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but the strongest in the dimension RAW novel - Chapter 36
게을러서 차원최강 036화
036 두 번째 강림(1)
화염의 악마 데우스가 소환되었다.
데우스는 지옥의 9단계 중에서 8단계를 관리하는 관리자로, 최상위 악마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지옥의 힘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 인간들은 감히 어찌할 수 없는 존재였다.
지옥 불을 사용하여 소환이 한 번 되면 인간의 영혼을 흡수하기 위해 최소한 수만 명의 재물을 쓸어 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카록은 칼도나의 개들을 데우스의 산 재물로 바치고자 하였다.
“마신께서 악마를 내려 주셨다! 조금만 힘을 내라!”
“오오오!”
잠깐이지만 아군의 사기가 치솟았다.
악마가 소환되었으니 이제 적들을 다 쓸어버리는 일만 남았다.
앞으로의 인과가 어찌 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마신이 악마를 내려 보냈다는 것은 그걸 감당할 수 있기에 하는 일이었다. 신계의 사정은 인간이 신경 쓸 부분이 아니다. 지금은 그저 적들을 쓸어버리는데 집중해야 한다.
카록이 외쳤다.
“마신의 아들이여! 칼도나의 개들을 쓸어 주십시오!”
-저들이 산 재물들인가.
“그렇사옵니다!”
-클클클, 오랜만에 영혼들을 흡수하겠구나.
데우스의 온몸은 불타오르고 있었다.
징그러운 근육들로 온몸이 덮여 있었으며 거대한 뿔을 자랑하고 있었다.
악마들에게 뿔은 힘의 원천이었다.
인간이 심장에 단말을 형성하여 사용하듯, 악마들을 뿔에서 힘을 뽑아내 사용했고 천사들은 머리 위에 따로 고리를 만들어 힘을 사용한다.
저 정도 길이의 뿔이라면 도시 몇 개 쓸어버리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일단 소환이 되었으니 마신이 내려 준 인과가 소멸되기 전까지는 활동할 것이고, 마도 연합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정도의 초석을 다져 줄 것이다.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쿠르르르르!
어마어마한 마기가 사방에서 휘몰아쳤다.
마기와 더불어 지옥 불이 뒤섞이며 구름을 만들었는데, 보기만 해도 어마어마한 광경이었다.
“저 정도의 열기라니.”
하늘 높이 떠 있는 구름이었지만 여기까지 열기가 느껴진다.
이 화염이 적들에게 작렬한다면?
당연히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책사가 다급하게 외쳤다.
“사령관님! 저 구름이 이곳으로 쏟아질 것 같습니다!”
“음?”
“데우스께서는 우리들마저 흡수를 하시려는 것 아닐까요?”
“서, 설마.”
불안감이 스쳤다.
데우스는 그들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웃었다.
-신성력을 가진 자들만 죽이는 지옥 불이다.
“감사합니다!”
-아무리 마신께서 내리신 인과라고 해도 아군까지 쓸어버릴 수는 없지.
카록은 그대로 무릎을 꿇고 경배했다.
전투는 소강상태에 접어 들어가고 있었다. 아무리 칼도나의 군대라고 해도 악마가 직접 소환된 이상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군도 마찬가지였다.
천군은 반인반천의 전사들이다. 진짜 천족은 아니었기에 악마와 대항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칼도나의 개들은 재물이 되어라!
번쩍!
“큭!”
“크으윽!”
지옥의 구름이 움직이려 할 때, 어마어마한 신성력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뭔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속도로 다가온 무언가는 그대로 데우스를 관통하였다.
퍼어어억!
-커어어억!
데우스의 육체는 심장부터 시작하여 산산조각이 났다.
허공으로 화염이 퍼져 나가는 장면은 모두를 경악으로 물들이기에 충분했다.
단 한 방!
데우스는 신성력에 소멸되었고 허공에 생성되어 있던 구름이 사라졌다. 그것도 모자라 신성력의 비가 내렸다.
솨아아아아!
“아아아악!”
치이이익!
신성력의 비에 맞은 모든 사람들이 몸을 뒤틀었다.
카록도 마찬가지였다. 신성력의 비에 온몸이 타들어 갔다.
허공에는 거대한 검을 든 남자가 떠 있었다.
“게으름뱅이 발렌 남작이 어찌…….”
카록의 눈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나는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 공격으로 대량의 신성기가 빠져나가면서 게으름 수치가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강력한 격의 사용으로 인하여 게으름 수치가 90% 감소합니다.] [위험 수치입니다. 휴식을 권고합니다.]“허억! 허억! 이런 빌어먹을.”
-이러다 쓰러져요!
“지금 쓰러지면 모양 빠지지.”
다른 사람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주의였지만, 지금은 좀 달랐다.
아군만 모여 있을 때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적군도 모여 있었다. 비록 신성력의 비에 맞아서 버둥거리고 있었지만, 땅바닥에 처박히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떠 있기도 힘들어요!
[게으름 수치가 1% 감소합니다.] [게으름 수치가 1% 감소합니다.]게으름 수치가 -92%다.
100%가 되면 페널티를 받게 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바닥으로 천천히 내려왔다.
“…….”
사람들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기적적인 힘의 행사였기에 아군이고 적군이고 다들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신 놈이 악마를 소환하지 않았다면 이 정도까지 힘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게으름 수치가 너무 떨어지면 페널티가 생기기도 하였지만, 그 느낌이 좋지 않았다. 쓰러질 것 같은 피로가 몰려왔다.
나는 그저 서 있을 뿐이었지만, 적들은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척.
카록을 신검으로 가리켰다.
“덤벼라.”
“나는…….”
카록은 뒷걸음질을 쳤다.
타들어 가는 피부가 보였다. 살기 위한 본능인 건지 연신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여기서 카록을 죽여야 할까.
게으름 수치가 한 방에 떨어져서인지 어지럽기까지 했다. 시간이 멈추어 버린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나는 천천히 걸어가 신검으로 카록의 심장을 찔렀다.
퍼어억!
“커어어억!”
척척!
동시에 천군들이 나를 둘러쌌다.
천군 사령관 아리아가 물었다.
“괜찮으세요?”
“괜찮아 보이냐?”
“신격의 힘을 사용하셨으니 육체에 무리가 오신 걸로 보여요.”
“뒈질 것 같으니까 마차로 가자. 여긴 정리할 수 있지?”
“물론이에요!”
“와아아아아!”
적 선봉대 사령관이 죽자 칼도나 제국군 병사들은 함성을 내지르며 적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이미 사기가 바닥인 데다가 병력도 열세였고 신성력의 비까지 맞아 잘 움직이지도 못하는 적들을 도륙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칼도나 제국군 병사들은 잘 익은 곡식을 추수하듯 가볍게 적들의 목을 쳤다.
나는 마차 안으로 들어와서야 뻗을 수 있었다.
“아이고, 죽겠다.”
성녀 역시 마차로 들어왔다.
“정말 고생하셨어요! 그만한 힘을 사용하시려면 육체가 버티지 못하실 것 같았는데…….”
“어느 정도 육체를 개조했으니까 버티는 거지.”
“아, 역시 육체가 버티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군요.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 이번에 악마가 소환될 줄은 몰랐거든요. 도대체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거죠?”
“마신이니까 막 나가는 거지. 그래도 그만큼의 인과를 손해 봤을 거다. 추후 신들의 전투에서는 마신이 절대적으로 불리할 거야.”
“영웅님이 신격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않았을까요?”
“아직은 알지 못할걸? 그냥 성인이 출현했다고 생각하겠지.”
슬슬 눈꺼풀이 감겨 왔다.
실비아는 나와 대화를 하고 싶어 하는 모양이었지만, 더 이상은 버틸 힘이 사라지고 있었다.
“나 기절 좀 한다.”
“네! 여긴 제가 지킬게요!”
나는 드디어 꿈나라에 빠져들 수 있었다.
전장은 거의 정리가 끝나 가고 있었다.
비릿한 혈향이 전장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아군의 피해는 미비한 반면에 적들은 전멸을 면치 못했다.
지휘관들은 닥돌 명령을 받고 이곳에서 뼈를 묻을 각오까지 했다. 아무리 발렌 남작이 닥돌전략에 한 번 성공했다고 해도 반인반마들까지 동원한 선봉대를 상대로 그냥 돌격한다면 패할 수도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닥돌을 하는 순간 천군이 소환되었고 적들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무려 5만에 달하는 천군이 소환되었으니 패한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전투가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적들은 포기하지 않고 악마를 소환했다.
“그때는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아젠타 남작은 당시를 생각하며 몸을 떨었다.
지금이야 전쟁에서 물러나 지시나 내리면 되었지만, 그때에는 죽음을 각오하고 돌격해야 하나 싶었다.
책사라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다.
아군이 전멸을 당하면 책사들 역시 산화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로이젠 신성 기사단장 역시 군사의 말에 동의했다.
“저도 패하는 줄 알았습니다. 악마까지 소환되었을 때에는 답이 없다고 여겼지요.”
“그런데 이겼지.”
베르체 추기경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로이젠 경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까 그건 뭐였습니까?”
“어떤?”
“사령관님이 악마의 몸을 산산조각 낸 것 말입니다.”
“성인을 뛰어넘으신 분이니 가능했을지도.”
“그럼 천족보다 고위급 인사라는 뜻입니까?”
“그건 모르지.”
베르체는 고개를 저었다.
그 이상을 논하는 것은 아무래도 금기라고 생각되었다.
정작 발렌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지만, 주변에서 그를 받드는 자들이 너무 공손하게 나왔다.
성녀부터 거의 노예를 자처하고 있었다.
과연 그 누가 성녀를 노예처럼 부릴 수 있단 말인가.
‘성인 이상, 아니 천족장 이상의 힘을 가지신 것이 분명하다. 신격이라 하기에는 인과가 성립되지 않는데, 도대체 그분의 정체는 무엇이지?’
머리가 아파 왔다.
베르체는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발렌이라는 사람은 인간의 상식으로는 재단하기 힘든 면이 있었다.
베르체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어쨌든 전장부터 정리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사령관이 힘을 쓴 충격으로 쉬고 있었으니 부사령관이 뒷정리를 해야 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신격의 단말을 무리하게 사용하면 기절하는 건 정해진 수순인지도 모르겠다.
컴컴할 때 깨어났는데, 성녀가 간호하고 있었다.
“깨어나셨어요?”
“응? 칼도나, 부르지도 않았는데 여긴 어쩐 일이야?”
성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눈앞의 여자는 성녀가 아닌 칼도나였다.
칼도나 여신이 성녀의 육신을 빌려 강림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