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635
“무슨 일이십니까?”
갑작스럽게 두 사람이 필요한 설명을 제외하고 서로의 생각을 알고 있는 듯 지시를 내리는 것을 보고 란지에르 소장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지금 적 함대는 월더스 소장이 공격한 5천 척 정도의 함대를 미끼로 던져두고 후방에서 공격해 나올 준비를 하고 있네! 월더스 소장이 미끼인 발바이스 함대를 궤멸시킨다면 그 틈을 타서 반격해 나올 것이겠지!”
간단한 설명으로 참모들에게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일깨워준 크라우프는 자신의 조급함을 당혹스러워 했다.
“설마 그 동안의 추격전을 종식시키기 위해서 일부러 아군의 공세를 유도한 것이 아닐까?”
크라우프가 자신이 적의 유인 작전에 완전히 말려들어 버린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을 하자 다이레아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크라우프에게 확신을 심어 주었다.
“만약에 적들이 아군의 공세를 유도했다면 분명 아군이 좌우로 분산되어 전열을 모두 갖추기 전에 빠르게 전진해 나와 아군 함대를 크게 좌우로 분산해 내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서 발바이스 함대의 행동은 미리 준비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다이레아가 명쾌하게 대답을 해 주자 크라우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군수 참모인 솔티 대령이 고개를 갸웃하며 걱정을 했다.
“각하! 하지만 발바이스 함대가 처음부터 5천 척 정도를 미끼로 해서 아군의 후퇴를 저지시키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을 수 있습니다.”
그러자 오히려 란지에르 소장이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대답했다.
“제 아무리 병력이 남아도는 녀석들이라고 해도 전체 3만 척 중에서 5천척을 적의 공세를 유도하는 미끼로 내어 줄 만큼 무모한 지휘관은 없네!”
무안을 당하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솔티 대령이 살짝 목을 움츠리자 크라우프는 그의 의견도 일리가 있다고 대답하며 전장으로 몰려들 수 있는 발바이스의 다른 함대를 사전에 발견해 내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투의 결과에 상관없이 정찰 함대를 사방으로 내보내서 전장으로 몰려드는 적을 포착해 내도록해!”
크라우프는 솔티 대령이 제안한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인 뒤 발바이스 함대의 강력한 돌격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에이센 함대가 분명하게 대응을 준비하고 있겠군!”
20시 30분 로베르토 피르다룬은 에이센 함대 선두가 2천 여척이 남은 선두 함대를 완전히 궤멸시키는 것을 멈추고 서서히 전력을 후퇴시키기 시작하자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즉각 항주도를 펼쳐 든 후 에이센 함대와 발바이스 함대의 전체적인 병력 배치 상황을 파악했다.
“아군 함대가 진격해 나간다면 에이센 함대는 분명히 전체적으로 아군 함대를 내부 깊숙이 끌어들여 함포 화력을 집중시키는 방법을 택할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되면 근본적으로 화포의 숫자에서 차이가 나게 되기 때문에 아군 함대가 불리하다. 하지만 한 지점을 향해 국지적으로 병력을 집중시켜 공격해 나간다면 적들도 쉽게 대처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이미 우회한 아군 함대 2만 척이 에이센 함대의 후미를 공격해 줄 것이다. 그럼 승리는 우리들의 것이 된다.”
피르다룬은 6만 척이나 되는 에이센 함대의 화력을 버텨내야 한다면 자칫 초반부터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에이센 함대를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고 자신의 함대를 믿고 있었다.
“발바이스 함대가 반격해 나오고 있습니다.”
21시 정각 크라우프는 월더스 소장의 뒤를 따라 발바이스 함대 2만 5천척이 일제히 진격해 나오는 것을 보고 예하 함대에게 전투 준비 명령을 내렸다. 월더스 소장이 이끄는 함대가 중앙으로 후퇴해 들어오면 그 뒤를 따라 들어오는 발바이스 함대를 화력이 집중되는 방향에다가 완전히 밀어 붙일 예정이었다. 그렇지만 발바이스 함대가 제대로 아군의 의도대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최대한 적을 내부 깊숙이 끌어 들이려는 의도를 숨겨야 했지만 다급함 상황 때문에 그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본래 처음부터 완벽한 훈련을 거친 작전이 아니라 전투 지역에서 임기 응변으로 이루어진 작전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였다. 적을 기만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자칫 아군 함대의 실수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제대로 시행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전투구나······”
디네스는 언제 출격해 나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대기와 일시적인 휴식을 취하고 있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그녀는 지휘관으로서 라티시드 소령이 주재하는 임시 회의에 참석하는 것 이외에는 거의 자리에 앉아 전투에 출격해 나갈 것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시에나는 자신과는 달리 소령이 되었으면서도 부하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최선을 다해 싸울 것을 당부하고 살아남으라고 격려의 말을 해 주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시에나도 많이 변했다.’
제대로 인식을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디네스가 시에나를 처음에 보았을 때를 생각해 보면, 그 당시의 시에나는 다른 사람들과 친해 지려하지도 않고 누가 뭐라고 하든 신경도 쓰지 않은 채로 사진작가나 패션모델이 되겠다며 잡지를 뒤적이고 있었다. 그것에 비한다면 지금은 그때와는 완전히 딴판으로 다른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보듬어 주고 있었다. 늘 곁에서 보아온 사람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시에나가 변한 것을 거의 느끼지는 못하고 있는 듯 했지만 디네스 만큼은 그때의 그녀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세월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것이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이제 4개월 정도만 지나면 디네스가 시에나와 알고 지내게 된지 10년이 다 되어 가게 된다. 그 10년 동안 디네스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고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에나를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와 동시에 시에나와 거의 같은 기간동안 함께 전장을 누볐고, 막연하게 호의 비슷한 것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 사람을 동시에 떠올렸다.
처음 크라우프를 만났을 때를 제외한다면 이제껏 그와 자신의 사이에서는 아무 일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디네스는 자신이 종종 그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미소를 짓는 것을 발견하고는 놀라는 일이 있었다. 그 때마다 생각해 본다면 자신이 왜 그러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와 자신의 사이에는 전장을 누비면서 같이 싸웠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자신의 주변에는 그때 같이 싸웠던 사람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기껏해야 지금은 중장으로 승진해 이제는 바라볼 수 없게 되어버린 크라우프와 시에나 정도가 전부라고 할 수 있었다.
곰곰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던 디네스는 씁쓸히 웃으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아직 자신의 감정을 무어라 정의할 수는 없었지만, 만에 하나 자신이 크라우프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10년 동안을 함께 한 시에나가 곁에 있는데 어떻게 다가설 수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디네스는 지금까지 특별하게 남자를 사귈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바쁘고 시간이 없었다는 핑계를 대고는 있지만 이상하게도 특별한 이유 없이 다른 남자들이 마음에 들지 않은 탓도 있었다.
‘쳇! 이거 뭐야! 이렇게 급박한 상황에서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그녀는 장시간 콕핏에 앉아 있어 굳어진 몸을 풀어주고자 몇 번 씩 스트레칭을 하면서 심호흡을 했다. 통신기를 통해서 간간히 들려오는 고참 파일럿들의 대화 소리는 애써 여유를 찾고 있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고참 파일럿들은 이런 때 책이나 잡지라도 콕핏 속으로 가져와 그것에 몰입하고 있기도 했고, 디네스도 전술 서적을 들고 와 그것을 읽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법한 곳에 떠 있는 책을 바라보고 있던 디네스는 포르노 잡지책 좀 돌려 보자는 통신 내용을 듣고 쓴웃음을 지었다.
‘치······한가한 녀석들······’
어깨를 들썩이며 애써 웃음을 짓고 있던 디네스는 이대로 앉아서 멍한 표정으로 시간을 보내느니 전술 서적이라도 읽겠다는 생각에 팔을 앞으로 뻗었다. 정신을 집중하기 힘든 불안함이라는 것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지만 그녀는 다시 한 번 손에 들고 있는 책의 내용을 머릿속에 기억하기 위해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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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무언가 어색…하지만 이 이상 손을 댈 수 없었다는…
…시간이 없걸랑요…-ㅅ-;;;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98…
금일은 하루 종일 아르방 장소에서 띵가 띵가…어제는 미친 듯이 바쁘더니만…~-~;;
●‘가연을이’님…1타….오호호…예전에는 1주일 연속 1타도 차지하시더니…이제는 사회 생활 때문에…하시는 일들이 많으신가 봅니다…자주 1타에서 얼굴을 뵙지 못하니…요즘에는 어딘지 모르게…애석하네요…으흐흐…뭐…디네스의 일은 그렇다 치고…여자가 한 말요? 코멘트 보시면…여자한테 저 작가넘이 홀딱 깬 이야기를 말씀 드린 것이랍니다…음흠흠…^0^;
●‘내멋대로할꼬야’님…허걱! 설마…열혈 순결당원이…퍽…퍽…#,.~; 농담도 봐 가면서 해야 하는데…쿠울럭…이런…저 작가넘도 비슷한 경험들이 많답니다…더욱이 부딪치면 즉사하는 Tico를 타고 다니니까…더욱 조심해야 할 수 밖에요…동급이라는 마티즈와 Tico의 방탄(?) 능력 차이가 의외로 크더군요…쩝…~_~; 어쨌거나 몸조심 하시구요…타박상에는 따땃한 온천이 최고랍니다…^0^)/~ 금방 풀어져요…
●‘bsh2345’님…경비일…처음에는 나름대로 쉽지 않습니다…하지만 이제는 좀 뭐라고 해야 할까요? 어느 정도 이골이 나서…귀찮게 찾아와서 마구 떠들어대면…담당자에게 전화기 돌리기…으흐흐…저 작가넘이야 문단속하고…안내해 주고…중요 물품이 저 작가넘 근무 시간에는 제대로 있는 지를 알아보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 말입니다…으흐흐…
●‘벤쟈민’님…저 작가넘도 그것을 보고…허허…소리를 내었답니다…특히 벤쟈민 마틴…멜 깁슨이 반쯤 미쳐서 영국군 병사 도끼로 찍어 죽이는 걸보고…놀랐습니다…그리고 그 당시 전술…아니…사람들이 대단한게…엄폐와 은폐라는 것을 모르고…서로를 보고 총을 쏘아 대는 건…~~~;; 그 당시 군인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합니다…m(_ _)m…누구든 한 걸음에 닿을 만한 거리에 총을 겨누고 서 있으면…~0~;;
●‘이루려는자’님…으으…이루려는자 님의 논리 공격에…자꾸 밀리고 있네요…쿠울럭…쿠울럭…컥…컥…아니…갑자기…피…피가…ㅠ0ㅠ; 그런데…뒷말씀을 보면서 느낀 건데…혹시 처음부터 디나가 목적이 아니라 카레나를 목적으로 하신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으억억억…ㅠ0ㅠ; 이거…저 작가넘이 이루려는자 님의 논리에 자꾸 휘말려 드는…쿠울럭…쿠울럭…아앙…일단은…┏(ㅠ0ㅜ)┛ 텨=텨=텨
●‘제로ZERO’님…으헉…오타…쿠울럭…저 작가넘이 이런 실수를 하다니…글 올리기 전에…즉각 수정토록 하겠습니다…m(_ _)m…그나저나 제로ZERO님…왜 이렇게 뇨자들이…머리카락을 살랑이며 걸어 다니는 건지…ㅠ-~; 옆구리가 시리네요…아르방 하는 이곳에서 전화를 마음대로 써도 되는데…전화할 대도 없고…~-~;;
●‘지옹’님…일단 바렌브룩 녀석…저렇게 열심히 일을 하게 될 것이랍니다…으흐흐흐…그리고…아뒤쥔장님이 제안하신 대로…멋지게 일이 진행될 것입니다…으흐흐…^0^)/~ 일단은 귀엽(?)게 보아주시는 것은 무리겠지요…^^;
●‘타파’님…부럽다…아니…부러울 것이 아니지요…저 작가넘도 타파님 처럼 모처럼 만에 집에서 실컷 잠만 잘 수 있을 때가 곧 다가와야 합니다…어여 월요일부터 이력서 내며 다녀야 하겠군요…으흐흐…화팅!
●‘룬마스터’님…으엥…너무 부담스럽습니다…저 작가넘이 너무나 미안하게 생각이 되네요…저 작가넘이 그 만큼의 일을 하는 것인지…걱정이 크기도 하지만 말이지요…으흐흐…^0^)/~ 앗! 갑자기 왜 저 작가넘의 양팔을 잡는 거죠? 윽…디나와 카레나를 코프 넘의 하렘에 넣으라구요? 어걱…사…살려 주세요…(마구 바둥거리며…끌려가는 작가넘…)…요즘 검은 양복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타나는 거냐구!!!
●‘나만의천사’님…끼이익…슥…여기가 나만의천사님의 서식지인가? 으흐흐…저쪽에 나만의천사님이 피곤하신지…곤히 잠들어 계시네…슬그머니 옆으로 다가가 귀에다가…(순결당 만쉐이! 순결당 만쉐이…X100.000.000)…헥…헥…아! 나만의천사님이 잠에서 깨어나신다…아니 잠꼬대 인가? 에? 디나 하렘 편입당 만쉐이!!!(버럭!!!)…에?…으억…~0ㅜ;
●‘내사랑천사’님…조루 녀석…그래도…상당히 코프 녀석에게 귀염을 받을 넘이랍니다…으흐흐…지금 당장은 많은 분들이 미워 하실지 모르지만…그래도…저 작가넘은 이제…바렌브룩이 왠지 모르게 마음에 들기는 하더라구요…에헤헤헤…^ㅠ~)/~
●‘판타로드’님…허걱…조루를 처리하라는 주문이시다…우엑엑…저…정신 공격이야! 저 작가넘이 나만의천사님에게 정신 공격을 가했는데…예? 판타로드님이 방해 주문을 거셨다구요? 으억억억…그나저나…시에나를 어떻게 할 것인지…걱정이 되신다구요? 허걱…~-~;; 그…그렇게 눈을 부릅뜨고 계시면…아하하하…적어도 조금 깜빡이기는 해 주세요…너무 무섭습니다…쿠울럭….
●‘독대짱’님…저 작가넘도…크라우프를 처음부터 읽으라고 하면…아마 거의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쿠울럭…이걸 언제 다 다시 보누…~-~;;; 갑자기 저 작가넘도 옛날에 쓴 글을 보면…이걸 저 작가넘이 썼는지…기억이 나지 않는 다는…쩝…
●‘블래스터’님…어…어디를 도망가시는…아! 셤 기간이라구요?…쿠울럭…부디 좋은 성적을 받으시길…^0^)/~
●‘soulschaos’님…하지만 전체 함대의 숫자가 2배 이상 차이가 난답니다…^^; 물론 크라우프 넘은 전투를 거듭한 뒤이지만 말이지요…글쿠…피르다룬님의 저돌적인 성격이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코프 넘 머리 쓰다가 똥줄 좀 타게 생겼답니다…으흐흐흐(왠지 모르게 쥔공이라고 하면 이렇게 고생을 해야 제맛이 나는 듯…헐헐…^^;
●‘NOVELHUNTER’님…쿨럭~ 오타 지적 감사드립니다…m(_ _)m…수정했습니다…^_^;; 근디 말투를 보아허니…충청도 분이셔유~? 아따~ 반갑구만유우~~~ 지는 충청도 토박이라서 그런지 몰라두유~ 가끔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분을 보면 워~찌나~ 반갑던지 모르것시유~…앞으로 잘 지내 봐유우~ ^0^)/~
음…‘원초적 본능’이라는 영화…다들 아시지요? 조금 늦게 무삭제판을 보았는데…
쿨럭~…노팬티더군요…*-_-*…므흣~♡
…아아악~ 사람살려~ ┌(ㅠ0ㅠ)┘ 순결당 만세~!
리하르트 황제력 269년 12월 8일 00시 10분 프랭크 월더스 소장의 함대는 발바이스 함대 3천여 척을 격침시킨 후 크라우프의 명령에 따라 서서히 후퇴를 시작했다. 이 뒤를 따라서 발바이스 함대 2만 5천 척은 별다른 거리낌 없이 에이센 함대의 뒤를 추격해 왔다.
크라우프는 무의식적으로 왼손을 들어 자신의 코를 살짝 어루만진 뒤 아군의 의도가 드러나 있는 상황인데도 발바이스 함대가 당당하게 정면 공격을 가해 오는 것은 어딘지 좀 불안하다는 말을 꺼냈다.
“아군이 이미 공격 의도를 내보이고 있지만 적이 별다르게 공격을 피하는 것 없이 정면으로 공격을 해 오는 것으로 보아서 상당한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각하! 아군이 적 보다 숫자상으로 유리하니 일단 적의 공세 방향을 확인한 후 순양함과 구축함으로 적 함대를 집중된 화력 내부로 끌어들이는 것이 유리하다가 봅니다.”
다이레아가 현재 편성된 전체적인 함대 배치로 적을 유인해 숫자상의 우위를 앞세워 적의 퇴로를 차단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의견을 내놓았다.
“그렇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 이곳은 완전한 아군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자칫 발바이스 함대 쪽에서 지원이 나온다면 아군은 완전하게 전진 한가운데서 고립될 수 있다고 봅니다.”
부사령관 스테판 란지에르 소장이 잠시 다이레아와 크라우프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끼어 들었다. 그의 말을 듣고 있던 다이레아도 부사령관의 의견이 옳은 말이라고 대답하며 전투의 속행은 크라우프의 의지에 달려 있음을 강조했다.
크라우프는 란지에르 소장과 다이레아가 다소 무책임한 듯 느껴지는 말을 하는 것 같아 조금 기분이 좋지는 못했다. 하지만 표정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내 그녀와 란지에르 소장이 크라우프에게 결단을 내려 줄 것을 요구한다는 것을 알아 차렸다.
“주변 경계를 철저히 하며 일단 처음에 생각했던 대로 맞서 싸운 후 여의치 않으면 후퇴를 하도록 합시다. 만약에 적을 격퇴하더라도 이곳에서 그리 오래 머물 수는 없을 테니 말입니다.”
그는 이제까지 다소 우왕자왕하던 마음을 그대로 다잡은 후 발바이스 함대가 사정거리내에 들어오면 집중 포격을 개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전열을 흐트러뜨리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군!”
로베르토 피르다룬은 에이센 함대 6만 척이 나름대로 견고함을 유지하려 애쓰는 것을 보고 오히려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에이센 함대 지휘관이 처음부터 그들이 무엇을 하려는 듯한 의도를 내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군의 공세를 유도하려는 것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강한 자신감을 가지는 피르다룬에게 그의 참모들이 에이센 함대 지휘관의 계략이 아닐지 모른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그렇지만 피르다룬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정보에 의하면 에이센 함대는 에롤드 족 자치구를 구원하기 위해서 급조된 함대야. 게다가 그것 뿐만이 아니라 저 중에서 2만 척 정도가 에롤드 족 녀석들의 함대라고 하더군······따라서 지휘관으로서 고급 전술을 사용하기에는 매우 꺼려할 수 밖에 없는 함대 구조라고 볼 수 있지. 제 아무리 특출난 지휘관이라고 하더라도 이곳 저곳에서 병력을 끌어 모아 제대로 된 훈련 없이 함대를 이끌고 있다면 제 능력을 전부 발휘해 낼 수 없는 법이니 말이다.”
피르다룬은 걱정을 늘어놓는 휘하 참모들에게 단순하게 함대의 숫자만이 많은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는, 많은 수의 함대를 모아들인다고 해도 지휘관의 명령에 얼마나 철저하게 따를 수 있느냐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설명하며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가졌다. 공격해 들어가는 자신들에게 의도가 훤히 드러나 보일 정도로 병력 배치를 한다는 것은 에이센 함대가 지휘관에게 완전하게 장악되지 않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크라우프는 차라리 전투에 돌입하지 않고 이대로 후퇴를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후회 비슷한 감정이 일어났다. 8일 03시 30분 발바이스 함대는 크라우프 함대가 펼쳐 놓은 집중된 화선 속으로 뛰어드는 듯 싶더니 이내 급격하게 침로를 변경해 크라우프 쪽에서는 오른쪽 날개 부분, 발바이스 쪽에서는 왼쪽 부분으로 함대의 진로를 변경해 맹렬하게 공격을 퍼부어 대기 시작했다. 물론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크라우프는 구축함과 경비함으로 이루어진 왼쪽 날개 부분의 함대를 전진시켜 발바이스 함대의 측면 후방을 공격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그 명령을 내리는 크라우프나 지켜보는 란지에르 소장 이하 참모들이나 그 명령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03시 50분 로베르토 피르다룬은 라우제 호의 지휘 데스크에서 에이센 함대의 오른쪽 부분에 위치한 함대가 급격하게 진로를 변경해 자신이 지휘하고 있는 함대의 측면 후방으로 찔러 들어오는 것을 보고 짧게 헛기침을 했다.
피르다룬은 방어력이 높은 중순양함과 미사일함 함대로 에이센 함대의 측면 후방 공격을 방어해 내고 구축함과 경비함 위주로 함대를 편성해 헤비호스 부대를 전력 출격시켜 맹렬히 공격을 가한다면 상대적으로 약한 함정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된 방향, 즉 발바이스 함대 쪽에서 본다면 에이센 함대의 왼쪽 날개 부분을 완전히 부러뜨릴 수 있다는 자신을 가졌다.
“헤비호스 부대 발진! 에이센 함대를 격멸해 버려라!”
그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모든 전투함에서 헤비호스 부대가 에이센 함대를 향해 발진해 나가기 시작했다.
라우제 호의 메인 스크린에는 에이센 함대를 향해 돌진해 들어가고 있는 헤비호스가 내뿜고 있는 추진제의 잔광들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고 피르다룬은 잠시 동안 굳어진 표정으로 헤비호스 부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04시 10분 크라우프는 시르피드 XII호의 메인 스크린을 통해 발바이스 함대가 측면 후방에 중순양함과 미사일함 같은 방어력이 높은 전투함을 배치하고 구축함과 경비함을 사용해 에이센 함대와 근접 전투에 돌입하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처음에 우려했던 대로 쉽지 않은 전투가 될 것을 확신했다. 그렇지만 숫자가 많았기 때문에 오른 쪽 날개 부분에 있는 함대가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나름대로 자위하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크라우프는 전투에 돌입하자마자 5천 척이나 되는 함대를 에이센 함대의 발목을 붙잡아 두는데 사용한 발바이스 함대 지휘관의 결단을 두고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몰라 잠시 당황했다. 지금 그는 그때 자신이 느꼈던 것을 이용하여 오른쪽 날개 부분에 있는 구축함 함대와 경비함 함대를 발바이스 함대에게 미끼로 던져 준 것이나 마찬가지로 여기고 있었다. 물론 병사들이나 함대 지휘관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하는데 주력하였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적의 기막힌 기동 때문에 아군 함대가 위험에 빠진 것으로 보일 것이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는 했지만 크라우프는 자신의 작전에 의해 많은 아군이 죽게 된다는 것 때문에 상당히 기분이 가라앉아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어쨌거나 지금은 자신의 이러한 행위를 생각할 때가 아니라 승리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크라우프는 애써 상념을 떨치며 전투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가 마음을 굳힌 크라우프는 전체적인 항주도를 펼쳐 보인 후 발바이스 함대의 공격 지점을 지목하고 전체적인 병력 배치를 지시했다.
“중요한 전력인 순양함을 이곳으로 집중시켜 편성한 뒤 발바이스 함대의 공세를 끌어들인다. 그런 뒤 순양함의 포격으로 적 함대의 정면을 공격하고 구축함 함대로 적 함대의 좌우 측면을 공격해 적을 꼼짝 못하게 만든 뒤, 에롤드 족 함대를 사용해 적의 퇴로를 차단한 후 완전하게 제압해 버린다. 비록 공중전 전력에서는 적보다는 뒤떨어지지만 발바이스 함대 보다 전체적인 숫자에서 적의 두 배수가 넘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로베르토 피르다룬이 지휘하는 발바이스 헤비호스 부대는 격추기수가 두 자릿수가 넘는 에이스 파일럿 마다완 라시드 보이트의 거듭된 단련을 받아 강력한 팀워크를 자랑하고 있는 정예 병력이었다. 이들은 에이센 함대와의 전투에 돌입하게 되자 그 동안 훈련을 받은 대로 행동하며 매우 조직적인 전투를 수행했다. 그러나 반격해 나오는 에이센 함대도 거듭된 전투를 통한 실전으로 무장되어 있었고 잔여 바리스타 부대의 파일럿들도 상당한 전투 경험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피르다룬과 헤비호스 부대가 전력을 다해 공격을 가했지만 07시 30분까지 견고하게 저지선을 펴면서 방어에 나선 에이센의 바리스타 부대는 피르다룬과 그의 헤비호스 부대의 공격을 가까스로 저지해 낼 수 있었다. 전투가 계속되는 동안 초반 1만 척 정도로 유지되고 있던 에이센 함대의 우익은 무려 6천 척 이상이 격침되거나 크게 손상을 입어 완전한 궤멸 상태에 이르렀다. 이렇게 단기간에 극단적으로 손실이 늘어나게 된 것은 발바이스 헤비호스 부대의 활약에 힘입은 바가 컸다. 숫자상으로 우세한 발바이스 헤비호스 부대는 결국에는 에이센 헤비호스 부대를 압도해 내었던 것이다.
08시 정각 크라우프는 의도했던 대로 어느 정도 함대의 배치가 완료되자 발바이스 함대 2만 5천 척을 상대로 거의 궤멸 상태에 빠져 있는 우익 함대에게 후퇴 명령을 내렸고 퇴각을 지원하기 위해서 1만 척 정도의 함대에게 지원 공격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11시 13분 로베르토 피르다룬은 라우제 호의 메인 스크린을 통해 미처 퇴각을 하지 못하고 사방에다가 주포와 부포를 연사해 대며 발악적으로 저항하고 있던 에이센 구축함의 뒤쪽으로 들어간 중순양함이 주포 사격을 가해 에이센 구축함을 격침시키고 있는 모습을 확인하며 에이센 함대가 8천 척 정도의 손실을 입고 후퇴하고 있는 모습을 전술 모니터를 통해 확인했다. 에이센 함대 6만 척 중에서 8천 척 이상을 손실케 하는 동안 피르다룬은 2만 5천 척 중에서 1천 척도 채 손실을 입지 않았고, 이에 고무된 피르다룬은 함대를 전속 전진시켜 퇴각하고 있던 에이센 함대의 뒤를 바짝 추격해 들어갔다.
“피르다룬님! 아직 적의 숫자가 적어도 5만 척 이상이 남아 있습니다. 이에 비해서 아군 별동 부대는 아직까지 나타날 생각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무엇인가 이상합니다.”
피르다룬의 참모가 무엇인가 예상했던 대로 일이 되어가지 않는 다면서 8천 척을 격멸시킨 것에 만족하고 잠시 함대를 뒤로 후퇴시키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했다.
“무슨 말인가?”
그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참모를 바라보았고 그 참모는 무엇인지는 딱히 짚어 말을 할 수는 없었는지 조금 우물거리더니먼 적이 숫자가 더 많으니 걱정이 된다고 다소 애매모호한 대답을 했다.
“너무 염려하지 말게나! 물론은 위험은 하겠지······그렇지만 지금까지 보아왔던 것처럼 에이센 함대는 초반은 강력하게 버티고 화력을 퍼부어 대지만 중순양함과 미사일함으로 구성된 방어선도 제대로 돌파해 나오지 못하고 있네. 무엇보다도 공중전 전력에서 뒤쳐지고 있으니 접근전을 꺼리고 있는 것이 분명해! 지금 공격을 가하는 것이 좋을 것이네! 그리고 별동대 2만 척은 곧 도착할 것이라고 믿네!”
피르다룬은 참모가 걱정한 대로 신중하게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신중함으로서 충분한 정보 없이 앞질러 모든 것을 예상하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생길지 모른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일단 부딪친다. 그리고 기세를 타고 있는 이상 이대로 밀고 나가야 한다.”
“불행인지 아니면 다행인지······걱정했던 대로 적이 눈앞의 3만 척이 전부였으면 좋겠습니다. 아직까지는 주변에서 접근중에 있는 다른 발바이스 함대에 대한 보고는 없습니다.”
부사령관 란지에르 소장이 발바이스 함대가 도전 의사를 내비치며 전진해 들어오기 시작하고 있을 때 사방으로 내보내진 정찰 함대로부터 보고된 내용을 크라우프에게 보고했다.
“일단은 다행이군요.”
크라우프는 계속해서 주변 정보에 신경을 써줄 것을 당부한 뒤 전체 함대에게 포격 준비를 명령했다.
“피르다룬님. 에이센 함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13시 정각 라우제호의 지휘데스크에서 피르다룬의 참모들은 그에게 에이센 함대 5만 척이 매우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무엇인가 준비가 갖추어져 있는 것 같다고 걱정을 했다. 그러자 피르다룬은 곧이어 에이센 순양함 함대의 집중 포화가 쏟아질 것이며 좌우로 구축함 함대가 전진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피르다룬님! 그렇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