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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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욕마군은 산꼭대기로부터 1천 척 정도 떨어진 곳에 이르렀다. 그의 얼굴은 그늘져 있었다. 곁에 있는 청년만 아니었다면 그는 2년 전 벌써 이곳에 도착했을 것이었다.
이곳의 금제는 육욕마군이라고 해도 쉽게 건드릴 수가 없었다. 이전에 한 번 실패하여 금제를 촉발시키는 바람에 금제의 빛이 나타났을 때, 육욕마군은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그 빛에 닿았다가 다른 금제 안으로 보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이에 그는 어쩔 수 없이 곁에 있던 청년을 밀어 넣고 그 빛으로부터 도망쳤다.
그러나 그가 청년에게 쏟아 부었던 심혈 덕분인지, 금제의 빛에 쓸려갔던 청년은 어느새 다시 육욕마군 곁으로 되돌아왔다.
지금 그의 곁에 서 있는 청년의 두 눈은 꼭 감겨 있었고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사실 그는 금제의 빛에 의해 쓸려간 순간 이미 죽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기이하게도 여전히 육욕마군을 따라 걷고 움직였다.
금제의 대폭발 (2)
육욕마군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뒤쪽을 바라보며 냉소했다. 그는 자신이 남겨둔 금제가 다시 누군가에게 파괴된 것을 느꼈다.
여태까지 꾸준하게 자신이 남겨둔 금제를 풀어오고 있는 그를 육욕마군은 이미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그는 입술을 핥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고왕이 올라오고 있는 모양이군.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곳에는 금제가 너무 많아. 그러지 않았다면 그 녀석을 제거하기에 딱 좋은 기회이건만. 하지만 지난 몇 백 척 거리를 움직이는 동안 강력한 금제들을 몇 개나 설치해뒀으니 어떻게 풀고 올라올지 궁금하군.’
그는 1천 척 밖에 있는 소용돌이를 바라보았다. 마지막 1천 척 안의 금제는 그의 능력으로는 파괴할 수 없었다. 1천 년 전 그의 사부가 걸음을 멈춘 곳이 이곳이었다.
그러나 육욕마군에게는 자신이 있었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는 곁에 있는 청년을 바라보며 거만하게 웃고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지난 1백 년 동안 수련해온 필살기가 있다. 저 녀석을 이용하면 반드시 고대 신의 체내로 들어갈 수 있어.’
그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오른손을 흔들자 청년도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육욕마군은 두 손으로 결인을 하며 몇 개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그 소용돌이는 두 사람 주위를 맴돌았다.
한편 고왕은 점점 더 복잡하고 위험한 금제에 맞닥뜨렸다. 그의 수준이 화신기에 이르지 않았다면 분명 몇 번이고 죽었을 터였다. 심지어 어떤 금제는 단순히 파괴한다고 끝이 아니라 강대한 신통력이 있어야만 건널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대량의 법보를 사용해가며 천천히 산을 올랐다.
고왕은 이제 산꼭대기까지 2천 척도 남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금제에서 빠져나온 순간 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1천 척 밖을 내다보니 육욕마군의 어두운 얼굴과 그 뒤의 소용돌이가 보였던 것이다. 그 소용돌이 안은 깊이를 짐작할 수 없었는데 육욕마군이 데려온 청년은 그 안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육욕마군도 고왕을 봤다. 그는 상대가 이렇게 빨리 올라오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2각만 있으면 소용돌이를 이용한 통로가 완성될 예정이었고 그 통로가 완성되면 그는 3초 안에 산꼭대기에 이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때에 상대가 그의 예상을 깨고 바짝 가까워졌다. 어쩔 수 없이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한편 육욕마군 옆의 소용돌이를 본 순간 고왕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그 소용돌이는 1천 년 전 육욕마군의 사부인 천마산인(天魔散人)이 배치했던 것과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1백 척 정도의 거리를 이동시켜주는 금제였다.
“육욕마군.”
고왕의 두 눈은 침착했다. 그는 마음속의 한을 억눌렀다. 육욕마군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자가 고왕에게는 더 중요했다.
주변을 둘러보던 고왕의 시선이 육욕마군의 곁에 있는 청년에게 닿았다. 고왕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설마 저 자인가! 하지만 저 자에게는 생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
“고왕께서도 이곳에 올 줄은 몰랐군. 축하하네!”
육욕마군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덤덤하게 말했다.
고왕은 화를 억누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답했다.
“이 늙은 몸으로 자네와 자네 동생이 남겨둔 것들을 헤치며 겨우 돌아왔네.”
육욕마군은 흠칫 놀란 얼굴로 청년을 돌아보더니 차갑게 웃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고왕은 차갑게 가라앉은 얼굴로 육욕마군과 자신 사이에 놓인 금제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육욕마군은 속으로 냉소했지만 변함없는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고왕, 여기에는 우리 둘밖에 없어. 그런데 이곳에는 금제도 많으니 성급하게 맞붙었다가는 커다란 금제를 촉발시키고 말 거야. 이전 일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하네. 하지만 이해해줄 거라 믿어. 우리 수마해 사람들의 행동이 원래 좀 극단적이잖아.”
고왕은 한참 침묵하다가 냉소했다.
“내가 그쪽으로 갈 수 있게 먼저 이 금제를 치워.”
육욕마군은 잠시 고민했다. 그러자 육욕마군 곁의 소용돌이를 힐끗 쳐다본 고왕이 말했다.
“이 소용돌이 금제는 아직 완전히 열리지 않은 것 같은데 내가 이 깃발로 공격하면 그 통로가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르지.”
육욕마군은 평소와 다름없이 웃으면서 오른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와 고왕 사이에 놓여 있던 이미 육욕마군에 의해 파괴된 금제는 그 손짓 한 번에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고왕은 시선을 육욕마군에게 고정한 채 다가왔다.
휘익.
금제가 걸려 있던 곳의 반 정도까지 걸어온 그는 갑자기 몸을 훌쩍 날렸고 네 개의 깃발이 회전하며 빠른 속도로 통로를 형성했다. 고왕은 그 통로 안으로 들어갔다.
상대의 모습이 사라진 순간 육욕마군은 두 손을 붙였다. 둘로 나뉘었던 금제가 곧장 다시 붙어 활성화됐다. 하지만 그는 고왕의 깃발이 그렇게 강한 위력을 가지고 있는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 금제가 활성화된 순간, 고왕은 이미 통로를 빠져나온 상태였다.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고왕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한 줄기 영력을 뱉어냈다. 그 목표는 육욕마군이 아니라 소용돌이 속에 있는 청년이었다. 그 청년을 죽이기 위해 고왕은 자신의 신통력과 법보를 아끼지 않고 쏟아 부었다.
육욕마군은 재빨리 두 손으로 결인을 그으며 낮게 외쳤다.
“복욕(腹欲)!”
순간 노란색 기체가 청년의 얼굴에 있는 일곱 개 구멍에서 빠르게 흘러나와 하나의 비검을 이루더니 고왕이 내뱉은 영력을 공격했다.
영력의 파문이 곧장 확산되어 사방의 금제 몇 개를 촉발시켰고 엄청난 위압감이 흘러나왔다. 고왕은 재빨리 한 금제 옆으로 다가가 그것이 활성화되지 않도록 전력을 다해 막았다.
육욕마군도 마찬가지였다. 금제를 안정시킨 덕에 가까스로 사방에 몰아치던 영력의 파동이 천천히 잦아들었다.
창백해진 얼굴로 고왕을 주시하던 육욕마군이 말했다.
“죽고 싶으면 지금 당장 금제로 들어가면 될 거 아닌가!”
고왕 역시 가라앉은 얼굴로 오른손을 들어 청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고왕이 하늘에 걸고 맹세하지. 이 자를 넘긴다면 세 번째 관문에 들어가기 전까지 자네와는 휴전하겠다고.”
육욕마군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설마 알아본 것인가?’
하지만 그는 겉으로는 전혀 그런 기척을 드러내지 않으며 물었다.
“이미 죽은 자인데 대체 무슨 미움을 산 것인가?”
고왕은 잔인한 표정을 드러내며 크게 웃었다.
“죽은 자? 죽은 자라면 그 몸이라도 갈기갈기 찢을 것이고 가지고 있는 모든 신통력을 써서 그 자의 영혼이라도 불러들여야겠군. 미움을 샀다? 이 몸이 지난 몇 년간 쌓아온 한을 생각하면 그 정도 표현으로는 성에 차지도 않아!”
흠칫 놀란 육욕마군은 곁에 있는 청년을 힐긋 보더니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
“고왕, 뭔가 오해가.”
고왕은 차게 웃으며 말했다.
“오해? 금산에 진입한 이래 내가 마주한 금제는 두 종류였다. 네 것 말고 다른 금제가 저 자의 것이 아니라면 누구의 것이겠는가? 게다가 난 여태 수많은 금제를 맞닥뜨리면서 그 제작자가 원영기 이하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이곳에 들어온 사람 중 저 자 말고 또 누가 있겠는가? 이한제라는 자는 교룡의 몸속으로 들어간 채 허무의 땅으로 떨어진 것을 우리 모두 보았지. 설사 그가 살아 있다 해도 어떻게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고 불귀로를 넘고 심지어 나보다도 먼저 두 번째 관문에 들어왔겠는가?”
고왕은 지난 몇 년간 수도 없이 분석을 한 결과 그 정체 모를 자가 저 청년일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 외에는 의심할 만한 사람도 없었다.
고왕의 말을 들은 육욕마군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고왕이 거짓말을 할 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곳에 와 있는 사람이 한 명 더 있다는 뜻이었다. 더구나 그 자가 아직 이곳에 이르지 않았다면 어딘가 숨어 있을 것이었고 고왕을 먼저 지나쳐 보낸 이유는 하나뿐일 것이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속으로 고왕을 멍청이라고 욕하면서도 두 말 않고 소용돌이를 향해 달려갔다. 고왕은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오른손을 휘둘렀다. 한 줄기의 영력이 뻗어 나와 육욕마군의 발을 붙잡았다.
육욕마군은 짜증이 났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과 싸울 때가 아니었다. 그는 번득이는 눈으로 고왕의 뒤쪽을 바라보며 고왕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고왕은 살짝 굳은 얼굴로 물었다.
“확실한가?”
육욕마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빠르게 손가락 끝을 물어 한 방울의 피를 낸 뒤 오른손을 휘둘렀다. 피가 난 손가락 위에 마혼의 화염이 피어올랐고 그 화염은 천천히 고왕의 앞으로 둥둥 떠갔다.
고왕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마찬가지로 손가락에 피를 냈다. 두 사람의 피가 부딪힌 순간, 두 개의 부호로 변해 각자의 손으로 날아갔다. 이는 ‘마혼의 맹세’로 수마해 내 최고 등급의 맹세였다.
고왕은 약간 가라앉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설마 정말 그 자란 말인가? 말도 안 돼!”
육욕마군 역시 다소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말이 되건 안 되건 우리는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야 해.”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깜짝 놀란 얼굴로 고왕도 돌아보지 않고 몸을 훌쩍 날렸다. 소용돌이 옆에 이른 그는 청년을 붙잡고 얼른 그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늦었다!”
차가운 목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더니 곧이어 산꼭대기에서 3천 척 정도 이른 지점에서 수많은 잔영의 원이 나타났다. 그 원이 닿은 지점에 있던 금제들은 모두 촉발되면서 파멸적인 힘을 내뿜었다.
한제는 5천 척 밖에 있는 거대한 돌 위에 있었다. 하지만 그 잔영의 원은 지난 1년간 수도 없이 많이 만들어놓은 것으로 평소에는 그의 금제 안에만 있었지만 지금은 한순간에 폭발하면서 그로부터 2천 척 너머에 있는 금제까지 전부 촉발시켰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가 곁에 만들어 놓았던 모든 금제가 곧 잔영의 원이었다고 할 수도 있다. 이 엄청난 파동에 고왕과 육욕마군 두 사람은 곧장 휩쓸리고 말았다.
여러 갈래의 금제의 빛, 두꺼운 칼바람과 불덩어리, 화신기 수련자도 쩔쩔매게 만드는 오행(五行)의 예리한 검, 그리고 파멸적인 위력을 내뿜는 오색찬란한 빛들이 전부 쏟아져 나왔다.
거대한 금제가 활성화되면서 상공의 금제까지 건드리게 됐고 이에 하늘에서부터 천천히 시커먼 구름이 내려오더니 그 사이에서 보라색 번개가 번쩍 거렸다.
뿐만 아니라 고리 형태의 검은색 빛이 정상으로부터 3천 척 떨어진 곳에서 갑자기 나타나 위쪽으로 솟아오르면서 그 검은 빛을 저지하는 모든 물체, 심지어는 산봉우리 고유의 금제마저 모조리 소멸시켜 버렸다.
이 장면에 한제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토록 기이하고 끔찍한 광경이 펼쳐지리라고는 그도 예상치 못했다. 특히 그 검은색 빛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육욕마군과 고왕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은 층층의 금제가 위로 올라가지 않고 아래로 내려오게 되면 한제 또한 곤란해질 것이었다.
그리되면 그의 곁에 있는 거의 1백 개에 달하는 잔영의 원들은 산꼭대기로부터 1만 척 이내에 있는 모든 금제를 촉발시키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럼 그는 뒤로 물러났다가 금제들이 모두 안정을 되찾은 후에 다시 올라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육욕마군과 고왕이 미치지 않고서야 후퇴할 리는 없기 때문이었다. 위쪽으로 수축되고 있는 고리 모양의 검은 빛은 소름끼치도록 끔찍했다.
한제는 육욕마군과 고왕이 이곳을 통과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그가 고왕을 먼저 올려 보낸 것은 전방에 있는 금제들의 위력이 그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5천 척 이내에 있는 금제들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봐야 나중에 그것들을 파괴하기 쉬워지기 때문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