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326
무리를 이끌던 네 노인 중 하나가 놀란 듯 외쳤다. 청룡 장군이었다.
한제와 그를 태운 지하마수를 응시하던 청룡 장군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저건 무슨 흉수인가!’
당시 칠채선존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천도의 진짜 모습을 본 적이 없었으니 청룡 장군은 지하마수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당시 그 사건을 겪었던 이들의 기억 속 천도는 거대한 안개 덩어리였다.
지하마수를 본 다른 세 장군 역시 심신이 진동했다.
그들이 충격을 받은 것은 지금껏 신식을 펼치고 있었음에도 지하마수와 한제의 존재를 감지하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심지어 두 눈으로 보고 있는 지금도 신식에는 그들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은 선인 무리의 뒤를 따라오던 전가 노인이었다. 그는 눈동자가 바짝 졸아든 상태였다. 그에게 위기감을 주는 것은 한제가 아니라 지하마수였다.
“무슨 일로 나를 부르는가!”
한제는 덤덤한 얼굴로 1백 명이 넘는 선인들을 하나하나 훑어보았다. 허나 그들 중 그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는 없었고 그나마 눈길을 줄 가치가 있는 것은 네 장군 뿐이었다.
이어서 한제는 4대 장군의 머리 위에 떠 있는 거대한 호리병을 주의 깊게 살폈다. 은은한 선기가 흘러나오는 것이 결코 범상치 않은 물건인 듯했다.
“그때 헤어진 뒤로 처음이군. 어딜 가는 길인가?”
청룡 장군은 떨리는 마음을 애써 억누른 채 물었다.
“곤허성역에 가는 길이네.”
한제는 긴 말 없이 곧장 지하마수를 몰아 다시 이동했다.
그는 이곳의 어느 누구에게도 신경 쓰지 않았다. 4대 장군도 숨어 있는 전가 노인도 그의 걸음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의 바람과 달리 이들은 그가 그대로 떠나도록 두지 않으려 했다.
서로 시선을 주고받던 4대 장군이 기이한 눈으로 지하마수를 바라보았다.
“어찌 그리 급하게 떠나려 하는가? 뭔가 급한 일이 있는 모양이지?”
청룡 장군이 슬쩍 한제의 앞을 막아 서며 물었다.
한제는 싸늘한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더니 짧게 말했다.
“비키게!”
“노하지 말게. 나는 아무런 악의도 없다네. 한데 자네가 타고 있는 그 흉수, 참으로 기이하군. 신식으로도 살필 수도 없다니. 어디에서 얻었는가?”
백호 장군이 씩 웃으며 앞으로 나서더니 한제의 오른편에 섰다. 동시에 현무 장군은 왼쪽에 잠시 망설이던 주작은 뒤에 섰다. 그러자 그들을 따르던 1백여 명의 선인이 분분히 한제와 지하마수의 주위를 에워쌌다.
“이 도우, 우리는 이 선계를 건드리지 않고 동부계 내의 누구도 함부로 해치지 않겠다는 약속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적이 없네. 한데 굳이 서로 성을 내고 얼굴 붉힐 필요가 있겠는가? 그랬다가 이 선계에 무슨 변고가 일어날 줄 알고.”
현무 장군이 미소를 짓고 능글거리며 말했다.
한제는 선인들이 사방을 에워싼 상태에서도 덤덤했다.
“이 도우, 우리도 이광의 활을 가진 자네와 척을 지고 싶지는 않네. 그저 그 흉수를 어디에서 얻었는지만 알려주게.”
지하마수를 응시하는 청룡 장군의 두 눈이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전 도우도 이 흉수에 대해 꽤나 흥미를 가질 것 같은데?”
매우 교활한 현무 장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려 저 멀리 홀로 있는 전가 노인을 바라보았다.
전가 노인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는 4대 장군이 감히 한제를 막은 것도 자신을 믿고 한 행동임을 알고 있었다.
저렇게 다른 이의 권세와 위엄을 이용해 상대를 압박하는 것은 젊었을 때 그의 특기였다. 게다가 지하마수에 상당한 흥미를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기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그 흉수가 퍽 궁금하다. 만약 이한제 네가 그것을 넘긴다면 내 보답하도록 하지.”
“이 도우, 겨우 흉수 한 마리 때문에 이광의 화살을 낭비하려 하는가? 그건 지나친 낭비지. 게다가 지금의 도우가 화살을 몇 대나 쏠 수 있을까? 이제 그냥 그 흉수를 어디에서 얻었는지 알려주고 그 흉수를 잠시 빌려주게. 그럼 내 곧장 길을 비켜주도록 하지. 허나 거절한다면 벗이 된 자로서 자네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이전의 약속은 더 이상 지키지 못할지도 모르네. 동부계의 남은 수련자는 이제 얼마 되지 않지 않을 텐데?”
청룡 장군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세 번째 주혼을 찾는 데 전념하지 않고 나를 막을 셈인가? 아직 교훈이 부족했던 모양이군. 좋아, 다시 한번 교훈을 주도록 하지. 이번에는 끔찍한 고통을 뼛속까지 새겨주겠네!”
한제는 덤덤하게 말을 마치더니 왼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순간 거대한 개천부가 소환됐다.
한제의 말에 4대 장군의 안색이 급변했다. 심지어 전가 노인의 표정 역시 굳어버렸다.
4대 장군은 세 번째 주혼에 대한 이야기를 한제에게 한 적이 없었다. 그것은 비밀스러운 일로 동부계를 통틀어 그 존재를 아는 자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한데 그들이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한제의 왼손에 들린 개천부가 급속도로 부풀면서 수백 척에 달했고 한제의 몸에서는 도고의 기운이 피어올랐다. 개천부는 도고 혈맥과의 융합으로 더욱 강력해진 상태였다.
한제는 망설임 없이 곧장 도끼를 휘둘렀다.
꽈릉!
거대한 소리와 함께 한제 뒤에서 도고의 허상이 나타나더니 한제와 똑같이 도끼를 휘둘렀다.
“헛!”
한제로부터 가장 가까이 있던 청룡 장군은 다급히 몸을 날리면서 선인 혈맥의 기운을 발산했다. 그러자 그의 뒤에서 길이가 10만 척에 달하는 청룡이 나타나 포효하며 도끼를 향해 달려들었다.
동시에 현무와 주작, 백호 장군이 낮게 기합을 질러 소환한 세 개의 허상이 한제를 에워쌌다. 거대한 백호, 화염의 주작, 하늘을 뒤덮을 만큼 거대한 현무가 포효하며 한제를 삼키기 위해 달려들었다.
한제는 덤덤했다. 저들에게 고통을 안기고 따끔한 교훈을 줄 생각 뿐, 도망칠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도고의 힘으로 온몸을 두른 한제는 도고의 불멸체가 됐다. 동시에 왼손에 들린 도끼가 요란한 소리와 함께 떨어지면서 거대한 균열을 만들어냈다.
청룡은 도끼 아래 포효를 내지르며 몸부림치다가 무너져 내렸고 그때 모습을 드러낸 청룡 장군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네 장군은 동시에 발휘한 신통술로 한제를 공격해왔다.
“너희가 자처한 일이다!”
한제는 다시 한번 도끼를 휘둘렀다.
콰쾅!
굉음이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동안 거대한 도끼가 4대 장군이 발휘한 신통술과 충돌했다. 그리고 이로 인한 충격이 사방으로 확산되면서 주위에 모여 있던 1백 명의 선인들이 화들짝 놀라며 일제히 뒤로 물러났다.
거의 동시에 4대 장군이 발휘한 신통술이 도끼의 빛을 관통해 한제에게 떨어졌다.
꽈릉!
우주가 무너질 듯 우렁찬 소리가 울렸다.
4대 장군은 모두 살기 어린 표정으로 물러났다.
반면 한제는 여전히 지하마수의 등 위에 서 있었다. 도고의 불멸체를 가진 그는 네 사람의 협공에도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너희의 수준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공현기 후기에 불과하지. 그 정도로는 나를 어찌하지 못한다!”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엄청난 속도로 어느 선인의 곁에 이른 한제는 오른손으로 전방의 허공을 찢어버렸다.
시천술이었다.
엽막의 팔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한제의 오른손에서 발휘된 힘에 선인은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비참한 비명을 내지르며 갈기갈기 찢겨 사방으로 흩어졌다. 심지어 그의 뒤에 있던 두 선인도 시천술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 무너져 내렸다. 원신 역시 순식간에 파괴됐다.
4대 장군이 달려든 순간 몸을 훌쩍 날려 균열 속으로 파고든 한제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는 이미 또 다른 선인 무리 곁에 이르러 있었다.
“시천!”
한제가 오른손을 휘두르자 찢어질 듯한 비명과 함께 일고여덟 명의 선인이 붕괴해버렸다.
“멈춰라!”
4대 장군은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지르며 신통술을 발휘해 엄청난 속도로 한제를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도고의 불멸체를 가진 한제는 이번에도 그들의 공격을 이겨내고는 또 다른 선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선인들은 미처 저항하거나 도망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그대로 죽어갔다. 그들이 있던 곳에는 피 안개만이 자욱했다.
“이한제, 네 선계를 도륙할 것이다!”
청룡 장군이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질렀다. 그의 눈에서는 분노의 빛이 이글거렸다. 하지만 그보다는 충격과 은근한 두려움의 빛이 더 강했다.
“아직도 교훈이 부족한 모양이군!”
지하마수의 등 위로 돌아온 한제는 저 멀리서 전가 노인이 달려드는 모습을 보고는 지하마수를 가볍게두드렸다.
“저들을 삼켜!”
그 순간, 전가 노인은 우뚝 멈추었고 동시에 지하마수는 두 눈을 번쩍 떴다.
그 무정하고 냉담한 눈빛에 주위의 모든 이들은 심신이 진동했다.
또한 청룡 장군은 머릿속이 쾅 하고 울리는 것을 느꼈다. 저 눈빛을 그는 평생 딱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아주 오래 전, 안개 속에서 번득이던 이와 같은 눈빛의 누군가가 단번에 연도비를 집어 삼키던 모습이 떠올랐다.
“이, 이건⋯⋯?”
청룡 장군과 나머지 세 장군이 충격에 빠져 있던 그때, 지하마수는 한제의 말에 입을 쩍 벌리더니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쐐애액!
하늘과 땅의 기색이 변하고 바람과 구름이 휘몰아쳤다. 온 우주에는 돌연 무궁무진한 안개가 일어나 사방을 뒤덮었다. 오래된 한 줄기 기운이 생생히 느껴졌고 동시에 강력한 흡입력이 일어났다.
이 흡입력에 4대 장군 주위에 남아 있던 수십 명의 선인은 창백한 얼굴로 끌려갔다. 그리고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이내 지하마수의 거대한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눈 깜짝할 사이 일어난 일이었다. 미처 무슨 반응을 할 수도 없었다.
모든 것이 끝난 뒤, 우주는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안개도 차차 흩어져 사라졌다. 하지만 이곳에 남은 사람은 한제까지 단 여섯 명뿐이었다.
“이번에는 좀 교훈이 되겠나?”
지하마수의 등 위에 선 한제는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전가 노인을 포함한 다섯 사람에게는 심신을 진동하게 할 만큼 우렁차게 느껴졌다.
“천도! 저것은 천도야!”
청룡 장군이 몸을 바르르 떨었다. 두 눈은 마치 깊은 물과 같은 두려움에 침잠된 듯했다. 그로서는 처음 느껴보는 공포였다. 한제가 이광의 활을 당겼을 때도 지금 정도는 아니었다.
“천도⋯⋯ 어찌 네가 그것을⋯⋯?”
교활하고 꾀가 많은 현무 장군 역시 멍한 얼굴이었다. 허나 그 역시 청룡 장군 못지않게 두려움에 떨었다. 방금 천도가 발휘했던 흡입력이 자신까지 삼킬 만큼 강력했음을 충분히 느꼈기 때문이다.
백호 장군과 주작 장군 두 사람은 마치 정신술에 당하기라도 한 것처럼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저것이… 천도라니⋯⋯.”
한편, 전가 노인의 두 눈동자는 바짝 졸아들었다. 그는 표정에도 충격을 숨기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