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620)
620.
툭- 떼구르르르-
허공에 떴던 조르아의 머리가 바닥을 굴렀다.
레오는 무미건조한 눈으로 그런 조르아를 바라보았다.
“이것 참.”
자신의 머리를 주워 태연하게 원래 있을 곳에 돌려놓은 조르아가 말했다.
“조금이라도 흔들릴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조잡한 수는 통하지 않는다는 건가?”
지금 조르아가 하고 있는 모습은 다른 누구도 아닌 레오의 어머니인 레이나의 모습이다.
지금의 레이나와는 나이대가 달랐지만, 이 모습에 거짓은 없다.
말 그대로 과거의 레이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오의 검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망설이지 않을 수는 있지.’
강한 정신력을 가진 이라면 아무리 어머니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검에 일말의 주저가 없을 것이다.
영웅의 칭호를 손에 넣은 이란 그런 존재다.
‘하지만 망설임이 사라진다고 해서 거부반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야.’
하지만 레오의 검에는 아무런 감정이 담겨 있지 않았다.
오로지 상대를 베기 위한 검.
단순한 정신력이 강하거나 하는 차원이 아니다.
‘이건 하나의 경지이자 격이야.’
무구를 다루는 자로서.
또한 무수히 많은 시련을 이겨낸 영웅으로서.
눈앞의 소년이 이룩한 경지와 격은 이때까지 그가 만나온 영웅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리고 조르아는 영웅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경험.’
영웅을 강하게 만드는 건 타고난 재능도 아니며 수련과 시간도 아니다.
오로지 시련.
무수히 많은 시련만이 영웅의 격을 높인다.
그것이 바로 경험이다.
그리고 조르아는 레오가 보여준 단 한 번의 검격에서 그 경험의 편린을 엿보았다.
“너, 이제 17살이 되는 녀석 맞냐?”
조르아의 눈에 더욱 흥미가 깃들었다.
상대방의 물음에 침묵하던 레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과연.”
“응?”
“힘을 빼앗은 이의 모습이 된 건가.”
“…….”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레오를 보며 조르아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나는 안중에도 없다는 건가?”
레오는 오직 조르아의 능력을 분석하고 파악하고 있었다.
눈앞의 인간에게는 조금의 관심도 주지 않았다.
그저 토벌해야 할 존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후후. 멋지군.”
조르아가 검을 뽑았다.
“역시 너는 최고의 사냥감이다! 레오 플로브!”
화르르륵-
조르아의 검에서 붉은 화염이 치솟았다.
그 모습을 본 레오 역시 검에서 화염을 피워올렸다.
익숙하디익숙한 제르딩거의 불꽃을 바라보며 레오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머니의 불꽃.’
화악-!
조르아가 순식간에 레오와 거리를 좁혔다.
화르륵-!
목을 노리고 휘둘러지는 검.
레오는 그대로 조르아의 검을 쳐냈다.
까앙-! 화르르륵-!
검과 검이 교차하며 불꽃을 토해낸다.
고오오오오오오-!
레오의 눈이 꿈틀거렸다.
“어떠냐? 멋지지 않나? 네 어머니의 불꽃은!”
조르아의 눈에 희열이 차올랐다.
“네 어머니! 레이나 제르딩거의 불꽃은 특별하다! 내가 보아 온 그 어떠한 불꽃보다도!”
콰아아아아-!
불꽃이 화력을 더해간다.
그와 함께 레오의 불꽃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레이나 제르딩거의 불꽃은 강한 의지에 반응하여 타오른다! 그 화력은 끝없이 상승하지!”
레이나의 불꽃이 레오의 불꽃을 더욱 빠르게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힘 싸움에서는 불리하다고 판단한 레오가 검을 거칠게 밀어냈다.
채앵-!
검과 검 사이의 공간이 생겨났다.
그 찰나의 순간.
카가가가가가각-!
눈 깜짝 할 사이에 수십 합의 공방이 오갔다.
레오의 검을 조르아가 방어해 갔다.
그 과정에서 조르아는 반격을 하지 못했다.
검술에서 명백하게 우위를 차지한 건 레오였다.
“굉장하군! 굉장한 검술이야! 어떻게 그 어린 나이에 그만한 검술을 손에 넣은거냐!”
조르아가 감탄했다.
검술로 완벽하게 압도당했다.
“그런 재능이 있는데 노력까지 하다니! 정말로 존경스러울 정도로군!”
조르아의 몸에서 화염이 일렁였다.
“하지만!”
쿵-!
조르아가 왼발로 바닥을 찍었다.
그걸 본 레오의 눈이 꿈틀거렸다.
주변의 공기가 조르아의 발끝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것이 무슨 조짐인지 안 레오가 마력을 일으켰다.
콰가가가강! 화르르르륵!
조르아의 중심으로 대폭발이 일어났다.
빨아들인 공기를 순식간에 연소시키며 주변 일대를 날려 버렸다.
드넓은 플로브 저택의 정원이 순식간에 잿더미도 남지 않고 타 버렸다.
“후후후후.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노력은 무의미하다.”
조르아가 레오를 바라보았다.
치이이이익-!
레오의 몸을 감싼 물방울을 본 조르아의 눈이 이채가 띠었다.
“호오? 처음 보는 마법이군. 별의 마법인가?”
물의 갑옷.
루나가 에레보스와의 전투를 상정하여 만든 방어 마법이다.
화염 마법에 강력한 내성을 부여해 주었다.
하지만 루나는 이 마법을 실패작이라 여겼다.
정작 에레보스의 화염 앞에서는 무력했기 때문이다.
“그 마법, 탐나는군.”
조르아가 눈을 반짝였다.
“조금 전 공격.”
“응?”
“제르딩거의 불꽃과는 조금 달랐는데?”
“드디어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건가?”
히죽- 웃은 조르아가 말했다.
“그래. 제르딩거의 불꽃만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힘이지. 하지만 나는 다르다.”
“나의 진정한 재능은 타인의 능력을 빼앗는 게 아니다! 어떠한 능력이든 한계 이상의 힘을 낼 수 있다는 것이지!”
조르아의 눈이 반짝였다.
“이 불꽃 역시 마찬가지다! 이 불꽃은 특별하지! 하지만 레이나 제르딩거가 특별하지는 않아!”
반짝이던 조르아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했지. 힘을 잃고 더욱 고결한 존재로 거듭날거라 생각했어. 하지만 힘을 잃자. 지천에 널리고 널린 평범한 인간으로 전락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야.”
고개를 설레설레 졌던 조르아가 빙긋 웃었다.
“하지만 괜찮아. 레이나 제르딩거의 그 고결했던 모습은 이제 나에 의해 후대에 전해질 수 있게 되었다. 레이나 제르딩거뿐만이 아니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특별한 영웅들이 나로 인해 영원히 후대에 전해지게 될 것이야.”
“그딴 헛짓거리에 의미 따윈 없어.”
“의미가 없다고? 아니! 틀렸다! 나는 그릇이다!”
조르아가 양팔을 벌렸다.
“무수히 많은 영웅이 내 속에서 살아간다! 나는 무수히 많은 영웅이 되어 보다 완전한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다!”
주먹을 움켜쥔 조르아의 눈이 빛났다.
“영웅들은 스스로의 가능성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그들이 끌어내지 못하는 힘의 가치를 오직 나만이 끌어낼 수 있다! 주인을 잘못 만났던 가능성들이! 나로 인해 완전하게 개화하는 것이란 말이다!”
탐욕으로 번들거리는 조르아의 눈이 레오를 향했다.
“그리고 내 능력의 마침표를 찍어줄 능력이 바로 레오 플로브! 너의 올 클래스 능력이다!”
손가락으로 레오를 가리킨 조르아가 미소 지었다.
“모든 클래스의 능력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힘! 그 힘만 손에 넣으면 나는 진정한 올 마스터로 거듭난다! 완벽한 존재! 즉! 신이 되는 것이지! 그러니 레오 플로브!”
조르아가 힘 있게 말했다.
“너의 힘을 나에게 다오! 그것이야말로 세계가 구원받을 길이다!”
레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조르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헛웃음을 터트렸다.
조르아가 내비치는 끝 없는 탐욕.
그리고 사령왕의 힘으로 되살아난 덕에 풀풀 풍기는 망령의 악취.
어느 것 하나 맑은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하지만 조금 전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조르아의 눈은 한 없이 맑았다.
놀랍게도 그 눈에는 조금의 사심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하는 일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타인의 힘을 빼앗기 위해 무수히 많은 영웅을 살해하고.
세계를 배신한 끝에 죽음에 이르러 사령왕의 노예가 되었음에도.
그는 자신이 절대적인 선이라 여기고 있었다.
그것은 하나의 신념이었다.
자신이 완벽한 존재로 거듭난다면 세상이 구원받을 것이라는 절대적인 믿음.
“미칠 거면 곱게 미칠 것이지 지저분하게도 미쳤군.”
“후…… 한 없이 완벽에 가까운 너도 결국에는 내 원대한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군.”
조르아는 진심으로 탄식을 내뱉었다.
그런 조르아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네가 정말로 세계를 구할 수 있다면. 이깟 올 클래스 능력 따윈 얼마든지 주지.”
“이깟……? 지금 그 고귀한 능력을 모독하는 거냐?”
조르아의 눈이 꿈틀거렸다.
“운 좋게 그 능력을 타고난 주제에…… 그것이 얼마나 행운인지도 모르는 우매한 놈.”
그 말에 레오가 피식 웃었다.
‘그래. 내가 아니라 리시나스나 루나…… 아르온과 드웨노가 이 능력을 타고났다면 지금의 역사는 달라졌을지도 모르지.’
자신보다 더욱 영웅다운 친우들을 떠올렸다.
분명 자신보다 더 순수의 힘이 어울리는 이들은 있었다.
레오에게 있어 이 능력은 축복과는 거리가 멀었다.
‘결국에는 쉬지도 못하고 나 혼자 개고생을 해야 했으니까.’
오히려 저주였다.
모든 이들을 떠나보내고 혼자 남게 된 저주.
하지만…….
“빼앗은 능력으로 우월감을 느끼는 병신한테는 아까운 능력이지.”
“뭐라고?”
“넌 네가 빼앗은 능력들이 주인을 잘못 만났다고 떠드는데.”
레오가 비웃음을 날렸다.
“주제 파악하시지. 네가 강탈만 하지 않았어도 네가 빼앗은 능력들은 원래 주인의 손에서 더욱 빛나고 있었을 거다.”
“멋대로 떠들긴!”
“그렇다면 왜 토루아의 능력은 활용을 하지 못 하지?”
환생한 후.
레오가 지금 시대에 살면서 본 이들 중 싸우게 된다면 가장 까다로우리라 여긴 이는 다름아닌 토루아였다.
물론 토루아보다 강한 이는 많다.
하지만 먼 훗날.
토루아가 자신의 가능성을 완전히 개화시킨 후라면.
‘별로 싸우고 싶지 않아.’
이유는 간단했다.
그녀는 전투에 사용하는 주문이 모두 고유 마법이기 때문이다.
무수히 많은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고유 마법은 토루아 본인이 마법 연구를 좋아했기에 얻게 된 부산물들이다.
하지만 효율이 좋다고는 할 수 없다.
‘고유 마법은 보통마법이 가지지 못한 능력을 발휘할 때 진정으로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는 게 마법계의 생각이니 말이야. 하지만 가짓수가 많아지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우선 디스펠 마법이 어려워진다.
보통은 마법 발동시 생성되는 파동을 읽고 어떠한 마법인지 유추한다.
하지만 고유마법은 말 그대로 그 사람만의 고유한 마법.
마력 파동에 대한 정보가 없는 마법이기에 예측이 불가능하다.
마법사를 상대할 때.
마법을 예측하지 못하는 건 정말로 끔찍한 일이다.
“네가 토루아의 능력을 빼앗은 건 그 능력이 탐나서 였겠지? 그런데 넌 토루아의 마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나?”
토루아의 능력은 재능이 아닌 노력의 결과물이다.
능력을 빼앗은 것만으로는 쓸 수 없다.
“네 진정한 재능이 다른 이가 가진 힘의 진짜 능력을 끌어내는 거라고? 웃기지 마.”
레오는 이런 타입을 철저하게 짓밟는 법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레오는 진심으로 조르아를 비웃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어린아이가 뛰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야. 그런데 가끔 있어. 그런 어린아이를 보고 뛰지 못한다고 개탄하는 덜떨어진 어른이. 그걸 보고 자신이 어린아이보다 우월하다고 착각하는 머저리가.”
자신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는 신념을 깨부수는 것.
“네가 뭔가 대단한 놈 같아? 아니.”
조르아의 얼굴이 점점 굳어갔다.
“넌 그냥 남의 능력에 빌붙는 것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쓰레기일 뿐이야.”
레오가 빙긋 미소 지었다.
“내가 지금부터 그걸 증명해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