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09
208장. 레벨업
쿠라취취 쿠라라라!
카앙! 카아아앙! 쾅!
오크 떼가 몰려와 당장 성문을 부술 듯 무기로 내리쳤다.
“화살이 부족하다! 정확히 겨냥해! 발사!”
성벽 위에 올라 선 탈만의 목소리가 거칠게 울렸다.
저녁부터 시작된 전투는 치열했다.
“죽어 집 나온 돼지 새끼들아!!!”
“좀! 가라! 가!!!”
성벽 위에서 용병들이 화살을 날리며 분전했다.
내성벽이 방어벽이 돼 줬지만 오크도 머리를 쓸 줄 아는 몬스터다.
일단의 오크들이 조잡한 사다리를 들고 빠르게 다가왔다.
수는 적어도 수백 마리.
이게 끝이 아니었다.
쿠라라라 쿠와와와와와와!
놈들이 지르는 괴성은 주변에 퍼져 있는 동료들을 끌어 들이고 있었다.
“여, 영주님. 성에 다른 분들은 없습니까?”
“보시다시피.”
현재 영주 기사는 태연했다.
‘미친놈은 아니겠지?’
제롬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영주는 질긴 육포를 질겅질겅 씹어 먹었다.
딱딱해서 물에 불려 먹어야 하는 흑밀빵을 손으로 찢어 삼켰다.
영주가 아니라 배고픈 거지꼴이다.
일행이 오크가 맹공을 퍼붓고 있음에도 동요가 없었다.
오직 빵과 육포를 씹어 먹으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눈물까지 글썽였다.
그러다 간간이 오크가 발광을 해대면 인상을 썼다.
검은 눈동자가 빛날 때마다 제롬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뭔가 사고를 칠 것 같은 분위기다.
먹을 걸 쥐고 있어 지금은 조용하지만 인품이 착해 보이지 않았다.
입고 있는 복장도 10년쯤 전에 유행했던 옷이다.
갑옷도 없는 기사가 드디어 먹는 걸 끝냈다.
이제야 스윽 자리에서 일어나 무기를 잡았다.
***
뱃속이 든든하게 찼다.
딱딱하고 질긴 육포와 빵도 이렇게 맛있었다.
굶주림은 모든 음식에 대한 반감을 없애는 지름길이 맞았다.
오크의 울부짖음과 성문이 부서지는 소리만 아니었다면 더 먹을 수 있었다.
먹는 동안 소음은 듣기 좋지 않았다.
임시로 점유하고 있지만 집 한복판이 전쟁터가 됐다.
회귀는 버프가 확실했지만 이계 차원 이동은 손익 계산서 발행이 복잡했다.
위기에 처한 상단의 목숨을 구명해 줬지만 포인트가 지급되지 않았다.
완벽하게 위험 요소를 제거하고 목숨을 구명해야 계산이 되는 것 같다.
쿠라라라라라라라라라!
오크들 울음이 예사롭지 않았다.
치안이 전혀 확보되지 않는 발암 고구마 같은 이 동네.
편안함 밤을 위해서는 저 돼지들 멱을 따는 수밖에 없었다.
타다닥.
가볍게 성벽을 뛰어 망루에 올라갔다.
영주답게 가장 높은 망루를 차지했다.
직접 제작한 화살들을 수북이 쌓아 놨다.
“!!!”
와아! 오크 새끼들……. 진짜 인상 더럽다.
그래픽 좋은 게임 속 오크들이 실제 튀어나온 것 같다.
화면용이 아니다 보니 체감되는 공포는 더욱 진했다.
검은 색에 가까운 녹색 피부는 터질 듯한 근육으로 빵빵했다.
저런 놈들과 상대하고 있는 용병들이 초라해 보일 정도다.
퍼어어억!
“크아아아악!”
오크들이 쏜 조잡한 화살이 용병 팔꿈치 피부를 뚫어버렸다.
횃불도 없는 달빛 아래서의 전투였지만 똑똑히 보였다.
붉은 피분수가 후두둑 쏟아졌다.
무식한 힘이다.
게임에서 봤던 오크 캐릭터와는 잔혹성에서 차이가 컸다.
평균 신장이 2미터를 가볍게 넘었다.
두툼한 입술을 비집고 뻗어 나온 뻐드렁니가 더럽다.
가죽으로 아랫도리만 가린 오크들의 피부는 달빛을 받아 푸른빛이 돌며 광이 났다.
흉터인지 피부인지 모를 가죽 주름이 꿈틀거렸다.
제각각 날 선 무식한 도끼와 쇠방망이를 들었다.
화살과 쇠창을 든 놈들도 보였다.
피비비빗.
오크가 발사한 화살이 옆을 스치고 날아갔다.
지능과 도구 사용능력이 인간에 밀리지 않았다.
힘과 무력, 지능까지 겸비한 개싸움 전문 파이터들이었다.
입안이 달큰해졌다.
닥친 현실에 완벽하게 적응중이다.
LOR 투자 법인의 대표이자 어둠 속 큰손 장태산은 잠깐 잊기로 했다.
이 순간만큼은 낯선 세계의 전투기사 다니엘 장!
그게 나였다.
끼릭.
활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인간의 탈을 쓰고 살면서 모기, 파리 말고 생명 있는 것을 죽여 본 적 없었다.
물론 목숨이 간당간당 할 때까지 패긴 했어도 결코 살생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꺼져! 이 으깨진 돼지들!!!”
피이잉!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가 공간을 뚫고 나갔다.
퍼어억!
꾸에에에에에엑!
직접 타격하지 않았지만 오크의 비명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손맛이 상상 이상이었다.
어깨부터 짜르르 타고 흐르는 묘한 쾌감.
목젖이 정확하게 꿰뚫린 오크는 바닥을 뒹굴었다.
이내 뒹굴던 몸부림이 멈췄다.
– 떠돌이 오크 전사를 죽여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 마나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레벨업 하셨습니다.
“!!!”
기다리고 기다리던 레벨업 알림음이 들렸다.
반갑고 놀라웠다.
오크 한 마리 죽였다고 그렇게 힘들던 레벨업이 됐다.
– 오크 척살에 신들이 기뻐합니다.
– 당신에 대한 마신들의 희망수치가 하락합니다.
마신 전쟁에서 오크들이 마신 편이라는 게 확인됐다.
신들이 뭔가 착각한 게 분명했다.
아니면 미쳤거나.
내가 게임 캐릭터 신세가 됐다.
일거수일투족은 물론 정신세계까지 염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참아야 했다.
아직은 맞짱 뜰 레벨이 안됐다.
언젠가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는 상위 신들 볼 날이 꼭 있을 것이다.
핑!
오크 궁수들이 쏜 화살이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 오늘 날 잡자! 썅!”
팟! 팟! 팟!
기계적으로 화살을 날렸다.
오크 궁수들만 노렸다.
한 달 만에 화살도 잘 쏘는 능숙한 용병 자세가 잡혔다.
회귀한 이후 얻게 된 신체 능력은 발군이다.
꾸에에엑! 꿱!
단단한 오크 가죽이 단박에 뚫릴 정도로 화살에 힘이 넘쳤다.
내공을 살짝 보너스로 담았다.
– 오크 마빡이 시원하게 뚫렸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 오크 심장에 정확히 명중했습니다. 10점 만점입니다!
– 오크 거시기에 꽂혔습니다. 명중당한 오크는 평생 발기부전에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오크 전사 마누라의 원망이 하늘을 찌릅니다. 경험치가 두 배로 획득되었습니다.
– 마나 포인트를 듬뿍 획득했습니다.
오! 대박!
포인트가 제대로 들어왔다.
지구에 돌아갈 날이 멀지 않았다.
더욱 힘을 냈다.
“크하하하하하하! 다 죽어라!!!”
폭주했다.
성벽 밑에서 시위하는 오크들은 맛좋은 먹이다.
꾸에에엑! 꿰엑! 꿱!
오크들 멱따는 비명이 화살 한 방에 한 번씩 울렸다.
“……!”
“어, 엄청나다…….”
용병들의 경외 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용병들 화살은 모두 동 났다.
먹이가 사방에 널렸다.
오랜만에 어깨뽕이 됐다.
쿠라라라라라락!
어떤 오크 놈이 뭐라고 외쳤다.
오크들이 주춤 거린다.
그리고…….
놈들이 등을 보이며 내빼기 시작했다.
꾸에엑! 꿱!
등판에 시원하게 화살 한 방씩 박아줬다.
사다리를 끌고 오던 오크들에게도 날렸다.
그리고 어느 순간.
“허엇!”
“마, 마나!”
용병들이 웅성거렸고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정신없이 날리던 화살촉이 미약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크들 몸뚱이에 박힌 화살은 꼬리까지 깊이 박히며 파르르 떨었다.
“…….”
일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꾸에에 꾸에에에…….
용맹하던 오크 전사들이 바닥을 기며 마지막 애처로운 울음을 토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오크들이 공포에 질려 퇴각했다.
용병들 모두 입을 여는 자들이 없었다.
경외에 찬 눈빛만을 보내고 있었다.
“푸하하하하하하하!
가슴 뻥 뚫리게 웃었다.
한 달간 쌓인 스트레스가 다 해소되는 것 같았다.
바라는 것은 이대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비비안과 날 공격했던 아사신 새끼들에게 이 화살 맛을 선보이고 싶었다.
– 마나 포인트를 상당히 획득했습니다.
화살만으로 족히 오십여 마리의 오크를 죽였다.
성벽에 의지한 결과였지만 쉽게 이룰 수 없는 성과였다.
– 인간들의 존경을 받는 당신에게 마나 포인트가 결산 지급되었습니다.
– 레벨업하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두 번씩이나 레벨업을 이뤘다.
***
“휴우…….”
상단주 제롬의 입에서 긴 한숨이 흘렀다.
오크들과의 전투가 끝났다.
신이 내린 축복 같았다.
“오늘밤은 편히 자도 될 것 같습니다.”
용병대장 탈만도 긴장을 풀었다.
가장 높은 망루 위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던 이곳 영주를 곁눈질로 봤다.
여전히 살짝 모자라 보였다.
하지만 역시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둘은 깨달았다.
‘조심하자……. 진짜!’
용병들과 상인, 마부들은 모두 몸을 사렸다.
성문을 열고 오크들의 가죽을 벗겼다.
비릿한 피비린내가 성안에 진동했다.
모두 다 식욕을 잃었지만 단 한 명만은 미친 듯 식탐을 부렸다.
쩝쩝 꿀꺽.
영주는 빵과 말린 육포, 건과일을 맛있게도 뜯고 씹고 맛봤다.
전투가 끝나자 영주는 또 식량을 요구했다.
그리고 경건하게 야식을 먹었다.
빵 한 조각에 탄식 한 번, 고기 한 점에 눈물까지 흘리는 영주는 정신 이상자로 보였다.
그러나 누구 한 명 비웃지 못했다.
지금 목숨이 붙어 있는 이유가 다 저 식탐 영주 덕분이었다.
“끅.”
5인분의 음식을 집어 삼킨 영주가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영주님. 감사합니다. 작은 성의지만 받아 주십시오.”
기다리고 있던 제롬이 공손하게 주머니를 바쳤다.
“이게 뭔가?”
“저희들의 목숨 값입니다.”
“금화야?”
영주가 심드렁하게 가죽 주머니를 받았다.
“그, 그렇습니다.”
금화라 묻는 표정이 썩 좋지 않자 제롬이 당황했다.
무려 금화가 오십 개가 넘었다.
작은 금액이 아니다.
그러나 이곳 거지꼴 빈 성 영주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부족한 것 같았다.
“지금 가지고 있는 금화는 이게 다입니다. 오… 오크 가죽은 영주님께 모두 드리겠습니다.”
“그러던지…….”
이도 썩 반갑지 않아 보였다.
제롬과 탈만은 서로 눈치를 봤다.
영주는 화살에 마나를 담을 정도로 강했다.
보통 기사가 아니었다.
그런 그를 흡족하게 할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아직 바깥에는 오크들이 넘쳤다.
놈들이 물러날 때까지 이 성에서 안전을 확보해야만 했다.
“그런데 말이야…….”
영주가 제롬을 바라보며 은근하게 말을 건네 왔다.
“네?”
“이것 말고 다른 건 없나?”
“다른 거라면…….”
“그거 있잖아. 그거~.”
# 209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