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116
엎친데 덮친격으로 다시 200여대의 파츠 베이스군 바리스타가 정면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반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크라우프가 잠시 머뭇거릴 틈도 없이 부대를 수습하면서 반격에 나서고 있었지만 파츠 베이스군의 공격은 너무나도 강렬했다.
13시 20분 쯤에는 파츠 베이스군 병력이 1,000대 이상으로 증원되었고 후방에서도 적 병력이 출현해 자신들의 퇴로를 차단하려는 하다는 보고가 크라우프에게 전달되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되자 크라우프는 어쩔수 없이 부대를 후퇴시킬 수밖에 없었다.
“퇴각!”
크라우프는 적이 계속해서 병력을 증원 받고 퇴로마저도 차단당할 위협에 직면해 있다는 보고를 받자 마자 주저없이 후퇴할 것을 지시한 것이다. 이상태로 시간을 끈다면 자칫 자신들도 적에게 포위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나머지 아군의 구원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철수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지만, 다행히도 파츠 베이스군이 끈질기게 공격해 오지는 않아서 14시에는 부대를 비교적 안전한 지역으로 빼낼 수 있었다. 하지만 곧 들이닥친 파츠 베이스군 때문에 제대로 반격도 하지 못하고 다시금 부대를 후퇴시킬 수 밖에 없었다. 사방에서 파츠 베이스군이 몰려 들어와 더 이상 전투를 속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7시 20분 크라우프는 보급과 부대의 재편성을 위해 다시 구릉지대로 복귀했다. 이때는 엠더에서부터 수송기가 도착해 있어 보급과 함께 일시적인 정비를 받을 수 있었다.
1차 구원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크라우프는 보급을 서두르도록 지시하면서 다시 포위된 아군을 구출하기 위한 작전 수립에 들어갔다.
18시 정각 크라우프가 한참을 정신없이 일하고 있을 때, 그의 직할 중대장 다이레아 마티스중위가 무엇이라고 말할 수 없는 얼굴로 임시로 설치되어 있던 지휘막사로 통신 전문을 들고 들어왔다.
“뭔가?”
즉시 전문을 받아 든 크라우프는 전문에 적혀 있는 내용을 몇 번이고 훑어 보았다. 그리고는 잠시 허탈한 듯한 표정을 짓더니,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모여 있던 다른 대대장들과 주요 지휘관들에게 전문을 내주었다.
그 자리에 모여 있던 지휘관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크라우프가 내민 전문을 받아 읽었다. 모두들 그 전문을 받아 읽고는 깜짝 놀랐다. 그 전문에는 파츠 베이스군과 휴전협정이 채결되었으니 전투 행위를 중단하다는 렘셰이드 기지로부터의 명령이 들어 있었다.
너무 허탈한 기분에 다들 아무런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히 렘셰이드의 정식 명령이었다.
케네온행성계 사령부에서는 그간 비밀리에 파츠 베이스군 사령부와 휴전 협상을 벌여 왔었다. 그리고 260년 11월 15일 18시 정각을 기해 휴전 협상이 타결되어 전투 행위를 중단할 것을 한참 전투중에 있던 전 부대에 하달했던 것이다.
하지만 협상의 내용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불평등한 것이어서, 포위되어 있던 에이센군 모두는 중장비를 버리고 최소한의 자위권만을 행사할 수 있는 무기만 휴대한 채로 철수해야만 했다. 파츠 베이스측에서 에이센군이 철수할 시간을 10시간 동안만 묵인해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또한 파츠 베이스는 엠더광산 정면 40km까지의 토지와 붉은 강 유역의 절반에 해당하는 토지에서 에이센군이 철수하겠다는 엄청난 양보도 얻어냈던 것이다.
난항이 예상되었던 휴전 협상이 에이센의 대폭적인 양보로 의외로 손쉽게 타결되었고, 18시 정각을 기해 이 명령을 전해 들은 다니엘 허버크 대령은 크게 분개했지만 어쩔수 없이 포위되어 있던 에이센군에게 중장비를 모두 그 자리에 방기한 채로 최소한의 무장만 갖추고 탈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무거운 중장비를 챙기면서 10시간 동안 퇴각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파일럿들은 바리스타를, 전차병들은 전차를, 그리고 병사들은 무거운 짐을 모두 버리고 엠더에서 급하게 날아온 수송기와 장거리 수송헬기에 말그대로 몸만 싣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휴전 협상의 타결 소식은 최전선에서 피땀흘려 싸워 온 병사들의 희생과 노고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11월 15일 10시간 동안 퇴각 묵인시간 동안 에이센군을 눈앞에 보고 있어도 공격을 할 수 없게 되어 버린 엘레비아는 짧게 혀를 차면서 허탈한 표정으로 콕핏에 앉아 있었다.
‘그 동안 피흘리며 싸워 왔던 이유가 무엇이란 말이야?’
셀리더 아르코 대위도 12시간만 더 생존했더라면 그렇게 허망하게 전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를 생각하자 엘레비아는 안타까운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
대대장을 잃고 재보급을 마친 그녀가 소속되어 있던 대대는 다른 대대와 더불어 구릉지대에서부터 고립된 자군을 구원하기 위해 출격한 에이센군 1,000기 가량의 적들의 우측면을 공격하기 위해 출격해 있던 도중이었다.
한동안 격렬한 전투를 치르고 난 뒤에 갑작스레 찾아온 휴전은 그들에게 너무나도 허탈한 기분을 감출 수 없게 만들었다. 엘레비아는 허탈한 표정으로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시트 뒤쪽에 놓여져 있는 수통을 집어 들어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시원하다는 느낌도 그 무엇도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물이 마시고 싶었을 뿐이었다.
지금은 허탈함만이 가득했다. 그녀는 자신이 탑승하고 있는 엘윈의 눈앞으로 펼쳐져 있는 수많은 바리스타의 잔해들과 그 사이를 초췌한 모습으로 빠져 나가고 있는 에이센 군인들을 바라보면서 깊게 숨을 들이 마셨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다만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만이 머리속에서 떠돌고 있을 따름이었다.
16일 10시간의 휴전 시간을 휠씬 넘긴 06시 20분까지 크라우프 페트릴 소령은 구릉지대에서 아군의 철수를 지원했다. 예정 시간을 휠씬 넘기면서까지 그의 부대가 잔류하고 있자 파츠 베이스군은 즉시 철수할 것을 종용해 왔다.
“알겠다고!”
크라우프는 더이상 지체하면 공격할 것이라는 파츠 베이스군의 통고에 즉시 철수하겠다는 응답을 보내고 자신의 휘하 부대에 철수를 지시했다. 그렇게 돌아서면서 너무나도 허탈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17일 0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크라우프는 엠더 광산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엠더 광산에는 수많은 패잔병들과 어디에선가 몰려든 종군기자들 때문에 무척이나 시끄러웠다.
“이 녀석들······”
모두들 엠더로 귀환하고 난 뒤 자신들의 바리스타에서 내려섰을 때 몰려드는 수많은 사람들에 다들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똑같이 바리스타에서 내리고 그간의 피곤에 지쳐 있던 사람들 속에서, 크라우프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엠더의 지휘부로 걸어 가려고 했다.
그때 벨로스 대위가 크라우프쪽으로 다가왔다. 그가 무사한 것을 보고 크라우프가 다행이라고 말해주자 대위는 그 자리에서 경례를 올려 주었다. 대위는 그가 수고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크라우프도 똑같이 경례를 했고 먼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서로 굳게 악수를 나누었다. 벨로스 대위는 주머니속에서 자신의 명함을 꺼내 건네 주면서
“베르베라에 오시면······연락하세요······약속했던 대로 한끼 근사하게 사드리겠습니다.”
벨로스 대위의 말에 크라우프는 하핫 웃으며
“그렇게 하지요.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벨로스 대위······”
그들은 서로 가볍게 목례를 하고 반대쪽으로 헤어졌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종군기자들도 있었고 패전한 부대의 영상을 촬영하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크라우프는 그런 것에는 아무 상관도 하지않고 지휘부로 걸어 들어갔다.
“아!”
사실상 크라우프가 엠더의 책임자였기 때문에 그가 들어서자 권한 대행을 맡고 있던 대위가 경례를 올렸다.
“수고하셨습니다. 소령님”
그 대위의 말에 씁쓸히 웃음을 짓던 크라우프는 현재의 상황을 물었다.
“예정대로 파츠 베이스군은 엠더 광산 정면 40km까지 진출해 있습니다.”
“방어를 서두르고······부상자의 후송과 장시간 전투에 참가했던 바리스타의 재정비를 서두르도록 하게.”
그 외에도 몇가지 방어를 강화하고 부대를 재편성하라는 지시를 내린 크라우프는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상황에서 미안하지만 렘세이드 기지에 상황을 보고하고······좀 쉬었으면 하네······미안하네!”
그의 말에 지휘소에 있던 모두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크라우프는 씁쓸히 경례를 올리고는 통신실로 들어갔다. 귀환했음을 렘셰이드 기지에 보고하기 위해서 였다.
통신용 모니터에 나타난 도리안 준장의 모습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무척이나 초췌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준장은 씁쓸히 웃으면서 일이 이렇게 되었다고 하며
“수고했네······페트릴 소령······”
준장은 모든 일이 헛일이 되어 버렸다고 했다. 그리고 걱정하지 말라 하며 몇가지를 덧붙여 주었다. 도리안 준장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아마 이번일의 책임 소재를 물어올 것이네. 아마 내가 모두 지게 되겠지······뭐, 군복 벗는 것이야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이번 전쟁으로 죽은 병사들이나 자네 같이 최전선에서 싸운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따름이네······”
“그렇지 않습니다. 각하!”
크라우프의 대답에 준장은 씁쓸히 웃으며 혹시 모르니 경계를 게을리 하지 말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크라우프가 경례를 올리자 준장은 통신상이지만 경례를 받으며 모니터를 끊었다.
‘허망하다······’
크라우프는 한참 동안이나 그 자리에 서 있다가 다시 숙소쪽으로 걸어 나왔다. 그곳에서는 급수차가 전선에서 귀환한 병사들에게 샤워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보급부에서는 제한품목에 들어 있는 맥주를 박스째 내어 주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서로 아귀들처럼 몰려들어 맥주를 하나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다투고 있었다. 크라우프는 그 자리에서 멈추어 서서 묵묵히 이런 사람들의 모습들을 지켜보았다.
‘살아 남았다는 기쁨인가?’
하지만 그는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살아 남아 있다······라······’
하긴 확실히 죽어 버렸다면 저렇게 생존을 기뻐할 수도 없엇을 것이다. 저기의 병사들처럼 맥주로 뒤범벅이 되고 서로 짓밟히는 것도 살아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다.
‘난······살아 남아 있다.’
고개를 좌우로 젓고 있던 크라우프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누군가 자신의 뒤로 다가와 헛기침을 하는 것에 놀라 뒤돌아 보았다. 그곳에는 다이레아가 빙긋 웃으며 서 있었다. 그녀는 크라우프에게 맥주캔을 하나 건네 주었다.
“바쁘시죠?”
다이레아는 방금 샤워를 마친 듯 머리카락이 아직도 물기에 젖어 있었다. 크라우프는 그녀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며 맥주를 받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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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푸덕….넙죽~ m(__)m
늦었습니다…이유는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작가넘의 허접 삽질을 수정 및 보완하느라고 입니다…
…아. 그리고 yaiddasya님…어제 지웠던 ‘야이다 크라프트 호우드 윙게이트’라는 남자 캐릭…
복구하기로 정했답니다…yaiddasya님께서 원하셨던, ‘야이따너므 씨발너므스키’나 ‘야니너므 씨발너므스키’는…좀…^_^;
암튼 상당한 능력자로 출현시킬 예정이라고 합니다…뭐, 상당히 뒷편의 이야기 이기는 하지만요…
…출현시켜 드렸으니…연참의 압ㅂ박은…ㅡ_ㅡ;;
…하긴 작가넘이 압ㅂ박받는거지 전 아니니깐요~ 냐하하핫~ ^O^)/~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41.
100회 맞이 제목 대 변경!!!!!!! ^_^/
목을 타고 넘어가면서 톡쏘는 듯한 맥주 특유의 맛이 참으로 기분 좋았다. 크라우프가 한캔을 단숨에 마셔 버리자 앞에 있던 다이레아가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크아아아! 시원하군!”
크라우프는 맥주를 모두 들어 마신뒤 캔을 구겨 바닥에 내버렸다. 그리고 갑자기 고개를 푹 숙였다가 다시 하늘을 올려 보았다. 이렇게 시원하다는 느낌이 너무나도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허탈한 기분도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그의 행동에 다이레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그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피곤했지? 이만 가서 쉬어 둬······”
“알겠습니다.”
차렷자세로 똑바로 경례를 올리는 그녀에 크라우프는 빙긋 웃으며 경례를 받아 주었다. 그런데 그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돌아서려는 그녀를 다시 불렀다.
“예?”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는 다이레아에 크라우프는 덕분에 고마웠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의 말에 환하게 웃고 있던 그녀는 편히 쉬시라는 말을 해 주고 맥주 한캔을 가지고 숙소쪽으로 걸어 올라갔다. 그러다가 뒤돌아 서면서 이번에는 다이레아가 그를 불렀다.
“아참 소령님. 곧 아침 식사를 제공해 준다더군요······”
“알겠네!”
그들은 하핫 웃으며 서로 자신이 가던 쪽으로 올라갔다.
크라우프는 다이레아와 헤어져 천천히 샤워를 하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차례를 기다리는 병사들의 맨뒤에 줄을 서서 기다렸다. 그를 알아보고 몇몇 병사들이 양보하려 했으나 크라우프는 손사래를 쳐 거절한 후 그대로 차례를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려 샤워를 하고 나오니 취사병들이 야전 취사장비로 특별히 전투를 마치고 귀환한 병사들을 위해 아침 식사를 한번 더 준비하고 있었다.
모두들 한창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크라우프는 샤워를 하고 그냥 잠들어 버리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몇걸음인가 움직이였을 때 한쪽에서 수송기편으로 나름대로 수습한 사망자들의 시신들을 비닐백에 담아 후송하기 위해 한창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근처에 위치한 야전 병원에서는 부상자들이 응급치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살아 남아 있는 사람들은 샤워다 맥주다 아침 식사다 바쁘게 기다리고 있지만, 이들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아니 적어도 부상을 입은 사람들은 살아날 희망이라도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살아 있기라도 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비닐백에 담겨진, 고깃덩어리로 변해버린 사람들은 비닐백 밖에 차례대로 붙어 있는 꼬리표만이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것들이 이름이 있고 하나의 사람으로서 불리워 졌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을 뿐이었다.
크라우프는 아직까지 파일럿슈트를 벗지 않고 있었다. 돌아가 이것을 벗고 싶었지만 이런 부상당한 사람들과 죽은 사람들을 보게 되니 가슴 한구석에서 무언가 울컥하고 솟아 나왔다. 그는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한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 남았다는 죄책감과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수많은 시신들과 부상자들 앞에서 지휘관으로서 이들을 한 사람이라도 죽지 않게 하고 부상당하지 않도록 할 수 있었다는 안타까움이 함께 크라우프를 짖눌렀다. 차렷자세를 취한 그는 이들에게 경례를 올렸다. 죽은 자들의 용기에 대한 경의와 부상자들의 희생에대한 그만의 감사표시였다.
경례를 올리는 살아남은 자의 앞으로 죽은 사람들의 유해들은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다.
같은 시각 셰어필드 기지로 귀환한 엘레비아는 살아 남은 자신의 중대원들을 재점검했을 때 급감해 있는 중대원들의 수 때문에 기분이 좋지 못했다. 비록 전쟁에서는 승리 했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 버렸던 것이다.
양측은 결국 아무것도 이룩하지 못했다. 에이센은 한때 이 셰어필드기지를 점령했었다고 말할 것이고, 자신들은 만드레일대륙의 60%를 손에 넣은 적이 있다고 말할 것이다. 결국 지금은 자신이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와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간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은 무의미하게 죽어갔을 뿐이었다.
그리고 오랬동안 아니었지만 그동안 함께 했던 시간이 많았던 셀리더 아르코 대위도 이곳에 묻혀 버렸다. 그렇지만 자신의 기분과는 달리 지휘관으로서 중대원들에게 승전의 축하와 살아 남아 주어서 기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잘 싸워 주었다. 여러분들의 노고가 있음으로서 해서 우리들에게 영광이 있을 수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은 우리가 이루어낸 결과인 것이다. 하지만 다시 싸워야할 것이다. 지금 에이센인들이 저렇게 물러섰지만 반드시 저들은 다시 돌아올테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닐 것이야! 모두 지금은 살아 있음을 기뻐하고 즐기자!”
그녀가 오른손을 번쩍 들어 보이자 모두들 그에 화답하듯 오른손을 들어 주었다.
이제는 샤워도 할 수 있고 파일럿슈트도 벗고 새로 지급받은 군복으로 갈아 입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을 위해 준비되고 있는 아침 식사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샤워시설에 들어선 엘레비아는 벽에 기대어 위쪽에서부터 쏟아지는 물이 얼굴을 타고 흐르는 사이로 눈물을 흘렸다. 죽은 사람들, 그리고 이곳에서 자신이 싸워 왔던 모든 것들이 이제는 아무것도 아니라 단지 처음으로 되돌아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겨우 샤워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엘레비아는 바에 들렀다. 그녀는 규정된 한잔의 술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주위에 사람들은 꽤 많았지만 떠드는 사람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엘레비아가 묵묵히 술을 반쯤 마셨을 때 그녀의 옆으로 누군가 털썩 앉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힐끗 고개를 돌려 보니 뜻밖에도 에네르 하트 슈넬 중위였다.
“아?”
비록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이곳에서 아는 얼굴을 만나니 정말로 반가웠다.
“이거 맞군······타르고 소위 아니야? 아? 아니군······중위님이신가?”
슈넬중위가 약간 웃음띈 얼굴로 아느체를 하자 엘레비아는 빙긋 웃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