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2
11장. 1차 개방 (3)
“뭐야? 아침부터 어떤 쥐새끼가 치고 들어온 거야!”
“모, 모르겠습니다. 카움, 연대, 구보에서 자금이 들어와 흔들고 있습니다.”
“이런 개썅! 총 얼마야?”
“1, 10억 정도 됩니다.”
“이번에는 어떤 새끼야? 저번에 그 새끼 아냐?”
“자금 규모가 다릅니다. 이번에는 슈퍼 개미가 들어온 것 같습니다.”
“상도의도 모르는 개새끼 같으니라고…….”
“어떻게 할까요?”
플래닛 77의 작전을 지휘하는 강남 오피스텔에서 욕설이 터졌다.
3점상 뒤에 일주일 동안 하한가를 비롯해 작업을 통해 개미들을 털어냈다.
1차로 개미들 피를 쪽 빨았다.
작전은 고도의 심리전이었다.
다시 공시 하나 때리고 손 바뀜 전략으로 3점상 뒤에 제대로 달릴 작업 준비 중이었다.
감독 기관에도 적당히 기름칠이 됐다.
그런데 갑자기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들어와 하한가에서 쓸어 담았다.
계획에 없던 일이다.
“뭘 어떡해! 시나리오대로 간다. 놈이 던지면……, 다 받아!”
팀장이 버럭 화를 냈다.
알면서도 당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속이 쓰렸다.
어쩔 수 없이 나눠먹어야 할 것 같았다.
“아, 알겠습니다.”
“휴우. 이 짓도 못 해 먹겠다. 요즘 개미 새끼들은 개코라니까…….”
전직 증권회사 출신 작업 팀장이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끝날 때까지 살얼음판이다.
한 탕 뒤에는 시효가 지날 때까지 몇 년간 쥐죽은 듯 지내야 했다.
과거와 달리 각종 정보로 무장한 개미들이 많았다.
잘못하면 피바람이 불기에 세력들은 타 작업에 웬만해서는 들어가지 않았다.
세력들 간에도 상도의는 불문율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작전 세력 돈 냄새를 귀신같이 맡는 똑똑한 개미들이 너무 많았다.
***
“아빠, 엄마. 두 분은 먼저 가세요.”
“그, 그래도 되겠니?”
“네. 쌍둥이들과 이제 편하게 쇼핑 좀 하겠습니다. 부모님들이 있으니 제가 눈치가 보여요.”
“…태산아…….”
아빠 눈시울이 불거지셨다.
차를 구입하면서 스윽 통장을 내밀었다.
주식 계좌를 열 당시에 어머니 주식 계좌와 생활비 통장도 개설했다.
미수에 미수를 거듭한 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어머니 주식 계좌를 열어 동시에 투자했다.
어머니도 부자가 됐다.
그동안 알리지 않았다.
내가 가지고 있었다.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었다.
마음 약한 아버지가 봤다면 과거처럼 보증 서 주거나 빼앗길 게 분명했다.
어머니 통장에 과감하게 돈을 쏴드렸다.
금액은 깔끔하게 5천만 원.
아빠와 어머니 눈동자에 지진이 났다.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트릴 것 같아 난감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해서 차를 구입했다.
전시차라 선팅까지 돼 있었다.
딜러가 보험을 이전하고 등록까지 빠르게 마쳤다.
중국집에서 식사를 하고 오자 짠하고 세차까지 마친 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중고차는 팔 수 있는 상태가 아니어서 폐차하기로 결정됐다.
딜러가 보고 운이 좋다고 말했다.
프레임까지 녹이 슬어 사고가 날 뻔했다고 말이다.
그때야 생각났다.
내가 대학교 다닐 때 아빠가 교통사고가 났었다.
당시에는 큰일이 아니라 생각했지만 아빠는 그때부터 몸이 불편해하셨다.
“아빠. 축하드려요. 잘난 아드님이 대형사고 치셨어요.”
“주희야. 말 좀 이쁘게 해.”
“뭐 어때. 사고는 사고지.”
쌍둥이들이 활짝 웃으며 평소처럼 우애 있는(?) 대화를 나눴다.
“그래. 아들 너무 늦지 않게 들어와. 엄마가 맛있는 거 해줄게.”
“엄마! 고기! 고기! 매콤함 제육볶음!”
“난 엄마표 잡채! 소고기 잔뜩 들어간 잡채!”
쌍둥이들이 참새처럼 재잘거렸다.
처음 보는 화목한 풍경이었다.
점심 때 탕수육접시를 싹싹 비웠건만 쌍둥이들은 저녁에도 고기를 찾았다.
“원 녀석들……, 누가 보면 아빠 엄마가 굶긴 줄 알겠다.”
아빠가 활짝 웃었다.
아들이 내민 현금에 어깨가 살아났다.
공식 촌수 2촌 간 안에는 자존심은 필요 없었다.
아빠는 현명하셨다.
엄마가 중국집에서 내 계약 때 있었던 일을 이실직고했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아빠는 어떻게 책을 팔아 1억에 가까운 돈을 받을 수 있는지 이해를 못하셨다.
쉽게 설명해 드렸다.
며칠 사이 권당 1만5천 부까지 연쇄 증판이 됐다.
사장님이 4권 인세까지 지불했다고 말했다.
사실 책 판 돈이 아니다.
인세로는 조금 부족하지만 아버지는 믿었다.
아빠 표정이 웃었다 울었다 변하셨다.
하지만 마지막에 날 대견하게 바라봤다.
어떤 고삐리가 현금 수천만 원을 벌 수 있단 말인가.
“좋은 시간 보내세요. 저녁 시간 맞춰서 들어가겠습니다.”
“아들 덕분에 데이트 잘 할게. 고마워.”
엄마가 활짝 웃었다.
“고맙다.”
아버지는 길게 말하지 않았지만 고마움이 확 느껴졌다.
“에이, 부모 자식 간에는 고맙다는 말보다는 사랑한다는 말을 하셔야죠. 저희들 낳고 기르신 은혜는 평생 갚을 길이 없습니다.”
“오올! 우리 오빠 완전 짱”
엄마 아빠가 고맙다고 말하자 난 효자 모드에 들어갔다.
주희가 엄지손가락을 척 내밀며 날 어시스트했다.
“그럼 간다.”
아빠와 엄마가 새 차에 올랐다.
부릉 부릉.
기분 좋은 디젤음이 울렸다.
묵직한 차체와 어울렸다.
“태산아……, 차 진짜 좋다.”
엄마가 오버하며 즐거워하셨다.
“안전운전 하십시오.”
“아빠, 엄마 모시고 멀리는 가지 마세요.”
“빠빠~.”
우리의 배웅을 받으며 락스톤이 출발했다.
단단한 바위 같은 차체를 보자 이제 마음이 놓였다.
“오빠, 우리 어디 갈 거야?”
“어디긴 어디야. 우리 쇼핑하러 가자!”
“꺄아아아아악! 오빠 최고!”
막둥이 주희가 팔을 잡고 방방 뛰었다.
착한 주아는 빙그레 웃기만 했다.
이래서 돈은 많을수록 좋은 거다.
인간으로 태어나 죽을 때까지 청빈 타령하면 다음 생에 노랭이로 태어난다고 돌아가신 할머니가 그러셨다.
돈이 있어야 기부도 할 수 있다.
돈이 있어야 문화생활도 하는 법이다.
돈이 있어야…… 형제간에 우애도 있다는 걸 직접 보고 있다.
성질 더럽고 까칠한 오빠보다는 이왕이면 능력 있는 오빠가 더 멋진 법이다.
***
“오빠, 나 괜찮아?”
“오오! 주아도 핏이 좋은데? 모델해도 되겠다.”
“저, 정말?”
“오빠 나도 봐줘.”
“우리 주희는 안 봐도 너무 이쁜데.”
“오빠. 입에다 마요네즈 바른 거야? 왜 이렇게 느끼한 말을 잘 하는 거야? 우리 오빠 맞아?”
죽다 살아나니까 세상 살면서 부끄러워할 게 전혀 없었다.
그냥 모든 게 좋았다.
여동생들도 예쁜 게 좋았다.
아무 옷이나 입혀도 이렇게 보람 찰 수가 없었다.
아빠를 닮아 키가 벌써 165센티미터쯤 됐다.
중3이지만 발육 상태는 좋았다.
청바지 핏이 모델 같았다.
엄마를 닮아 하얀 피부에 눈코입이 참으로 정성스러웠다.
청바지 전문 메이커인 캘빈클라인에서 여동생들에게 청바지를 선물했다.
각자 마음에 드는 청바지와 상의 3벌을 고르라 했다.
돈이 많다고 함부로 쓰고 싶지 않았다.
적당히 선을 지켜야 나에게 의지하는 마음이 없을 것이다.
쌍둥이들의 인생을 내가 살아 줄 수는 없다.
나도 어려움이 있었기에 오늘을 소중하게 생각했다.
적당한 고생은 인간을 성숙하게 만드는 보약이었다.
‘처음 입어 보네.’
말만 들었던 캘빈클라인.
길거리표 청바지만 있던 나에게는 백화점 명품이나 다름없었다.
여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름 메이커답게 2020년을 살다온 내 눈에도 좋아 보였다.
청바지는 유행을 덜 타는 것 같았다.
통바지 스타일은 과감하게 제외했다.
전체적으로 여름이라 반바지나 시원한 총알받이 스타일이 많았다.
“오빠도 골라봐. 내가 봐줄게.”
“그런데 오빠 좀 변한 것 같다? 요즘 운동해? 얼굴도…… 예전과 다른데?”
동생들이 청바지를 고르다 말고 나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태극오행양의심법과 태극오행양의권을 수련하면서 몸이 점점 변했다.
뼈만 있던 몸에 살과 근육이 붙었다.
혈도가 잡히자 얼굴과 뼈들도 제자리를 찾았다.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몸이 됐다.
키도 더 커졌다.
“헐! 우리 오빠 이제 보니 진짜 훈남이다. 그치 언니?”
“어? 그러게…….”
이래서 가족이다.
오빠의 변화에 참으로 둔감한 여동생들이었다.
사실 볼 시간도 없었다.
중3이라 보충수업에 야자까지 했다.
아침 일찍 나가서 얼굴 마주칠 시간이 드물었다.
“트윈스. 오빠에게 너무 무관심한 거 아냐?”
“오빠. 미안.”
“성격도 변했어. 수줍고 부끄럼 많던 오빠는 어디 간 거야?”
주아는 미안하다 말했고 주희는 눈을 빛냈다.
“오빠 분이 정말 몸이 좋네요. 대학생이죠?”
옆에서 지켜보던 여직원이 나에게 호감을 표했다.
여드름을 화장으로 가린 20대 초반의 누님.
날씬하고 고양이상 얼굴이 귀여웠다.
과거에는 이 정도 여성이 나에게 관심을 보인 적이 없었다.
오늘 같은 일은 사건이었다.
“우리 오빠 멋있죠? 그런데 어떡하죠. 장주 고등학교 2학년 고삐리랍니다.”
주희가 여직원의 관심을 눈치채고 잽을 날렸다.
“네? 고, 고등학생요?”
“하하. 누나. 제가 조숙해 보여요?”
“아니……, 분위기가 고등학생은 아닌데.”
사람 상대하는 옷가게 직원답게 귀신같이 파악했다.
일반적인 고삐리의 행동이 아님을 알아챈 것이다.
“이것 좀 입어보고 오겠습니다.”
나도 옷을 골라 탈의실로 들어갔다.
반바지와 청바지 두 개, 가벼운 여름 셔츠와 남방을 골랐다.
동생들 핑계로 나도 처음 호사를 누렸다.
스윽.
옷을 벗었다.
거울에 탄탄한 상체가 보였다.
아직은 미진하지만 근육들이 결을 이루고 있었다.
“멋진데?”
할배 선물이 기가 막혔다.
몸매가 허접 잡골에서 성골로 업그레이드 됐다.
신선 케어 헬스 원장님의 불법 과외는 확실했다.
변태는 아니지만 손으로 몸을 쓰다듬었다.
갈비뼈 앙상하던 과거 이 시절의 나는 없었다.
낡은 청바지를 벗었다.
실한 허벅지가 보기 좋았다.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몸매는 내가 봐도 멋졌다.
다리에 착 감기는 연한 총알 청바지의 감촉은 나쁘지 않았다.
근육이 붙어 있는 엉덩이와 허벅지에 청바지가 더해지자 완벽해졌다.
거기에 시원한 감청색 브이넥을 바쳐 입자…….
“장태산. 너 진짜 용 됐다!”
내가 봐도 상당히 괜찮은 녀석이 거울에 나타났다.
방학 동안 자란 거친 머리칼도 어쩌지 못했다.
부드러우면서 거친 상남자가 거울에서 날 보고 웃었다.
“피부는 왜 이렇게 좋은 거야?”
손으로 만져본 얼굴 피부도 잡티 하나 없었다.
몸에 있던 불순물들이 사라지자 피부도 효과를 봤다.
살짝 그을린 듯한 피부는 남성미를 풍겼다.
105 사이즈의 옷이 크지도 작지도 않았다.
슬림하지만 균형 잡힌 체격은 내가 봐도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었다.
나르시스 형님의 자기애적 사랑이 오늘 완벽하게 이해가 갔다.
“쌍둥이들. 여기서 뭐해?”
“유라, 혜진!”
“니들 옷 사러 온 거야?”
“어~.”
“오호, 용돈 받은 거야? 아빠가 사주는 거야?”
“아니. 우리 오빠가 쏘기로 했어.”
“오빠? 친 오빠? 아니면 애인?”
“꺄악! 내가 애인이 어디 있어!”
밖이 시끄러웠다.
쌍둥이 동생들 친구가 온 것 같다.
투둑.
가격표를 뗐다.
마음에 드니 바로 구입이다.
늘어나고 색이 바란 꾸질한 헌 옷은 과감히 쓰레기통에 버렸다.
과거 추억 팔이는 이제 그만이었다.
밖으로 걸어 나왔다.
착 몸에 달라붙는 옷들의 감촉이 낯설지만 좋았다.
좋은 청바지는 확실히 달랐다.
“오빠~.”
막둥이 주희가 탈의실에서 나오는 날 불렀다.
그리고 쌍둥이 친구들로 보이는 단발머리 소녀들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아!”
“어머…….”
나를 보고 놀라며 입을 손으로 가리는 두 소녀.
볼이 빨개지며 눈동자는 한없이 커졌다.
# 12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