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919
“각하!”
바로 이때 다이레아가 약간 상체를 기울여 크라우프 쪽으로 한걸음 다가섰다. 이 순간 그는 주먹을 굳게 쥐더니 자신이 망설이지 않았다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 주겠노라고 다짐하고 뜻밖의 결심을 굳혔다. 크라우프는 곧 그 누가 예상하지도 못했던 결심을 털어 놓았다.
“좋아! 직할 함대 5만 척을 준비시켜라! 적이 다른 곳으로 공세를 펼치기 전에 역으로 공세를 감행해 발바이스 함대를 무너뜨린다.”
갑작스러운 크라우프의 발언을 듣고 수뇌부 참모들 모두 깜짝 놀라 모두들 당황한 표정을 지은 채로 어쩔 줄 몰라 했다.
모두들 어쩔 줄 말라하고 있는 이때 다이레아만이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는 목소리로 크라우프가 직접 5만 척을 이끌고 200만 척이 넘는 적 함대를 향해 돌진해 들어가는 일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각하! 저 정도의 함대를 상대로 대장급 지휘관이 직접 나서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이레아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잘 알고 있는 크라우프는 왼손을 들어 오랫동안 믿고 의지하고 있는 다이레아의 조언을 가로막았다.
“가장 중요한 기습을 걸고 있는 시기 지금 적들의 모습을 보아하니 적들은 자군 사령관의 의도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것 때문인지 본관이 보기에 적 함대는 한 낱 이리저리 숫자만 끌어 모아 놓은 잡다한 전투함들의 집합체에 불과하다. 본관이 직접 소수의 병력으로 적 함대의 중앙을 돌파해 나간 후 전 함대를 몰아 적 함대를 양분해 캄멜 중장과 베파누스 중장의 함대를 뒤따르게 해서 돌파구를 확대한 후 역진해서 적의 후방을 공격한다. 적에게 공세의 주도권을 주게 된다면 우리들은 수적인 열세를 극복하기 힘들게 된다.”
그는 잘라 말을 한 뒤 게리 쉐프턴 준장을 포함해 5만 척의 직할 함대를 구성하도록 명령했고 긴급으로 5만 척의 함대를 준비시킬 것을 서두르도록 명령했다.
“각하! 저 정도의 적을 상대로 5만 척이 공격을 감행하는 것은······”
너무나도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되자 수뇌부 참모들 모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때 정보참모인 죠니 나잘리 준장이 무엇인가 말을 하려 한 걸음 나섰다. 하지만 나잘리 준장이 무엇인가 말을 하려 하기 전에 갑자기 카르스 에곤 솔티 소장이 왼손을 들어 나잘리 준장의 발언을 막았다.
갑작스럽게 나선 솔티 소장 때문에 나잘리 준장은 무엇인가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고 잠시 헛기침을 몇 번 한 후 솔티 소장의 눈치를 보며 잠시 물러섰다. 갑자기 나잘리 준장의 발언 사이에 끼어든 솔티 소장이 의외로 매우 침착한 목소리로 크라우프에게 물었다.
“각하! 지금 살아남으실 자신이 있으십니까?”
뜻밖에도 너무나 갑작스러운 솔티 소장의 질문을 받게 된 크라우프는 진지한 표정으로 굳은 의지를 실어 대답했다.
“물론이지. 나는 도박을 하지 않아.”
짧고 진지한 대답이 오간 후 갑자기 솔티 소장이 깊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곧 바로 처엄으로 크라우프의 뜻에 따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각하를 믿겠습니다. 저도 발바이스 함대의 움직임이 기세가 크게 올라 있는 것 같지만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럽고 기습의 기회가 이미 타파 바자이 싱아 소장과 엘 로시느 로힘 소장에 의해 무력화 되어 있으니 어찌 해야 할지 모르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발바이스 함대는 이래저래 숫자만 끌어 모아 놓은 까마귀떼 같은 무리들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5만 척이면 충분히 돌파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공격을 제안한 시어리 준장 이외에 솔티 소장이 크라우프가 5만 척을 이끌고 적 함대의 중앙을 돌파하겠다고 나선 일에 찬성하자 모두들 웅성거리고 있었다. 솔티 소장을 선두로 몇 몇이 공격에 찬성을 했지만 다이레아는 끝까지 크라우프가 선두에 서서 적 함대를 돌파하겠다는 일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각하! 아무리······. 적이 부족하다고 해도 수적으로 너무 많습니다.”
그녀가 다시 한 번 크라우프를 만류하려 했다. 그렇지만 크라우프는 왼손을 가로로 휘저으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리고는 가장 자신과 가깝고 여기까지 자신을 이해해주고 따라 주고 있는 다이레아를 설득하기 위한 자존심을 내보였다. 하지만 마음이 급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다이레아에게 소리를 지르며 억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만해! 지금 적 함대의 병력 배치를 보면 좌우로 나누려 하고 있는데도 그 움직임이 일관되어 보이지 않고 매우 무질서해!”
이 순간 다이레아는 크라우프의 작전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직접 5만 척을 이끌고 선두에 나서는 일에만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
“사령관이 선두에 나설 수는 없습니다. 크라우프님 당신은······.”
이제야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한 크라우프는 자신의 속좁음과 이해가 부족함을 탄식하며 왼손을 휘저었다. 그리고는 미안한 마음에 앞서 다이레아가 더 이상 길게 말을 하려는 것을 막았다.
“염려 하지마! 나는 죽을 생각 없다. 다시 말하지만 승산이 있으니까 이렇게 나서는 거야. 그리고 얼른 끝내고 땀도 씻은 다음에 다이레아 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마지막에 덧붙인 말 때문에 순간 심각했던 분위기가 웃음소리와 짧은 탄성 소리로 가득 차 버리게 되었다.
사령관의 언행을 듣고 부사령관은 못마땅한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 크라우프가 그 자신만의 직감과 실력으로 5만 척을 지휘해 적 함대의 중앙으로 치고 나가겠다고 결정한 일이 이제는 행동으로 옮겨질 때가 되자 굳은 표정으로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야 함을 권했다.
“각하! 각하께서 확신을 가지고 계시니 저는 그것에 따르겠습니다. 하지만 만일의 경우 발바이스 함대를 향한 공격을 계속해서 수행할 사람을 미리 정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발타자르 중장의 말뜻은 간단했다. 물론 이런 때 부사령관이 기함에서 내리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는 호박의 정령 호에서 내릴 생각을 하지 않다. 부사령관은 곧 만일의 경우 크라우프 자신이 전사하게 된다면 그 뒤를 이어 함대를 지휘할 지휘관으로 헥터 캄멜 중장을 추천했고 크라우프는 이내 부사령관의 의견을 받아 들였다.
곧 바로 두산 대장과 로즈위드 중장에게 자신이 의도한 작전 내용을 통신 방수를 우려해 일부러 전령문에 담아 전령선을 사용해 두 사람에게 전달한 크라우프는 전령문의 발송 직후 자신이 지휘하고 있는 전체 예하 함대 지휘관들에게도 자신이 뜻하는 바를 전달했다.
의외로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은 짧고 명확하게 의사가 전달되자 크라우프는 재빨리 본래 자신이 지시했던 대로 5만 척의 직할 함대를 직접 지휘해 발바이스 함대의 전열 중 가장 취약해 보이는 쪽으로 전진해 들어갔다.
04시 50분 에네르 자드 하페텐은 자신의 주변에 이렇다 할 함대 지휘관이 없다는 것을 무척이나 안타깝게 느꼈다. 물론 에네르 자드 하페텐에게는 옛 세갈 마이야 하페텐의 휘하에서 이름을 날렸던 라쉬드 사카도 있었고 이번에 새로 발탁한 세바스찬 디랜드를 비롯해 나름대로 제 맡은바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은 갖고 있는 도노반 비터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들 세 사람 중에서 당장에 세바스찬 디랜드와 라쉬드 사카가 아나베 행성계 쪽에서 에이센 함대를 저지해 내고 있고 자신은 온통 주력 함대를 이끌고 적이 아나베 행성계에 도착할 것 같았던 주역의 후방을 돌아 에이센 함대가 도착한 즉시 예정대로 에이센 함대를 공격하고 있는 중이다.
적의 후방을 공격하는 기습에 자신과 자신이 지휘하는 함대의 모든 것을 걸었던 에네르 자드 하페텐은 에이센 함대가 기습을 받고도 기민하게 대응하며 오히려 병력을 보다 집중시켜 공격을 감행해 오는 발바이스 함대를 상대로 역으로 공세를 취해 오려는 것 같은 상황에 이르자 자칫 전세가 자신 쪽으로 기울어 질 수 있음을 걱정했다. 지금과 같이 중요한 때에 에네르 자드 하페텐의 주변에는 이렇다 할 믿고 맡길 만한 이렇다 할 지휘관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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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프 녀석의 활약(?)이기는 활약이랍니다…총사령관이 5만 척을 이끌고 적 함대를 돌파해 내는 선두에 서겠답니다…~ㅁ~;
금일도 한편 올립니다…Next-64…
에궁…
●‘시르피드’님…^0^)乃 1타 만쉐이십니다…그나저나 배고프시다니요…쿠울럭…쿠울럭…~ㅁ~; 설마…며칠 동안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으시고 일에 집중을…@-@;; 존경스럽습니다…ㅠ0ㅠ; 저 작가넘은 그렇게 못해서 지금…ㅎ-ㅠ;
●‘실제인물’님…엣헷…뭐…그렇게 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그나저나 실제인물님…날씨가 무지하게 덥네요…이제 9월인데 말입니다…9월…s(~0~)y-~~ 후욱…
●‘AriMa’님…무슨 말씀을? 크라우프 녀석은 쥔공입니다…으음…한마디로 쥔공이니까…당연히 어떠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승리를 한답니다…크라우프 녀석 화팅!!
●‘바보아님’님…ㅠ0ㅠ; 역시나 순결당 만쉐이랍니다…쿠울럭…요즘 들어 하렘당 분들이 은근하게 많아지신 것이 불안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순결당 분들도 그 만큼 늘어나고 있으니 더욱 기쁘기 그지 없답니다…씨익…순결당 만쉐이! 늦더위는 이제 좀 물러가라!!
●‘bsh2345’님…부디 용서를…그러고 보니…6명이 아니라…아세라, 에이린, 시에나, 다이레아, 티아라, 크세니아 그리고 디네스 면 7명입니다…7명도 머리 뽀개집니다…ㅠ0ㅠ;;
●‘실제인물’님…어우! 이런…얼른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실제인물’님…오타지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0^; 글쿠…새벽에는 꽤 춥네요…감기 조심하시구요…아시죠? 화팅인것…씨익…
●‘호박의정령’님…넵…저 작가넘이 보다 열심히 연재분을 만들고…최선을 다해서…글을 쓰며…모든 일에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하겠습니다…징징…그나저나 이제 9월이네요…쭈압…
●‘판타로드’님…^0^; 글쿠…아나베 행성계가 최대의 격전지 같아 보이시죠? 핫핫핫…최대의 격전지는 바로 네슬런 행성계랍니다…씨익…이곳과는 비교하기도 힘들 곳이 되겠지요…음흠흠…^ㅁ^; 글쿠…말씀하신 그 정도 빼고는 거의 다 죽을 것입니다…캐릭터 죽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거든요…씨익…
●‘당근선인’님…맞습니다…일단 상대가 정보를 취득하기 전에 선수를 친 에네르 자드 하페텐의 용병술이 상당히 신속한 편이지요…음흠흠…s(^0^)z 글쿠…뱃살은…쭈압…계속해서 운동 하렵니다…쿠울럭…
●‘라이네케’님…징징…편당 그림에 저 작가넘의 뱃살을 찍어 올리기라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운동으로 줄어들고 있는 뱃살의 모습…쿨럭…맞습니다…뱃살 빼기 힘듭니다…징징…
●‘아담스미스’님…뭐 크라우프 녀석은 자신의 함대에 대한 절대적인 지휘권을 행사하고 있답니다…물론…^_^;; 네슬런에서는 크라우프 녀석이 상당히 주도적인 위치에 있게 된답니다…씨익…
●‘오멘’님…하얀 백작님은 쿠데타를 일으킬까요?? 긁적…√(^∀^√ 에헤라 디야…글쿠…크라우프 녀석 이외의 사람들도 자기 앞가림 정도는 한답니다…므흣…^_^;
●‘가연을이’님…@ㅁ@; 세상에나…언넘이…감히 가연을이 님의 애마를…하지만 뭐…다음 부터는 그렇게 사고 나지 않으면 되겠지요는 아니지요…저 작가넘도 차를 길가에다가 세워 두고 오는데 말이죠…그나저나 사람하고 부딪치는데 두려움을 갖지 마세요…그리고 먼저 손을 뻗으시면 된답니다…^0^;
●‘soulschaos’님…크라우프의 특기인 난전…맞습니다…그리고 카레나를 놀라게 한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앞으로 보아 주셔야 할 내용 중에 포함되어 있어서 미리 말씀을 드리지는 못한답니다…이 점은 양해 부탁드립니다..m(_ _)m…
●‘acehelp’님…디네스…일단…이곳 아나베 행성계 에서는 죽어라 사람들이 죽어 나자빠질 것이랍니다…^ㅁ^; 그곳에서 디네스는 없으니 다행이지요…씨익…
●‘크림슨페더(위풍당당)’님…쿠울럭…염장이 아니구요…쿠울럭…쿠울럭…하지만 아직 포기하시기에는 좀 이르지 않은가 싶습니다…징징…
●‘빨강보석’님…뭐…티아라와 다이레아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곧 디네스가 합쳐지기도 할 것이지만…그리고 지금은 하렘 보다는 전쟁…그리고 빠르고 강렬한 내용 전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전투 만쉐이!!
●‘B612’님…5주 만에…6킬로요…@-@;; 저 작가넘도 지금에서 최저 5kg 정도는 더 감량을 해야 할 텐데 말입니다…그래야 적정 수준에 도달하지요…현재가 최대점에서 아슬아슬하거든요…ㅠ0ㅠ;
●‘키트릿지’님…흐음…바보가 아닙니다…일단 타머란 대장의 패배는…그렇다 쳐도…크라우프는 대장 급이니까…당연히 선봉은 중장인 캐슬린 로즈위드 중장이 서고 중군은 사령관인 바이올렛타 두산 대장이 섭니다…글쿠…크라우프가 기동 전투에 능숙하니 당연하게 후방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는 임무를 맡았지요…글쿠…정찰 함대의 접근이 불가능해 진 상황에서 적이 행성계 안에 있을 줄 알고 있다가 기습을 받은 것이지요…뭐 삼국지에서 제갈량도 강유에게 속은 전법이랍니다…^0^;
●‘underworld’님…바로 크라우프 녀석이 선두에 서려 한 것 또한 위기 상황에서 돋보이는 자신의 존재감하며…~ㅁ~; 적이 허접해 보이니 자신이 직접 때려 부셔 주겠다는 것이지요…음흠…한마디로 크라우프 녀석은 튀어 보일 기회를 잘 본답니다…
으음…늦더위가 사람 잡네요…쭈압…ㅠ0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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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 05시 56분 에네르 자드 하페텐은 에이센 함대 80만 척이 초반 이어진 맹렬한 집중 포화를 견뎌낸 후, 5만 척의 돌격 함대를 선두로 함대를 집중시켜 중앙 돌파를 시도해 오려는 것 같은 움직임을 보이자 적잖게 당황했다.
“지금 이 녀석들 뭐하고 있는 거야!”
자드 하페텐은 직감적으로 에이센의 선두에 선 5만 척의 돌격 함대를 어떤 식으로든 제압해 내어야만 다시 전세를 역전 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재빨리 겹겹이 저지선을 편성해 에이센 함대의 의도를 저지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기 시작했다.
06시 37분 크라우프 페트릴 대장은 호박의 정령호에 있는 지휘데스크에서 벌떡 일어서 있었다. 호박의 정령호의 브릿지에 구비되어 있는 스크린에는 온통 발바이스 함대의 모습들뿐이었다. 발바이스 함대가 비록 유연하게 에이센 함대의 움직임에 대응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해도 모두가 걱정한 대로 그 숫자가 어마어마했다.
사방에서 쏘아대고 있는 화포만 해도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다. 하지만 크라우프는 이렇게 쏟아지고 있는 포격의 와중에서도 전투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고 예하 함대 지휘관에게 호박의 정령호를 따라 적의 저지선이 완성되기 전에 서둘러 돌파해 나가도록 독려 했다. 그는 오히려 이러한 상황을 즐기듯 한껏 포장된 호기를 부리며 공격에 공격을 가할 것을 주문했다.
“조준 할 필요 없다! 주변에 보이는 것은 다 적이다! 전 포문을 열어서 그냥 쏘아대! 어떻게 쏘든 적은 피할 곳이 없다! 계속해서 쏴!”
사방에서부터 집중된 화력을 견고하게 진형을 유지한 채로 돌파해 나가기 시작하고 있는 크라우프가 지휘하는 직할 함대는 발바이스 함대의 방어선을 곳곳에서 무너뜨리며 적의 지휘선이 제대로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힘쓰고 있었다.
크라우프가 포위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아니 후방을 신경쓰지 않도록 크라우프가 돌파해 나간 뒤쪽으로 헥터 캄멜 중장과 도미닉 베파누스 중장이 전력을 다해 사방에서 집중되고 있는 적 함대의 공격을 저지해 내기 시작했고, 차츰 발바이스 함대를 따라 넓은 전선에 분산되었던 전력을 집중시키면서 크라우가 갈라놓은 적 함대의 전열 사이로 파고들었다.
07시 44분 에이센 함대 80만 척이 어느 순간부터 순식간에 전열을 집중시켜 에네르 자드 하페텐이 지휘하는 함대의 중앙을 가로지르려 하자 자드 하페텐은 당황해 부하들에게 어떻게 해서든지 적을 저지해 내라는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자드 하페텐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선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특히 사방에서부터 쏟아지고 있는 함포 사격과 온갖 집요한 저지선을 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돌파해 들어온 에이센 함대 5만 척이 마치 무인지경을 가듯 자신의 함대를 마음대로 누비고 있었고, 이 모습을 보다 못한 자드 하페텐이 이런 때를 대비해 준비해 두었던 믿을 수 있는 지휘관인 도노반 비터 알벤에게 지시를 내려 약 10만 척의 함대를 에이센 함대를 전력을 다해 무너뜨릴 것을 명령 했다.
“우리는 200만 척이 넘는다. 하지만 겨우 5만 척의 에이센 함대를 당해내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 자네는 어서 중순양함과 미사일 순양함을 수습해서 적의 함대 선두를 무너뜨려 버리도록 하게!”
에네르 자드 하페텐은 호기있게 도노반 비터에게 명령을 내리기는 했지만 내심 상당히 걱정을 하고 있었다. 적 함대의 돌파가 시도된 이후 수많은 함대와 함대가 맞부딪치기 시작하면서 곳곳에서 헤비호스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고 근거리에서 상대를 향해 주포와 부포를 난사해 대는 바람에 전투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기 시작함에 주목했던 것이다. 이런 식의 난전에서는 믿을 수 있는 부하들이 주변에 없고 처음 기습 공격을 감행했을 때의 기세가 꺾인 발바이스 함대가 불리했으니 자드 하페텐은 점점 초조해져 갔다.
본능적으로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직감하게 된 에네르 자드 하페텐은 갑작스러운 에이센 함대의 움직임 때문에 자신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생각해 보았다. 자신이 처음에 의도했던 것은 미끼를 물어 정신이 없는 에이센 함대를 우회하여 주력 부대로 하여금 후방에서 타격함으로서 에이센 함대가 당황해 사방으로 흩어져 버리는 것을 의도했었다. 그는 예상치 못한 기습을 받은 에이센 함대는 당황할 것이 분명하고 이는 곧 자신의 승리로 귀결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겁을 집어 먹었어야 정상인 에이센 함대가 용기백배해 발바이스 함대를 향해 맹렬하게 돌진해 들어오고 있었다.
‘······도대체 누가 지휘하고 있을 까?’
에네르 자드 하페텐은 에이센 함대의 후방에 주둔하고 있던 80만 척의 지휘관이 누구인지 궁금해 졌다. 하지만 이내 지금은 상대를 감탄해야 할 때가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지 80만 척의 에이센 함대를 무너뜨리는데 전력해야 할 시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공격을 집중시켜야 할 상대는 에이센 함대의 선두에 서서 아군의 전열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5만 척의 적함대였다. 그는 도노반 비터 알벤이 제대로 처리해 줄 것으로 믿었다.
08시 26분 크라우프가 지휘하는 5만여 함대는 짧은 순간 벌써부터 20여 차례에 걸친 발바이스 함대의 방어선을 돌파해 내고 맹렬한 기세로 적 함대의 중앙을 가로질러 적을 양분하려 했다. 바로 이 순간 그의 정면으로 보다 강력한 화력을 집중시키고 있는 적 함대가 돌진해 들어왔다.
“이 녀석들은 무엇인가 다른데?”
포격을 집중시켰음도 불구하고 이제와는 다르게 적 함대가 쉽게 무너지지 않자 주변 참모들이 당황했다. 하지만 가만히 적의 진형을 주시하고 있던 다이레아가 당황한 모두에게 한 마디를 던졌다.
“비록 적의 방어선이 대단하기는 해도 이곳에서 시간을 끌 수는 없습니다. 간단하게 우회해 버린 후 후속해 들어오고 있는 캄멜 중장과 베파누스 중장에게 이 함대를 맡겨야 합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시간을 끌 수 없습니다.”
다이레아의 한마디에 눈앞에서 강하게 저지선을 펴고 있는 발바이스 함대를 단시간에 무너뜨리지 못하게 될 것 같아 두려워하고 있던 수뇌부 참모들의 표정이 일순간 밝아졌다. 약간 긴장했던 크라우프도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다이레아가 제안한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여 적의 방어선이 강한 부분을 우회해 신속하게 적 함대의 다른 전열 쪽으로 방향을 잡도록 지시했다.
09시 49분 에네르 자드 하페텐은 에이센 선두 돌격 함대 5만 척이 도노반 비터 알벤이 급하게 편성해 놓은 저지선을 향해 잠시간의 포격을 퍼부어 대다가 이내 함대를 되돌려 우회해 버리는 것을 확인하고는 할 말이 없어졌다. 이 순간 자드 하페텐의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아! 바로 이거 였구나!”
누군가 뒤통수를 차가운 물체로 후려친 것 같은 오싹함에 휩싸여 있던 에네르 자드 하페텐은 왼주먹을 굳게 쥐며 현재 재차 다른 목표를 찾아낸 후 공격을 퍼붓고 있는 에이센 함대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이윽고 그들이 자신이 예전에 주로 사용했던 전격적인 기습 공격을 답습하고 있음을 깨달은 그는 에이센 함대 선두 5만 여척이 의도하는 것이 바로 발바이스 함대가 당황해 자신들에게 집중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발바이스 함대가 저지선을 펴기 전에 먼저 공격해 들어와 저지선을 돌파해 버리거나 그렇지 않으면 단숨에 무너뜨리거나 도저히 통과할 수 없을 때 신속하게 우회한 후 그 후속부대에게 뒤를 맡기며 오직 앞으로 앞으로 전진하는 전법이었다.
이것은 전진이 막히면 바로 포위당할 위험이 대단히 높은 전술이었다. 따라서 에이센 함대 지휘관이 과감하고 결단력이 있게 행동하고 있지 않다면 불가능한 것이었다. 지금까지의 행동 패턴으로 미루어 볼 때 분명 선두에선 5만 척으로 아군 함대의 전열을 가로지르며 사기를 저하시킨 후, 돌파구를 통해 확대된 전선으로 80만 척 가량의 함대를 이용, 중앙돌파를 성공시킨 후 역진해서 병력을 후방에서부터 아군을 포위해 내려 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
생각 같아서는 자신이 직접나서서 손톱밑의 가시와도 같은 에이센 선두 함대 5만 척 가량을 요절내 버리고 싶었지만 그는 200만 척이 넘는 함대의 지휘관으로서 주변에 믿을 만한 참모나 지휘관들이 없는 상태에서 혼자 움직여 전체를 무너뜨릴 수 없었기에 꾹 눌러 참을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 믿을만 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잠시 주저하던 그는 불안한 마음도 다스릴 겸 자신을 향해 맹렬한 기세로 공격해 들어오는 에이센 함대 80만 척을 무너뜨리는데 전력을 다하는 대신, 오히려 세바스찬 디랜드와 라쉬드 사카에게 붙잡혀 움직임이 둔해져 있는 에이센 함대 200만 척을 향해 전력을 투입해 내기로 결정했다.
“전 함대는 아군의 전열을 돌파하려 시도하고 있는 에이센 함대 대신에 전력을 다해 라쉬드 사카와 세바스찬 디랜드를 상대로 쩔쩔 매고 있는 놈들을 향해 공격해 나가라! 전력을 낭비하지 마라! 어차피 지금 우리를 귀찮게 하는 쥐새끼들은 그 수가 얼마되지 않는다!”
오히려 라쉬드 사카와 세바스찬 디랜드를 상대로 제대로 운신하지도 못하고 있는 에이센 함대 약 200만 척 정도를 향해 전력을 집중시켜 보다 쉽고 큰 먹이를 노리기로 결정한 에네르 자드 하페텐은 모든 힘을 기울여 크라우프를 공격하는 일을 의외로 간단하게 포기했다. 그는 비슷한 숫자의 함대를 남겨 놓으면 이제 슬슬 돌파력이 약해질 크라우프 함대의 발목을 붙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동안 주력함대를 이용하여 전과를 올리면 된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역시 주변에 믿을만 한 지휘관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10시 59분 크라우프는 자신의 함대를 향해 형식적으로 저지선을 펴려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는 적이 오히려 전체 전력을 투입해 바이올렛타 두산 대장과 캐슬린 로즈위드 중장의 함대 쪽으로 진격해 나가려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자 갑자기 키득거리고 웃으며 어깨를 들썩였다. 모두의 시선이 모아졌지만 크라우프는 주변의 이목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은 채 혼잣말을 내뱉었다.
“적의 지휘관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참으로 무능한 자로구나. 지금 상황에서 어찌 공격 밖에는 생각하지 못한단 말이냐!”
모두 크라우프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몰라 당혹스러워 하고 있을 때 그는 누군가를 책망하듯 몇번 혀를 끌끌 찬 후 차분한 목소리로 지금 발바이스 함대가 최악의 선택을 했음을 설명하며 다시 한 번 한심스럽게 생각했다.
“적의 지휘관은 그 스스로 눈앞의 위급함만을 생각해 길게 앞날을 볼 수 없는 행동을 취하고 있다.”
몇번 가벼운 헛기침으로 겨우 웃음을 진정한 크라우프는 아나베 행성계 쪽에서 뛰어 나온 64만 척의 발바이스 함대를 상대로 전투를 벌이던 두산 대장과 로즈위드 중장이 적의 기만전술에 속아 후방을 기습받게 되자 처음에는 상당히 당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자신이 부족한 숫자의 함대만을 가지고 후방에서 공격을 가해 온 적함대 쪽으로 저지선을 펴게 되자 이대로 가다가는 적에게 포위되어 몰살당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으로 모든 장병들의 힘을 모아 모든 힘을 정면으로만 쏟아 붓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신없이 적의 전열을 돌파하느라 아무도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도 두산 대장과 로즈위드 중장쪽에서 올라온 전투상황 보고서에는 초반의 혼란을 서서히 회복하여 적함대를 압박하고 있다는 내용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두산 대장과 로즈위드 중장은 매우 전투력이 뛰어나고 호전적인 인물들이며 두 사람의 곁에는 우리 에이센의 유능한 지휘관들이 함께 하고 있다. 그러니 비록 초반에 적의 기만전술에 휘말려 혼란이 있었지만 반드시 64만 척의 적 함대를 후퇴하게 만들 것이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우리 하나 제대로 격퇴해 내지 못하는 발바이스 함대 지휘관은 우리 함대를 무시한 채 두산 대장과 로즈위드 중장쪽으로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이것은 적의 지휘관이 분명 섣부르게 공을 탐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본관의 함대는 적 함대의 전열을 돌파해 발바이스 함대의 후방에서 재집결해 적을 압박할 것이다. 아마 발바이스 함대는 우리의 돌파를 막을 소수의 병력을 남겨 놓은 채 무조건 두산 대장과 로즈위드 중장의 함대를 밀어 올릴 것으로 보인다.”
잠시 말을 끊은 크라우프는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이내 발바이스 함대 지휘관이 지금 두산 대장과 로즈위드 중장을 공격한 것은 이들 두 사람을 64만 척, 아니 이제는 60여만 척 남은 발바이스 함대가 저지해 내어 줄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제했다.
“하지만 60여만 척의 발바이스 함대는 초반에는 선전했지만 결국 두산 대장과 로즈위드 중장의 함대 공격을 견뎌내지 못하고 무너져 내릴 것이니, 두산 대장과 로즈위드 중장의 함대 뒤를 공격하기로 결정한 적의 지휘관, 에네르 자드 하페텐은 조금 근시안적으로 지금 전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 같아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서둘러 돌파구를 열어 적 함대의 후방에서 재집결하는 것이다.”
크라우프는 곧 두산 대장과 로즈위드 중장의 함대가 60여만 척의 발바이스 함대를 격퇴해 낸 후 아나베 행성계 쪽으로 진입해 들어갈 것이고, 이렇게 되면 결국에는 지금 크라우프가 돌파해 내고 있는 발바이스 함대는 두산 대장과 로즈위드 중장이 지휘하는 약 200만 척의 함대와 크라우프가 지휘하는 함대로 인하여 앞뒤로 포위당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발바이스 함대는 본래 근거지로 삼게 될 아나베 행성계를 에이센에게 내어주게 되고 보급로와 퇴로가 차단된 채로 앞뒤로 고립되게 될 것이라는게 크라우프의 설명이었다.
“분명 후방을 포위하게 될 본관이 지휘하는 함대가 적보다 적은 숫자이기는 해도 약 5시간 동안 무인지경 가듯이 중앙을 돌파해 온 본관의 함대를 두려워하게 될 것이니······포위를 당했다는 공포감 때문이라도 발바이스 함대는 더욱 운신의 폭이 좁아지게 될 것이다.”
여기까지 크라우프가 수뇌부 참모들에게 예언하자 모두들 감탄의 목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의외로 다이레아가 크라우프에게 상황을 너무 단정지어서는 안된다고 걱정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마치 투정을 부리는 것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