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123
“그런건 상관없어······어차피 섹스를 원한다면······돈만 내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거니까······”
“뭐에요! 그럼 제가 돈만 내주면······”
크라우프가 자신을 마치 창녀 취급하는 듯한 말을 하자 다이레아는 기분이 상해 갑자기 언성을 높였다. 크라우프는 화를 내는 다이레아에 하핫 웃으면서 그 자신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 시에나도 나한테 돈 받고 몸바친다고 말하려는 거야?”
잠시 동안의 정적이 흘렀다. 다이레아는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닫게 되었다. 금방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었다.
“죄송해요······제가······잘못 말했어요.”
크라우프는 대답없이 라면의 포장을 뜯으면서 젓가락으로 한번 휘저어 보았다. 다이레도 똑같이 라면을 뜯어 한번 휘저으면서 순간 너무 경솔했음을 깨달았다. 크라우프는 그런 의도로 말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이레아는 남자를 꽤나 불신하나 보군······”
크라우프의 나직한 말에 다이레아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말했다.
“소령님이 제 남편은 아니잖아요.”
“하기야······아버님하고 어머님들이······디나가 생리를 시작하고부터 같이 못자게 하셨었지. 여자가 마음 놓고 옆에 남자를 두고 잘 수 있는 것은 아버지하고 남편 뿐이라고 했었지 아마?”
그의 말에 다이레아는 코웃음을 치면서
“아버지도 아니죠······빌어먹을······”
다이레아는 짧게 혀를 차면서 눈을 가늘게 뜨며 왼주먹을 굳게 쥐었다. 순간 크라우프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보고 그녀는 자신이 말실수를 했음을 깨달았다.
“아······”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니에요······잘못 말했어요.”
그의 앞에서 왜 자꾸 이런 실수를 하는지 모르겠다 싶었다. 이제까지 거의 생각하지 않고 지냈던 것인데 자신을 들켜 버릴까 싶어 다이레아는 서둘러 라면만 입안에 넣었다. 그녀는 라면을 급하게 먹다가 크라우프가 말을 하지 않고 있는 것에 당황스러워 무의식적으로 씹지 않고 삼키는 바람에 목에 걸려 버렸다.
다이레아가 잔기침을 캘룩거리면서 눈물을 글썽이고 있자 크라우프가 등을 두드려 주고는 티슈를 가져와 입술을 닦아 주었다.
“죄송해요······이거 원······”
당황하는 다이레아에 크라우프는 괜찮다고 하면서
“다이레아에게 내가 뭐라고 말을 할 지는 모르겠군······어차피 상처는 생각외로 쉽게 잊혀져······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그것만을 계속해서 생각한다면······그래서 다이레아가 그런 것을 잊어 버리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그만해요! 나한테······무슨 일이 있든······소령님이 상관할 것 아니잖아요!”
기분이 나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크라우프에게 기대고 싶어지는 자신이 한심스러워져 그렇게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없었다.
“정말로······다들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냥 자기들 아는 대로 지껄여 대기나 하고! 정말 짜증스러워!”
다이레아는 마치 어린애처럼 막 소리를 질러 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크라우프에게 자신이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라우프는 그래도 자신을 생각한 것인데 너무 어린애 투정부리듯 한다 싶었기 때문이다.
‘치······’
한참을 조용히 있던 그녀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가 겨우 용기를 내어 자신의 맞은 편에 앉은 크라우프를 바라보았다. 그는 다정한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이레아는 다시 고개를 푹 숙일 수 밖에 없었다.
“다이레아······말못할 것은 없어······나하고 시에나하고 같이 잠자리에 들기 전 뭐하는 줄 알아? 보통 시에나는······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줘······아무리 지루한 말이라고 해도······열심히 들어주지······가끔은 물어보기도 해······나 솔직하게 시에나 처음 만났을때······”
그는 잠시 말을 끊었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들어 다이레아를 바라보면서
“도와주고 싶은 생각 하나도 없었어······고아원에서······돈이 없어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시에나를 보고 그냥 한번 인심쓰자는 차원에서 도와준 거지······그리고 까맣게 잊고 있었어······하지만 한번 만나 보고 싶다고 연락이 왔고 찾아가 본 것이지······”
“그게 아니라······시에나가 귀여웠으니 잘키워서 나중에 아내 삼으려고 한 것 아니었을까요?”
분위기를 한번 바꿔 보자는 생각에 다이레아가 먼저 농담을 건넸다. 그러자 오히려 크라우프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우와! 딱 맞췄네?”
그순간 다이레아도 할 말을 잃었다. 진지한 얼굴로 하는 말이 진담인지 농담인지 선뜻 구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크라우프는 뭐라 말을 못하고 있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하핫 웃으며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지 말라고 하면서
“누구에게나 남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일은 꼭 있어······나도 그런데 뭐······”
그의 나직한 말에 다이레아는 엷게 웃음을 지어 주면서 다시 한번 사과했다.
“죄송해요······어째 제가 자꾸 실수하네요.”
그녀의 대답에 크라우프는 엷게 웃음을 지어 보여 주면서
“죄송할 것 없어······누구나 자신의 그런 비밀을 물어 보면······화내게 되어 있으니까······”
그녀는 크라우프가 이해심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이런 분위기까지 왔다면 남자는 딴 소리 말고 팬티나 벗고 엉덩이나 돌리라고 말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제껏 다이레아가 만난 남자들 대부분이 그러했다. 지금의 크라우프처럼 자신의 애인들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단순히 섹스를 즐기기 위해서만 다이레아를 찾았다. 그녀가 피곤하든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만나서 술한잔 사고 나면 당연히 잠자리까지 요구해 왔었다.
“······소령님은······부모님하고······여동생 있으신가요? 그리고 시에나하구요······”
고개를 끄덕이는 크라우프에 다이레아는 잠시 말을 머뭇거리고 있다가
“······좋으시겠어요.”
라고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던졌다. 크라우프는 잠시 표정이 굳어 있었지만 이내 풀어졌다. 그는 다시 불어 버린 라면을 입안에 넣고 오물거리기 시작했다. 다이레아도 불어 터진 라면이었지만 맛있게 먹었다. 그가 내놓은 식초에 절인 무도 모두 먹었다.
“잘먹었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을 하는 다이레아에 크라우프는 빙긋 웃어 주기만 하면서 라면용기와 브랜디 컵 같은 것을 치웠다. 그가 다시 오렌지 쥬스를 들고 자리에 앉자 다이레아는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미안해요······제가 손하나 까딱 안하고 앉아 있었네요.”
“무슨 말씀을!”
다이레아는 그가 내미는 쥬스잔을 손에 들었다. 한모금 마시니 기분이 좀 좋아졌다. 하지만 머리속으로는 크라우프의 앞에서는 무엇하나 숨기고 싶지 않는 기분이 드는 자신이 너무나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 왜 이런 기분이 들어 버렸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제껏 크라우프보다 더 잘생긴 사람도 많이 만나 왔었다. 마치 영화배우 같은 외모를 지닌 사람들도 많이 상대했었다. 하지만 이들 모두 다이레아를 단지 섹스 파트너 이상으로 여기지 않았다. 뭐라고 말을 해주면 댓짓거리 한다며 무시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크라우프는 그렇지 않았다. 자신의 짜증까지 받아 주니 참으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라우프는 아무말 없이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을 시작했다.
“그리고 후방으로 가고 싶지 않으면 휴가를 줄테니, 가족들한테 다녀와······”
“가고 싶지 않아요······가고 싶었다면 다른 방법으로 얼마든지 갔다 왔을 꺼에요.”
고개를 좌우로 젓는 다이레아에 크라우프는 무슨 일 있냐고 물었다.
“무슨 일이라구요? 저한테는 가족이 없어요.”
단정지어 버리는 말에 크라우프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부모님이 생존해 계시는 것 기록에 나와 있던데?”
그녀는 오히려 다정한 눈으로 크라우프를 바라보며
“좋으시겠어요······가족들도 있고, 이곳에 시에나라는 아름다운 애인도 함께 있고요······”
“······”
아무말 없이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크라우프였다. 다이레아는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면서
“저······15살 때 집 나온 이후로 한번도 찾아가 본 적 없어요. 부모님이라고 하기에는·····”
말의 앞뒤를 흐리는 다이레아에 크라우프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가슴에 품고 있는 것 보다 말하는 것이 더 좋을 꺼야······”
그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다이레아는 눈앞에 있는 사람이라면 말해도 자신을 감싸 안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그런 생각이 들자 잠시 고개를 앞으로 숙이면서
“저······친부모님이 이혼하셨어요······뭐······가끔 아버지 찾아 갔었죠······그때마다 너무 잘해 주셨는데······어느날 어머니가 다른 남자하고 재혼하셨어요······그 이후로 아버지는 조금 이상해 지셨었죠······어느날인가 저는 며칠 아버지 요트에 가게 되었어요······그때 아버지가······”
그녀는 자신이 겪었던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친아버지한테 성폭행을 당한 사실이며, 기본학교를 졸업하고 무작정 올라탄 배에서 내려 겪은 일, 그리고 한 남자를 만나 도움을 받고 그 남자와 같이 동거하던 일까지 모조리 말해 버렸다. 그리고 그 남자가 자신에게 매춘을 강요한 일이며 마약을 맞게 된 일도 말이다. 그러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다시 도망쳐 나와, 우여곡절 끝에 공부를 해서 사관학교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것, 하지만 마약을 끊지 못하고 무엇때문인가 섹스를 하지 못하면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버렸다는 것도 솔직하게 말했다.
모두 다 털어놓고 나니 기분이 후련해 졌다. 그녀의 말을 모두 듣고난 크라우프는 엷게 웃음을 지어 보여줄 뿐이었다. 다이레아는 그런 그의 반응이 오히려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깊게 숨을 들이 마셨다. 두 사람 모두 아무 말도 없었다.
갑자기 크라우프가 일어나 자신에게 다가왔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다이레아는 크라우프가 다가오자 흠칫 몸을 떨며 고개를 들었다. 그는 조금은 떨고있는 다이레아를 부드럽게 바라 보았다. 그리고는 무릎을 굽혀 그녀의 눈과 높이를 맞추었다.
“무슨······?”
다이레아가 입을 열어 무언가 말하려 했다. 하지만 크라우프가 그녀를 껴안는 것이 더 빨랐다.
“아?”
잠시 당황하고 있는 다이레아에게 크라우프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울고 싶을 때는 우는게 좋아······”
잠시뒤 다이레아의 눈에서 한방울 눈물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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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레아의 과거…언젠가 한번 나온것 같기도 합니다만…
…전 다이레아가 불쌍하다고 느껴지기 보다는 크라우프의 작업솜씨가 상당하다고 느껴지더군요…ㅡ_ㅡ;
시에나도 저렇게 꼬셨을까? 쩝…부러븐 자쉭…누구는 여친도 한번 못사귀어 봤는데…ㅡ_ㅡ^
에효….ㅡ_ㅡ;;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 Next-48…
100회 맞이 제목 대 변경!!!!!!! ^_^/
11월 22일 10시 30분 셰어필드 기지에서 홀로 바스타 기지로 전출된 엘레비아는 자신이 탑승할 유케울로 출발할 배편을 기다리고 있었다. 배의 수속이 늦어져 얼마간을 허둥대다가 내일 14시 정각 출항하는 화물선을 간신히 잡을 수 있었다. 셰어필드 기지로 보내기 위한 자재와 물자들이 계속해서 수송기로 적재되어 수송되고 있었다. 그 배들주에서 한 화물선을 간신히 수배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엘레비아는 24시간 넘게 할일 없이 서성일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임시로 배당된 숙소의 침대에서 뒹굴 거리는 것도 이제는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참, 이런 시스템들을······운영하려면 꽤나 힘들겠다.”
그런 한가한 생각을 하면서 점심 식사 전에 바에라도 들러 술이나 과일이라도 먹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곧 그만두었다. 생각해보니 낮부터 술을 마시기도 뭐했고, 아는 사람도 없으니 별로 술먹을 기분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볍게 하품을 하던 엘레비아는 할일이 없다는 것이 이렇게 따분한 것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었다. 이곳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셰어필드 기지에서 같은 그런 긴박한 느낌 같은 것은 들지 않았다. 무엇인가 나사가 풀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허전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가만히 앉아 있으니 무엇인가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어 버렸다.
“도대체 왜지?”
엘레비아는 조금 깊게 숨을 들이 마시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좀처럼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 그녀는 왜 이렇게 안절부절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고 있었다. 그냥 이유없이 불안했던 것이다. 무엇을 보아도 심장이 뛰는 것 같았고 이것저것을 보아도 그냥 흥분되고 긴장되어 버렸다.
‘젠장할······’
그녀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잠시 눈을 몇번 감았다 뜨면서 계속해서 짧게 숨을 들이 마시고 있었다. 기분이 너무 좋지 않았다. 자신이 왜 이러는 지도 잘 모르겠다 싶었다. 그녀는 손으로 머리카락을 긁적이면서 할일없이 숙소 주변을 배회하고만 있었다.
한참을 서성이던 엘레비아는 문득 자신이 조금전까지 이곳을 서성이면서 무엇을 했는지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제대로 생각나지 않았다. 자신이 이곳에 와 있는 것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녀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주위를 한번 돌아 보았다. 기지의 일상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녀에게는 너무나도 따분하게 느껴졌다. 무엇인가 전쟁을 기다릴때의 그런 긴박감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잠시 그대로 멈추어 서서 멍하니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던 그녀는 퍼뜩 자신이 가야 할 곳을 떠올렸다. 갑작스럽게 최전선에서 후방의 테스트기지로 전출이 명령된 것이다. 도대체 갑자기 그렇게 된 이유를 알지 못했다. 인사과장은 이유 같은 것은 자신도 모르니 잔소리 말고 명령을 받들라고만 했다. 그 인사과장의 얼굴이 떠오르자 그녀는 낮게 짜증을 부렸다.
“재수없는······할망구 같으니······”
그녀가 전선에서 갑자기 빠지게 되자 다들 무슨 일이냐고 의아해 했다. 테스트 파일럿으로 가게 되었다고 말하자 축하한다고 말하면서도, 혼자만 빠져 나가게 되니 좀 기분이 그렇다는 표정들이었다.
그렇지만 엘레비아는 명령에 따라 이곳에서 내일 출발할 배에 탑승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떠오른 생각을 고개짓 두어번에 떨쳐버린 엘레비아는 이제 곧 있게될 포로 교환을 떠올렸다.
‘이제 다음달 20일에는 포로 교환이 있고······그리고나면 이제 나도 20살이 되는 건가?’
이제 곧 내년이 되는 것이다. 엘레비아는 유케울을 거쳐 록세비엔으로 일시 귀환하게 되면 가족들을 만나 봤으면 싶었다. 동생인 세라도 군대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나 싶었다. 보병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는데 보병이 합격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 제대로 성공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집에 전화를 걸 수 없다. 하지만 유케울에 가면 집에다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물어 보고 오빠인 래리도 만나볼 생각이었다. 유케울의 참모부에 있다고 했으니 아마도 유케울에 가면 어떻게든 만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한달 반 정도만 있으면 신년을 맞이한다. 그리고 20세가 된다. 이제 어엿한 처녀가 되는 것이다. 법률상 여자가 결혼을 할 수 있는 연령은 18세 부터다. 이제 정식 결혼 연령은 오래전에 넘어선 그녀였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남자도 없으니 좀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뭐······’
언제까지나 기다리는 것보다 남들처럼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었다. 그런데 얻어 걸리는 녀석들이 대부분 아담 같은 저질들 뿐이었다. 그런 단지 자신의 몸이외에는 아무 흥미도 없는 남자 따위들보다 엘레비아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대화가 통하고 여러 가지 말들을 나누고 싶은 사람을 원했다.
‘······그 에이센놈?’
그녀는 갑자기 크라우프 페트릴이라고 했던 그 에이센놈을 떠올렸다. 더럽게 기분 나쁜 녀석이었다. 그놈을 생각하자 엘레비아는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솔직하게 엘레비아는 그 크라우프를 자세히 알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죽이고 싶었다. 별다르게 원한이 깊은 것도 아니었는데, 이런 기분이 왜 드는지 이런 자신이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모르겠다.’
하지만 그 크라우프가 자신의 원수임에는 분명했다. 그는 아마도 많은 자신의 부하들을 죽였을 것이다. 그녀는 꼭 그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의 손으로 결말을 내고 싶었다. 그가 지금까지 살아 있다면 이라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하지만 그 녀석의 실력이라면 분명히 살아 남았을 것이라고 생각 되어졌다.
우주에서만 있을 것 같았던 그 녀석이 지금 저 만드레일 대륙에 와 있었다. 엘레비아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문득 지난 전투에서 대단한 실력을 보였던 그 에이센군 파일럿이 크라우프였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아닐꺼야······’
그녀는 애써 부정하면서 에이센은 역시 대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를 가나 똑같이 제대로 훈련도 받지 못한 신병들이 많았지만, 그와 같은 많은 에이스 파일럿들이 이런 최전선에 나와 있어 전선을 유지시키고 있는 것이다.
‘최전선······’
이제 엘레비아는 최전선에서 후방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그녀는 지긋이 눈을 감으며 그동안의 죽고 죽이는 전쟁터에서 한걸음 내려 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 후방으로 가면 언제 다시 전방으로 오게 될지는 모른다. 다른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런 후방기지 근무를 얼마나 바라고 있었는지 모른다. 이런 기회가 온 것에 대해서 정말 신이라는 것이 있다면 넙죽 엎드려 감사라도 드리고 싶었다. 후방기지는 지금처럼 따분하겠지만 그래도 적응하면 그만이었다.
이렇게 의무 복무기간 채우고 제대해서 다시 사회로 나가 공부도 하고, 직장도 잡고, 결혼도 하고 싶었다.
‘이런곳······’
그녀는 잠시 걸음을 멈추어 서서 하늘을 올려 보았다. 사납게 이글거리며 바스타 기지를 비추고 있는 태양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하늘 위로 거대한 수송기가 태양을 모두 가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이제 하루만 있으면 이곳에 작별을 고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드니 갑자기 기분이 상쾌해 졌다.
‘아!’
그녀는 마치 날아갈 것 같이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
11월 25일 10시 40분 에이센의 프로스베인 행성계와 마주보고 있는 파츠 베이스의 영역 네페르 행성계 사이의 경계 지역은, 현재의 암묵적인 정전 조약과는 상관없이 에이센군과 파츠 베이스군의 정찰 부대가 조우하는 곳이었다.
에이센쪽에서는 최근의 민간화물선에 대한 파츠 베이스나 해적들의 공격 행위에 대한 방지 차원에서 경계를 대폭 강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예정에 없던 화물선등을 반드시 정선시켜 확인시키는 등의 모습들을 연이어 뉴스로 방영하고 있었다.
아직 프로스베인 행성계에서 공식적인 훈련중에 있던 지엘하르트 대장의 함대는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평온한 분위기에 휩쌓여 있었다. 현재 정전 조약이 발효 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츠 베이스군과 대치 상황은 여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