있어.”
이번에는 그냥 나 혼자 가는 게 맞을 듯했다.
* * *
꽤나 격렬한 반항이 있었다.
나를 따라서 내 고향으로 온 녀석들이다.
그런데 자기들은 버려두고 내가 어디 좀 다녀온다니 투정을 부릴 수밖에.
하지만 훈련 체계가 잘 잡혀 있는데 여기서 굳이 부원들까지 데리고 이동할 필요는 없었다.
어머니도 애들이 북적거리는 걸 싫어하시진 않았기도 했고.
금방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한 다음에야 출발할 수 있었다.
세 갈래 숲으로 가는 데 말을 타도 일주일 정도 걸릴 거라고 말했으나.
내 말에게 다른 말들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는 건 실례나 다름없었다.
“우아아아아아!”
뒤에서 들려오는 탄성.
내 허리를 꽉 쥐고 있는 수온의 손이 워낙 얇아서 자칫 잘못하면 떨어질 것 같았다.
푸르르릉!
그렇다고 베히모스한테 속도를 낮추라고 할 생각도 없었다.
수온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등에 태웠다는 게 베히모스에게는 상당히 큰 불만이었으니까.
만약 내가 아니었으면 당장에 떨어져서 발굽에 짓밟혀도 이상하지 않았다.
인정하지 않은 사람은 태우지 않는다.
베히모스 나름의 기준이었다.
좀 싫긴 하지만 떨어지지 말라고 근력에 보조마법을 살짝 걸어준다.
그제야 수온의 자세에 안정감이 생기면서 호흡이 안정된다.
“테, 테르토나 샤이먼에게 소환마법을 배우셨다고는 들었는데! 하늘까지 나는 소환수를 길들이고 계신 겁니까?!”
그러니 이제는 당연한 의문을 표하는 수온.
내가 테르토나에게 소환마법을 배웠다는 건 또 어떻게 알았나 싶었다.
“예에, 저는 기사 지망이니까 탈 수 있는 말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운이 좋았죠.”
이미 준비된 설명.
지난번에 아카데미에서 베히모스를 소환했을 때도 이런 식으로 설명해서 넘어갔었다.
대부분은 꿍한 표정으로 제대로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는 듯 굴지만.
주인인 내가 그렇다는데 누가 아닌 것 같다며 반박을 하겠는가.
“우, 운이 좋았다는 수준이 아닌데요! 이 정도 군마면 보통 마수가 아닌데……!”
베히모스를 가늠하듯 슬그머니 녀석의 몸에 손을 대려는 수온이었으나 그걸 느꼈는지 바로 베히모스의 눈이 그를 째려본다.
푸르르릉!
거칠게 울려오는 베히모스의 경고.
수온은 퍼뜩 놀라며 잔뜩 긴장해 웅크린 채로 내게 달라붙는다.
“성질 더러운 애니까 괜히 거슬리게 하지 마세요. 지금도 기분 나빠하고 있으니까.”
“아, 죄, 죄송합니다.”
마법사라는 종족이 궁금한 걸 못 참는다는 건 알고 있지만. 목숨까지 내어줄 정도는 아니겠지.
특히나 지금은 하늘을 날고 있는 중이다. 실수라는 이름의 사고는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아무리 적게 잡고, 쉬지 않고 이동해도 일주일 정도 걸릴 거라고 했던 거리를 우리는 사흘 만에 주파할 수 있었다.
썩 유쾌한 동행도 아니었던지라 금방 끝내준 베히모스에게 감사했다.
“드, 드디어 끝났군요.”
정작 덕분에 빠르게 온 수온은 기진맥진한 상태로 안도의 숨을 내쉰다.
베히모스에게 위압당한 뒤부터는 계속 녀석의 눈치를 보느라 굳이 느끼지 않아도 되는 피로를 느끼며 왔다.
어쨌든.
“고생했어.”
푸르릉!
베히모스를 역소환한 다음 나는 수온을 재촉해서 세 갈래 숲 입구 쪽으로 행했다.
이름에 걸맞게 숲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길은 총 세 개가 있었는데.
그중 가장 큰 곳으로 가자.
“오오! 이안!”
“오랜만이네.”
의외의 얼굴들이 있었다.
테르토나 샤이먼과 그의 친구 호우만.
“아아.”
처음에는 다소 뜬금없다 생각했으나 봉제인형 벨을 만든 게 테르토나니까 이해는 간다.
“와줘서 정말 고맙다!”
눈물을 글썽이며 내 손을 꼬옥 쥐는 테르토나.
“자칫 잘못하면 내가 덤터기 쓰게 생겼어!”
“…….”
“네가 꼭 해결해 줘야 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자신이 원해서 이 자리에 있는 건 아닌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