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but the strongest in the dimension RAW novel - Chapter 171
게을러서 차원최강 171화
171 전투 준비(1)
“네, 죽여야죠.”
“……!”
우리들은 꽤나 놀라고 말았다.
대충 이야기를 들어 보면 리리스도 힘든 삶을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마신의 편에 서지 않았다면 떠돌다가 죽음을 맞이했을 거라는 말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죽이겠다고 했다.
물론 리리스가 카이샤에게 했던 행동을 생각해 보면 저렇게 열을 내는 것도 이해는 하였지만 말이다.
내 입장에서도 분명 리리스를 죽이는 것이 나았다.
그러자 실비아가 의견을 피력했다.
“개종을 한 후에 노예로 판매하는 것은 어떤가요? 죽는 것보다는…….”
“죽는 것이 나아!”
리리스가 소리를 질렀다.
노예로 굴러다니게 되면 어떤 짓을 당할지 모른다.
그녀의 외모를 본다면 성노예로 전락을 해도 이상할 것이 없겠지.
아무래도 실비아의 의견은 따를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 죽는 게 낫지.”
나 역시 실비아의 의견에는 반대다.
거기에 더하여 개종까지 한 여자를 노예로 팔아 치워?
실비아도 나와 함께 다니다 보니 어딘가 퓨즈 하나가 날아간 듯했다.
본인도 죽겠다고 하고, 카이샤 역시 그리 말했다.
무엇보다 마신에게 힘을 받아 상황을 여기까지 끌고 온 리리스를 그냥 놓아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그래, 깔끔하게 교수형에 처하도록 하지.”
“고마운 일이군.”
리리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자리에서 죽는 것이 낫지, 절대 노예로 팔리기는 싫다는 것이다.
카이샤가 차가운 눈으로 말했다.
“저 여자가 나에게 했던 짓을 생각하면 그냥 성노예로 팔아 치우고 싶지만…….”
“흠.”
“그래도 여동생이니 깔끔하게 죽이는 것이 명예롭겠죠.”
그것이 엘프의 명예인가.
나 역시도 그녀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왕궁 앞 광장에서 처형이 진행되었다.
다크 엘프의 여왕과 장로들, 핵심 인사들은 모조리 교수형을 당할 것이다. 나머지 다크 엘프들은 개종하면 제국의 국민으로 받아들인다고 선포하였다.
생각할 시간을 주겠다고 하였고 개종하지 않는다면 모조리 교수형이었다.
기한은 귀족과 여왕의 죽음이 완료되는 순간까지.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해서든 이 사태를 마무리할 것이다.
리리스가 교수대에 올랐다.
형을 집행하기 전에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리리스,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깔끔하게 죽게 되어서 고맙군.”
“그 밖에 카이샤에게 남길 말은?”
“좋은 혈통을 물려받아 여왕이 되었으나 인간들에게 흡수되어 어디 좋은 꼴을 당해 보라지.”
덜컹!
리리스는 그대로 교수형을 당했다.
발버둥 치지도 않고 죽어 버린 것을 보면 깔끔하게 경추가 부러져서 죽은 것 같았다.
나머지 장로들이나 고위층 인사들에게도 교수형이 집행되었다.
일반 병사로 참전한 다크 엘프들이야 개종하는 것만으로도 시민권을 줄 수 있지만, 귀족들은 아니다.
그들을 완전히 박멸해야만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제 선택의 순간이 왔다.
“천신의 편에 선다면 심장에 신성력이 박힌다. 불순한 마음을 품으면 그 즉시 터져 버리고 말지. 그러니 신중하게 판단했을 거라고 믿는다.”
“으음.”
주변에서 침음이 흘렀다.
말이 개종이지 천신에게 종속되어 살아가라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이들이 전선에 서 주면 좀 더 효율적으로 언데드 군단을 막아 낼 수 있었다. 얼마나 될지도 모르는 언데드를 막기 위해서는 천신의 가호를 받는 자들이 많을수록 유리했다.
“천신의 편에 서겠습니다!”
“개종하겠습니다!”
대부분의 다크 엘프들이 천신의 편에 서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악질적인 자들도 분명히 있었다.
“이런 배신자 놈들! 마신께서 용서치 않으리라!”
퍼억!
“커어억!”
끝까지 악신의 편에 서겠다는 자들은 즉결 처분했다.
그 자리에서 목을 잘라 버리거나 화살을 쏴서 죽였다.
엘프들에 대한 정리는 끝났다.
개종 의식을 치렀고, 칼도나가 내려와 직접 그들을 축복해 주었다.
엘프들은 대부분 마법과 궁술 등에 능하였으므로 언데드 군단을 막아 내는 최전선에 서게 될 것이다.
그날 밤.
군대를 보니, 아직까지 다크 엘프 권역 전체가 회복된 것은 아니었기에 정리해야 할 것 같았다.
대충 일주일 정도면 청소가 완료될 것으로 보였다.
나는 일찍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야 아침 일찍 일어날 것이 당연했으니.
하품이 나오고 있었는데 엘프 여왕 카이샤가 방문했다.
“주무시나요?”
“이런 야밤에 어쩐 일인가? 혹시 미인계를 사용할 생각이라면 그만두는 것이 좋아.”
“설마요. 애까지 딸린 아줌마를 좋아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아요.”
“그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논하고자 왔어요.”
“앞으로의 방향이라.”
“우리들은 어디에서 살아가게 되며, 앞으로 무슨 일을 하게 되나요?”
그렇지 않아도 그녀를 따로 불러 이야기하려 하였다.
이런저런 계획이 마음속에는 짜여 있었지만, 아직 엘프들의 수뇌인 그녀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았지.
물론 그녀에게는 명령을 내려도 됐다.
나는 절대신이었고, 카이샤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너희들은 일단 카렌 영지의 주민이 된다.”
“발렌 님이 다스리는 곳인가요?”
“그래, 지금 그곳에는 사람들이 부족하지. 너희들이 함께 가 준다면 큰 도움이 될 거야.”
“그러고요?”
“언데드 사태는 들어서 알고 있겠지?”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신이 작정하고 사태를 일으켰고, 지금은 군단의 세를 불리기 위해 제국이 아닌 다른 왕국을 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들이 돌아왔을 때이다.
“아마 마신 벨루가는 언데드 군단을 일으킨 후에 함께 진격해 오겠지. 나와 칼도나가 나서서 막을 것이기는 하지만 제국의 영토에 막대한 피해가 있을 걸로 예상된다.”
“신들은 신들의 전투에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군요?”
“그래, 천군과 천사들이 동원될 테지만 그건 마신도 마찬가지겠지.”
“그렇다면 우리들은 언데드 군단을 상대하게 되나요?”
“어떻게든 100만 대군을 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 그들은 전선에 골고루 배치될 거야. 너희들은 최전방에서 활약해 주었으면 한다.”
“최전방의 활약이라.”
“성공하고 하고 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너희들의 방식으로 땅을 일구고 평화롭게 살아가면 된다.”
말은 쉬웠지만 엘프들도 무수한 피를 흘려야 할 것이다.
마신과의 전투가 그리 쉽게 끝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단순한 악마 따위와는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이 바로 마신이었다.
카이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지금에 이르러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없었다.
“알겠어요.”
“고맙군.”
“아니요. 감사는 제가 해야죠. 당신이 아니었다면 엘프족은 그 명맥이 끊겼을 거예요. 많은 엘프들이 그리 생각하고 있기도 하죠.”
“그래, 그렇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
그녀는 내 막사를 빠져나갔다.
다크 엘프들의 일만 정리되면 바로 카렌 영지로 떠날 생각이었다.
그 이후로 일주일이 흘렀다.
엘프와 인간 연합군은 다크 엘프들의 영토를 빠르게 잠식하였고, 그들과의 전투에서 승리하였다.
그리하여 모두 개종을 하게 하였는데, 그 숫자만 해도 수십만에 달했다.
숨어 있던 엘프 잔류 병력까지 모이자 그 숫자가 50만이었는데 이 정도라면 소형 왕국을 세우고도 남을 터였다.
그들은 나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노약자를 제외한 자들은 군에 입대하기로 하였는데, 언데드 사태만 막아 내면 지원자들만 남고 전역을 시켜 주기로 했다.
언데드 사태를 막지 못하면 어차피 엘프들도 터전을 잡지 못한다. 그렇기에 흔쾌히 그러기로 했던 것이다.
우리들은 빠르게 제국의 국경을 넘었다.
제국의 국경 라마다.
라마다 백작은 급하게 연락을 받고 마중을 나왔다.
“사령관 각하를 뵙습니다!”
“라마다 백작, 수도에 별일은 없나?”
“별동대의 효과가 있다는 연락만 받았습니다.”
“그래?”
“벌써 50만이 넘는 언데드를 죽였다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이로군.”
언데드 군대는 그 특성상 매우 빠르게 불어난다.
지금까지 별동대가 활동하여 50만을 죽였다고 하지만 그 이상으로 군세를 불리고 있을 것이다.
절대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이곳에서 하루 묵고 가겠다. 황제와 통신을 연결하도록.”
“옛! 준비하겠습니다!”
이미 제국의 귀족들은 내 정체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절대신이자 인류의 구원자.
차원을 다스리는 신이 인간의 육신을 입고 내려와 마신과의 전투를 대비하고 있었다. 당연히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 한다.
영지로 입성하자 주민들이 엘프들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원래 엘프들은 대륙에서도 구경하기 힘든 자들이었는데, 물경 50만이라는 숫자가 영지를 지나 외곽에 막사를 치기 시작하니 그야말로 진풍경이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웅성웅성.
“저렇게 많은 엘프는 처음이로군.”
“50만이라잖아.”
“영지에 수용할 수는 있고?”
“없으니까 외곽에 막사를 치는 거겠지.”
아름다운 엘프들의 외모에 혹하는 사람들.
엘프들은 숲과 평화를 사랑한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딱히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인간들과의 전쟁에서 넌덜머리가 나 숲으로 들어간 것이었고, 세력에서 밀렸기에 전쟁을 꺼리는 것이 그리 와전되었던 것이다.
사실 엘프들도 인간과 다를 바는 없었다.
물론 정령을 다룰 수 있었으며 높은 곳을 좋아하여 숲의 큰 나무 위에 집을 짓는 습성이 있기는 했다.
통신실에 이르러 황제와 연결했다.
황제는 나를 보자마자 큰절을 했다.
-위대하신 분을 뵙습니다!
“이번에 꽤 큰 진전이 있었다지?”
-예! 무려 50만이나 되는 언데드를 격멸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언데드가 생겨났고.”
-그건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황제는 살짝 죄송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언데드의 특성이라고 보아야겠지.
“징집은 수월하게 되고 있나?”
-그렇습니다. 이번이 마지막 전투라고 생각하는 자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신께서 함께하신다고 하니 입대자들이 많습니다. 그들을 골라내는 것도 일입니다.
“훈련이나 무기의 보급도 일이겠군?”
-그건 마도 연합의 것들을 재활용하면 됩니다. 훈련이 문제이기는 한데……. 최대한 빠르게 징집해서 훈련소로 밀어 넣고 있습니다.
“이번에 30만 정도의 엘프 병사를 전방으로 이동시킬 것이다.
-……!
“그들이 가세를 한다면 전황이 조금은 나아지겠지.”
-물론입니다! 그들의 무장은…….
“이곳에서 알아서 한다.”
-그래 준다면 더없이 감사한 일입니다!
황제는 흥분하고 있었다.
훈련을 시키지 않아도 되는 병사가 30만이었다.
그들은 모두 마법을 다루었고 정령술과 궁술에 능하다. 이런 팔방미인이자 괴물 같은 집단이 통째로 굴러 들어오는 것이다.
그러니 싫을 리가 없었다.
“우리는 제도를 통과할 것이다. 그곳에서 보급만 부탁하도록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