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46
45장. 장손의 귀환
“자금이 사라졌다고?”
“법인 통장에서 인출되었습니다.”
“흔적은?”
“찾을 수 없습니다. 조세 피난처 가명 설립 법인과 계좌를 이용하고 폐쇄한 것 같습니다. 알다시피 폐쇄가 되는 순간 모든 자료가 사라집니다.”
“음…….”
HSBC 투자금융감독 이사 레오 스튜어트는 팀장 헤리의 보고에 인상을 찌푸렸다.
가공할 만한 수익률을 보이는 채무자의 자금이 사라졌다.
법인 통장 거래 흐름을 보고 파악하려 했지만 영악하게 빠져 나갔다.
“나이와 상관없는 프로입니다.”
“당연하겠지. 우리 은행에서 2억 달러를 대출받을 개인이 세상에 많지 않아.”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떻게 할 방법은 있나?”
“한국 본인 계좌 잔고도 급속도로 채워지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 자금은 어디에 투자한 거야? 4억 달러라고 했지?”
“은밀히 알아본 바에 의하면 구글 주식에 투자한 것 같습니다.”
“수익률은?”
“이제 1프로 정도입니다.”
“구글이라……, 이제 장기 투자자가 되겠다는 말인가? 그것도 아니면 한 박자 쉬겠다는 의미?”
레오의 머리는 복잡했다.
돈을 빌려준 이유는 법인 통장 계좌를 통해 은밀히 오고 가는 자금 거래를 살피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홍콩에 있던 사이 브로커들을 통해 계좌와 자금을 세탁해 버렸다.
홍콩에 있어 자금 세탁에 대해 레오는 빠삭하게 파악했다.
찾을 수 없는 미로와 같았다.
“헤리.”
“네. 이사님.”
“스티븐에게 유대관계를 잃지 말라고 전해주게. 접대도 하고 선물도 안겨주라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 뭔지 모르지만 엄청난 비밀을 쥐고 있는 친구야……. 미래를 알 수 없는…….”
투자자의 직감으로 파악하는 레오 스튜어트.
그게 끝이었다.
그의 성장이 어디까지 갈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
“짜고 치는 고스톱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법이지~ 흐흐~.”
악당 웃음을 날렸다.
쭉 치솟던 유가가 10점 만점으로 아름답게 폭락했다.
무려 20프로다.
숏포지션 덕분에 아주 대박을 쳤다.
단 며칠 만에 획득한 대단한 수익이다.
3월물 만기뿐만 아니라 6월물도 동시에 폭락했다.
시장은 심리다.
한 번 무너지자 개인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대형 기관이나 업체 소속 트레이더들도 쫄았다.
실적으로 먹고 사는 이들에게 오늘은 공포 그 자체다.
그들은 손절매로 손실을 줄여야 했다.
반대로 난 숏포지션 물량을 청산했다.
주식 공매도와 달리 숏커버링을 치지 않아도 됐다.
매도한 공매도 주식 수량을 다시 채워놓기 위한 행동이 숏커버링이었다.
하지만 선물은 미래를 놓고 벌이는 한 판의 운빨 도박판이다.
그래프 흐름을 알고 있는 나에게는 앉아서 물 마시는 것보다 쉬웠다.
이런 급등락에 개인이 걸리면 바로 선물 시장에서는 보증금 까먹고 깡통 찬다.
며칠 사이 선물 트레이더들도 위염에 걸린 자들이 많을 거다.
어렵게 벌어들인 수익을 며칠 사이 날렸을 게 뻔했다.
하지만 나처럼 모든 걸 알고 있는 자에게는 축복이나 다름없었다.
설날 휴가가 내일부터다.
마지막 선물을 거하게 받았다.
집에서 편하게 거래를 끝냈다.
6월물 거래물까지 모두 청산했다.
내가 물건을 내놓자 서로 구매하기 바빴다.
단 한 번의 거래로 본전의 두 배를 건졌다.
무려 30,000계약의 20프로 수익률로 285,200,000달러의 수익이 발생했다.
며칠 전 수익과 함께 4억 달러가 내 순수익이 됐다.
초기 자본금 2억 달러까지 합치면 무려 6억 달러.
달러가 화끈하게 비밀 통장에 쌓였다.
“설날 잘들 보내시기를~.”
토요일 아침이 밝았다.
밤새 자본금을 모두 빼놨다.
다른 투자는 멈췄다.
얼마 동안 유가를 비롯한 선물 시장은 횡보합이다.
먹거리가 적었다.
며칠 동안 민족고유의 명절을 즐길 것이다.
난 한국인이다.
그 시간에는 모두 다 잊고 가족과 해피 타임을 갖고 싶었다.
남들처럼 어머니 심부름도 하고 전도 부치고 저녁에는 맛난 음식과 함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마음에 냉정한 여유가 넘쳤다.
노바 형을 만난 뒤로 행동에 변화가 왔다.
복사 기능을 이용해 노바 형의 모든 능력을 물려받았다.
특별한 기능이 장착됐다.
바람도 천재들이나 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바이올린의 기가 막힌 연주법이 떠올랐다.
손에 바이올린이 쥐어진다면 멋들어지게 수백 곡을 악보 없이 재생할 자신감이 넘쳤다.
피아노도 보통 수준은 넘었다.
음악에 대한 조예뿐만 아니라 예술품에 대한 안목도 달라졌다.
사물을 보더라도 본질을 꿰뚫어 보는 눈이 생겼다.
손짓 하나도 부드럽고 기품 있게 변했다.
말투는 정중해졌다.
수학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
내가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수학적 사고의 깊이.
학교에서 배웠던 수학은 진짜 수학의 겉핥기 교육이었다.
사업에 대한 판단도 빨라졌다.
그리고 가장 핵심 기능이 추가됐다.
예린 선배에 대한 것들은 아릿한 추억으로 저장됐다.
이별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걸 배웠다.
수백에 달하는 여인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또 이별했던 노바 형의 이별법은 독특했다.
정말 하루쯤은 그 여인과의 이별에 목 놓아 울 만큼 아파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다음날이면 그의 눈에는 사랑에 배고픈 여인들의 눈빛이 들어왔다.
세상은 넓고 사랑에 상처받고 굶주린 여인은 많았다.
노바 형에게 스쳐 지나간 여인에 대한 애도는 딱 하루로 충분했다.
자신의 사랑을 듬뿍 받아 삶의 에너지가 다시 차오르면 자연스럽게 헤어진 여인들.
노바 형이 줄 수 있는 최대의 이별 선물이었다.
“예린 선배. 우리 내년에 봅시다.”
예린 선배에게 문자도 오지 않았다.
나와 눈이 마주쳤음에도 문자가 없다는 건 깨끗하게 잊어달라는 의미다.
당연히 깔끔하게 정리해 줄 생각이다.
내년이 되면 진짜 학교 선후배가 된다.
그녀와의 인연은 여기까지다.
세상의 수많은 이별 중 하나일 뿐이다.
찌질하게 여자 하나 때문에 인생 버리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예린 선배가 소중했던 이유는 지난 과거의 미련 때문이었다.
이제 그 엔딩을 봤다.
다시 끝난 장면을 돌리는 어리석음은 이번 생에서는 없다.
“선물은 이 정도면 되겠지?”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백화점 상품권으로 부모님과 쌍둥이 여동생들 선물을 마련했다.
아버지는 따뜻하고 가벼운 패딩과 홍삼세트, 어머니는 겨울용 코트와 명품 가방, 수입 화장품 세트, 쌍둥이들에게는 청바지와 면티, 기초 화장품을 준비했다.
내 수준에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선물들이었다.
이게 좋았다.
돈이 넘친다고 함부로 쓰고 싶지는 않았다.
상대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수준에서 준비하는 게 선물의 참된 의미였다.
“그럼 집에 가볼까~.”
예린 선배 졸업식 날 집에 가지 못했다.
부모님과 쌍둥이들이 집에 찾아왔다.
그리고 시내에서 삼겹살 회식으로 회포를 풀었다.
시험 공부하라며 부모님은 명절에 오라고 했다.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고3이다.
대학생이 되면 본격적으로 생활권이 서울로 옮겨진다.
마음 같아서는 더 부모님 곁에 있고 싶었지만 장성한 새는 둥지를 떠나는 게 이치다.
시간 날 때마다 자주 찾아뵐 것이다.
가볍게 차 키를 들고 집을 나섰다.
내 평생 처음으로 넉넉하며 평안하고 화목하게 보낼 첫 명절.
기대감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
“……, 돈의 힘은 위대하다!”
겨울 방학 동안 난 미친 듯이 바빴다.
시에 왔어도 본가에 가지 못했다.
선물 매수와 매도가 단시간에 뚝딱 이뤄지지 않았다.
시간 나면 친구들도 만났다.
부모님이 가끔 찾아왔기에 급하지도 않았다.
시장 상황에 맞춰 살짝살짝 발을 담가 매수와 매도를 했다.
주식 거래창과 비슷하게 선물 매수와 매도도 세력들과 눈치싸움을 벌여야 했다.
정리하고 나면 아침이 밝았다.
태극오행양의심법을 수련한다 해도 기초 수면은 필요했다.
수행하고 공부하고 정교한 프로그램 매매까지 짜고 나면 하루가 금방이다.
이제 곧 개학이다.
국내 주식 계좌를 놀리면 안 됐다.
머릿속의 기억을 꺼내 투자할 종목을 찾아냈다.
가끔 마이너스 수익률도 냈다.
실패자의 가면을 써야만 의심을 덜 받을 것이다.
또 다른 인생은 지난 생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바빴다.
그렇게 오랜만에 찾아온 내 고향.
“이게 우리 집이라고?”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아버지가 부동산을 이번에 대대적으로 구입했다.
자식이 서울에서 사업하다 날려 먹은 우리 옆 과수원 땅을 매수했다.
한때 우리 동네에서 돈 많다고 거들먹거리던 집안이 쫄딱 망했다.
얼마나 유세를 떨었는지 동네에서 인심을 잃었다.
그 집안 집과 땅이 경매에 넘어가려는 걸 아버지가 7억을 주고 샀다.
사과와 배, 단감나무밭이 20,000평이 넘었다.
저장창고까지 포함된 대규모 터였다.
뿐만 아니라 비어있던 마당 넓은 앞집을 구입해 싹 밀고 주차장을 만들었다.
30대가 넘는 차들이 주차할 수 있는 대형 터였다.
그곳에 아버지 엄마, 그리고 몇 대의 차가 서 있었다.
차를 주차하고 내렸다.
그리고 마주한 우리 집.
궁색의 극치였던 우리 집이 저렇게 멋들어진 고택인 줄 처음 알았다.
장맛비가 오면 비가 새던 낡은 기와집.
난방을 해도 찬바람이 숭숭 들어차던 고택.
완벽하게 변신해 멋진 자태를 뽐냈다.
낡은 기와는 검은 광택이 자르르 흐르는 새 기와로 바뀌었다.
무너져 가던 토담도 붉은 벽돌로 새로 단장됐다.
문도 안이 훤히 보이는 시원한 철문으로 바뀌었다.
“와아아…….”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본격적으로 집의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마당에는 넓게 잔디가 깔렸고, 가운데 길에는 화강암 돌이 촘촘히 박혔다.
퇴색한 마루도 사라졌다.
그 자리에 큼지막하고 시원한 이중 강화유리가 떡하니 자리 잡았다.
마루가 거실이 됐다.
종갓집 고택이라 본채만 100평이다.
그 본채 모두 낡은 창문이 사라지고 넓은 창으로 바뀌었다.
럭셔리 한옥 리조트 형태로 변했다.
내가 사용하던 사랑채도 두 배로 확장됐다.
사용하지 않았던 옆방을 터서 별장 형태가 됐다.
대충 봐도 20여 평 정도는 됐다.
“왈왈! 왈왈왈!”
집에서 키우던 잡종 똥개가 날 보고 꼬리를 흔들며 짖는다.
녀석의 집도 기와와 목재로 만들어져 멋졌다.
주인이 잘 살면 개 팔자도 피는 법이다.
“백구야, 좋냐? 나도 좋다~.”
녀석을 뒤로 하고 본채로 들어갔다.
손에는 선물이 가득 담긴 종이백을 든 채였다.
“아버지~ 어머니~ 이 집 장손 왔습니다.”
내가 왔음에도 방음이 잘 되는지 나와 보는 사람이 없었다.
본채 문을 열었다.
“오오!”
집안은 더 멋졌다.
문을 열자마자 거대한 거실이 보였다.
마루와 본채 방 하나를 뚫어 넓은 거실을 만들었다.
원목이 깔려 있는 바닥과 황토로 미장된 거실.
거실 중앙에는 두툼한 원목 협탁, 6인용 가죽 소파, 대형 텔레비전과 장식대가 보였다.
그리고 얼마 전에 찍은 가족사진이 떡하니 소파 위 벽에 걸렸다.
누가 봐도 화목하고 훈훈한 집안 풍경이다.
내가 상상만 하던 풍경이다.
‘다들 어디 간 거야?’
거실 너머 부모님이 지내던 방이 보였다.
내가 왔음에도 아무 인기척이 없었다.
“형님! 저 조금만 도와주십시오. 사업 아이템이 정말 죽입니다! 언제까지 쥐꼬리 월급 공무원으로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 돈도 많이 버셨잖아요. 동생 한 번 살려주십시오!”
셋째 작은 아버지 목소리다.
멀지 않은 미래에 공무원 비리에 걸려 퇴직당한 후 사업을 했다.
물론 쫄딱 망한다.
“오빠. 나도 돈 좀 빌려줘. 이번에 집 계약했는데 잔금이 모자라~ 형제 좋다는 게 뭐야. 비싼 은행이자 내느니 오빠에게 빌리는 게 낫잖아~ 그치?”
여우 같은 막내 고모가 어울리지 않는 애교를 부렸다.
과거에 우리 아버지가 농사 대금 100만원 빌려달라고 찾아갔을 때 밥도 안 주고 문전박대했었다.
아……, 뻔뻔한 누이 같으니.
“형, 도대체 돈이 어디서 났습니까? 동네 사람들도 그렇고 형이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모르는데……, 설마 아버지가 따로 남겨주신 돈입니까? 그거 이제 꺼내 드시는 거 아니죠?”
의심 많은 둘째 작은 아버지.
욕심이 아주 많았다.
서울에서 개인택시로 먹고살 만 했다.
과거 택시를 몰 때 사망 사고를 냈다.
그때 아버지가 회사에서 퇴직금을 정산 받아 합의를 봤다.
하지만 아버지가 어려울 때 아는 체도 안 했던 분이다.
아……, 뻔뻔한 형제 같으니.
“삼촌, 고모들 너무하세요. 명절에 오랜만에 내려와서 돈부터 얘기하시다니……, 부모님들께 부끄럽지 않으세요?”
차분하지만 분노가 담긴 어머니의 목소리.
그래 우리 엄마 오래 참았다.
그리고 나도.
자~ 이제 우리 집 장손의 권리로 시원하게 한 판 정리하러 가보실까~.
“아버지! 어머니! 이 집 장손이 집에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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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