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515
아직은 흐릿했지만 엄청난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는 그 인영은 점차 명도 존의 모습을 갖추어갔다.
‘명도 존의 살점이 모두 떨어지면 그때부터는 뼈가 무너져 내리게 돼. 만약 뼈가 다 무너질 때까지 버텨낸다면 금빛은 다시 응집될 거고 그럼 저자는 반조법을 완성하게 된다!’
상현도가 했던 말을 떠올린 한제는 곧장 다시 공격을 하려 했다.
한데 바로 그때, 그의 심신에 상현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한제, 내 마지막 생명으로 네게 선조의 유산을 옮겨주겠다. 나의 희생을 잊지 말고 선조의 수준을 손에 넣으면 부디 우리 종족의 봉인을 풀어다오. 명도 존은 오직 너를 죽이겠다는 의지로 극심한 고통을 참아왔다. 덕분에 네가 명도 존의 것을 성공적으로 전승받을 가능성은 더 커졌어!”
부서지고 있는 상현도의 몸에서는 어스름한 빛이 흘러나왔고 죽음에 가까워진 그의 목소리는 신식이 되어 한제의 심신에 울려 퍼졌다.
이 어스름한 빛은 이내 빠른 속도로 날아가 명도 존의 뼈가 붕괴하며 발산된 충격과 부딪쳤다.
콰쾅!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지는 사이 그 충격을 그대로 관통한 어스름한 빛은 충격의 근원인, 금색 인영으로 응집되고 있는 명도 존 곁에 이르더니 그 주위를 맴돌면서 줄기줄기 검은 빛의 고리를 형성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 일곱 번을 회전해 일곱 개의 고리를 만들어냈다.
이때 한제는 눈을 번득이면서 오른손으로 허공을 꽉 움켜쥐었다. 그러자 그의 주위를 맴돌고 있던 천우 혼개의 붕괴로 형성된 폭풍이 급속도로 그의 주먹에 응집됐다. 한제의 주위를 에워쌌던 폭풍이 사라지고 무너져 내리려던 천우의 허상도 주먹에 응집된 순간, 한제는 주먹을 휘둘렀다.
그 순간 한제의 몸에 입혀져 있던 혼개는 산산조각이 나 흩어졌지만 그의 주먹은 곧장 뻗어 나가 상현도의 부서진 몸에서 흘러나온 어스름한 빛과 금색 빛으로 형성되고 있던 명도 존의 몸 근처에 이르렀다.
“안 돼!”
처연한 목소리가 어스름한 빛 안에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천우의 마지막 힘이 깃들어 있는 한제의 주먹은 어마어마한 위력을 품은 채 이미 여덟 개로 늘어난 빛의 고리를 관통해 금색 인영에 꽂혔다.
“나는 너를 믿지 않는다!”
상현도의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한제는 알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저 이전의 그 함정에 상현도도 참여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만약 살육의 분신을 강림시키지 않았더라면 죽고 말았을 정도로 위험한 함정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추측이 맞다면 방금 전 상현도가 했던 모든 말은 거짓일 수도 있었다.
앞서 나가던 혈인은 이 충격과 그대로 충돌했다.
펑! 퍼펑!
끊임없이 폭발음이 울려 퍼지면서 혈인은 결국 끔찍한 비명을 남기며 명도 존에게 닿기 전에 연기처럼 흩어져 사라지고 말았다. 명도 존의 살점에는 그 어떤 신통술에도 대적할 수 있는 선조의 힘이 깃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표정이 급변한 한제는 다급하게 몸을 뒤로 물렸다.
잔야력의 위력에 그에게 날아오던 명도 존의 살점은 대부분 소멸했지만 대신 잔야력의 빛 역시 적잖이 사라졌다. 게다가 재빨리 몸을 물렸음에도 불구하고 한제는 가슴과 오른쪽 다리, 그리고 왼쪽 팔을 명도 존의 살점에 격중당하고 말았다.
“크윽!”
순간 극심한 통증이 밀려들었고 명도 존의 살점에 닿은 부분에서는 밝은 금빛이 발산됐다. 그 빛은 한제의 몸을 불사르는 듯했다.
“예상보다 일찍 깨어나게 되면서 선조의 혈맥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했어. 그래서 이러한 변화가 생겨난 거다. 명도 존의 살점이 모두 떨어지면 그때부터는 뼈가 무너져 내리게 돼. 만약 뼈가 다 무너질 때까지 버텨낸다면 금빛은 다시 응집될 거고 그럼 저자는 반조법을 완성하게 된다! 이한제,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모든 힘을 쏟아부어야 해! 저자가 반조법을 완성하기 전에 제압해야만 저자가 얻은 힘을 네게 옮겨줄 수 있어!”
상현도는 초조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외치더니 몸을 훌쩍 날려 두 손을 동시에 들어 올렸다.
양손에서는 하얀 소인이 끊임없이 소환됐다. 동시에 그는 혀끝을 또 한 번 깨물었고 이에 그의 몸은 전보다 더 허약해졌다. 당장 숨이 끊어져도 이상할 게 없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상현도가 그렇게 뿜어낸 피로 혈인을 만들어내자 사방에 자리해 있던 소인들이 곧장 그 혈인의 체내로 녹아들었다.
이에 혈인은 극강의 위압감을 풍기며 두 눈을 번쩍 떴다. 놀랍게도 혈인은 매우 덤덤한 모습이었으나 곧장 명도 존에게 달려들었다.
연운결
천우 혼의 마지막 힘이 막 응집되고 있던 금색 인영에 닿은 순간, 거대한 소리가 온 세상에 울려 퍼졌고 동시에 격렬하게 경련하던 인영은 그대로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응집 중이던 취약한 상태의 인영은 그대로 흩어져 사라졌지만 금색 빛 덩어리는 아무런 손상도 입지 않은 채 한 줄기 빛이 되어 하늘로 돌진했다.
상현도가 죽기 전 뿜어낸 어스름한 빛 역시 흩어지지 않고 순간 응집되면서 상현도의 허상을 형성했다. 분노와 고통으로 얼룩진 표정으로 그는 고함을 내지르면서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렸다가 대지를 가리켰다.
“선조! 네 머리를 찾아준 것은 우리 종족이다!”
어스름한 빛으로 이루어진 상현도의 허상이 대지를 가리키자 선조 머리 모양의 산이 돌연 격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그 위를 뒤덮고 있던 대량의 돌조각이 떨어져 내렸고 이내 산은 폭발했다.
콰르릉!
폭발한 산에서는 밝은 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한제는 산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면서 그 안에서 드러난 것을 본 순간, 숨조차 쉬지 못하고 온몸을 바르르 떨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폭발한 산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하나의 머리였다. 두 눈을 꼭 감은 채 검은 머리를 기른 1백 척 길이의 머리에서는 온 세상을 뒤흔들기에 충분할 정도로 엄청난 위압감이 뿜어져 나왔다. 심지어 육신과 영혼까지 짓눌려 파괴될 듯한 강력한 위압감이었다.
그 머리의 칠규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그 생김새는 또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한제가 천우주에서 지화맥을 흡수할 당시 환각을 통해 보았던, 천우를 봉인한 장본인이었다.
한제는 천존열 시험장에서는 그의 분영을 황궁 안에서는 그의 조각상을 봤고 동림종 동림지에서는 수백 년 전 선강 대륙 곳곳에 이름을 널리 떨친 이 사람의 본명까지도 들은 바 있다. 그는 선황의 시조이자 선족의 시조이며 전설 속의 선족 최강자였다.
그는 일찍이 천외 흉수의 영혼 일흔두 개를 제압해 선족 구역의 72개 주로 만든 자였다. 또한 그는 천존열을 창조하고 그곳을 후손들의 시험장으로 삼은 자였다.
그는 선조, 연운결이었다.
폭발하여 붕괴한 산에서 떠오른 머리의 절단면은 울퉁불퉁했다. 마치 누군가가 강제로 뜯어낸 것처럼.
칠규에서 흐르는 피는 금색이었지만 너무나 오랜 세월이 지난 탓인지 어렴풋한 보랏빛을 띠었다. 허나 창백한 얼굴에 걸린 잠든 듯 덤덤한 표정에서는 아무런 고통의 기색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머리를 본 순간, 한제는 머릿속이 콰쾅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 마치 수많은 천둥번개에 적중당한 것만 같은 강렬한 충격에 그는 우뚝 멈춰 선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
선조의 실종에 대해 선족 구역 내에서는 수많은 소문이 돌았다.
한제는 선조가 선강 대륙을 떠났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고 어딘가에서 폐관수련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 적도 있으며, 어쩌면 이미 죽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다.
한데 이렇게 직접 선조의 머리를 보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선조를 죽인 건 대체 누구지?’
한제의 심신이 떨려왔다. 눈앞의 광경에 아주 오래 전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추측하기 시작한 것이다.
‘과연 선족 구역에서는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선조가 죽었다면 고조는?’
여러 가지 생각이 한꺼번에 떠올라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 무렵, 어스름한 빛으로 이루어진 허상의 상현도는 선조의 머리를 소환해낸 뒤 하늘을 향해 고함을 내지르더니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왼손으로 왼쪽 눈을 가린 채 오른쪽 눈만 번쩍 떴다.
선조의 머리는 그러한 그의 행동에 따르듯 곧장 오른쪽 눈을 번쩍 떴다. 그 눈은 텅 비어 있었으나 그 순간 하늘로 솟구쳐 올라가던 주먹만 한 금빛 덩어리는 우뚝 멈춰 서더니 방향을 홱 틀어 선조의 머리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 텅 빈 오른쪽 눈구멍 안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어스름한 빛으로 이루어진 허상의 상현도는 분노한 표정으로 오른손을 들어 한제를 가리켰다. 동시에 그의 입에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저주 같은 주문이 중얼중얼 흘러나왔다.
한제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긴 빛을 그리며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
상현도의 손가락 끝이 한제에게로 향한 순간, 선조의 오른쪽 눈에서는 하늘을 뒤덮을 듯 짙은 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강력한 기세로 발산된 금빛에 한제는 엄청난 흡입력이 자신의 온몸을 뒤덮는 것을 느꼈고 동시에 그쪽으로 끌려가 선조의 오른쪽 눈에 흡수되어 버렸다.
그 순간, 허상의 상현도는 다시금 어스름한 빛을 번득이더니 아홉 갈래의 빛 고리가 되어 한제와 함께 선조의 오른쪽 눈으로 달려들었다.
“내 말을 듣지 않고 내 계획을 망치려 들어? 네 허튼짓 때문에 9할에 달했던 성공 가능성은 3할로 줄어들었다! 빌어먹을 놈! 원래는 네놈에게 선조의 수준을 부여하고 그렇게 얻은 선조의 힘으로 네 심신을 제압한 뒤 의식을 차지하려 했지.
그래도 네가 내게 충성하며 영혼을 바친다면 너를 우리 종족의 향불을 보호하는 사자로 삼을 생각이었으나 이제 생각이 바뀌었다. 약속은 이제 없던 일이다!”
상현도의 목소리에서는 분노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난 이미 오랜 세월을 기다려왔다. 그럼에도 여태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적합한 사람을 찾지도 못하다가 마침내 얻게 된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네 몸을 차지할 것이다! 허나 일단은 전승부터 해야겠지. 그렇게 해서 네가 선조의 수준을 갖게 되면 그것은 곧 내 것이 되는 거야!”
★ ★ ★
조성의 금궁!
하늘의 거대한 구멍에서는 미약한 빛이 흘러나왔고 아래의 여덟 개 산봉우리 중앙에는 길이가 1백 척에 달하는 거대한 머리 하나가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그 머리의 오른쪽 눈은 번쩍 뜨여 있었고 아직 탁하기는 했지만 그 안에 깃든 어렴풋한 빛은 회오리처럼 그 안에서 빠르게 회전했다.
빙빙 돌고 있는 회오리 안으로 누군가의 허상이 어렴풋하게 드러났다. 바로 한제였다.
선조의 오른쪽 눈 안에는 또 다른 하나의 세상이 펼쳐져 있는 것만 같았다.
한제는 두 눈을 감은 채 어둠과 죽음의 기운으로 가득한 이 세상을 표류했다. 그러는 사이 한제의 머리카락은 백발과 흑발 사이를 빠르게 오갔다. 이러한 변화를 자신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한제는 두 눈을 꼭 감은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의 체내에서는 금빛이 은은하게 발산되고 있었다. 피부 안에서 발산되고 있는 듯한 이 빛은 약간 어두워 언제라도 꺼져버릴 듯했다.
그런 금빛에 휩싸인 한제는 마치 잠든 듯 표정이 더없이 담담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한제의 몸에서 발산되던 금빛은 조금씩 밝아지면서 점점 멀리 확산됐다. 지금 그의 체내에서는 전승과 탈취, 진압과 저항이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의 체내에는 금색 빛 덩어리가 하나 있었다. 선조의 힘을 품은 이 빛 덩어리는 금색 빛을 한제의 몸 밖으로 뿜어내는 한편 그의 피와 살, 뼈를 비롯한 모든 것을 그것에 적합한 상태로 바꾸어가고 있었다.
이 금빛은 매우 포악했다. 세상 모든 것을 통제하고 누군가를 광기 어린 상태로 만들기에 충분한 기운을 품은 그것 때문에 설령 상현도가 한제를 탈취하지 못하더라도 한제는 결국 이지를 잃은 광인이 될 것이 분명했다.
이 포악한 금빛은 한제의 모든 저항 의지를 파괴하고 그의 온몸을 뒤덮었다.
허나 한제의 전신 중 한 곳만은 금빛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있었다. 고조의 혼혈이 있는 곳이었다. 고조의 혼혈은 선조의 유산과 같은 등급의 존재인 만큼 금빛으로도 어찌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다만 혼혈은 양이 얼마 되지 않아 금빛에 별다른 저항을 하지는 못했고 결국 그 두 존재는 점차 서로를 건드리지 않게 됐다.
‘금빛으로 녀석의 온몸을 점거하면 영혼까지 제압하여 무너뜨릴 수 있을 터. 그러면 그때 내가 녀석의 몸을 차지한다!’
한제의 체내로 침입한 금빛의 핵심으로부터 상현도의 신식이 울려 퍼졌다.
이미 육신을 잃어 한 줄기 신식으로만 존재하고 있는 그는 한제의 몸을 탈취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선조의 유산을 미끼로 삼은 것도 그 때문이다. 사실 그의 목표는 선조의 유산의 강력한 위력으로 한제의 저항을 제압하고 그 몸이 선조와 같은 수준에 이르러 영혼마저 잃었을 때 그 몸만 차지하는 것이었다.
금색 빛은 곧 고조의 혼혈을 품은 자리와 머리를 제외한 나머지 부위를 모두 점거했다. 한제의 몸에서 발산되는 금빛은 이제 눈이 부실 지경이었고 급기야는 선조의 머리 밖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덕분에 선조의 머리는 한 줄기 생기를 품은 것처럼 보였다.
“이한제의 몸은 정말로 기이하군. 지울 수 없는 고조의 기운까지 가지고 있어. 허나 그야 봉인해 버리면 그만이지.”
상현도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한데 그때, 순간 한제 체내의 금빛이 고조의 혼혈이 있는 곳에 응집해 층층이 감싸 덮었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혼혈을 흩어 없앨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상현도가 한제의 몸을 탈취하는 데 방해하지 못하도록 막아낼 수 있을 터였다.
“이제 머리만 남았군. 머리까지 점거한 뒤 영혼을 제압한다!”
상현도는 감정이 벅차올랐다. 그는 한제의 체내에 파고든 금빛이 고조의 혼혈이 있는 곳을 덮어버린 뒤 줄기줄기 파문이 되어 한제의 목을 따라 그 머리 쪽으로 흘러드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