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66
“이, 이게 다 뭐야?”
“불?”
“별로 뜨겁진 않은데…….”
“다 죽은 건가?”
검게 타 버린 거미 괴물들의 시체는 지금까지 거쳐 온 다른 방들보다 훨씬 숫자가 많았다.
수십.
많게는 백 마리에 가까운 숫자였다. 덩치도 다른 방에 있는 거미들보다 커서, 어지간한 성인 남성과 맞먹는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저기 봐!”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일행의 시선이 그의 손가락 끝을 향해 갔다.
방향은 공동의 천장이었다.
그것을 목격한 남궁훈의 눈이 크게 떠졌다.
“저건…….”
“어, 엄청 큰데?”
“거미야, 저거?”
수십 개의 다리에 집채만 한 덩치를 가진 거대 거미.
불에 까맣게 탄 탓인지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녀석의 등은 수십 수백 개에 달하는 무수히 많은 눈이 달려 있었다.
“아그레아…….”
바보 천치가 아닌 이상 알 수 있다.
저 녀석이 바로 이곳의 보스.
지난 몇 년 동안 공략되지 않았다는 거미들의 여왕, 아그레아였다.
“천장에 붙은 채 죽은 건가?”
“대체 뭐가 어떻게 된…….”
탓-.
다른 일행이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남궁훈이 자리를 박차고 위로 뛰어올랐다.
벽을 몇 번 밟고 천장 위까지 올라간 남궁훈은 발로 아그레아의 시체를 걷어찼다. 그러자 천장에 달라붙어 있던 아그레아의 시체가 아래로 떨어졌다.
쿵-.
그러자 그 거대한 몸집 탓에, 잠시 공동이 흔들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남궁훈은 서서히 꺼져 가는 보랏빛의 불길 속에 서서 아그레아의 시체를 살펴보았다.
‘불에 탄 것만이 아니다.’
시체의 흔적을 보면 상대의 능력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검술에 능통한 무림계의 세가(世家)에서 태어난 남궁훈은 검술의 흔적을 알아보는 데 능통했다.
‘검의 흔적이다. 검의 길이는 4척 정도. 열기에 물러진 아그레아를 단칼에 베었다.’
검의 흔적을 확인한 남궁훈의 머릿속에 당시의 싸움이 그려졌다.
집채만 한 덩치의 아그레아.
보랏빛의 불을 다루는 플레이어.
온몸에 불이 붙어 고통스러워하는 아그레아와 그런 아그레아를 단칼에 베어 내는 플레이어의 움직임.
오싹-.
절로 등골이 서늘해진다.
만약 이 자리에 나타난 플레이어와 싸우게 된다면, 대체 어떻게 될까.
주위를 둘러보니 그을린 흔적 하나 없는 공동 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게 가능한 스킬은 들어 본 적도 없었다.
“랭커의 짓인가?”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고작 11층의 플레이어가 한 짓이라기엔 터무니없이 강하다.
하지만 그렇다 한들, 여전히 의문은 남았다.
‘랭커가 굳이 여기까지 와서 왜?’
랭커 정도 되는 자라면 굳이 아래층의 던전을 공략할 이유가 없다. 위층의 던전을 공략하면 레벨 업에도 더 신경을 쓸 수 있을 테니까.
게다가 괜히 아래층의 던전을 공략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다른 랭커들의 손가락질이나 받을 것이다.
“……돌아가야겠군.”
생각지도 못하게 빨리 발견하게 된 보스룸.
그곳은 이미 다른 경로를 통해 들어온 누군가에게 공략이 끝난 상태였다.
어쩔 수 없이 남궁훈은 던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 * *
[아그레아의 실]# 구분 : 재료
# 거미여왕 아그레아가 뽑아 낸 실. 마나에 대한 전도율과 신축성이 뛰어나다. 강철보다 뛰어난 강도를 지니고 있다.
던전에서 얻은 수확물을 확인한 유원은 머리통만 한 크기의 실 뭉치를 다시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운이 좋았네.”
스킬이나 시험해 볼까 하고 향한 던전에서 생각지도 못한 수확이었다.
‘이 정도 양이면 못해도 1,000포인트는 받을 거다. 아니면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써도 되고.’
의도치 않은 수확치고는 나쁘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기분이 좋았는데 보너스까지 따른 셈이다.
막 던전을 나온 유원은 손바닥을 펼쳐 마나를 일으켰다.
화륵-.
보랏빛의 불길이 손바닥 위로 나타났다.
열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성화는 유원이 원하는 대상에게만 효과를 발휘하는 스킬이었다.
‘기대 이상이다.’
문자로 된 스킬창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게 있다. 스킬로 만들어지고, 성화라는 힘을 얻은 이상 그것을 다루는 법은 본능에 각인된다.
하지만 그 스킬을 직접 사용해 보기 전에는 그것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다 알지 못한다. 유원은 시험이 시작되기 전, 새로 얻은 ‘성화’라는 스킬을 연습해 볼 생각이었다.
‘S+라는 랭크에 비해 위력은 그리 대단하지 않다. 숙련도가 낮으니 어쩔 수 없다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성화는 상대의 감정을 먹고 커지는 불이었다. 그것은 아우터가 가지고 있는 여러 능력들 중, 가장 무서운 부분이었다.
감정을 컨트롤하는 건 제아무리 강한 정신력을 지니고 있어도 어려운 일이었다. 두려움 또한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거미들은 불을 두려워했다. 유원이 만들어 낸 성화는 순식간에 거미들의 감정을 집어삼키고 빠른 속도로 거대해졌다.
그런 상황에서 성화는 유원이 아는 불 관련 스킬 중, 최고의 성능을 보여 주었다.
‘마력 스탯이 더 오르고, 숙련도가 오르면 성능은 배가 될 거다.’
이번 사냥에는 꽤 소득이 많았다.
10층에 오랫동안 머물며 정체되어 있던 천살성의 완성도를 높인 것도 한몫했다.
[완성도 : 91.67%]이제 천살성의 완성이 목전까지 다가왔다.
천살성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스킬이었다.
이 스킬이 완성되면 어떤 효과를 가져다줄지도 내심 기대가 됐다.
‘생각보다 더 빠르다.’
원래의 계획보다 몇 단계는 빠른 성장 속도.
물론, 여기서 만족하기엔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너무 험한 가시밭길이었다.
“응?”
숙소로 돌아온 유원은 무리를 지어 모여 있는 다수의 플레이어들을 발견했다.
그들은 자신의 방 앞에 서서 서성이고 있었다.
걱정이 한가득인 얼굴들을 하고서.
“남의 방 앞에서 뭐 하는 거지?”
저벅-.
유원이 복도를 따라 걸어오자, 그들의 시선이 유원에게로 모아졌다.
도합 여덟 명의 플레이어들.
모두 본 적 없는 얼굴들이었다.
“혹시…… 당신이 김유원입니까?”
역시나 용건은 유원에게 있었다.
이미 유원이 11층에 도착해 시험에 참여했다는 소식은 파다하게 퍼진 상태였다. 다음 시험의 팀 명단이 발표된 이상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유원은 그들의 질문에 잠시 어떻게 대답할지를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거짓말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런데?”
“저희는 당신과 같은 A팀의 시험 참가자들입니다. 전 할리만이라고 하고요.”
유원은 계속 해 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할리만은 다행히 유원이 자신의 말을 들어 줄 용의가 있다고 생각해 말을 이어 갔다.
“아시다시피 이번 시험의 대진표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상대 쪽에는 남궁훈을 비롯해 저층 구간에서 이름을 알린 여러 실력자들이 다수 있거든요.”
다 아는 이야기였다.
알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던 사실. 하지만 유원을 제외한 다른 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이미 A팀에서는 절반가량의 플레이어들이 기권을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절반은 그러지 않았죠.”
“나 때문이라는 건가?”
핵심을 짚는 질문에 할리만은 잠시 움찔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예. B팀에도 역시 대단한 실력자들이 여럿 있지만, 당신만은 못할 겁니다. 다른 절반은 팀에 당신이 있다는 걸 믿고…….”
“그게 아니라 포인트가 떨어진 거겠지.”
정곡을 찔려서일까?
할리만을 비롯한 플레이어들은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각 층의 시험을 치를 때, 플레이어들은 시험비를 지불한다. 적게는 100포인트에서 많게는 1,000포인트까지, 유원에게는 그리 부담되는 금액이 아니지만 저층 구간의 플레이어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게다가 시험에서 떨어지고 다시 재도전 하려면 그만큼 또다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저층에서는 그 막대한 시험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도중에 승탑을 포기하는 플레이어도 상당수 존재했다.
“포인트가 아까우니 포기는 못하겠고, 그래도 믿고 뒤따라갈 사람이 있어 보여서 한 번 도전해 보려는 건가?”
“무슨 말을 그렇게……!”
“우린 그저, 함께 어떻게 시험을 통과할지 의논해 보자고…….”
“그거라면 할 말은 있지.”
유원은 플레이어 무리 사이를 지나쳐 방문을 향해 걸어갔다.
“목숨 아까우면 그냥 포기해. 개죽음 당하면서까지 올라갈 만큼 저 위에 대단한 게 있는 건 아니니까.”
유원은 이미 이 위에 무엇이 있는지 안다. 그리고 랭커가 된 자들이 어떤 힘을 가지게 되는지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탑을 오르는 자들은 대부분 랭커의 힘을 동경한다. 자신도 그 힘을 가지기 위해서, 그들이 가지는 권력을 맛보기 위해서.
‘부질없는 짓이지.’
열에 아홉은, 아니 백에 아흔아홉은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다.
이번에는 더더욱 그렇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건, 나 혼자면 된다.’
이번 시험은 자신을 노리고 짜인 판이었다. A팀의 다른 플레이어들은 그 과정에 희생된 양일 뿐이다.
굳이 활활 타는 집채에 뛰어드는 불나방이 될 필요는 없다. 유원은 가능하면 저들이 시험을 포기하길 바랐다.
“더 할 말 없으면 이만 돌아가지. 우르르 몰려와서 남의 방 앞에 있는 거, 별로 보기 안 좋아.”
더 이상 할 말 없다는 듯, 유원은 방문을 열었다.
모멸감에 입을 꾹 닫고 있던 할리만은 부르르 떨리는 입술을 비집어 열었다.
“역시 당신도 포기할 거였습니까?”
이미 절반가량의 팀원들이 시험을 포기한 상황.
거기다 유원까지 시험을 포기한다면, 더 이상 가능성은 1푼도 남지 않게 된다.
“아니.”
그런데.
“난 도전할 거다.”
“예? 분명 방금은 저희에게 포기하라고…….”
유원은 방문을 닫으며 할리만을 비롯한 플레이어들을 힐끗 돌아보았다.
“그건 너희들 이야기고.”
쿵-.
방문이 닫혔다.
바로 돌아가지 않는지 밖에서는 숙덕거리는 소리가 났다. 두꺼운 문에도 귀를 기울이면 들리긴 하겠지만 유원은 그러지 않았다.
‘몇 명이나 포기하려나.’
유원이 협력하려 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도전할 만큼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도전한다면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니 조금은 도움이 될 테고.
‘생각보다 충돌이 빨라지긴 했지만…… 오히려 잘됐다.’
덫인 걸 알면서도 도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차피 올림포스는 계속해서 유원에게 시비를 걸어올 것이다. 헤파이스토스를 잡는 데 훼방을 놓는 그 순간부터 올림포스와 유원은 더 이상 양립할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덫이 클수록 관리자의 눈에 띄게 된다. 올림포스 쪽에서는 가능한 낮은 층에서 날 제거하려고 할 테지.’
시험에 깊게 관여한 만큼 올림포스 역시 위험에 노출된다. 그 사실을 알기에 유원은 덫인 걸 알면서도 부딪치기로 마음먹었다.
“해보자고.”
올림포스.
탑에서 손꼽히는 거대 길드.
이 시험은 단순히 다음 층으로 올라가기 위한 시험만이 아니었다.
며칠에 걸쳐 유원은 과거로 돌아오며 무뎌져 있던 감을 최고조로 갈고닦았다.
그러는 동안 시간은 눈에 띄게 빠르게 흘러갔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시험 날이 밝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