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395
‘감금에서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영변기 중기에 이르렀다니!’
파박!
조성살의 손에 들려 있던 술잔이 깨져나갔다.
옆에 있던 그의 둘째 사제 역시 놀란 표정이었다. 그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한 줄기 보라색 빛이 되어 하늘 끄트머리로 질주했다.
백미는 기이한 눈빛으로 은근한 미소를 지은 채 묵묵히 술잔을 기울였다.
한편, 한제를 돌숲에 감금했던 넷째 사매는 오히려 침착해, 미동도 없었다.
둘째 사형인 중년 사내는 번개처럼 빠르게 몸을 날리며 소리쳤다.
“이토록 상서롭고 길한 날 막무가내로 난입하는 자는 절대 용서할 수 없다.”
그는 한제가 입을 열기도 전에 그에게 죄목을 뒤집어씌우면서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린 뒤 앞으로 손을 뻗었다.
“흙의 힘!”
그러자 그의 손바닥 위로 황토색의 빛이 튀어나와 모래흙이 되더니 동쪽에서 접근하고 있는 보라색 빛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었다.
한제는 이 광경을 싸늘한 눈으로 지켜보다가 몸을 훌쩍 날렸다. 그가 하얀 구름 위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둘째 사형이 쏘아 보낸 모래흙은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한제는 침착하게 그대로 밀고 나가면서 오른손으로 저물대를 두드려 금번을꺼냈다. 그가 금번을 휘두르자 수많은 금제들이 튀어나와 꼬리에 꼬리를 물며 한 줄기의 검은색 회오리를 이루었다.
콰오오!
이내 강력한 바람이 하늘과 땅을 뒤흔들었다.
달려들던 모래알들은 바람으로 인해 둘로 갈라져 금제의 회오리로 섞여들었다.
한제는 금제의 회오리를 훌훌 뛰어넘더니 냉랭한 눈으로 이(二)사형을 훑었다.
“용서는 한 번뿐. 이번에는 살려주지 않는다.”
말을 마친 한제는 오른손 검지에 선력을 불어넣어 한 줄기 마화(魔火)를 만들어냈다. 이에 중년 남자는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칠사제! 오늘은 스승님의 생신 축하연이 열린 날이다. 이렇게 많은 도우 앞에서 어찌 이리 방만하게 군단 말이냐?”
한제는 싸늘하게 사방의 수련자들을 슥 훑었다. 그 자리의 수련자들은 모두 흥미롭다는 듯 구경하고 있을 뿐, 누구도 끼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여러 도우분들, 오늘 우리 자종에서는 쟁탈전이 진행됩니다. 혹여 관련 없는 외부인이 끼어든다면 후에 천운종에서는 책임을 물을 겁니다.”
한제는 방만하게 내뱉은 뒤 오른손 검지로 중년 사내를 가리켰다.
중년 사내는 빠르게 몸을 뒤로 물렸다. 일전에 쓴맛을 본 적이 있으니 마화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조성살이 어두운 표정으로 한 발 나서서 한제와 중년 사내 사이에 끼어들더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칠사제, 자리로 돌아가라! 자계의 쟁탈전이 진행되는 날은 오늘이 아니다.”
허나 한제는 들은 척도 않고 오른손 검지를 튕겼다. 순간 마화가 번쩍 하고 튀어나갔고 그 순간 하늘을 뒤덮을 듯 급격하게 불어나면서 사방의 흰 구름을 보라색으로 물들였다.
“마염(魔焰)이다.”
그곳에 모인 수련자들 중 식견이 넓은 몇몇이 경악했다.
“천운종은 정말이지 대단하군. 마염을 다룰 줄 아는 제자까지 있다니… 처음 보는 얼굴인데 언제부터 자종에 저런 수련자가 있었던 거지?”
“조 도우가 칠사제라고 부르는 것을 보니 자계의 일곱째 제자인 모양이야. 당시 손운이 자계의 일곱째 아니었나?”
사람들은 재미난 구경거리라도 난 듯 떠들어댔다.
마화는 곧장 중년 사내를 향해 날아들었다.
조성살은 잔뜩 굳은 얼굴로 결인을 그리며 가볍게 외쳤다.
“대자연천지결(大自然天地訣)!”
그 순간, 하얀 빛의 고리들이 조성살의 오른손에서 나타나더니 사방으로 확산돼 마화를 완전히 둘러쌌다.
허나 한제는 당황하기는커녕 피식 웃더니 손가락을 딱 하고 튕겼다.
펑!
격렬한 폭발음과 함께 마화가 터져나갔다. 이어서 마도를 깊게 익힌 자만이 발휘할 수 있는 짙은 마기가 터져 나왔다.
“이럴 수가!”
조성살의 경악성과 함께 수많은 보라색 불꽃이 엄청난 기운으로 주위의 빛 고리들을 휘감았다. 빛 고리는 잠시 버티는 듯하다가 결국 무너져 내렸고 보라색 화염에 휩싸인 채 빠르게 타들어가 재만 남기고 사라져버렸다.
불과 한 호흡 정도의 짧은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으나 그 결과는 놀라웠다. 마화의 자폭이 일으킨 힘은 1만 척 반경까지 뻗어나가고 나서야 서서히 기력을 잃었다. 1만 척 안에 있던 탁자는 모두 재가 되어버렸고 흰 구름도 모두 타버렸다.
연회에 참석한 수련자들은 마화가 자폭한 순간 사방으로 흩어져 눈 깜짝할 사이 반경 1만 척이 텅 비어버렸다.
조성살과 이사형 역시 더욱 굳은 얼굴로 재빨리 몸을 뒤로 물렸다.
한제는 번개처럼 몸을 날려 선검을 휘둘렀다.
쉭!
1백 척 길이의 검광이 도망가고 있는 이사형을 향해 달려들었다. 굽은 칼이 그 뒤를 따랐다.
이사형은 자신이 미처 도망칠 수 없음을 직감한 듯 낮게 기합을 넣으며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또 하나의 금지된 술법을 부렸다.
“선마체(仙魔體)!”
선검의 검광이 덮쳐오는 순간, 전신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그는 한 덩어리의 검은 안개로 변했다.
고대 마물
선검이 가르고 지나가자 둘로 갈라졌던 안개는 금세 엉겨 붙어 다시 하나가 됐다. 그러더니 도망치려는 듯 곧장 옆쪽으로 움직였다.
“어딜!”
한제는 콧방귀를 뀌며 선검을 다시 휘둘렀다. 허이국이 포효하며 모습을 드러냈고 선검은 곧장 한 줄기 검광이 되어 중년 사내를 바짝 뒤쫓았다. 그리고 굽은 칼은 그보다 더 빨랐다.
“크아악!”
굽은 칼의 공격에 검은 안개가 산산이 흩어졌고 그 안에서 중년 사내의 비참한 비명 소리가 흘러나왔다.
한제는 조성살을 무시한 채 검은 안개를 쫓았다.
“도망치지 못한다.”
흩어진 검은 안개가 다시 엉겨 붙는 모습을 보며 한제가 차게 외쳤다.
그러자 안개 속에서 중년 사내가 포효하듯 소리쳤다.
“오늘은 스승님의 생신 축하연이 열리는 날이다. 나를 죽인다면 네놈도 천운종에서 쫓겨날 것이다.”
한제는 별다른 대꾸 없이 저물대에서 곤극 채찍을 꺼내 휘둘렀다.
짝!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안개가 다시금 흐트러졌고 그와 동시에 중년 사내의 원신이 튕겨져 나왔다. 그 순간, 한제는 눈을 번득이며 몸을 훌쩍 날려 그 원신을 잡아챘다.
“끄악!”
중년 사내의 원신은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르더니 순간이동으로 한제의 손에서 빠져나갔다.
허나 한제는 곧장 다시 곤극 채찍을 휘둘렀다. 그동안 연구한 바에 따르면 곤극 채찍은 길이에 제한이 없었다. 눈 닿는 곳이면 어디든 뻗어나갔다.
짝!
뭔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1만 척 밖에 모습을 드러낸 원신은 순간 경련을 일으켰다. 등 부분에 생긴 깊은 상처로 대량의 선력과 정수가 흘러나왔다.
한제는 몸을 훌쩍 날려 그 자리에서 사라지더니 어느새 원신 옆에 나타나 한손으로 움켜쥐었다.
잔뜩 겁을 집어먹은 원신은 무슨 말인가를 하려 했지만 한제는 곧장 혼번을 꺼내 봉인했다. 그러더니 몸을 돌려 저 멀리서 이 사태를 지켜보고 있던 조성살을 가리켰다.
“이제 네 차례다.”
조성살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칠사제, 둘째를 죽인 것만으로도 너는 이미 큰 화를 산 셈이다. 내가 굳이 손을 쓸 필요도 없겠구나. 집행 장로들은 어디 있느냐? 저자를 잡아 스승님께 끌고 가도록 해라!”
한제는 싸늘한 얼굴로 내뱉었다.
“나를 가로막는 자는 적으로 상정하겠다.”
주위의 자종의 제자들 중에는 집행장로도 몇 명 있었으나, 모두 망설이기만 할 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한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조성살을 향해 달려들었다.
조성살은 이를 갈며 몇 걸음 뒤로 물러나더니 외쳤다.
“사(四)사매!”
그러자 그때까지 눈을 감고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던 여인이 고개를 들어 담담하게 말했다.
“사형의 은혜는 3개월 전에 이미 다 갚았습니다. 또한 사형과 천운칠자의 봉호를 두고 겨루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했으니 이제 제게 사형을 위해 움직여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조성살은 이를 갈며 대꾸했다.
“그래, 좋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고개를 돌려 한제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
“칠(七)사제, 이것은 본디 천운칠자의 봉호를 두고 싸울 때 쓰려고 했던 것이나 상황이 이리됐으니 어쩔 수 없구나!”
말을 마친 조성살은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며 복잡한 주문을 외웠다.
반면 한제는 덤덤한 얼굴로 존혼번을 꺼내 휘둘렀다. 그러자 혼번에 남은 주요 혼백이 모두 튀어나오더니 한제의 손짓에 따라 조성살을 향해 우르르 달려들었다.
“우우우!”
혼백들의 곡성에 이어 한제는 손을 휘둘렀고 그러자 손목에 걸려 있던 구수권이 펑 소리와 함께 전차로 변해 그의 옆에 내려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