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313
하늘을 뒤덮을 듯 거대한 소리가 연속으로 울려 퍼졌고 얼음덩이들에 균열이 생기더니 곧 무수히 많은 얼음 조각으로 부서져 터져 나갔다. 또한 그 충돌의 여파로 반쯤 남은 빙설 신전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이원봉은 얼음덩이들이 부서지는 순간 훌쩍 뛰어올랐다. 그는 분노에 차 일갈했다.
“천우, 기필코 네놈을 죽이고야 말겠다.”
한제는 여전히 싸늘한 눈으로 말없이 이원봉을 노려보았다.
두 손을 결인해 하나의 거대한 찻잎 형상을 만들어낸 이원봉이 기합과 함께 손을 앞으로 쭉 뻗자 그 찻잎 형상은 한제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한제의 눈이 서늘하게 빛나는가 싶더니 어느새 주먹을 앞으로 내질렀고 그가 내뿜은 힘이 허공에서 찻잎 형상과 충돌했다.
펑!
허공에서 떨어져 내리던 찻잎 형상에 균열이 일었다. 이원봉의 몸은 그 기세에 수백 척 뒤로 밀려났다. 그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한제는 세 걸음 정도 뒤로 물러났는데 한 걸음 물러날 때마다 푸른 돌로 만들어진 바닥에 무수히 많은 균열이 일었다.
두 사람의 싸움은 모든 설역국 수련자들의 주의를 끌었다. 설역국의 모든 화신기 수련자 중 이곳에 있는 세 노인을 제외한 17명은 빠른 속도로 빙설 신전으로 향했다. 그들에게 이원봉은 설역국의 종주로 그가 있어야만 설역국은 5성 수련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기에 이들은 필사적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화신기 수련자들이 속속 도착했고 곧장 법보를 꺼내 들었다.
한제는 덤덤한 눈빛으로 한 마디 내뱉었다.
“꺼져!”
처음에는 작았던 그 목소리가 눈 깜짝할 사이에 하늘을 깨드릴 만큼 커다란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수많은 메아리에 하늘의 분노가 어린 듯했다. 고대신의 소리이자 그의 분노가 담긴 일갈이었다.
그 순간, 하늘의 구름이 말끔히 사라지더니 수많은 공간의 균열이 나타났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모습이었다.
대지는 거대한 손에 찢겨나가는 종잇장처럼 쩌적 소리와 함께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균열이 일어나 갈라지기 시작했다.
하늘이 붕괴하고 땅이 갈라지는 상황이었다.
화신기 수련자들은 엄청난 충격에 피를 토해내며 재빨리 물러났다.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해진 그들은 더 이상 공격을 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한제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분신과 본체의 합체로 기이한 힘을 낼 수 있게 된 그조차도 여태 이런 힘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지금 그는 화신기 후기 수준에 이른 데다가 생사의 경지를 다룰 수 있는 3성급 고대신, 또는 3성급 고대신의 육신과 생사의 경지를 가진 화신기 후기 수련자라고 볼 수도 있었다.
이원봉의 얼굴이 더욱 굳어갔다. 그는 눈앞의 상대가 진정한 적수임을 깨달았다. 방금 그가 내뱉은 한 마디의 위력은 영변기 수련자에 비견할 만했던 것이다.
이원봉은 진중한 목소리로 주위의 화신기 수련자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물러가라. 1만 리 밖으로 물러나 끼어들지 말아라!”
설역국의 화신기 수련자들은 망설임 없이 물러났다. 나타날 때만 해도 기세등등했던 그들이었지만 물러날 때는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고작 한 마디에 담긴 위력에 힘없이 물러나야 했으니 그들의 속이 편할 리가 없었다.
한제는 허공으로 몸을 훌쩍 날렸다.
“이원봉, 2년 전의 빚을 갚아주마!”
한제는 차갑게 외치며 이원봉 앞으로 순간이동을 한 뒤 주먹을 날렸다.
이원봉은 잔뜩 긴장한 채 재빨리 몸을 뒤로 물렸다. 동시에 저물대에서 손바닥만 한 검은 북을 꺼내 두드렸다. 그러자 기이하게도 마치 심장 박동 같은 소리가 울려퍼졌다.
순간 한제는 심장이 기이하게 반응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코웃음을 친 뒤 멈추지 않고 주먹을 휘둘렀다.
이원봉은 안색이 변해 손에 쥔 작은 북을 더욱 세고 빠르게 두드렸다.
한제는 낮게 신음했다. 그 북에 이끌린 심장 박동이 기이하게 붕괴해 내리는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그는 멈추지 않고 주먹으로 그 북을 내리쳤다.
쾅!
이원봉의 몸이 다시 물러났다. 작은 북은 산산조각이 난 채 흩어졌다.
“이원봉, 영변기 수련자의 실력이 고작 이 정도인가?”
한제는 상대를 쫓으며 냉랭하게 비웃었다.
이원봉은 낮게 신음하며 몸을 물렸고 두 손으로 결인을 한 뒤 가슴을 눌렀다. 순간 그의 가슴으로부터 한 줄기 반짝거리는 빛이 튀어나오더니 순식간에 눈과 얼음으로 이루어진 거인이 되었다. 이원봉은 곧장 몸을 날려, 키가 1백 척에 달하는 그 거인의 몸속으로 사라졌다.
거인이 크게 고함을 지르자 소리가 하늘을 꿰뚫 듯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한제는 조금 긴장했다. 지금 나타난 거인의 모습은 결투 당시 홍접이 사용했던 법보와 거의 비슷했으나 그보다는 약간 작았다.
거인은 포효하며 한제를 향해 돌진했다. 허나 고대신의 육신을 가진 한제는 껄껄 웃더니 거인을 향해 마주 날아갔다.
펑, 펑, 펑!
연이어 휘두른 주먹이 거인의 몸을 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지는 둘의 격돌에 갈라졌고 하늘에는 점점 더 많은 공간의 균열이 생겨나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했다.
3성급 고대신의 육신이 보이는 강대함은 상상을 초월했다. 심지어 거인이 두들기는 주먹에 통증이 아닌 약간의 간지러움마저 느껴졌다. 반면 거인은 한제의 주먹에 맞을 때마다 균열이 일었다. 거인은 분노한 듯 포효했으나 끊임없이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원봉, 오늘, 너는 반드시 죽는다.”
한제가 주먹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펑!
이원봉은 다시 뒤로 물러났다. 거인의 온몸에는 점점 많은 균열이 생겨났다.
“부서져라!”
한제는 일갈하며 거인의 가슴팍에 몸통을 부딪쳤다. 거인의 온몸에서 쩌적 하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조각조각 얼음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완전히 붕괴했다.
이원봉은 피를 토하며 그 안에서 빠져나오더니 한제를 노려보았다.
“만약 내가 당시의 부상을 완전히 회복했다면 이런 치욕을 당했겠느냐? 좋다, 오늘은 수준이 떨어지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너를 반드시 죽이겠다.”
이원봉은 두 눈으로 음침한 빛을 번득이며 두 손으로 결인을 했다. 순간 기이한 힘이 그의 몸에서 미친 듯이 뿜어져 나오더니 수많은 찻잎들이 사방에 나타났다. 이 찻잎들은 모두 수정처럼 반짝였고 기이한 향기를 내뿜었다.
“경지의 실체화⋯⋯.”
한제의 눈이 번득였다. 이전에 그의 몸에 이원봉의 경지가 남긴 찻잎 모양 흉터가 났을 때, 한제는 영변기 수련자가 가진 경지의 힘은 더 이상 허상이 아니라 실체화될 수 있는 모양이라고 추측한 바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자신의 추측이 옳았다고 확신하게 됐다.
사실 이원봉을 찾아와 결전을 벌인 것은 복수 때문이기도 했지만 영변기에 이를 준비를 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영변기에 이르기 위해서는 천도를 깨닫는 방법도 있지만 영변기 수련자와의 결투를 하는 것 역시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또한 스스로를 사도환이라 일컬은, 잘린 팔이 만들어낸 허상에 관한 단서를 찾는 것 역시 설역국을 찾은 이유 중 하나였다.
영변기 수련자
이원봉을 감싼 차의 경지를 주시하던 한제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자 고대신의 육신에 깃든 원신이 천지와 소통했다.
순간, 이원봉이 봉쇄해놓은 모든 하늘에 찢어진 것처럼 긴 틈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틈을 통해 한 줄기 회색빛이 미친 듯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점점 더 많아지더니 결국 하늘의 반 정도를 차지하는 거대한 그림 족자를 만들어냈다.
이는 생사윤회의 축이었다.
‘분신과 본체가 결합했으니 그 경지에도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한제는 당시 천도의 윤회를 깨달았을 때 본체 뒤에 나타난 허상의 그림자를 떠올렸다.
마음이 움직였다. 순간 그의 미간에서 세 개의 반점이 빠르게 나타나 급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뒤이어 그의 뒤로 거대한 인영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는 하늘에 닿았고 발은 땅을 디딘 그 인영은 생사윤회가 담긴 그림 족자를 쥐더니 펼쳤다.
이 기이한 광경에 이원봉은 입을 쩍 벌린 채 멍하니 하늘을 보며 한참이나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일찍이 천우가 생사의 경지를 깨달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갑작스레 나타난 거인의 허상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 저게 뭐지?”
사실 한제도 내심 당황하고 있었다. 고대신의 허상과 분신의 경지가 이런 결합을 만들어낼 줄은 그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거대한 허상이 손에 든 족자를 흔들자 그 안에서 한 줄기 회색빛이 뿜어져 나와 천도의 사자 같은 반투명한 허상을 이루었다. 그 허상의 용모는 또렷하지 않았으나 온몸은 회색빛이었다. 그것은 나타나자마자 곧장 이원봉에게 달려들었다.
이원봉은 손태가 쏘아 보낸 선력의 번개가 엄습했을 때와 같은 위기감을 느꼈다. 그는 망설임 없이 크게 소리쳤다.
“차의 경지!”
순간 그의 곁에 맴돌고 있던 찻잎 하나하나가 빠른 속도로 부풀어오르더니 각각 한 송이 꽃을 이루어 사방에서 회전했다. 기이한 향기가 더욱 짙어졌다.
회색빛으로 이루어진 환상이 그 차의 경지에 돌진한 순간 허상은 사라졌지만 차의 경지가 만들어낸 찻잎 역시 흩어져 사라졌다.
그 순간, 한제는 원신이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힘이 쑥 빠져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생사윤회의 축과 거대한 허상이 천천히 흩어져 사라져갔다.
이원봉은 창백한 얼굴로 몸을 휘청거리다가 대량의 선혈을 토해냈다.
“너는 화신기 후기 아니냐. 한데 네 경지는 이미 영변기에⋯⋯?”
한제를 노려보며 중얼거리는 이원봉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눈빛만큼은 강렬했다.
그는 신체의 한계와 미처 회복되지 않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선력을 동원했다. 그의 손에 선력의 결정 하나가 나타났고 선력이 그의 체내에서 미친 듯이 솟아올랐다. 선력을 흡수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영변기 수련자의 특징중 하나였다.
이원봉은 체내의 선력을 모두 동원했다. 그의 몸에서 거대한 위압감이 쏟아져 나왔다.
한제는 무덤덤한 얼굴로 저물대에서 혼번을 꺼내 흔들었다. 그러자 수많은 혼백이 빠져나와 그의 앞에 빽빽한 검은 기운을 드리웠다.
한제는 동시에 금번도 꺼내 들어 휘둘렀고 그러자 금제가 줄기줄기 포효하며 튀어나왔다. 한제 주위는 검은 안개로 완전히 뒤덮여 마치 하나의 회오리 같았다.
이원봉은 비릿하게 웃더니 두 손으로 결인을 했다. 순간 주먹만 한 얼음 공들이 그의 주위에 나타났다. 이것은 설역국 수련자라면 누구나 부릴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법술이었으나, 지금 이 얼음 공에는 땅을 뒤엎을 듯한 위력이 깃들어 있었다.
“죽어라!”
이원봉은 일갈하며 두 손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그러자 얼음 공들이 부르르 떨더니 한제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혼백과 금제들은 그 얼음 공에 닿는 순간 곧장 흩어져 버렸다.
한제는 그 얼음 공에 선력이 깃들어 있음을 명확히 느낄 수 있었으나, 그 양은 결코 많지 않았다.
“선력이 깃든 얼음 공이라… 대체 얼마나 강한지 볼까?”
그는 몸을 훌쩍 날려 검은 안개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낮게 기합을 넣으며 주먹으로 얼음 공을 가격했다.
콰르릉!
하늘을 뒤덮을 듯한 소리가 가까운 나라들에까지 들릴 정도로 울려 퍼졌다. 온 설역국 대지에는 미친 듯 균열이 일었고 두껍게 쌓여 있던 눈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한제는 얼른 몸을 뒤로 물렸다. 그의 오른손이 미약하게 떨렸고 심지어 서리가 약간 어려 있었지만 금세 사라졌다.
‘영변기에 이르러 선력을 조종할 수 있게 된다면 혼번에 선력을 주입하여 혼백들의 위력을 대폭 증가시킬 수 있겠지. 마찬가지로 금번의 금제도 더 강력하게 만들 수 있을 거야. 이 두 법보의 힘은 전보다 몇 배는 더 강해지겠지. 선검에 선력을 주입한다면 이전보다 훨씬 큰 위력을 낼 게 분명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