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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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주.
귀일종의 사방을 에워싸고 있던 수많은 녹마주 수련자는 마침내 귀일종의 방어선을 뚫고 그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양측의 전쟁 주역들은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고 다른 수련자들 또한 곧장 공격을 가했다.
한데 그때였다. 종주를 포함한 귀일종의 공겁기 수련자들과 녹마주 대군 중 공겁기 대존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들의 시선이 향한 곳에서 짙은 금빛이 나타났다. 그러자 귀일종 안팎에서 전투을 벌이던 수련자들은 모두 우뚝 멈춰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금빛으로 변한 하늘에서는 묵직한 위압감이 발산되더니 뒤이어 그 안에서 나타난 인영이 덤덤하게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천우주와 녹마주, 이곳의 모든 선족은 들어라. 칙령이다!”
이와 같은 인영은 두 개가 더 나타난 상태였다. 하나는 대혼문에 나타났고 나머지 하나는 엄청난 속도로 녹마주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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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일종 밖. 금빛 인영의 위엄 있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사방은 적막에 휩싸였다. 모든 수련자는 놀란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황족!
선황!
칙령!
선황의 칙령은 아무 때나 내려오는 것이 아니었다. 수만 년에 한 번 내려질까 말까였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멀리 떨어진 중주에 있는 선황의 저항할 수 없는 위엄이 느껴졌다.
선강 대륙에서 선조의 혈맥을 가진 선황은 선족 중에서도 가장 높고 고귀했다. 선족을 통치하는 것은 명목일 뿐이었으나, 그렇다고는 해도 어느 종파나 주도 감히 대항할 수 없었다.
그 숭고한 혈맥은 온 선족의 상징이었다. 선족을 배반하려는 것이 아닌 이상 칙령에는 귀를 기울여야만 했다.
게다가 현임 선황은 아홉 개의 태양 중 하나였다. 강력한 실력과 높은 지위를 겸비한 선황의 말은 더욱 묵직할 수밖에 없었다.
“선황을 뵙습니다!”
모든 수련자가 일제히 허리를 굽히며 포권을 했다. 도마종이든 귀일종이든, 수준이 어느 정도이든 모두 존경심을 담아 절을 올렸다.
하늘에 나타난 금색 인영은 선황 본인은 아니었다. 하지만 칙령을 전달하는 임무를 맡았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가 선황의 화신인 셈이었다.
선족은 선황 앞에 무릎을 꿇을 필요까지는 없이 절만 하면 됐다. 본디 하늘과 맞서 싸우는 존재인 수련자가 쉽게 무릎을 꿇어서는 안 된다고 보았던 선조(仙祖)가 정한 규칙이었다.
게다가 선황일맥은 모든 선족 구역을 제후국 대하듯 방임하며 큰일이 아닌 이상 관여하지 않았는데 이 역시 당시 선조의 의지였다. 그는 선족은 억지로 구속할 수 없는 존재라 여겼고 무언가에 구속된다면 선족이 아니라고 보았다.
이에 선족 내의 나머지 네 대천존 역시 선황일맥에 존경심을 보였다.
모든 수련자들이 절을 하자 하늘에 나타난 금색 인영이 말을 이었다.
“선황께서 내리신 칙령은 총 세 개로 하나는 이곳에 다른 하나는 대혼문에 나머지 하나는 녹마주 도마종에 내려진다.”
뒤이어 그가 오른손을 휘두르자 금빛이 더욱 번쩍이더니 무엇으로 만들어졌을지 모를 두루마리가 나타나 펼쳐졌다.
“천우주와 녹마주의 선족 백성은 즉시 전쟁을 멈춰라! 운일봉, 당지아, 변운, 주해, 조동청⋯⋯.”
그는 몇 명을 더 호령했다.
“이상 여덟 명은 칙령을 받들어 입궁하라! 조묘(祖廟) 입장 시험을 치르게 될 것이다!”
금색 인영의 말은 느릿했지만 그 목소리는 마치 천둥처럼 울려 퍼졌고 이름이 불린 여덟 명의 수련자는 하나같이 감격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이번 전쟁에서 가장 뛰어난 모습을 보인 열여섯 명 중 귀일종에 속한 이들이었다.
선조의 해룡
귀일종 종주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이번 전쟁은 무척 복잡해 보였지만 사실은 간단했다. 천우주와 녹마주 양측에서 원했던 것은 두 주의 젊은 수련자들이 뛰어난 모습을 보이게 해 선황의 눈길을 끌고 조묘에 들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미소를 지은 것은 귀일종 종주만이 아니었다. 녹마주 출신 공겁기 대존들 역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들은 포권을 하며 다시 한번 절을 올렸다.
“명 받들겠습니다!”
금색 인영이 오른손을 한 번 휘두르자 두루마리는 한 줄기 빛이 되어 대지로 돌진하더니 귀일종 밖에 둥둥 뜬 채 부드러운 금빛을 발산했다.
할 일을 마친 인영은 더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몸을 훌쩍 날려 사라졌다. 하늘을 뒤덮은 금빛 역시 점차 흩어져 사라지면서 모든 것이 원상태로 돌아왔다.
같은 시각, 역시 격렬한 전투가 이어지던 대혼문 밖에서도 거의 같은 상황이 펼쳐졌다. 수련자들이 절을 올리는 모습과 심지어는 칙령의 내용까지도 같았다. 그저 언급된 여덟 명의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었다.
금색 인영이 떠나가자 칙령은 대혼문의 허공에 둥둥 떠올랐고 대혼문 안팎은 고요해졌다.
청우 선조는 고개를 들어 금빛이 흩어지기 시작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복잡한 표정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전쟁으로 천우주와 녹마주의 수많은 수련자가 목숨을 잃었지만 조묘에 진입할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시 선조의 예측과 약간 벗어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일치한다. 허나… 난 이한제에게 모든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았지.”
청우 선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속으로 한숨을 내쉰 뒤 몸을 돌려 폐관수련 장소로 향했다.
1백여 년이나 이어진 전쟁은 칙령에 의해 이렇게 끝났다.
녹마주 수련자들은 천천히 물러나 그들의 고향으로 돌아갔다.
천우주의 사망자는 매우 많았으나 녹마주의 사망자는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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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마주 도마종. 빠른 속도로 좁혀든 고리 형태의 진은 접촉하는 모든 수련자의 목숨을 거두고 건물 역시 무너뜨려 폐허로 만들었다. 이 진은 서른까지 세기도 전에 도마종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 모든 수련자를 죽인 후에야 한제 아래 호수 주위로 응집했다.
3만여 명의 원신은 모두 소멸된 상태였다. 오직 수십 명에 불과한 세 번째 단계 수련자들의 원신만이 금제에 봉인된 채 한제에게로 끌려갔다. 속신결을 수련하는 데 이들의 원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원신들을 삼켜 신맥을 늘림으로써 신통술 발휘 속도를 높일 생각이었다.
앞서 죽인 두 공겁기 수련자의 원신은 각각 소멸되고 불타버림으로써 둘 중 누구의 것도 거두지 못한 상태였다. 자신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그들의 원신을 거두겠다고 힘을 조절하다가는 자신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지 못했을 테니까.
‘앞으로도 원신을 거둘 기회는 많다.’
한제는 소매를 휘둘러 수십 명에 달하는 세 번째 단계 수련자들의 원신을 저물공간에 거두어 넣었다.
천우주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한제는 가만히 호수를 응시했다. 수련자들의 비명이 사라진 이곳은 죽음 같은 적막에 휩싸였다.
“도마종은 이미 파괴되고 모든 제자는 죽었다. 천우주에 있는 몇몇을 빼고는 모두 죽었지. 그런데도 나오지 않고 버틸 작정이냐!”
한제가 서늘한 목소리로 외치며 호수를 향해 오른손을 휘둘렀다.
콰쾅!
호수를 에워싸고 있던 고리 형태의 진이 눈부신 빛을 번득이며 빠른 속도로 좁혀졌다. 그러자 호수의 물은 대량의 파문을 일으키며 짙은 수증기로 증발해버렸고 호수는 와해되기 시작했다.
금제가 호수의 절반 정도로 수축한 순간, 호수 안에서 돌연 우렁찬 포효가 울려 퍼지더니 짙은 파란색 해룡이 튀어 나왔다. 몸길이만 해도 수십만 척에 달하는 거대한 해룡이었다. 어찌나 거대한지, 녀석이 밖으로 나오자 호수의 수위가 적잖이 줄어들었을 정도였다.
본디 드넓은 바다에서 살아야 하는데 호수 안에서 머물고 있는 이 해룡은 선강 대륙의 선수로 그 모습은 흉측했지만 매우 짙은 선기를 발산했다. 또한 이 해룡에게서는 아주 오랜 세월을 살아온 듯한 기운이 풍기기도 했다. 거대한 머리는 용과 비슷했지만 약간 달랐고 등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잔뜩 달려 있어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가늘고 긴 몸은 굵기 또한 1천 척에 달했고 등에 자라난 가시와는 별개로 머리에는 부채처럼 생긴 거대한 지느러미 두 개가 달려 있었다.
호수에서 튀어 오른 용의 비늘 사이사이로 엄청난 양의 물이 호수 위로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녀석은 거대한 머리에 달린 암적색 눈으로 한제를 죽일 듯 노려보며 우렁찬 포효를 내질렀다.
“캬오오오!”
포효와 함께 녀석의 얼굴에 두 개의 눈이 더 나타나 이제 네 개의 눈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그때, 녀석의 체내에서 엄청난 위압감이 발산돼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와 동시에 무너져 내리고 있던 호수와 섬 안에서는 황토색 빛 한 줄기가 발산돼 섬을 뒤덮고 보호막을 형성했다.
해룡은 몸을 뒤틀면서 거대한 입을 쩍 벌려 짙은 비린내를 풍기며 달려들어 한제를 집어삼키려 했다. 등의 가시가 바짝 선 채 빛나는 햇빛 아래 서늘한 빛을 번득였다.
이 해룡은 공겁기 절정 금존에 못지않은 힘을 갖고 있었다.
현재 천존이 된 도마종의 선조를 따라다니다가 그가 이곳을 떠나갈 때 남겨둔 녀석은 도마종을 지키는 선수로 지내오고 있던 상태였다. 천존 선조는 이 용이 있는 한 도마종이 오래도록 무사하리라고 여겼다.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오른 해룡이 입을 쩍 벌려 한제를 삼키려고 달려든 순간, 천우주 쪽에서 한 줄기 금빛이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다가왔다.
도마종 종주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응시했다. 그는 폐관수련 장소인 이 공간 너머 외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상황을 살필 수 있었다.
“나조차도 이 해룡을 죽이려면 적지 않은 노력을 들여야 할 터. 심지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지. 이한제, 네가 금존의 위력을 발휘한 풍 장로를 죽였다고는 하나 생명을 바쳐 아주 짧은 순간 생겨난 힘은 진정한 금존의 위력과는 큰 차이가 있다. 아마도 이 해룡을 쉽게 죽이지는 못할 것이다! 그 사이 선조께서는 내가 전한 소식을 접하고 와주시겠지. 흐흐흐.”
도마종 종주는 한제를 산 채로 씹어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감히 나갈 엄두는 내지 못했다.
한데 이를 악물고 중얼거리던 그는 돌연 오른손이 바르르 떨리는 것을 느끼고는 고개를 홱 숙였다. 그의 손바닥에서는 한 덩어리 푸른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 연기는 순식간에 일곱 갈래로 갈라지더니 그의 칠규를 통해 체내로 파고들었다.
그 순간, 경련하듯 온몸을 떨던 도마종 종주는 거의 광기에 가까운 기쁨을 느꼈다.
“크하하하! 됐다! 선황께서 칙령을 내리셨어!”
그는 호탕하게 웃더니 이죽거렸다.
“이한제, 나를 죽이려 하느냐? 우리 도마종의 도통을 파괴하려 해? 곧 선조께서 오실 것이다. 그럼 넌 죽은 목숨이다! 게다가 곧 선황의 칙령도 내려질 예정이지. 선황의 사자 앞에서 나를 죽일 수 있겠느냐? 칙령을 받은 사람을 죽이는 것은 대역죄나 마찬가지지! 으하하하!”
도마종 종주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한편, 해룡은 온몸으로 어마어마한 위압감을 발산하며 한제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금존 이하의 수련자라면 이 위압감에 감히 대적할 생각도 하지 못할 터였다.
한제는 싸늘하게 해룡을 응시했다.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해룡의 체내에서 발산되는 무시무시한 힘이 느껴졌다.
해룡이 금존에 맞먹는 기세를 발산하며 달려들자 하늘과 땅의 기색이 변했다. 맑았던 하늘은 먹구름이 낀 것처럼 곧장 어두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