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Empire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41)
나인들의 도움을 받으며 입고 있던 옷을 벗고, 9가지 무늬가 들어간 9장복을 입었다.
그리고 머리 위에는 구술이 달린 줄이 앞뒤로 9개씩 달린 면류관을 썼다.
“잘 어울리는구나.”
나와 비슷하지만 12가지 무늬가 들어간 12장복과 면류관에 12개의 줄이 앞뒤로 달린 황제가 흐뭇하게 웃었다.
“짐의 아들이라서 그런지 잘생기고 키도 크고 훤칠한 게 보기 좋구나.”
“흐흐. 그렇습니까?”
황제의 칭찬에 나도 기분이 좋아져 자랑하듯 제자리를 한 바퀴 돌았다.
“어이쿠.”
그리고 옷 무게에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했다.
“조심하거라. 요즘 옷들과 달리 편의성보다는 위엄을 보이기 위한 옷이니까.”
“오늘만 입어야 돼서 다행입니다.”
멋은 있지만 편의성은 떨어지던 예전의 한복 같은 복장들은 사라진 지 오래다.
하지만 국가적인 행사가 있을 때는 지금처럼 옛 의복을 꺼내입었다.
특히 황태자 책봉식 같은 큰일 같은 경우. 황실은 물론 모든 대신들 또한 조복(朝服)을 입고 나왔고.
“그럼 가자꾸나. 모두가 기다리고 있으니.”
“예.”
이제 황태자가 될 시간이다.
* * *
황태자 책봉식은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에 따라 세 가지 단계로 나누어졌다.
첫 번째 북소리가 울려 퍼짐과 함께 의장을 갖춘 군사들이 각자 맡은 자리로 배치된다.
두 번째 북소리가 울려 퍼지면 문무백관들과 종친들이 근정문 밖의 위(位)로 나가고, 면복을 갖춰 입은 황태자가 입장한다.
세 번째 북소리가 울려 퍼지면 종친과 문무백관이 동서로 줄지어 선다.
그리고 종이 울리다가 그치면 악기 연주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황제가 가마를 타고 나타난다.
그럼 문무백관과 왕세자가 왕에게 차례로 절을 하고, 꿇어앉은 황태자 앞에서 황제는 전책관을 통해 죽책문(竹冊文), 교명문(敎命文), 태자인(太子印)을 전해 주었다.
죽책문은 대나무로 만든 임명장이고, 교명문은 태자에게 황제가 당부하는 훈계문이며, 태자인은 황태자를 상징하는 도장이다.
원래 조선이라면 여기서 명나라 황제의 고명 또한 따로 받아야 했지만.
조선이 대한제국이 되며 그건 사라졌지.
둥-!
첫 번째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제는 유물이 된 갑옷과 환도를 찬 군사들이 움직이자 황태자 책봉을 축하하기 위해 와있던 외교관들의 눈에 흥미로움이 차올랐다.
둥-!
두 번째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엄숙한 모습의 대신들과 종친들을 지나 근정전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온 날 보며 외교관들은 각자 다른 표정을 지었다.
미국과의 수교 이후 수교를 맺게 된 유럽의 외교관들은 앞으로 대한제국이 어떤 행보를 걸을지 궁금한 표정이었고, 날 지원하고자 했던 일본 쪽 외교관은 싱글벙글이었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건 미국과 러시아 제국 쪽 축하 사절이었다.
미국에서는 몇 년 전 임기를 마치고 민간인이 된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러시아 제국 쪽에서는 이번에 주한 러시아 대사로 임명된 레닌이 서 있었다.
그들과 눈이 마주치자 짧게 눈인사를 한 후 지정된 위치에 서서 황제를 기다렸다.
둥-!
그리고 울려 퍼지는 세 번째 북소리.
악공들의 연주가 시작되며 가마를 탄 황제가 근정전 안으로 들어왔다.
가마에서 내린 황제가 자신의 자리에 앉고, 나와 대신들과 종친들이 절을 올렸다.
절을 마치고 다시 자리에 서자 황제가 입을 열었다.
“3황자 이광은 황태자로서 책무를 다할 것을 맹세하느냐?”
“맹세하옵니다!”
“그 어떤 일이 있어도 대한제국의 백성들을 지킬 것을 맹세하느냐?”
“맹세하옵니다!”
“대한제국의 적을 무찌를 것을 맹세하느냐?”
“맹세하옵니다!”
···아씨 오글거려.
원래 책봉식에는 이런 대사가 없었다.
황제가 조언과 당부를 하긴 했지만 이런 오글거리는 문답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책봉을 축하하기 위해 외국에서 사절들이 오며 추가됐다.
강한 대한제국의 모습을 외교관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나 뭐라나.
“호오. 확실히 제국이라 불릴만 하군요.”
“과연 전성기 시절의 명나라와 혼자 싸워 이긴 나라답군요. 힘이 넘칩니다.”
“지금은 반란으로 위태로운 명나라와 비교가 되네요.”
그런데 예상외로 이게 먹혔다.
동양에 대한 환상으로 가득한 서양이라서 그런지 다들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황태자가 받아야 할 세 가지까지 모두 받은 후.
난 공식적으로 대한제국의 황태자가 되었다.
“황태자 전하 천세!”
“천세천세천천세!”
대신들과 종친, 군사들의 환호가 울려 퍼졌다.
그렇게 책봉식이 끝나고 축하연이 열렸다.
책봉식과 달리 서양식에 가까웠기에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주변을 돌아다니며 축하해주러 온 사람들과 만났다.
“축하드립니다 전하. 프랑스의 아르망 팔리에르 대통령 각하께서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고맙소. 그러고 보니 귀국의 미터법을 아국에서 도입한 지도 꽤 됐구려.”
“대한제국에서 사용 중이던 도량형과 똑같아 교체가 쉬웠지요.”
국제 사회로 나온 후 대한제국은 공식적으로 미터법을 받아들였다.
그동안 쓰던 도량형이 이름만 다르지 미터법과 똑같았기에 바꾸는데 어려움이 적었지.
그렇다고 거부 반응이 아예 없던 건 아니었다.
‘그동안 쓰던 도량형을 버리고 양이의 도량형을 쓴다니!’
‘절대 안 됩니다! 우리의 것이 최고입니다!’
몇몇 지식인들이 이를 반대하고 나섰지.
하지만 이런 반대도 내가 소문을 퍼트리자 금방 사그라들었다.
‘지금 쓰는 도량형 명칭들은 다 한자이지 않나?’
‘그건 그렇지.’
‘그럼 명나라놈들 글자를 쓰느니, 차라리 우리와 부딪친 적이 없는 나라의 도량형을 쓰는 게 낫지 않나?’
‘설득력이··· 있어!’
명나라놈들 걸 쓰느니 차라리 서양이 낫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미터법은 빠르게 받아들여졌다.
미터법뿐만이 아니었다. 미국과의 무역이 계속되며 외래어 또한 점점 사용되는 추세였다.
한국어로 번역하기 어렵거나, 애매한 단어는 그냥 영어를 쓰는 식이었지.
프랑스 대사와 인사를 나누고, 콧수염과 안경이 인상적인 남자. 시어도어에게 갔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각하.”
“하하. 이젠 그저 루스벨트입니다. 그냥 시어도어라 불러 주십시오.”
나와 악수를 하며 시어도어, 아니 시어도어가 허허 웃었다.
“큰 결심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하하. 여기서 더 하려고 하면 욕심이지요.”
미국 대통령은 2선까지만 하고 내려오는 게 암묵적인 룰이었다. 그러니 시어도어가 3선 출마를 포기한 것도 당연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사실 시어도어는 이 룰을 지키지 않아도 됐다.
시어도어는 전임 대통령이 죽으면서 당시 부통령이다가 대통령이 된 경우였다. 그래서 3선을 도전해도 두 번째 투표가 되는 셈이라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말이 많았다.
그러나 시어도어는 3선을 포기했고, 자신의 후계자인 보좌관, 윌리엄 태프트(William H Taft)를 밀어주었고 그가 당선됐다.
하지만-
“태프트는 잘해줄 것입니다.”
“···그렇겠죠.”
하지만 시어도어는 알까?
자신의 뜻과는 완전히 다르게 움직이는 태프트에 빡쳐서 3선에 도전하게 된다는 걸.
그리고 망해서 정권마저도 민주당에 빼앗기게 된다는 걸.
‘그걸 굳이 말해줄 필요는 없지.’
나는 하하 웃으며 행운을 바란다는 말만 해주었다.
“아, 그리고 소아마비 백신이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백신을 맞은 사람들 중 소아마비 발병자가 비교군과 대비해서 현저하게 적었습니다.”
“정말 다행이군요. 시어도어도 맞으셨다고요?”
“예. 대통령으로서 모범을 보이기 위해 맞았었죠.”
낮은 관세를 대가로 약속한 소아마비 백신은 수교를 맺고 1년 후 미국으로 보내졌다.
그리고 얼마 후 임상 실험에 들어갔었지.
이후 시간이 지나며 그 효과가 조금씩 드러나는 중이었다.
“제 먼 친척 조카도 함께 맞았습니다. 지금 상원의원을 준비 중인 녀석인데, 자신도 맞겠다며 떼를 써서 결국 함께 맞았지요.”
“흠··· 조카라. 제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인가요?”
“프랭클린이란 아이입니다.”
···괴물이 정계라는 전쟁터를 평정하기 위해 나타났군.
프랭클린 루스벨트. FDR로도 유명한 미국의 제32대 대통령.
소아마비라는 장애를 가지고도 대통령이 되어 대공황 당시 미국을 구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낸 대통령이다.
그러고 보니 이맘때쯤 FDR이 정계에 입문할 때였지.
그런데 소아마비 백신을 맞았다고? 그럼 휠체어를 탄 모습으로도 유명한 FDR은 볼 수 없게 되겠군.
“그러고 보니 반가운 얼굴이 또 있군요.”
“레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축하드립니다 전하! 전 대통령 각하께서도 와계셨군요!”
레닌이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며 다가오자 다른 나라 외교관들이 재빨리 길을 비켜섰다.
근래 유럽에는 전쟁 분위기가 퍼진 상태였다.
다들 러시아 제국이 전쟁을 일으킬 거라 생각하고 있고. 그러니 러시아 제국과는 되도록 부딪치고 싶지 않아 자리를 피했다.
바다 건너에 있어 전쟁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미국과 러시아 제국의 우방인 대한제국은 아니었지만.
레닌과 악수를 하며 반가움을 감추지 않았다.
“대사께서 주한 러시아 대사로 임명되다니. 이거 이 정도면 운명이라 해야 할지도 모르겠구려.”
“하하.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듣기 좋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세 명이 모인 게 벌써 4년 전이었나요?”
“그렇지. 미국과 대한제국이 수교를 맺은 걸 기념하기 위한 연회에서 만났었으니까.”
시어도어는 시간 참 빨리 간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만난 셋이라서 그런지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시어도어가 씩 웃었다.
“어이쿠. 이거 러시아와 너무 친하게 지냈더니 영국과 프랑스 쪽에서 불안해 미치려 하는군요. 아무래도 저는 이만 저쪽으로 가봐야겠습니다.”
“하하. 다음에 식사 한번 하시죠. 대한제국의 음식들을 제대로 대접하겠습니다.”
“듣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군요.”
그렇게 유럽 대사들이 있는 곳으로 시어도어가 떠나고. 레닌과 나만이 남게 되었다.
손에 든 잔에 담긴 콜라를 한 모금 마시곤 물었다.
“대사.”
“예. 전하.”
“러시아 제국은 먼저 전쟁을 일으킬 생각이 있소?”
그 질문에 레닌은 씩 웃곤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희 러시아 제국에서는 먼저 전쟁을 일으킬 생각이 없습니다.”
“그 대답은 러시아 제국의 진심이요, 아니면 전쟁 전에 적을 속이기 위한 기만책이요?”
“진심입니다.”
당당하게 대답하는 레닌과 잠시 눈을 마주쳤다.
그렇게 잠시 시선이 오고 가다 이제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러시아 제국은 전쟁을 그리 원하는 분위기가 아니군.”
“역시 황태자 전하십니다. 몇 마디 말만 듣고도 알아내셨군요.”
레닌은 내 말이 맞다며 씩 미소를 지었다.
“타국들은 저희 러시아 제국이 전쟁을 일으킬 거라 생각하지만. 저희 차르께서는 오히려 전쟁을 피하고자 하십니다.
만약 이번에 전쟁이 일어나면 얻는 이득보다 손해가 더 클 테니까요.”
“현명한 생각이지.”
현대의 러시아야. 듣고 있냐?
전쟁을 한다고 이득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란다. 오히려 전쟁은 피해야 하는 법이다.
이렇게 다른 러시아에 현대의 러시아가 생각나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망할 독재자 새끼 때문에 물가가 너무 올라서 고생했었는데. 이 세상의 러시아는 정상적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하지만 러시아와 동맹 관계인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나 독일이 삼국 협상과 전쟁을 벌인다면···.”
“그때는 저희도 동맹으로서 참전을 해야겠지요. 마음에 들진 않지만요.”
“흐음···.”
동맹을 맺은 이상 동맹이 전쟁을 일으키면 싫어도 참전해야 한다는 건가?
역사를 보면 동맹을 맺었다가도 뒤통수를 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건 그럴 경우 얻을 이익이 더 많을 때나 그렇지. 웬만해서는 동맹을 맺은 동안은 배신하지 않는 게 정상이었다.
동맹을 배신하는 건 이득보다 손해가 더 큰 행위니까.
러시아 제국도 그런 손해 때문에 전쟁이 발발하면 참전하려는 것이겠지.
“이번에 황태자가 된 기념으로 러시아를 방문할 생각입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러시아는 황태자 전하의 방문을 환영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중요한 동맹의 황태자가 방문 의사를 밝히자 레닌은 반색했다.
만약 실제로 전쟁이 벌어져도 대한제국에서 후방을 지켜준다면 마음 편히 싸울 수 있을 테니까.
“언제 방문하실 생각이십니까? 말씀만 하시면 거기에 맞춰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되도록 빨리요.”
차르를 설득해야 할 테니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