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120
사방이 진동하며 발밑에서 무궁무진한 대지가 나타났다.
“수(水)!”
그 대지 위로 망망대해가 나타났다.
“화(火)!”
망망대해가 불타오르면서 일곱 빛깔 화염으로 뒤덮였다.
“풍(風)!”
광풍이 포효하며 일곱 빛깔 화염을 휩쓸었다.
“사대개공(四大皆空)!”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린 사내가 두 손을 바깥쪽으로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광풍이 곧장 주작의 부리에게 달려들었고 뒤를 이어 활활 타오르는 화염이 돌진했다. 다음으로는 거센 바닷물이, 마지막으로 단단한 대지가 중년 사내의 몸을 관통해 하늘로 향했다.
한제의 심신이 바르르 진동했다. 주작의 부리나 중년 사내의 신통술과 비교하자면 수도자나 사묵자는 갓난아이 수준이었다.
꽈광!
사대개공이 주작의 부리와 충돌하자 강력한 충격이 퍼지며 화작족 성지가 무너져 내렸다. 심지어 한제도 이런 충격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을 정도였다.
“이런!”
살아남고 싶다면 당장 미리 마련해둔 퇴로를 통해 계내로 돌아가야 할 터였다. 허나 역설적으로 지금은 중상을 입은 장존을 죽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순간이었다. 만약 이 기회를 놓친다면 다시는 이런 기회가 없으리라.
평생 위험을 벗 삼아 살아온 한제로서는 이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결정을 내린 순간, 한제는 거의 반사적으로 결인을 그리기 시작했다.
하나…
주작의 부리와 가장 먼저 충돌한 광풍이 무너져 내렸다. 주작의 부리는 바르르 진동하며 요란한 소리와 함께 화염을 일으켰다. 그 충격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주위를 휩쓸었다.
그 무렵, 한제는 999개의 낙인을 그려냈다. 하늘과 땅의 기색이 변하는 사이 그의 앞에는 거대한 화골 하나가 소환됐다.
둘…
일곱 빛깔 화염이 일어나 주작의 부리를 뒤덮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주작의 부리는 또 한 번 격렬하게 흔들렸고 화염은 그대로 무너져 버렸다. 다시 거대한 충격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한제는 두 번째 조합을 이루는 낙인을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거대한 화골에는 우산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셋, 넷…
주작의 부리를 강타한 바닷물은 대량의 수증기로 화해 사방으로 퍼져 나갔고 동시에 주작의 부리 끄트머리가 붕괴했다.
“캬아아악!”
주작은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르며 거친 숨을 토해냈다.
주작의 숨결은 다가오는 대지에 달려들었다.
꽈르릉!
지금까지보다 훨씬 격렬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주작의 부리가 무너져 내렸다. 동시에 세 번째 충격이 확산되면서 수없이 많은 균열이 생겨났고 화작족 성지가 와해되기 시작했다.
주작 부리와 충돌한 대지에도 쩌적 소리와 함께 수많은 균열이 일어났다.
“쿨럭!”
장존은 피를 한 사발 토해냈다. 한데 그의 피는 피 안개가 되어 균열이 일어난 대지를 하늘로 밀어 올렸다. 그러자 붉은 안개에 뒤덮인 대지는 상상을 초월하는 기세를 품고 하늘로 돌진해 주작 원령을 내보낸 회오리를 틀어막았다.
콰르릉!
크게 진동하던 세상은 이어지는 수차례의 충격에 휩쓸리면서 결국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크아악!”
장존은 거칠게 피를 토하고는 한 차례 휘청이더니 창백한 얼굴로 몸을 홱 돌려 한제를 노려보며 한 걸음 다가왔다.
연이은 충격에 피를 토하면서도 한제는 두 손을 빠르게 움직여 낙인을 그려내는 중이었다. 이미 그의 주위로는 1백만 개가 넘는 낙인이 떠올라 있었다.
이를 본 장존의 표정이 급변했다.
“망할! 그 늙은이가 네게 그 술법까지 전수했단 말이냐!”
그는 다급히 외치며 돌진해왔으나 어느새 나타난 장천목령이 앞을 막아섰다.
장존은 인상을 찌푸리며 매섭게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무궁무진한 힘이 솟구치며 거대한 손바닥을 형성하더니 곧장 장천목령에게 떨어졌다.
콰쾅!
손바닥은 요란한 소리와 함께 장천목령을 관통해 한제에게로 돌진했다.
“아홉!”
그 순간, 한제의 오른손은 마지막 낙인을 그려내고는 피범벅이 된 살덩이로 뭉그러져 버렸다.
2백만 개에 달하는 낙인이 완성된 순간 화염 폭풍이 되더니 화골(火骨)로 이루어진 우산살과 융합해 거대한 분계고산을 형성했다.
“분계고산!”
두 눈이 새빨갛게 변한 한제가 외쳤다.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은 술법이었지만 그는 주작인 데다가 금제 방면에 워낙 탁월했기에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깨달음이 깊지 않은 탓에 위력은 다소 떨어졌지만 그럼에도 분계고산은 온 세상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한제는 체내의 생기가 빠져나가 우산에 의해 흡수되는 것을 느꼈다. 우산은 그의 생기를 힘으로 전환시켰다.
“세상을 파괴하라!”
한제는 낮게 외치며 두 손을 매섭게 휘둘렀다.
콰쾅!
우렁찬 소리가 울렸고 무너져 내리던 화작족 성지에는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작열감이 차올랐다. 동시에 한제에게 달려들던 손바닥은 우뚝 멈춰 섰다.
장존의 표정이 급변한 그때, 우산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 안에서는 세상을 멸망시킬 화염 한 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아무런 색도 형태도 없는 화염의 기운이었다.
우산이 1할 정도 펼쳐졌을 때, 가까이 달려들던 손바닥이 눈 깜짝할 사이 무너져 내렸다.
화염의 기운은 멈추지 않고 사방으로 확산됐고 그 기운에 뒤덮인 공간은 소멸되어 무(無)가 되어 버렸다.
주작 원령의 부리와 장존의 신통술이 충돌하면서 일어난 충격 역시 화염의 기운에 휩쓸려 와해됐다. 그야말로 멸세(滅世)의 힘이었다.
“이럴 수가!”
장존이 창백한 얼굴로 외쳤다. 이미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정중로월을 발휘한 것만 해도 무리였는데 또다시 주작의 원령에 중상을 입었다. 한데 가까스로 원령을 봉인하자 이제 한제가 분계고산을 발휘했다. 그로서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결인을 그리더니 두 손을 크게 휘둘렀다.
극심한 고통이 덮쳐들면서 그의 육신과 융합되어 있던 갑옷이 그대로 뜯어져 나왔다.
몸과 분리된 갑옷은 순간 회색으로 번득이며 비할 데 없이 거대한 손바닥이 됐다.
“나의 이 갑옷은 스승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태고의 보물이다. 다 펼쳐지지 않은 우산에는 충분히 맞설 수 있을 터! 장압건곤(掌壓乾坤)!”
장존의 낮은 외침에 거대한 손바닥이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어 우산에서 발산된 화염의 기운과 충돌했다.
콰르릉!
요란한 소리와 함께 화염의 기운을 관통한 손바닥은 흩어지는 듯하더니 그대로 우산에게 돌진했다. 그리고 어느덧 절반으로 줄어들었으나, 그 상태로 우산을 강타했다.
“부서져라!”
요란한 소리와 함께 우산이 강하게 진동했다.
“쿨럭!”
왈칵 피를 토해낸 한제의 체내에서는 생기가 혼란스러워졌다. 애초에 수준이 부족한 그로서는 분계고산의 진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2할 정도 펼쳐 장존의 손바닥을 반 이상 흩어버린 것이 지금 그의 한계였다.
한제는 뒤로 나가떨어졌고 더 이상 생기를 주입받지 못한 우산은 흩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산이 막 완전히 흩어져 사라지려 한 순간, 한제가 거친 표정으로 광기 어린 눈빛을 번득였다.
“폭발!”
그의 외침이 떨어지자 거의 사라져가던 우산은 바르르 진동하더니 폭발해버렸다. 동시에 파멸적인 힘이 사방으로 확산됐다.
꽝!
순식간에 화작족 성지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한제를 뒤쫓던 거대한 손바닥 또한 붕괴했다.
화작족 성지의 문 밖에서 가부좌를 틀고 있던 화작족 족장은 두 눈을 번쩍 떴다. 그는 의아한 눈빛으로 흐릿한 문을 바라보았는데 그 순간 문은 산산조각 나더니 무너져 내려 그를 덮쳐들었다.
“헛!”
화작족 선조로서는 아무런 조짐도 느끼지 못했던 일이라 미처 완전히 피하지 못했고 피를 토해내며 다급히 뒤로 물러섰다.
이내 무너진 문 너머에서 한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뒤로 펼쳐진 화작족 성지는 완전히 무너져 내리고 있었고 그로인한 파괴력이 문을 통해 뿜어져 나왔다.
“게 서거라!”
장존이 고함을 지르며 추격해왔으나, 중상 탓에 한제를 잡기는 역부족이었다. 그러자 그는 손을 크게 휘둘러 거대한 손바닥을 만들어내 한제를 추격했다.
이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한제는 피를 왈칵 토해내며 결인을 그린 두 손을 휘둘렀다. 순간 풍우계가 펼쳐져 장존의 손바닥과 충돌했다.
콰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풍우계가 무너져 내렸고 한제는 또다시 피를 토해냈다.
그때, 이 수련성 가득 하얀 빛이 번득이며 나타나더니 한제의 주위로 모여 거대한 빛 덩어리를 형성했다. 바로 광영순이었다.
광영순은 격렬하게 빛을 번득이면서 장존이 쏘아 보낸 손바닥과 충돌했으나 잠시 버텨내는 듯하더니 결국 무너져 수많은 빛 조각으로 깨져 나갔다. 이에 한제는 얼굴이 한층 창백해지며 피를 토해냈다.
장존의 손바닥과 충돌하기 직전, 한제가 이를 빠득 깨물자 그의 미간에서 고신의 반점이 나타나 회전했다. 동시에 첫 번째 반점에서 천황로가 튀어나왔다.
천황로는 한 줄기 방어막을 형성하더니 손바닥과 충돌했다.
콰쾅!
우렁찬 소리와 함께 한제는 뒤로 나가떨어졌고 육신 곳곳의 상처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손바닥과 직접 부딪힌 천황로는 붕괴하지는 않았지만 타격을 입은 탓에 제대로 된 형태를 갖추지 못한 채 한제의 반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