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276
1296장. 내 남친은…….
‘기껏 100년!’
아린은 나타샤의 말에 크게 충격받았다.
생각하는 기준 자체가 달랐다.
어렴풋이 짐작은 했지만 역시나였다.
나타샤는 인간이 아닌 게 분명했다.
“언니 느낌 있어. 그러니까 자신감 가져. 생각보다 100년 금방 가니까 마음껏 누려. 난 그 뒤에 천천히 즐겨도 돼.”
나타샤는 자신감을 강하게 보였다.
“하아.”
아린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한숨만 내쉬었다.
자신은 나타샤의 상대가 못 된다는 걸 확실히 깨닫고 있었다.
‘블랙 드래곤일까?’
유희 중인 드래곤이 확실해 보였다.
검은 머리칼과 눈동자는 대륙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으로 무척 희귀하다.
베커 공작과 같았다.
그렇다고 마족은 아니다.
마족이었다면 진작 신전에서 알아챘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강했나?’
아린은 속으로 스스로에게 더 놀라고 있었다.
상대가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알아챘음에도 두렵지 않았다.
“경계 가득한 눈길로 보면 안 돼. 난 언니 도와줄 존재야.”
나타샤가 아린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배시시 웃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누가 봐도 순진하고 어린 소녀였다.
대신 눈빛으로 보는 그녀의 속은 수천 년을 살아온 사람처럼 짐작이 되지 않았다.
“……공작님도 그렇게 오래 살지 못해.”
“아닐걸?”
“그는 인간이야.”
“인간? 흐흐. 언니도 다 모르는구나.”
나타샤가 뭔가 비밀을 알고 있다는 듯한 눈빛으로 웃는다.
“…….”
아린은 짐작할 수 없는 비밀 앞에 입을 다물었다.
베커 공작을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아는 게 거의 없었다.
아직도 마족이라는 소문이 간간이 들려왔다.
눈으로 보았던 그의 강력한 힘과 최상급 정령사는 태어나 처음 본 것들이었다.
광룡 샨트리아의 의념도 격파했을 정도의 힘.
하르케우스와도 소통하는 그였다.
사실은 어느 것도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수수께끼 같은 존재가 맞았다.
그러나 변치 않는 단 하나의 진실은 분명 있었다.
공작이 자신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
“오늘 처음 봤는데 사이가 좋아 보여.”
베커가 나타났다.
편안한 말투와 달리 다소 긴장한 듯한 모습이다.
“오빠. 나 100년 기다리기로 했어.”
“응?”
“언니가 죽을 때까지 오빠 양보할게. 잘했지?”
나타샤가 그에게 칭찬받고 싶다는 듯한 얼굴로 물었다.
“…….”
베커의 얼굴이 금세 곤란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나타샤의 신분을 아는 게 확실했다.
“자, 잘했다.”
“으히히. 오빠 좋은 동생 만난 줄 알아. 안 그랬다면…… 침 뱉었을 거야.”
“고……맙다.”
나타샤의 입에서 나오는 침의 정체를 아린도 이제 이해했다.
블랙 드래곤은 강한 산성 브레스를 사용한다.
한 번 뿜으면 왕성 하나쯤은 금방 녹여버릴 수 있다.
“약속도 했어. 무슨 일 있어도 언니에게 침 안 뱉기로 말이야. 그러니까 나에게 잘해.”
나타샤는 무척 당당했다.
아린은 내심 그런 나타샤가 부럽기도 했다.
“그래도 뱉을 땐 뱉어야 해.”
“그래도 돼?”
“어.”
“언제?”
“……아린에게 위협을 가하는 놈들에게는 누구를 막론하고 침을 뱉어. 사정없이!”
“알았어! 언니에게 나쁜 짓 하는 놈들에게는 사정없이 침 뱉을게!”
나타샤가 의기양양하게 약속했다.
“고맙다!”
베커의 표정이 환해졌다.
“그런데 아침밥 언제 먹어?”
갑자기 나타샤가 아침밥을 찾았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동이 텄다.
날을 꼬박 새운 세 사람.
“배고파?”
“내가 그동안 무슨 재미로 살았겠어. 세월은 밥심으로 이겨내는 거야. 삼시세끼 챙겨 먹어야 몸도 마음도 건강해져.”
나름 삶의 규칙이 확실한 나타샤.
“오빠가 해줄게.”
“정말? 오빠 요리사야?”
“어.”
“와아아아아! 요리 잘하는 남자 멋있어. 내가 읽은 것들 중에 ‘우리 오빠는 낮요밤짐’이라는 책이 있거든. 거기 남주가 아주 죽여.”
나타샤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낮요밤짐?”
베커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묻는다.
“낮에는 요리사 밤에는…… 짐승. 으흐흐흐흐.”
음흉하게 웃음을 흘리는 나타샤.
“…….”
아린의 얼굴이 금세 빨개졌다.
자신은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책에 관한 대화.
그러나 머릿속에는 선명하게 이야기 내용이 그려졌다.
“언니 입문해볼래?”
“어?”
“아공간에 아주 죽이는 것들 많아. 언니는 신분이 특수하니까 ‘천재여황후의 귀환’이라는 거 읽어봐. 이게 무슨 내용이냐면…….”
신이 나서 떠들기 시작하는 나타샤.
“아…… 어! 그, 그렇구나…….”
아린은 자신도 모르게 수다쟁이 나타샤의 말에 빠져들었다.
상상치도 못한 연적의 등장.
어쩌면 나타샤와의 생활이 생각보다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아린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
“이제 안심돼. 나타샤가 맹약했으니 안전하게 지켜줄 거야.”
“나 때문에…….”
“아니야. 아린 때문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야.”
남자가 어느 때보다 확고한 말투로 말했다.
나타샤의 신분을 알게 됐다.
다행히 우려했던 블랙 드래곤은 아니었다.
그래도 충분히 위험 요소를 갖고 있는 드래고니아였다.
“…….”
아린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언제나 고마운 남자.
자신을 위해 드래고니아와 맹약을 맺었다고 고백했다.
아침 식사는 조용히 끝났다.
베커 공작이 아공간을 열고 싱싱한 식재료들을 꺼내 처음 보는 요리를 만들어 냈다.
제국 황실 요리사들도 흉내 못 낼 만큼 신기한 요리들이 많았다.
아린이 감탄할 정도로 대단한 맛을 자랑했다.
나타샤는 정말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그리고는 아린이 쓰고 있던, 과거 왕비가 사용하던 방을 차지한 뒤 잠을 자러 갔다.
그사이 두 사람만 남게 됐다.
향기 그윽한 차를 나눴다.
폭풍 같은 사건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났다.
이제는 누구도 크로얀 제국의 부흥군을 만만하게 여기지 않게 됐다.
마탑도 왕국도 무릎을 꿇었다.
“포고령을 발표해야 할 것 같아. 크로얀 제국 황실 이름으로.”
“포고령요?”
아린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신전에 대한 포고령 때문에 지금 성문 앞에 대신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연이어 터트려야 하는 포고령.
황제의 명으로 작성되기에 그 파장이 예상보다 클 것이다.
“새해에 황실에서 모든 왕들과 대귀족들에게 신년 하례식을 받겠다고 말이야.”
“!!!”
아린의 눈동자가 더할 나위 없이 커졌다.
제국 시절 빼놓을 수 없는 큰 행사들 중 하나다.
신년 하례식과 황제 탄신일에는 왕국과 대귀족들 모두가 무조건 참석했다.
거부하는 자는 반역자로 낙인찍혔다.
제국 황실의 위엄을 만방에 선포하는 날이었던 것이다.
“이제 때가 됐어.”
베커의 목소리에 강하게 힘이 실렸다.
덩달아 아린의 주먹이 파르르 떨렸다.
꿈에서도 그리던 제국의 완벽한 복원이었다.
그날이 도래한 것이다.
“……고마워요. 진심으로.”
아린이 옆에 앉아 있던 베커의 품에 안겼다.
사라락.
단단한 팔로 부드럽게 안아주는 베커.
“잠시 다녀올 곳이 있어. 그때까지 잘 있어.”
“네……. 기다리고 있을게요.”
아린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황실수호공작.
잠깐의 이별이 있을 거란 걸 이미 아린은 알았다.
눈빛이 부딪쳤다.
그리고.
뜨거운 태양의 열기를 품은 입술이 아린의 입술에 닿았다.
눈을 감는 아린.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조금 전 식사 중 나타샤가 얘기한 이야기 제목이 떠올랐다.
‘내 남친은…… 본능의 지배자.’
***
파앗!
한순간 빛이 터졌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잠깐 어지러웠다.
그리고.
– 카르마 포인트가 대폭 차감됐습니다.
초보자 보호 기간이 끝났다.
정가대로 차원 이동비가 정산됐다.
비용이 만만치 않다.
나도 모르게 차감된 비용을 겨우 메웠다.
원금과 이자를 포함한 일부 상환.
지구에서 벌어들이는 수익과 이계에서 여러 사건을 해결하고 받은 비용이 투입됐다.
“……시간이 흘렀다.”
러시아 내 나의 영지 상공.
휘이이이잉.
차가운 바람이 피부를 자극하며 불어왔다.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었다.
그만큼 이 동네는 겨울이 일찍 찾아온다.
둘러보는 곳곳에 눈이 쌓였다.
“하아아아아아.”
폐부 깊숙이 숨을 들이켰다.
지구와 이계는 공기부터가 달랐다.
자연의 기가 이계보다 약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지구는 누가 뭐라고 해도 나의 고향 별이다.
“무슨 일은 없었겠지?”
– 이곳은…….
샨트리아가 공기가 바뀐 낯선 기운을 알아챘다.
“내 고향.”
– 설마…… 이계입니까?
“어.”
– 아!
샨트리아가 진심으로 격한 탄성을 터트렸다.
드래곤도 차원 이동만큼은 마음대로 할 수 없다.
– 영광입니다. 죽어서 타 차원을 와보다니.
샨트리아가 격하게 감동했다.
“천천히 즐겨.”
– 넵! 마음껏 눈에 담고 즐기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샨트리아는 용감했다.
나와 통하는 데가 꽤 많다.
스으윽.
별장의 내 방으로 갔다.
아무도 찾아오지 못하도록 마법이 발현돼 있다.
유리 선배도 들어올 수 없었다.
충전기에 꽂혀 있는 스마트폰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스륵.
화면을 켰다.
그 순간 보이는 부재중 전화.
“1379통?”
무려 1379통의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스르륵.
쌓인 메시지도 장난 아니다.
비밀번호를 풀었다.
맨 처음 눈에 들어온 최근 메시지.
– 회장님! 어디 계십니까! 큰일 났습니다!!!
회귀의 전설 3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