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484
* * *
마아아아-!
염소의 울음소리가 하늘을 흔들었다.
땅이 무너지고, 염소의 광기가 탑에 번져 나갔다. 근두운을 타고 하늘로 날아오른 손오공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이건…….”
광기를 낳는 염소.
슈브 니구라스의 이름이었다.
손오공은 슈브 니구라스와의 싸움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염소의 울음소리에 더 격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지금 신경 쓸 곳은 거기가 아니다.”
콱-.
유원은 그런 손오공의 어깨를 붙잡아 시선을 다시 이쪽으로 돌렸다.
어딘가 불만스러운 표정이었지만 손오공은 곧 순응했다. 반면, 헤라클레스는 분신이 만든 근두운에 탄 채 얌전히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럴 리 없는데, 라는 생각이 든 순간 아니나 다를까.
어깨가 잘게 떨리는 게 보였다.
‘눈치챘나.’
헤라클레스 역시 벼락의 힘을 가지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마도 그는 저곳에서 싸우고 있는 게 누구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리 팔짱을 끼고 있는 건 아마.
‘금방이라도 뛰쳐나가려는 걸, 스스로 막고 있는 건가.’
지금 이 자리에서 자신이 할 일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유원은 헤라클레스에 의해 무너진 땅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무너진 땅 아래.
무엇인가가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기이잉-.
황금색으로 물든 유원의 눈동자가 빛을 발했다.
“온다.”
고작 한 단어.
그 말에 모두가 긴장했다.
“우보 사틀라가.”
구구구구-.
무너진 땅 아래.
수많은 기척들이 느껴지는 것과 동시에-.
푸화아악-!
거대한 보라색의 기둥이 위로 솟구쳐 올랐다. 그 충격에 천지가 뒤흔들리며 주위에 흩어져 있던 니벨룽겐의 기사들이 놀라 소리를 질렀다.
“피해라-!”
“뭔가 온다!”
아니.
이미 왔다.
쿠르르르르-.
하늘로 솟아 오른 보라색의 거대한 무언가로 인해, 니벨룽겐의 땅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지 헤라클레스가 휘두른 곤봉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충격으로 인해 깨어난 어느 존재로 인해, 땅이 움푹 꺼지고 있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아아아아-!
-우우우-.
그렇게 무너진 땅 아래에서는 사람이되 사람이 아닌, 또는 괴물이되 사람으로 보이는 존재들이 나타났다.
길이를 다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촉수들이 나타났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니벨룽겐의 기사들에게 그것은 마치 하나의 파도처럼 느껴졌다.
꿀꺽-.
“보라색…….”
“아우터…… 들인가?”
슈브 니구라스의 등장 이후, ‘아우터’라는 이름은 랭커들 사이에서 많이 퍼져 나가 있었다.
더욱이 보라색은 그들을 상징하는 색깔이 된 바.
미리 아는 것과 모르던 것의 차이는 컸다. 다행히도 니벨룽겐의 기사들은 하나둘, 적의 존재를 알아차리고는 놀란 마음을 가다듬고 전투를 준비했다.
고오오오-.
니벨룽겐의 땅 아래에서 튀어나온 아우터들.
그리고 태양을 가리고 하늘을 뒤덮은 거대한 무언가.
그것을 올려다본 니벨룽겐의 기사들이 긴장한 듯 중얼거렸다.
“우리가 밟고 있던 땅 아래에…… 저런 게 있었나?”
하늘 위로 떠오른 섬 하나.
아니, 섬이 아니었다.
그것은 흡사 거대한 고래 같았다.
하늘을 바다 삼아 날아다니는 거대한 고래. 구름을 가르며 헤엄치는 그것은 수많은 용들을 작은 지렁이처럼 보이게 만들 정도로 거대했다.
우보 사틀라.
‘부정확한 형태의 백치’라는 이름을 가진, 아우터.
그것이 땅속에 있다 밖으로 나온 것이다.
“커져라-.”
가장 처음.
“여의.”
투쾅-!
손오공이 싸움의 시작을 알렸다.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니벨룽겐의 기사들이 놀라 여의봉이 솟아오른 곳을 바라보았다.
우보 사틀라를 향해 날아가는 여의봉들.
거기에 더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우보 사틀라를 향해 용들이 이빨을 드러냈다.
캬아아아-!
키에에-!
용.
그리고 손오공의 분신들.
그들이 공격을 개시하자, 니벨룽겐의 기사들도 칼을 들기 시작했다.
“뭐가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저것들을 막아-!”
니벨룽겐의 기사들이 우보 사틀라와 함께 잠들어 있던 아우터들을 향해 칼을 휘두르고, 마법을 퍼붓기 시작했다.
스걱-.
펑, 콰르릉-!
수천 명의 랭커들.
그리고 수천의 용들.
공공의 적이 출현함에 따라 용인(龍人)전쟁으로 서로를 공격했을 두 세력이 함께 손을 잡게 된 순간이었다.
* * *
거대한 고래가 하늘을 꿈틀거린다.
그 모습을 잠시 올려다보며 유원이 생각에 잠겼다.
‘저렇게 생겼었군.’
우보 사틀라.
녀석을 만나는 건 벌써 세 번째였다.
미래에서 한 번.
그리고 100층의 시험에서 ‘이계의 대적자’를 얻을 때 한 번.
[‘이계의 대적자’가 ‘우보 사틀라’에 대적합니다.] [‘이계의 대적자’가 이계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합니다.]세 번째.
결코 적지 않은 횟수였다.
그래서 그런지 유원은 우보 사틀라에 대한 의구심이 더 크게 들었다.
과연 시스템은 왜, 녀석을 처치하는 시험을 내렸을까.
이계검.
이계의 대적자.
그리고 단풍이까지.
과거로 돌아온 자신에게 대체 왜 이런 것들이 자꾸 찾아오는 것일까.
운명 같이 불확실한 걸 믿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정도 우연이 계속해서 중첩이 되면, 안 믿으려고 해도 믿을 수밖에 없게 된다.
“뭐 하냐?”
손오공이 유원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유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바깥쪽은 잘 부탁한다.”
“아직도 그건 불만이다. 왜 내가 아니라 저놈인지.”
“다수와의 싸움은 아무래도 네가 더 나을 테니까.”
입술이 삐죽 나온 손오공은 처음 이야기를 나눌 때부터 줄곧 이런 반응이었다.
다행이라면 아우터와의 싸움에서만큼은 그 역시 고집을 피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바깥의 상황은 손오공이.
그리고 우보 사틀라의 안쪽으로는 유원과 헤라클레스, 그리고 판도라가 들어가게 될 예정이었다.
“근두운 하나만 빌리자.”
“하나로 셋이 다 타려고?”
몽글-.
유원의 발밑에서 구름이 생겨났다.
그건 저 멀리서 여전히 팔짱을 끼고 있는 헤라클레스의 발밑에도, 그리고 판도라의 발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편하게 타고 가라. 니들끼리만 재밌지 말고 가능하면 얼른 돌아오고.”
그 말과 함께.
따악-.
푸화악-!
손오공이 손가락을 튕기자, 세 사람이 탄 근두운이 같은 방향으로 날아갔다.
하늘에 떠오른 거대한 고래.
우보 사틀라의 입속을 향해서였다.
그렇게 이동하는 세 사람을 보며, 손오공은 여전히 삐죽 내민 입을 벌려 툴툴거렸다.
“부럽다, 부러워.”
그렇게 중얼거린 손오공의 시선이 니벨룽겐의 기사들과 싸우고 있는 아우터들에게로 옮겨졌다.
하나의 이름을 수십, 수백 개로 쪼개어 나눠 가진 잔챙이들.
녀석들은 우보 사틀라의 기생충과 같은 녀석들이었다.
그 숫자나 이름의 크기가 결코 작지 않다지만, 역시 성에 차지는 않았다.
“그래. 오늘은 이 정도로 만족하자고.”
힐끗, 손오공의 붉은 눈동자가 우보 사틀라의 몸에 가려져 언뜻언뜻 드러난 하늘로 향했다.
그래.
지금부터 너무 성급할 필요 없다.
앞으로는 더 큰 싸움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 다시 온몸이 부서져라 싸울 수 있게 되겠지.
* * *
근두운을 타고 한 자리에 모인 유원과 헤라클레스, 판도라는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급히 불을 밝혔다.
파지짓-!
세 사람의 머리 위로 떠오른 전격의 구 하나.
헤라클레스가 만들어 낸 전격의 구체를 보며 유원이 작게 감탄했다.
“이젠 제법 익숙해진 모양이다?”
헤라클레스가 몸 쓰는 것 외에 다른 일을 다 하다니.
매번 주먹에 감아 휘두르거나 뻗는 것만 보다가 이런 식으로 벼락을 사용하는 걸 보니 새로웠다.
“주먹에 감는 것보다 이게 훨씬 쉽다.”
“그러냐?”
“길은? 아는 거냐?”
유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략적인 길이라면 기억했다. 벌써 두 번이나 걸었던 길이니, 아마 큰 틀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당분간은 쭉 직진만 하면 될 거다.”
“어려울 건 없겠군.”
“그래. 어려울 건 없지.”
우보 사틀라와의 싸움에서는 헤라클레스의 힘이 필요했다. 녀석의 본체인 석판을 찾으려면 여러 갈래로 흩어져 움직여야겠지만, 지금은 그 정도 여력이 없었다.
“그럼 서두르지. 지체돼서 좋을 건 없으니.”
평소답지 않게 헤라클레스는 먼저 나서서 움직였다.
움찔거리던 몸을 묶고 있던 팔짱도 어느새 풀어 헤친 상태였다. 아무래도 마음이 조금 급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아마, 그 이유라고 한다면 밖에서 싸우고 있는 제우스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세 사람은 우보 사틀라의 둥지를 따라 움직였다.
쿠르릉-.
콰웅-!
직선으로 뻗어 나가는 주먹.
둥지 안쪽에서 튀어나오던 아우터들이 갈기갈기 찢겨져 날아갔다.
손에 쥔 곤봉을 쓸 필요도 없었다.
한 걸음 뒤에 서서 따라붙은 유원은 따로 할 일도 없었다.
판도라 역시 손 놓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왜 그렇게 제우스가 헤라클레스의 완성에 목을 맸는지, 조금 알 것 같네.’
기간토마키아.
그 큰 전쟁을 일으키면서까지 제우스는 헤라클레스의 완성을 위해 노력했다.
벼락의 힘을 사용하는 헤라클레스는 유원을 비롯한 동료들의 계획에도 없던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서 헤라클레스가 벼락의 힘을 사용하며 아우터들을 해치우는 모습을 보니, 제우스의 공이 절대 헛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벼락의 힘을 뿜어내는 헤라클레스와 함께하는 둥지 공략은 실로 편안했다.
파짓, 치지지-.
그렇게 또다시 한 바탕.
둥지 안쪽에서 밀려 들어오는 우보 사틀라의 기생충과 같은 아우터들을 제압한 헤라클레스가 물었다.
“차라리 내부에서부터 부숴 놓는 건 어떠냐?”
그러고 보니 이 얘기를 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헤라클레스의 질문에 유원은 그의 등 뒤로 저 멀리, 막혀져 있는 벽을 보았다.
슬슬 목적지에 가까워진 모양이었다.
“석판을 부수기 전까지 이 녀석을 잡는 건 불가능하다.”
“시도는? 해 봤나?”
“궁니르에도 뚫리지 않는 녀석이다. 안쪽에서부터 파괴하는 건 물론이고, 바깥에서 뚫는 것도 불가능해.”
“그럼 결국, 네가 말한 그 석판의 파괴 외에는 방법이 없는 거군.”
“그래. 그렇긴 한데…….”
유원의 시선이 자신의 등 뒤에 바짝 붙어 있는 판도라에게로 향했다.
여기까지는 어떻게든 바로 달려왔다. 이대로 우보 사틀라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석판을 찾아 부순다면 목적은 달성하는 셈이었다.
하지만 목적이 단지 그것뿐이라면 굳이 판도라를 이 위험한 곳까지 데려올 필요가 없었다.
“……?”
눈이 마주치고도 한참 동안 유원이 말이 없자, 판도라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을 깜박였다.
왜 그렇게 보느냐는 표정이었다.
유원은 고개를 저으며 다시 눈앞에 있는 벽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다시 여기까지 왔다. 공략 방법이 알려진 만큼 우보 사틀라를 잡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니지만, 단지 녀석을 잡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부디…….’
유원은 속으로 간절히 바랐다.
운명 같은 게 정말 있는 거라면.
그리고 그 운명이란 게, 자신을 정말 이계의 대적자로 선택한 거라면.
‘그녀가 읽을 수 있어야 할 텐데.’
아무도 읽지 못한 문자를, 판도라가 읽을 수 있기를 바라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