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256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네요.”
야이다가 고개를 저으면서 약간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하자 시에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남은 음료수를 입안에 흘려 넣었다. 그리고 그녀는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아참! 이번 전쟁이 결판나면 파츠 베이스는 멸망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던데······만약 그렇게 된다면 윙게이트 중사는 제대 할꺼야?”
“예? 제대요? 아니요. 생각해 본적 없어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대답하는 야이다를 보면서 시에나는 순건 그가 뼈속까지 군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준위님은 전쟁 끝나면 사령관하고 결혼하실 건가요?”
“응? 그럴 생각이야 그렇게 예정되어 있기도 하고······게다가 이미 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뭘 그래?”
“······그런데 제가 듣기로 사령관은······아! 기분 나빠 하지는 마십시오. 아시겠죠?”
야이다가 조심스레 말을 꺼내는 듯 하자 물음에 시에나는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상관없어. 어차피 코프가 나를 사랑해 주니까 그것만으로 만족해! 코프가 누구하고 같이 지내든 내가 알 것 아니니까. 알겠어?”
“······대단하시군요. 솔직히 저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시에나의 간결한 대답을 듣고난 야이다는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자신 같으면 결코 시에나처럼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사령관의 무엇이 시에나를 붙잡고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해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뭐, 어쨌든 내가 코프를 사랑하는 것은 사실이고 코프도 나를 사랑해 주고 있으니까!”
“부럽군요. 준위님이요.”
야이다는 그렇게 대답을 해 줄 수 밖에 없었다. 약간 맹목적이다시피한 그녀와 잠시 몇마디 나누다가 자신도 정신이 이상해져 버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작게 미소를 지었다.
“아참! 윙게이트 중사······중사에 대한 평판이 대단하더군······강습해병대원이라고 해서 파일럿으로서는 별로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는데 말이야!”
“그러세요? 칭찬해 주시니 영광입니다. 준위님!”
“뭘? 나는 사실을 말한 것 뿐인데 말이야!”
시에나는 그렇게 대답을 하면서 지금과 같이 어려운 때 일수록 야이다의 그런 능력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야······그저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그의 대답에 시에나는 엷게 웃음을 띄워주고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시계를 한번 내려 본 후 시간이 상당히 지났으니 가서 자야 겠다는 말을 했다.
“좋은 꿈 꾸십시오.”
“코프가 나오는 꿈이 나한테는 좋은 꿈이지!”
시에나의 대답을 듣고난 야이다는 크게 웃으면서 즉시 말을 고쳤다.
“사랑하는 사령관이 나오는 꿈 꾸십시오. 플레인 준위님!”
“고맙네. 중사도 편히 쉬도록 해! 알겠지?”
“네!”
시에나가 자신이 마신 음료수캔을 분리 수거통에 넣고는 총총히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녀의 뒷모습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던 야이다는 자신의 앞에 놓인 음료수캔을 묵묵히 내려보고 있었다.
‘빌어먹을 전쟁······’
야이다는 갑자기 그 생각이 들었고 왼손으로 음료수캔을 구겨 버렸다. 그리고는 구겨진 캔을 바라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왜 이렇게 자신이 나약해 졌는지 의아해 하면서 말이다.
00시 30분 크라우프는 다이레아와 함께 모처럼 실컷 즐겼다는 생각을 했다. 다이레아가 다시 샤워를 하고 싶다면서 흐느적 거리는 걸음걸이로 샤워실로 들어섰고 크라우프는 침대에 등을 대고 몸을 뉘였다. 잠시 뒤 다이레아가 샤워기를 작동시키는 소리가 들렸고 그는 방근전까지 두 사람이 뿜어낸 열기 때문에 후끈 달아 올라 있는 방안의 공기를 깊게 들이 마셨다.
“왠지 조금 피곤하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자 크라우프는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양손을 모아 머리 뒤로 가져가 댔다. 그러면서 이렇게 계속해서 네페르로 도망치기만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생각을 했다.
‘하지만 병력 대부분을 잃고······전투 물자도 턱없이 부족해져 있는 이때······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아직까지도 네페르에는 병력과 물자가 계속해서 집결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크라우프는 자신들이 그곳에 간다고 해도 다시 전투에 투입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파츠 베이스는 분명 대부분의 병력을 재배치를 이유로 록세비엔으로 불러들여 일시에 아이크로 전 전력을 투입해 내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는 에이센이 이 사실을 몰랐을리 없다고 단정짓고 있었다.그렇지 않고서야 변변한 저항도 해보지 못하고 이렇게 후퇴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닐 것이다.’
이제 자신들이 네페르로 가고난 이후 전쟁은 자신이 이제껏 경험한 범위를 간단하게 뛰어넘어 버릴 것이다. 파츠 베이스인들은 아이크 행성계를 점령한 것을 마치 성지 탈환이니 독립전쟁 이후 최대의 승전이니 하면서 신성시 하고 있었다. 그들로서는 최종 휴전 조약 체결 이후인 독립 이후에 처음으로 아이크를 탈환한 것이니 말이었다.
‘그런 행성하나에 얼마 만큼의 의미가 있다는 거지?’
크라우프는 파츠 베이스군들이 아이크를 매우 신성시 한다는 것이 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디나처럼 지고신교의 신자가 아닌 크라우프는 무엇인가 신성시 한다는 것에 대해서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아참! 그러고 보면 디나는 이제 다시 학교에 들어가려 하겠군?’
갑자기 거기에까지 생각이 미치자 크라우프는 입가에 조용하게 미소를 머금었다. 디나에게 다이레아와 에이린을 소개해 주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약간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디나는 시에나 하나에게만 정성을 쏟아 주라고 했는데 말이야!’
그때 샤워기가 꺼지고 한참만에 다이레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몸에 타월을 두른채 물기에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닦으면서 크라우프쪽을 향해 걸어왔다.
“안자고 있었네요?”
“다이레아가 자는 모습 보면서 자려고!”
크라우프가 다정하게 말을 건네자 다이레아는 만면에 웃음을 띄면서 침대에 걸터 앉았다. 확 하고 풍겨오는 샴푸와 비누 냄새에 크라우프는 정신이 아찔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참! 그러고 보니 준장님. 여자 셋이 매일같이 이 방에 들어와 샤워를 하니 타월과 수건을 꽤나 많이 쓰시겠군요.”
그녀의 장난기 어린 말에 크라우프도 익살스런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고는 푸념아닌 푸념을 늘어 놓았다.
“세탁도 일이더라고. 당번병에게 맡기라고 하는데 알고 있듯이 나는 당번병을 돌려 보냈지 않나?”
“그런 것을 보면 손수 집안일도 하실 것 같은데요?”
다이레아의 웃음 가득한 목소리에 크라우프는 짐짓 너스레를 떨면서
“다이레아가 하라고 하면 해 줄께!”
“정말이에요?”
다이레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으니 크라우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귀엽게 느껴진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물론이지! 다이레아가 귀여운 딸이라도 낳아 준다면 당연한 것 아니겠어?”
“제가요?”
크라우프는 갑자기 다이레아가 웃고 있는 모습이 마치 디나처럼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뭘 그렇게 보세요?”
“아니·······어서와!”
크라우프의 말에 다이레아는 머리를 좀 말리고 가겠다면서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문질렀다. 그러면서 크라우프에게 딸을 가지고 넌지시 싶냐고 물었다.
“응······다이레아 닮은 딸이었으면 좋겠어······”
“훗······일단 베르베라로 가면요.”
잠시 손을 멈추던 다이레아는 얼굴에 웃음을 띄면서 다시 머리카락을 말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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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라고 한다면 서비스…
…자를까,,,하다가 그냥…한 두어줄만 잘랐습니다…
아무래도 직접접적인 묘사는 위험해 보여서리…
…자르기 전에는 15禁이었는데…자르고 나니 12推로 바뀌었다는…^_^;
오타신고의 생활화!
오늘도 역시나 한편 올립니다…Next-03…
음…겨우 저정도로 경고장이 날아오진 않겠죠? ^_^)/
‘버드아이스’님…쿨럭~ ㅡ_ㅡ; 간단명료하면서도 1타의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코멘트…대단하십니다…
‘하레스’님…쿨럭~ 엇…삐지신 듯…아이잉~♡ 왜 그러십니까앙~♡ 오늘 올린 12推로 좀 참아 주세요옹~♡
‘yaiddasya’님…헛…그랬단 말씀이십니까…말로만 듣던 3각 관계를 접하게 될 줄이야…쿨럭~ 뭐…씁쓸하기는 하시겠지만…지나고 보면 다 추억입니다…한 10여년이 지나고…지나가는 젊은 연인들이 별 것 아닌 일로 토닥거리는 것을 보면서…아…나도 저땐 저랬지…하면서 말입니다…물론 부인되시는 분께 옆구리를 좀 꼬집히시겠지만요…^_^;
‘창세전쟁’님…다다익선이라…흠…그런데 너무 많아도 문제라는…관리하기 힘들지 않겠습니까? -ㅅ-; 그저 3처 4첩이 짱이라는…헉 내가 무슨 소리를~ 본심이 나와버렸다~
‘피르다룬’님…디나가 벌써 제대해 버려서 시원섭섭하시죠? 저희도 그렇습니다…작가넘이 자신의 군생활을 바탕으로 쓸려던 것을 뜯어 말렸다는…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요…쿨럭~ 아, 그리고 크세니아는 나중에 또 나옵니다…
‘제로나인’님…뭐…이론상으로는 가능한 작전입니다만…그게 조금 힘든 이유가…얼마전에 크라우프가 적의 수송선단을 꿀꺼덕! 한 일이 있었잖습니까? 때문에 파츠 베이스 얘덜이…후방 경계를 철저히 한다는…-ㅁ-; 때문에 조금 힘들 듯 합니다…
‘horizon’님…그, 그렇습니까? 음…이유가 뭘까나…(←생각중…)…아마도 여러 에피소드(?)를 동시에 진행시키기 때문이겠지요…하나의 사건을 가지고 2~3개의 시선을 표현해야 하니까요…그러므로 한꺼번에 읽는 것이 내용의 이해에 도움이 되는 듯 합니다…ㅡ_ㅡ;
‘K.S.Ahuelion’님…에이센은 로마식하고는 조금 다릅니다…뭐랄까…황제는 관망이 원칙이지만…참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라고나 할까요? 황제의 말 한마디가 법보다 우선인 전제군주국가 이면서도 민회가 있는…음…지금은 지워진 2화에 대략적인 내용이 적혀있습니다만…삭제되었으니…-ㅅ-;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황제이나, 평소에는 조용히 지낸다…는 정도입니다…관망하면서…’그려~ 맘껏 재롱떨어 보거라…허허허…’ 정도지요…
‘다크크라이드’님…라이라…보통의 캐릭터는 아닙니다…힌트를 드리자면…시에나와 같은 문신을 가지고 있다는…-ㅅ-
‘테르미도르’님…쿨럭~ 라이라가 야이다 딸이라뇻~! 29살짜리 야이다가 18살짜리 딸이 있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쿨럭~ 라이라의 어머니는…예전에 크라우프가 지상에서 구르고 있을 때 나왔던…모 중령이란 말입니다…
‘나만의천사’님…여행이라…좋으셨겠습니다…날씨가 조금 쌀쌀하긴 하지만 놀러다니기엔 좋죠…그나저나…술이라…쿨럭~ 뭐 미성년자라고는 하지만…알 것 다 아는 나이이시니…뭐라 하진 않겠습니다…단지…과음은 교우관계의 적이라는 것만 명심하십시요…아, 그리고 숙취에는 뭐니뭐니해도 잠이 최곱니다…기왕이면 시원~~~한 콩나물국 한사발 원샷! 한 이후에 자는 것이 좋죠…^_^;
날시가 점점 추워지고 있습니다…감기 조심하세요…^_^)/~
아차…소제목 바꾸는 걸 깜빡할 뻔 했네…ㅡ_ㅡ;
파츠 베이스력 10년 12월 12일 엘레비아는 전망대의 내시창을 통해 아이크 행성을 둘러 싸고 있는 수십만 척의 파츠 베이스군의 전투함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크 행성 주변은 온통 인공의 광점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가까이에 떠 있는 우주함들 보다 보다 그녀 자신이 탑승하고 있는 공격 항공 모함의 멀리 있는 배들이 내뿜고 있는 인공의 불빛들 때문에 본래 밤하늘의 주인인 별들은 그 빛을 잃다시피 하고 있었다.
‘멋있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엘레비아 자신도 알수 없었다. 다만 그 광경이 그저 멋있게 느껴질 뿐이었다. 격렬한 전투가 끝나고 그녀는 지금 한가하다면 더할 수 없이 한가한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함대는 더 이상의 진격도, 후퇴도 하지 않고 아이크 행성 주변에서 멈추어 있었다.
자신들이 이곳에 온통 몰려나와 버려 유케울 행성을 비롯한 지역에서 대대적인 에이센의 반격이 있을지 모른다는 소문들이 파다하게 퍼져 있었지만, 아직까지 에이센은 잔뜩 움츠리고만 있을 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이곳에서 계속 도시락만 까먹고 있겠는 건가?’
엘레비아는 군대를 움직이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비용과 물자가 들어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재정비를 위해 멈추어 있는 것이라고 알고는 있었지만 그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었던 것이다. 그녀는 아이크 행성계를 점령하고 난 뒤 곧바로 진격을 했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패주하는 에이센군을 추격하여 보다 확실한 마무리를 해야 했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사령부는 아이크 행성계를 탈환한 것에 만족했는지 도망치는 적을 놓아보내 주고는 기다리기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을 이렇게 기다린다는 거야?’
이렇게 하릴없이 기다리기만 하고 있으니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조금 불안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장교로서 그런 것을 내색하고 있지는 않았다. 병사들의 사기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령부에서는 이번 전쟁이 끝난다면 적어도 에이센과 20년 이상의 평화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아마 이번 전쟁에서 확실한 승리만 쟁취할 수 있게 된다면 에이센도 더이상 파츠 베이스에 대한 침공을 계속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령부의 말만큼은 사실일 것 같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훈 장교로부터 수도 없이 들어온 그런 내용들 보다 엘레비아는 이런 곳에서 죽치고 앉아 있어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새삼 바보 같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빌어먹을 놈의 전쟁······’
엘레비아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갑자기 인상을 찌뿌렸다. 최근 지루한 대기시간 속에서 이 전쟁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고 있는 엘레비아였다.
‘아무것도 아니었을까?’
왜 장교를 지원하게 되었고 그것도 파일럿이 되었는지는 지금 엘레비아 자신도 그 스스로에게 확실하게 대답해 줄 수 없을 것 같았다. 국가를 위해서 군인이 되었다든지 아니면 에이센의 압제에 대항하는 정의의 군대의 선두가 되겠다는 웅장한 포부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당시에야 이유를 가진다면 많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단지 자신이 이렇게 군인이 되었고 파일럿이 되었다는 사실이 짜증스럽고 한심스러울 따름이었다.
“어라? 여기 적기 200기를 격추시킨 여왕님이 계시네?”
그런 자기 비하의 늪에서 엘레비아를 건져낸 것은 루밀의 밝은 목소리였다.
“응? 아······루밀이네?”
“얼래? 너 이번 격추 기수 집계가 나왔다면서? 그런데 네가 이번에 200기 격추를 달성했다고 하더라? 대단하다~ 너는 바리스타의 여왕님이야! 앞으로 여왕님이라고 불러 줄까? 그렇게 불리고 싶지? 응? 응? 응?”
장난기 가득한 루밀의 말투에 엘레비아는 피식 웃으면서 상관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200기라······내가 생각해도 많이도 죽인 것 같아······”
“아참! 너 실제로는 200기 휠씬 넘지? 망할 놈의 기록 집계라는 거 조금이라도 확실하게 격추가 되지 않는 것들은 스코어로 치지도 않으니 말이야.”
엘레비아의 말 따위는 상관도 없이 루밀은 언제나처럼 자기 할말만 계속 했다.
“루밀. 아마 너는 칼루야 상위님하고 공동 격추가 많아서 개인 격추는 그렇게 많지 않았지?”
“응······나는 뭐 상관 없어! 저비스하고 함께라면 뭐든지 좋거든!”
갑자기 입이 귀까지 찟어지는 루밀을 보고 엘레비아는 부럽다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너도 기운 내라. 200기의 에이스가 그렇게 쉬운 줄 아냐? 아참! 너 잘 하면 상위로 승진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내가?”
엘레비아가 의외라는 표정을 짓자 루밀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모르고 있었냐고 반문했다.
“응! 몰랐어?”
“응. 전혀······칼루야 상위님이 그러시니?”
“아니! 전혀~ 다 내 짐작이야!”
뻔뻔한 얼굴로 그렇게 대답을 하니 엘레비아는 순간 기운이 쭉 빠져 버렸다. 아마 엘레비아도 내심 진급에 대해 조금은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정말 너는 사람 기운 빠지게 하는데 뭔가 있나 보다.”
“뭐가? 내가? 기운을 뺀다고? 흐응~ 그런데 저비스는 밤마다 힘이 넘쳐 내가 오히려 죽겠던데?”
루밀은 입을 조금 삐죽 내밀면서 그렇게 말을 받은 후 시계를 내려 보았다. 그리고는 저비스하고 놀러 가야 겠다면서 그대로 흭 돌아서 버렸다.
“오늘은 어떻게 놀아 줄까나?”
마치 어린아이처럼 활기찬 걸음걸이로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는 루밀을 보고 있자면 깡총깡총 뛰지 않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정도였다. 엘레비아는 아무리 슬픈일이 있어도 항상 밝은 표정을 짓고 있는 루밀이 갑자기 부러워 졌다.
‘······부럽다니?’
스스로 이렇게 생각을 하게 되니 갑자기 우스워 졌다. 그러다가 갑자기 자신이 루밀의 저런 밝은 삶을 부러워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엘레비아는 바리스타 격추 기수 200기를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단독 전투함 격침 수가 34척. 공동 격침이 12척으로 공식적으로 인정 받게 되었다. 그렇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분명 이것에 대한 공식적인 포상도 있을 것이고 루밀의 말대로 승진도 노려 볼 수 있겠지만 지금은 단지 착잡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었다. 문득 그녀는 자신이 아무것도 가진것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