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622
* * *
100층에 도달한 랭커들은 그들이 달성해 온 업적과 능력에 따라 또 다른 격을 얻는다.
‘최초의 마왕’이라는 이름을 얻은 디아블로.
‘천둥의 후계자’라는 이름을 얻은 토르.
‘대장군’이라는 이름을 얻은 이랑진군 등등…….
그들은 모두 자신들의 삶과 밀접한 이름을 지닌 신격을 얻고, 그에 따른 힘을 발휘했다.
그리고 지금.
유원은 이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자신의 격을 드러내 보였다.
“이계의 대적자?”
“아우터가 아니었나?”
회의장의 사람들은 혼란을 느꼈다.
분명 아까 전까지만 해도 슈브 니구라스의 힘을 드러냈기에, 아우터가 아닐까 생각했건만.
이젠 그와는 정반대되는 신격을 보여 주었다.
결코 양립할 수 없는 이름들.
유원은 그들의 표정에 떠오른 혼란들을 느꼈다.
“천마께서 말하신 대로다.”
유원은 곁으로 다가온 산양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난 이너다. 그놈들과 비슷한 힘을 갖긴 했지만.”
화륵-.
그리 말하며 유원은 두 눈에 마력을 끌어을렸다.
여러 종류의 스킬들이 몸에 깃들었다.
화안금정. 천마령. 거인화, 벼락…….
그밖에도,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알 법한 스킬들이 유원의 몸에서 뿜어졌다.
존재감을 한껏 드러냈다.
그 존재감이 회의장을 가득 메웠다.
작정하고 모습을 드러낸 유원의 모습은 흡사 거인과도 같았다.
이 자리에 모인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두 자릿수, 혹은 한 자릿수의 랭킹을 지닌 최상위 하이랭커들이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지금 눈앞에 나타난 유원의 존재에 담담할 순 없었다.
하나만 가지고도 최상위 하이랭커를 노릴 수 있는 스킬들.
그리고 아우터의 이름과 그들에게 대적할 수 있는 신격까지.
‘경외롭군.’
그런 유원을 보며 감탄하는 건, 비단 그를 잊어버린 사람들만이 아니었다.
꽤 예전부터 유원을 다시 떠올린 제우스 역시 마찬가지.
이렇게 가까이서 유원이 자신의 모든 걸 드러내 보인 적은 없었다.
처음 유원에게 당했을 때와 지금의 유원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저 모든 능력들을 갖춘 유원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은 딱 하나뿐이었다.
‘플레이어의 이상향이다.’
그 말 외에 달리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제우스는 유원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고 있었다.
심지어 미래에서 온갖 동료들을 겪었다.
손오공도, 헤라클레스도, 오딘도.
그 외의 모든 동료들이 지금의 유원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완벽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 더해.
‘저 능력은 아무도 예상 못했지만 말이지.’
유원은 아우터의 이름까지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회의장에 등장한 검은 숲과 산양들.
그들은 명백히 유원을 따르고 있었다.
즉, 슈브 니구라스의 능력을 얻은 셈이다.
그토록 두려워하던 존재가 이젠 같은 편이 된 것이다.
개인의 능력만 놓고 봤을 때, 유원의 능력은 실로 압도적이었다.
적이 되는 게 두렵게 느껴질 정도로.
츠츠츠-.
한순간 회의장 가득 존재감을 드러냈던 유원은 마력을 갈무리하고는 잠시 숨을 골랐다.
‘충격 요법은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처음부터 자신을 기억하고 있던 판도라는 제외하고.
이후 자신을 기억해 낸 손오공과 헤라클레스, 바루나, 아수라와 같은 자들을 보면 기억이 돌아오는 데 필요한 조건은 최소 두 가지였다.
인지, 그리고 충격.
그리고 지금, 유원은 그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아우터의 이름과 힘은 저들에게 있어서 공포나 다름없었다.
그 이름을 먼저 보이고, 그와 대립하는 신격을 드러내 보이면.
그만한 충격 요법은 아마 또 없을 것이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진 내 이름도 점점 돌아오고 있다.’
유원도 몇 년 전부터 느끼고 있었다.
아예 모르는 사람인 듯 보던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바로 불과 얼마 전만 해도 그랬다.
“저 손님,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고…….”
하수오를 팔던 상인은 유원을 의아한 눈초리로 보았다.
거리가 조금 떨어진 탓에 못 들을 거라 생각한 모양이지만, 유원은 그의 말을 확실히 들을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저도 그럽니다.”
“당신도?”
“예. 그런데 기억이 잘 안 납니다. 탑에서 흑발이 그리 흔한 것도 아닌데.”
그와 함께 있던 상인들.
그리고 그 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다.
유원의 얼굴은 꽤 알려진 편이었다.
한때 그는 한 자릿수의 랭킹까지 올라갔던 적이 있었다.
랭킹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유원의 얼굴을 알 수밖에 없었다.
그렇듯, 평범한 상인조차 유원을 조금씩 기억해 내고 있었다.
물론 이례적으로 제우스는 스스로의 힘만으로 유원의 존재를 기억해 냈다.
츠쿠요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지금.
“……그렇군.”
이랑진군은 유원의 눈에 떠오른 화안금정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유원. 그래……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어.”
손오공과 같은 눈, 화안금정.
저런 눈을 가진 플레이어는 손오공을 제외하면 한 명밖에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잊어버릴 사람이 따로 있지.”
“푸하하! 베에모트, 그 자식. 같은 놈에게 두 번이나 당한 거였구나!”
천마대전에서 유원을 겪은 미카엘과 디아블로 역시 마찬가지였다.
회의장이 떠나가라 광소를 터뜨리는 디아블로.
그 외에도 몇 명, 유원을 기억해 내기 시작했다.
유원은 하나둘, 자신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그 사이.
옅게 지워져 있던 자신의 존재가 서서히 색을 되찾아가는 느낌을 받았다.
‘돌아왔군.’
* * *
모든 이들이 유원을 기억하게 된 건 아니었다.
기억을 되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유원과 접점이 깊었던 이들.
하지만 유원은 억지로 그들의 기억까지 돌려놓으려 하진 않았다.
기억을 되찾은 반 정도의 발언만으로도 유원은 자신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대를 잊어버린 건 관리자들도 마찬가지요?”
천계의 대장군, 이랑진군은 은연중 길드를 이끄는 실질적인 장수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의 물음에 유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되면 핵심은 속도전이군.”
“같은 생각입니다.”
미카엘이 그의 말을 받았다.
“우리가 가장 유리한 순간은 첫 충돌, 한 번입니다. 그놈들이 이 녀석에 대해 잘 모를 때를 이용해야 합니다.”
“너무 성급한 게 아닐까 싶은데.”
“탑 전역에 퍼져 있는 놈들이다. 튜토리얼의 관리자가 이 싸움에 끼지 않은 걸 보면, 모든 관리자들이 적이라는 법도 없고.”
회의는 제법 길게 이어졌다.
각 길드에서 인원을 각출하고, 관리자를 직접 상대할 전력을 뽑았다.
기회는 한 번.
거기서 승기를 확실하게 잡아야 했다.
“무슨 할 말은 없나?”
회의 내내 조용히 있던 제우스가 유원에게 물었다.
그는 다른 내용에 관심이 없었다.
저런 자잘한 것보다, 유원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이 싸움의 승패가 결정 난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있지.”
“그럼 해라. 가만히 있지 말고.”
슬슬 해야 할 이야기는 다 나왔다.
이제 가장 중요한 녀석의 거취가 남았다.
“한 놈만 확실하게 잡으면 된다.”
유원은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
‘‘저 꼭대기에 있는 녀석 하나만.”
“꼭대기?”
“100층 말이냐?”
탑의 꼭대기라면 100층밖에 없다.
실제로 관리자들의 능력치 역시 위로 올라갈수록 더 강해진다고 했으니, 유원의 말을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어떤 관리자가 우리 적인지, 그걸 구분할 필요도 없어.”
유원이 언급한 건 이번 싸움에서 가장 어려운 주제였다.
모든 관리자들이 자신들의 적이 아닌 상황.
누가 적이고, 누가 적이 아닌지를 구분하는 건 방법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 녀석만 잡으면 끝날 싸움이니까.”
그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 게임의 킹은 정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런 유원의 말에.
제우스는 눈을 빛내며 입을 열었다.
“뭘 아는 거냐?”
“데바의 배신도, 천계의 반란도, 마왕의 분열도 모두 그 녀석 짓이다.”
“그 녀석?”
“위대한 꿈을 꾸는 자.”
어딘가 익숙한 느낌의 이름.
아니나 다를까.
“그 녀석도 아우터다.”
유원의 그 말에 회의장 안의 공기가 뒤바뀌었다.
그들은 이너(Inner) 였다.
십 년 전 그날 이후. 그들은 모두 아우터라면 이를 갈고 있었다.
“네 말대로면 다른 관리자들 역시 그걸 알고 있겠군.”
“다른 놈들도 그 녀석을 지키려고 할 테고.”
제우스의 말을 이랑진군이 이어 받았다.
싸움의 킹은 정해졌다.
그렇다면 다른 관리자들은 자연스레 킹을 지키는 말로 전락한다.
“믿어도 되는 거겠지?”
“물론.”
“정보의 출처는?”
“직접 만나서 안다. 저 녀석은 기절해 있어서 모르겠지만.”
유원은 그렇게 말하며 눈짓으로 제우스를 가리켰다.
위대한 꿈의 파편에 당할 뻔했던 그는 유원의 등장에 긴장을 풀고 그대로 기절했다.
그 탓에, 이후에 벌어진 자세한 상황은 알지 못했고 말이다.
“그럼 말 다 했군.”
서둘러 자신이 기절했던 사실을 넘기기 위해서였을까.
제우스는 급히 말을 돌리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목적지는 100층. 목표는 ‘위대한 꿈을 꾸는 자’다.”
* * *
유원은 신전의 천장에 올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날이 저문다.
올림포스의 정상 에서 내려다보이는 하늘은 꽤 절경이었다.
관리국의 시선이 신경 쓰여, 오래 있을 순 없었다.
당장 여기서만 해도 혹시 심부름꾼과 같은 관리국의 감시는 없을지 신경을 쓰고 있었다.
“여기 있었네.”
아래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원의 시선이 신전의 아래로 향했다.
십여 미터 아래. 판도라와 손오공, 헤라클레스가 함께 있는 게 보였다.
“아바아-.”
그리고 단풍도.
팟-.
유원이 있는 곳을 향해 세 사람이 뛰어 올라왔다.
판도라의 머리 위에 있던 단풍은 유원의 머리로 옮겨 오더니 조막만 한 손으로 유원의 머리를 툭툭 내리쳤다.
어디 가 있었냐는 뜻이다.
“뭐 하냐? 청승맞게, 여기서.”
“그냥. 하늘 구경.”
“하늘?”
손오공은 유원이 보고 있던 노을 진 하늘을 따라 보았다.
과거, 올림포스에 오래 있었던 헤라클레스에게는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손오공은 느낌이 달랐다.
“예쁘긴 하네.”
잠시 유원을 따라 하늘을 감상하던 손오공은 힐끗, 그의 눈치를 보더니 물었다.
“세냐? 그 꿈 뭐시기라는 놈.”
아무래도 회의 중 이야기를 들었던 모양.
“몰라. 여기선 얼마나 커졌을지.”
“커지는 놈이야?”
“그놈은 꿈을 먹고 자란다. 예전보단 더 커졌겠지.”
“그런 건 또 어떻게 안대.”
제아무리 눈치 없는 손오공이라 해도 유원이 특별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십 년 전 그날.
유원은 홀로 어리석은 혼돈과 요그 소토스를 상대로 싸웠고, 몇 년 동안 사라졌었다.
묘한 불길함.
유원을 보던 손오공의 눈매가 가늘게 좁혀졌다.
‘이 녀석, 설마 또…….”
“가지 마.”
꽈악-.
그때였다.
하늘을 보고 있던 유원의 옷을, 판도라가 움켜잡은 게.
“가지 마, 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