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381
* * *
스르르-.
눈꺼풀이 천천히 올라갔다.
몸이 허공에 붕 뜬것처럼 느껴졌다. 살갗에 느껴지던 공기와 주위의 요란한 소리도 사라졌다.
‘환각 같은…….’
유원은 자신의 목을 매만졌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확실히 이곳은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환각 따위는 아닌가.’
꿈틀-.
유원의 머리 위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시선을 위로 들어 보니, 익숙한 녀석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바아-.”
‘단풍?’
주위에 있는 모두가 사라진 가운데, 단풍이만이 유원의 머리 위에 서 있었다.
아무래도 함께 이곳에 온 모양.
그런데 이상하게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유원과는 달리 단풍은 멀쩡해 보였다.
“바아, 바아아-.”
‘대체 뭐라고 하는 거…….’
바스락-.
그때.
눈앞에 펼쳐져 있던 까만 도화지 위로, 새로운 그림이 나타났다.
수분이라고는 한 방울 없는 풀잎들이 스치며 마른 소리를 냈다. 유원의 눈앞에 새까만 숲이 펼쳐지고, 우거진 수풀 사이사이로 바람이 지나쳐갔다.
떠오르는 단어는 하나뿐이었다.
‘검은 숲.’
유원은 이런 광경을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아마도 그건.
스으으-.
눈앞에 있는 이 녀석을 만났을 때였을 것이다.
검은 숲에서 두 개의 눈동자가 떠올랐다. 몸을 웅크리고 있던 염소가 유원과 단풍을 바라보고 있었다.
메에, 메에에-.
메에에에-.
검은 숲에 사는 염소와 숲 곳곳에 퍼져 있는 새끼 산양들.
그 산양들의 메아리에 유원의 정신이 아늑하게 멀어져 갔다.
그런데 그때.
툭-.
“바아-.”
단풍이 유원의 머리를 툭툭 건드렸다.
서서히 멀어지던 정신이 돌아왔다. 유원은 고개를 한 번 흔들어 보이고는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단풍이 유원의 손등 위로 사뿐히 올라왔다.
“알았다. 정신 차리마.”
목소리가 나왔다.
유원은 숲 안으로 걸어갔다. 저 숲에 웅크리고 있는 슈브 니구라스를 향해서.
저벅-.
메에, 메에에에-.
숲의 한가운데로 걸어가자 새끼 산양들의 눈빛이 유원에게로 모아졌다.
주위에 떠오른 붉은 눈빛들이 유원을 위협했다. 녀석들은 발 한 걸음, 말 한 마디라도 잘못했다가는 벌 떼처럼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검은 숲의 끝에 도달하자.
고오오오-.
그곳에서는 거대한 염소가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슈브 니구라스.’
꿀꺽-.
여기서 만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절로 마른침이 삼켜졌다.
담이라면 결코 약한 편이 아니었건만.
이 존재 앞에서 스스로가 작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마아아-.
검은 숲에 사는 염소가 고개를 숙이며 울음소리를 흘렸다. 눈빛에서 흐른 광기가 유원의 몸을 짓눌렀다.
위협적이지만 유원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건, 진짜 슈브 니구라스가 아니라는 것을.
거대한 염소의 눈동자 속에 유원의 담겼다.
자신을 여기로 부른 이유가 무엇일까.
한동안 슈브 니구라스의 눈을 바라보고 있던 유원은 그 큰 눈동자의 정중앙에 무엇이 있는지를 발견했다.
‘내가 아닌가.’
“바아-.”
슈브 니구라스가 관심을 가지는 건, 역시 유원이 아닌 단풍이었다.
-니알라의 말대로군.
익숙한 이름이었다.
유원이 놀라 주위를 돌아보았다. 목소리는 시스템처럼 자신의 머릿속에 직접 들어왔고, 주위에 있는 건 어린 산양들뿐이었다.
그렇다는 건.
“네 목소리냐?”
이 목소리가 슈브 니구라스의 것이라는 뜻이었다.
대답은 없었다. 마치 자신의 목소리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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