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Empire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3)
“콘라트 이 병신 새끼가!”
오-헝 제국의 패배 소식을 들은 루덴도르프는 들고 있던 펜을 집어 던졌다.
“그냥 막고, 피해만 주라고 했는데! 그것조차도 못하고 후퇴하다니!”
무조건 이기라고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적들의 발목만 잡고, 적당히 피해만 주라고 했다.
그럼 겁을 먹은 적들은 먼저 휴전이나 종전 제안을 할 테고, 독일과 오-헝 제국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발목을 잡기는 개뿔. 오-헝 제국은 일주일 만에 전선이 뚫리고 주요 도시들마저 빼앗겼다.
“오-헝 제국에서 또 지원군 요청을 보내왔습니다.”
“이 병신 새끼들! 그놈들은 직접 싸울 줄도 모른단 말이냐! 제국이란 이름도 아까운 병신 새끼들이!”
원래 루덴도르프는 지나칠 정도로 호전적인 인물이었다.
그랬던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남들이 알아볼 정도로 많이 침착해졌지.
계속된 공세 실패와 전쟁의 장기화, 그리고 스페인 독감까지 겹치며 전의를 잃게 되자, 침착해진 것처럼 보인 것이었다.
하지만 오-헝 제국의 연이은 졸전은 루덴도르프를 예전의 그로 돌려놓기 충분했다.
“간단한 것도 하지 못하는 병신들 같으니라고! 당장 오-헝 제국에 연락을 보내라! 차라리 우리가 지휘하겠다고!”
“예, 옛!”
“서부 전선에서 병력을 빼서 동부 전선으로 보내! 그리고 폴란드 쪽 국경에서 주둔 중이던 10개 사단 중 절반을 보내!”
그럼 이 틈을 노리고 폴란드가 선전포고하고 공격해올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시간이 아니었다.
폴란드 방면의 병력을 뺀다면 폴란드가 선전포고할 가능성이 있을 뿐인 반면.
오-헝 제국을 돕지 않는다면 제국은 무조건 망할 테니까.
그럼 독일은 병신 같긴 하지만, 하나 밖에 없는 동맹도 잃고 혼자 싸우게 될 테고.
그렇기에 위험하더라도 지원군을 보내 도와야 했다.
“그리고 제1전투비행단(JGⅠ)을 동부 전선으로 보내!”
독일이 가진 최강의 전력을 보내서라도.
* * *
공세가 시작된 지 3주째. 대한제국과 러시아 연합군은 우크라이나령 갈리치아 일대를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부코비나 공국은 물론, 현대 우크라이나의 자카르파탸주(Закарпатська область)까지 점령했다.
이 정도면 성공적인 공세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원 역사의 브루실로프 공세는 겉으로 보기에는 러시아의 승리나, 실제로는 막대한 병력 손실을 입고 유의미한 전략 목표도 달성하지 못한 전투였다. 승리라고 하기 어려운 결과였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대한제국과 러시아 연합군은 원 역사의 공세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성과를 거두며 최소한의 피해만을 입었다.
그에 비해 적은 오-헝 제국에서만 모두 합쳐 40만에 가까운 사상자와 포로가 나왔고, 독일은 기껏 만든 전차부대마저 대부분 잃었다.
아군의 압도적인 승리라 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방어에 집중해야 합니다.”
렘베르크에서 100km 뒤에 있는 테르노필(Ternopil)에 자리를 잡은 사령부에서는 회의가 한창이었다.
그동안 점령한 점령지들이 표시된 지도를 가리키며 브루실로프가 말을 이었다.
“이미 아군은 공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모두 얻은 상태입니다. 더 이상의 공세는 부적절합니다.”
“맞습니다. 지금은 재정비를 할 때지, 진격할 때가 아닙니다.”
홍범도 또한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병사들도 지쳤고 전선도 너무 길어졌습니다. 재정비하며 앞으로 있을 적들의 반격에 대비해야 합니다.”
실제로 지난 몇 주간 이어진 공세로 병사들은 지친 상태였다.
또한 이번에 점령한 점령지들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잠시 멈춰야 했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적의 반격을 위해서라도 지금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반격이 시작됐을 때 지친 상태로 싸우게 되겠죠.”
아무리 큰 피해를 입었다고는 하나. 여기서 포기할 독일과 오-헝 제국이 아니다.
분명히 반격을 노릴 테고, 병력은 더 많으나 전선이 길어지며 분산된 병력으로 싸워야 할 거다.
그러니 최대한 병사들의 체력을 회복시켜야 했다.
상부인 모스크바에서도 이런 사령부의 결정에 동의했고.
차르 또한 괜히 공을 세우겠다고 병사들이 무리하는 일은 없도록 하라고 명령했다.
그 후 며칠 동안 연합군은 휴식을 취하고 재정비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며칠 후. 북쪽에서 독일군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북쪽으로 도망친 오-헝 제국군과 합류한 독일군이 남하 중입니다!”
“결국 폴란드 방면에 있던 군을 나눴군.”
통역을 들은 홍범도가 지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적의 예상 진격 방향은?”
“프레미셀(Premissel, 현 프셰미실)에 도착한 뒤, 그곳으로 후퇴해 있던 오-헝 제국군과 함께 동진(東晉)할 것 같습니다.”
사면초가를 이용해 점령한 렘베르크에서 서쪽으로 쭉 가면 나오는 곳이 바로 프레미셀이다.
갈리치아에서 후퇴한 많은 수의 오-헝 제국군이 그곳에 있다고. 오-헝 제국군의 지휘권을 가진 독일은 그들을 규합해 렘베르크를 되찾으려 할 게 분명했다.
“흠. 코벨이 더 가능성 있지 않나? 그곳이 철도교통의 요충지인 만큼 점령하면 아군 쪽에 타격이 클 텐데.”
“그렇긴 합니다만. 코벨은 폴란드 영토라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겁니다.”
현대 연합군에게 오는 보급은 모스크바에서 보내져 코벨에 도착한 뒤 각 전선으로 보내지고 있다.
그리고 그런 코벨은 폴란드의 영토였고.
리투아니아,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일대의 땅 일부만 남긴 채 현대의 영토는 거의 다 독일과 오-헝 제국에게 뺏긴 폴란드다.
그래서인지 두 나라에 원한이 많았기에 국경을 열면서까지 우리를 돕고 있었다.
그러니 독일과 오-헝 제국이 코벨을 공격할 만도 하지만-
“적을 더 늘리고 싶지 않다면 중립국을 공격하는 건 힘들겠지.”
“전쟁 초반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독일은 약하니까요.”
전쟁 초반에야 중립국도 공격하고 그랬지. 지금의 독일은 그러기 힘들었다.
이미 적이 너무 많아졌으니까. 여기서 적이 더 늘어나는 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그래서 중립국이면 중립을 지키라며 매우 평화적인 방법인, 항의 서한을 보냈지만···.
‘어휴. 저희도 러시아가 협박해서 어쩔 수 없이 열어준 거예요.’
폴란드의 대답이 참 가관이었지.
러시아의 협박에 어쩔 수 없이 열어준 거다.
우리도 원치 않는 일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며 핑계를 댈 뿐이었다.
‘어휴. 약소국은 어디 서러워서 살겠나?’
이런 대답에 독일이 분노했지만-
‘그럼 우리도 공격해보던가 시발로마.’
폴란드가 군을 움직이려 하자 더는 항의하지 못했다.
폴란드가 선전포고하면. 자신들이 점령하고 있는 옛 폴란드 영토에 있는 폴란드인들도 일어날 테니까.
그렇기에 독일이 코벨을 노릴 가능성은 적었다.
그럴 바에야 렘베르크를 탈환하고자 하겠지.
내 통역을 들은 홍범도는 피식 웃었다.
“딱 좋군요. 그럼 적의 진격로도 충분히 예상 가능하니. 야포들이나 준비시켜야겠습니다.”
“그럼 저희 러시아는 대한제국 포병대가 정확한 포격을 할 수 있게 항공정찰을 준비하죠.”
러시아는 하늘에서 정찰하고.
대한제국은 땅에서 포격을 하고.
이미 충분히 효과를 본 전술이기에 두 장군은 자신만만했다.
하늘의 지배자가.
동부 전선의 하늘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 * *
독일과 오-헝 제국군이 접근 중이라는 소식에 근처에 있던 러시아 공군이 움직였다.
곧바로 복엽기들로 이루어진 편대 하나가 추운 겨울 하늘로 날아올랐다.
“으으. 추워죽겠네.”
조종석에 앉은 러시아 제국 공군 소위, 이반이 툴툴거렸다.
그러자 뒷자리에 앉은 항법사이자 후방기총사수. 보리스가 킬킬거렸다.
“흐흐. 그래도 예전보단 낫잖아. 대한제국 공군들이 만들어 준 마스크를 쓰니까 그래도 덜 춥잖아?”
“그건 그래.”
고개를 끄덕이는 이반은 보리스처럼 눈구멍만 뚫려 있는 마스크를 쓴 상태였다.
러시아 공군들이 추운 겨울바람에 비행이 힘들다는 말을 전해 들은 후. 함께 작전을 나가곤 하는 대한제국 공군들이 방한복을 지원해주었다.
거기에다 마스크 안쪽이 기모로 되어 있어 차가운 겨울바람에도 따뜻한 마스크까지 만들어주었지.
함께 하늘을 나는 동료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또한 수백 년 동안 친구로 지낸 나라인 만큼 어려움이 있으면 당연히 돕는다는 인식도 있었고.
이렇게 교류가 이어지며 언어도, 나라가 다른 두 부대는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빨리 끝내고 돌아가자고. 대한제국 포병 녀석들, 포격하고 싶어 근질근질해 하는 것 같던데.”
“그러자고. 방한복을 입어도 춥기도 하고.”
이반이 조종하는 전투기를 선두로 편대가 하늘을 날았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저 멀리서 이동 중인 적들을 발견했다.
“저기 있네. 빨리 찍어.”
“재리들아. 치즈~”
보리스는 익살스럽게 웃으며 대한제국에게 지원받은 사진기를 꺼냈다.
“확실히 대한제국이 이런 기계들은 잘 만든단 말이야.”
사람 얼굴보다 작은 사진기로 사진을 찍으며 보리스는 감탄했다.
전쟁과 함께 대한제국에서 보내준 지원 품목 중에 있던 이 사진기는 그 어떤 사진기보다 뛰어났다.
보통 사진기가 사람 머리보다 크고, 먼 거리는 자세하게 찍기 힘든 것에 비해. 대한제국의 사진기는 크기도 적당하고 화질도 좋았다.
항공정찰에 쓰기 딱 좋았지.
“그렇게 무겁지도 않고, 화질도 좋은 게 이런 거 한 대만 가지면 좋겠다.”
“아서라. 그거 엄청 비싸다고.”
“쩝. 가지고 있을 때 많이 찍어보기라도 해야지.”
아쉬움을 삼키며 보리스가 사진을 찍던 중이었다.
“좋았어. 저기 적군 포병대가 있네. 이제 돌아가서 알려주면-음?”
충분히 사진을 찍고, 목표인 적 포병대까지 찾으며 기뻐하던 중이었다.
“···저건 또 뭐야?”
“뭔데?”
보리스의 말에 이반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보았다. 저 멀리서 날아오는 무언가를.
“새?”
“아니야! 적 육군 항공대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적 전투기들이었다.
적군이 있는 곳의 하늘에서 두 대의 전투기가 날아오고 있었다.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 전투기들에 이반은 미소를 지었다.
“좋았어! 이 기회에 나도 에이스 파일럿이 될 수 있겠군!”
“두 대밖에 없는데? 에이스 파일럿은 다섯 대를 격추해야 하잖아? 그리고 넌 그동안 한대도 격추하지 못했잖아?”
“이걸로 시작하는 거지!”
이반이 신호를 보내자 다른 아군 전투기들도 신호를 보냈다.
공군이지만 항공정찰만 하던 이들이었기에 제대로 된 항공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기에 다가오는 싸움을 피하지 않았다.
그리고 전투기들이 선회하며 적군 전투기들에게로 향하려던 순간.
“피해!”
투타타타타타!
보리스의 외침과 함께 하늘에서 미처 파악하지 못한 두 대의 전투기가 기관총을 난사하며 강해했다.
퍼퍼퍼퍼퍽!
“이, 이런!”
이반은 황급히 선회하며 날개 끝부분에만 총알 몇 발이 관통하는 것으로 끝났지만.
옆에 있던 아군 전투기 한 대는 그대로 불길에 휩싸이며 검은 연기와 함께 추락했다.
“빌어먹을 새끼들이!”
이반은 옆에 있던 다른 동료와 함께 곧바로 기체를 선회시켰다. 그리고 동료를 죽인 적 전투기의 뒤를 쫓았다.
“뒤져라 이 새끼들아!”
투타타타타!!!
기관총들이 불을 뿜었다.
하지만 적 전투기들은 이리저리 회피하며 이반이 쏜 총알들을 가볍게 피했다.
그리곤 갑자기 빨라지더니 순식간에 하늘 높이 날아오르며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뭐야. 저건.”
투타타타타!
다시 하늘에서 급강하한 적 전투기의 기관총들이 불을 뿜었다. 옆에서 따라오던 또 한 대의 아군 전투기가 피격당하곤 추락했다.
그리고 보리스의 눈에 적 전투기들에 칠해진 알록달록한 색들을 발견했다.
그제야 보리스는 저들이 누구인지 깨달았다.
“비행 서커스단이다!!!”
“!!!”
그 말에 그제야 저들이 누구인지 깨달은 이반은 경악했다.
서부 전선 하늘을 지배하는, 최고의 에이스 조종사들만이 모인 독일 최강의 전투비행단!
이날. 항공정찰에 나선 4대의 전투기 중.
단 한 대의 전투기만이 기지로 복귀할 수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