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389
이제 화염 공의 폭은 10척도 되지 않았다. 그 안에는 그만큼 작아진 주작이 보일 듯 말 듯 자리한 채 빠르게 맴돌았다.
이 광경에 두청의 두 눈이 돌연 기이하게 번득였다. 작아진 화염 공을 본 순간 떠오른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주작은 저자의 화염의 본원이었어! 그리고 저자는 지금 지화맥에 담긴 본원의 힘을 주작의 체내로 몰아넣으려 하고 있지. 설마⋯⋯?’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두청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설마 본원을 인간 형태로 만들려는 것인가!’
두청은 찬 숨을 헉 들이마셨다. 그의 눈빛은 또다시 충격으로 흔들렸다.
‘본원을 얻으면 그 수준은 세 번째 단계에 이르게 된다. 세 번째 단계 수련자는 본원의 힘을 흡수하면서 강해지지. 공현기에 이르려면 직접 깨달은 허상의 본원이 반드시 필요해. 본원이 많을수록 힘은 강해진다. 이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야! 본원에는 과정이 있다. 처음에는 겨우 만들어지기만 했을 뿐인 본원은 응집되어 법기가 되고 완성될 때까지 과정을 하나하나 밟아나가야 하지.’
두청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한데 소문에 의하면 천부적인 능력을 가진 수련자는 본원을 완성한 뒤 그것을 다시 성장시켜 인간의 형태로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했다! 나는 대혼문의 선조가 가진 혼의 본원이 인간의 모습을 갖춘 것을 본 적이 있지. 이렇게 인간 형태를 갖춘 본원은 매우 드물지만 그 위력은 무시무시하다. 한데 저자 설마 정말로 본원을 인간 형태로 만들려는 건가?’
인간 형태의 본원을 만들다
선강 대륙, 고족 구역 서른여섯 개 군. 그중 도고 일맥은 열두 개의 군을 차지하고 있고 그중 천공군(天空郡)에는 황족이 머물렀다.
천공군 안. 맑은 물이 흐르고 푸른 산이 솟은 이곳에는 지금 나뭇잎이 바람에 날렸다. 그리고 나뭇잎이 떨어진 곳에는 구름을 뚫을 듯 높이 솟은 푸른색 제단이 있었다.
아주 오래된 기운이 느껴지는 제단 위에는 검은색 옷을 입은 청년이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무척 젊어 보였지만 그에게서는 만고의 세월을 지낸 듯한 기운이 흘렀다.
사내는 현라였다.
한제가 천우주 안에서 금빛 문양을 꺼낸 그 순간, 폐관수련을 하던 현라가 두 눈을 번쩍 떴다.
“왔구나.”
그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는 자신이 선택한 제자가 그 허공에서 죽지 않으리라는 것을 언젠가 반드시 찾아올 것임을 믿고 있었다.
“내게서 받은 법보가 있는 이상 선족 구역에서도 별문제 없을 터. 어쨌든 선강 대륙에 이르렀으니 조금 더 스스로를 갈고닦도록 해야겠어. 그럴수록 녀석의 앞날은 창창해질 테니까.”
게다가 대천존인 그가 선족 구역에 너무 자주 찾아간다면 불필요한 갈등이 일어날지도 몰랐다. 선족의 대천존도 고국 구역에 자주 방문하면 쫓겨나거나 다른 대천존들의 연합 공격을 받기 일쑤니까.
최근에 선족 구역에 방문했을 때도 그는 부상을 입었었다. 그가 지금 폐관수련을 하고 있는 것은 그때 입은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한제, 나의 제자여. 선강 대륙은 너의 집이고 도고 일맥은 네 고향이다. 나는 여기서 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으마.”
현라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눈을 감더니 호흡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한제는 여전히 화염 공 옆에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그가 두 손으로 끊임없이 결인을 그릴 때마다 하나하나의 문양이 나타나 화염 공에 녹아들었고 이에 화염 공 안의 주작은 점점 또렷해졌으며, 울음소리는 갈수록 높아졌다.
“응결!”
몇 시진 뒤, 한제가 돌연 두 눈을 번쩍 뜨면서 낮게 호령하듯 외쳤다.
두청은 심신이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의 눈에는 짙은 충격의 빛이 어려 있었다.
‘정말 본원을 인간의 형태로 만들려 하고 있어!’
한제의 말이 떨어진 순간, 폭이 10척 정도로 줄어든 화염 공은 우렁찬 소리를 냈고 그 안에서 맴돌던 주작은 돌연 움직임을 우뚝 멈추었다. 그와 동시에 주작의 꼬리에 달린 대량의 깃털은 불타오르면서 점차 인간의 두 다리로 변해갔다.
화염의 본원이 서서히 인간의 형태를 갖춰가는 광경을 지켜보는 두청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런 장면을 직접 목격하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엄청난 행운이었다. 그는 이를 토대로 언젠가 그 역시 자신의 본원을 인간의 형태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과정을 직접 보게 되다니! 세상에 몇 없을 이런 기회를 이 두청이 갖게 되다니!’
두청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공겁기 초기에 이르기 위해서는 아직 두 번의 현겁을 더 통과해야 하는 그에게 본원이 변화하는 눈앞의 광경은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냥 보기에는 간단한 작업 같았지만 사실 한제는 어마어마한 압박을 감당하는 중이었다. 이마의 식은땀은 곧장 수증기가 되어 증발하면서 그의 모습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본래 인간의 형태를 갖추기에는 부족했던 한제의 화염의 본원은 천우주에서 수많은 지맥과 자맥을 흡수했고 자맥에는 화염의 의지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화염의 본원은 자신의 의지를 갖게 됐으며, 그 의지는 그의 화염의 본원이 천우주의 지화로부터 이 세상 화염에 대한 통제권을 가져오게 했다.
이에 한제는 화염의 본원을 인간의 형태로 응결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일은 생각보다도 어려웠다. 온 힘을 다했는데도 두 다리를 겨우 만들어냈을 뿐이었다.
급기야 화염 공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어두워지기 시작해 꺼지려는 조짐을 보였다. 그 안의, 두 다리만 겨우 갖춘 주작 역시 천천히 말라가고 있었다. 화염의 본원이 부족한 탓이었다.
한제는 곧장 아래 대지로 몸을 날려 어느 산봉우리에 이르더니 오른손을 아래쪽으로 꾹 눌렀다. 그의 손을 통해 발산된 신식은 대지 로 녹아들더니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1천 리, 1만 리, 10만 리, 1백만 리, 1천만 리⋯⋯.
선강 대륙에 이른 이래 이렇게 신식을 펼친 것은 처음으로 그 범위는 동부계 전역과 맞먹을 정도였으나 천우주의 1할도 덮지 못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 범위 안에서 한제는 총 172개의 지화 지맥과 2개의 자맥을 찾아냈다.
“172개의 지맥, 나와라!”
한제가 외치며 오른손을 홱 들어 올리자 콰쾅 소리와 함께 대지가 흔들렸다. 그의 신식에 뒤덮인 범위 내의 모든 지맥이 진동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드넓은 범위의 산맥이 하나둘 무너져 내리면서 그 사이로 줄기줄기 지맥의 혼이 튀어나왔다. 개중에는 평원에 일어난 균열 사이로 분출된 용암과 함께 튀어나오는 것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순간 말라버린 줄기줄기 강에서 튀어나오기도 했다.
그렇게 나타난 172마리의 화룡은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그리고 이내 어마어마한 흡입력에 이끌리듯 일제히 한제 쪽으로 몰려들었다.
녀석들은 엄청난 속도로 한제와 두청 위의 하늘에 이르렀다.
두청은 멍한 얼굴로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숨을 쉬는 것조차 잊은 상태였다.
“캬오오오!”
“크아아아!”
모여든 화룡들은 거칠게 포효했지만 결국 화염의 의지에 따라 꺼져가고 있는 화염 공 안으로 녹아들었다.
녀석들을 여기까지 이끌어온 것은 바로 그 화염의 의지였다.
자맥의 혼으로부터 흡수한 그 의지를 거역할 수 있는 것은 지화의 주맥뿐으로 다른 지맥이나 자맥은 그 의지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콰콰쾅!
그렇게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지는 사이 172마리 화룡이 녹아든 화염 공은 다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고 그 안의 주작은 다시 우렁차게 울부짖었다. 그러더니 이 화룡들이 가진 화염의 힘을 흡수했다.
거의 동시에 주작의 두 날개는 화염의 문양으로 가득 뒤덮인 두 팔로 변하기 시작했다. 사지가 갖춰진 지금, 이제 머리와 몸통만 완성하면 본원을 완전한 인간의 형태가 될 터였다.
두청은 비틀비틀 뒤로 물러났다. 그는 이렇게 강력한 화염의 본원의 힘이 응집됐는데도 본원이 아직 인간의 형태를 완성하지 못한 상황을 통해 지금 한제가 하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인간 형태의 본원이 드문 이유가 있군. 정말 어려운 일인 모양이야. 게다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어. 그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인간의 형태로 완성된 본원은 또 얼마나 강력할까? 한데 저자는 무려 일곱 개의 본원을 가지고 있지. 만약 그 모든 본원을 인간으로 만들어 버린다면⋯⋯?’
두청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때, 산봉우리 위에 선 한제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들어 화염 공을 바라보았다. 이제 완성이 머지않은 듯했다.
“2개의 자맥, 나와라!”
한제는 이를 악문 채 두 손으로 대지를 눌렀다. 순간 대지는 몰아치는 파도처럼 콰르릉 하는 거대한 소리를 내며 일렁였고 한제의 신식으로 뒤덮인 범위 내의 두 갈래 자맥은 각각 다른 방향에서 포효를 내질렀다.
동쪽에서는 만년설이 쌓인 설원이 진동했다. 순간 그 위에 쌓인 눈이 모조리 녹아내렸지만 그 물은 순식간에 수증기로 증발해 버렸다. 그리고 그 수증기 안에서 응집된 자맥의 혼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하늘을 향해 포효한 뒤 한제가 있는 쪽으로 달려들었다.
한편, 서쪽 내륙의 바다 깊은 곳에서 용처럼 생긴 해저 산맥이 진동하더니 바닷물에 거대한 회오리를 일으켰다. 이에 바닷물은 더욱 거칠게 요동쳤고 해저 산맥에서 튀어나온 한 줄기 혼이 대량의 바닷물을 응집하며 한 마리 해룡으로 변했다.
이 해룡은 화룡과 전혀 달라 보였지만 사실 그것을 이루고 있는 한 방울 한 방울의 바닷물에는 무궁무진한 화염이 본원이 깃들어 있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해룡이 위로 솟구침에 따라 그 몸을 이루고 있던 바닷물은 순식간에 붉은 용암으로 바뀌어버렸다.
“캬오오오!”
이 염룡 역시 포효하며 한제를 향해 돌진해 왔다.
하늘을 가로지르며 달려드는 두 마리 용의 모습에 두청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한제는 고개를 들어 눈을 번득이더니 두 마리의 용을 향해 몸을 날렸다.
“두청, 자네에게 기회를 주지. 반 시진 동안만 용 한 마리를 붙들고 있게!”
한제는 그 말만 남긴 채 바닷물로 이루어진 염룡에게로 달려들었다.
순간 표정이 수차례 변한 두청은 이내 이를 악물더니 몸을 훌쩍 날렸다. 동시에 보랏빛으로 반짝이는 목각 인형으로 변한 그는 다른 방향에서 돌진해오고 있는 용을 향해 몸을 날렸다.
두청은 일곱 번의 현겁을 통과한 상태로 엄밀히 따지자면 아직 공겁기 초기에도 이르지 못했다. 그럼에도 수준은 매우 높은 편이었다. 만약 한제가 그토록 다양한 술법을 갖추고 있지 않았더라면 그를 굴복시키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두청은 매우 신중했고 임기응변이 뛰어났다.
한제의 마음을 사기 위해 최강의 신통술을 사용하기로 한 두청은 온몸으로 보랏빛을 번득이며 무게의 본원을 발휘했다. 그러자 포효하며 달려들던 용은 돌연 온몸을 바르르 떨었다.
“캬아아악!”
찢어질 듯한 비명을 내지르던 녀석은 곧장 추락해 대지에 처박히더니 몸부림을 쳤지만 끝내 그 어마어마한 무게감을 떨쳐버리지는 못했다.
자맥의 혼이 포효하자 두청의 체내에서는 반작용을 일으킨 화염이 제멋대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 광경을 힐긋 보고는 무게의 본원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된 한제는 만약을 위해 한 줄기 신식만 갈라서 두청을 경계했고 자신에게 달려들고 있는 용암 화룡에 맞섰다.
용암 화룡이 온몸으로 발산하는 열기에 대기마저 타오르는 듯 검은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라 화룡은 마치 선강 대륙의 요룡(妖龍)처럼 보였다.
검은 연기에 휩싸인 화룡이 달려든 순간, 백발을 휘날리며 앞으로 한 걸음 내딛은 한제는 결인을 그린 손을 쭉 뻗었다. 그러자 빛을 번득이면서 나타난 붉은 검이 한제의 손에 나타나 온 세상을 붉은빛으로 뒤덮으며 자맥의 혼을 내리쳤다.
콰쾅!
붉은 빛이 닿은 순간 하늘과 땅의 기색이 변하고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화룡은 고통에 포효를 내지르더니 붉은 검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붉은 빛은 엄청난 속도로 화룡을 휩쓸고 지나갔다.
“캬오오오!”
찢어질 듯한 비명과 함께 몸통 일부가 댕강 잘려 나간 화룡은 계속해서 뒤로 물러났다.
한제의 두 눈이 서늘하게 번득였다. 본원을 인간의 형태로 응집하려는 중요한 순간인 만큼 그는 단숨에 앞으로 나서며 방금 잘려나간 화룡의 몸통을 쥐더니 화염 공 안으로 집어던졌다.
자맥의 혼 일부를 흡수한 화염 공은 더욱 격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했고 그 안에서 사지를 갖춘 주작은 몸통까지 응집해낼 조짐을 보였다.
한제는 번개처럼 몸을 날려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빠른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1만 척을 뛰어넘더니 도망치는 화룡 앞에 이르렀다. 이어서 오른손을 홱 들어 올리자 손바닥에서 밝은 금빛이 발산됐다.
그 순간, 두청의 심신이 바르르 진동했다. 그의 졸아든 눈동자 안에 비친 한제는 금색 문양에서 발산된 금빛에 휩싸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