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394
그 바깥쪽으로는 수많은 건물이 빽빽했는데 그 규모가 얼마나 큰지 한눈에 다 담기지 않을 정도였다. 이를 통해 천운자의 생일 축하연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찾아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천운종 본부가 있는 산을 방문할 수 있는 사람은 1백 명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마침내 천운자의 생일 축하연이 열리는 날이 다가왔다.
이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렀고 간간히 미풍이 불어왔으며, 향그러운 꽃향기가 가득했다.
축하연이 열리는 장소는 한곳이 아니었다. 주계(朱系), 등계(橙系), 황계(黃系), 녹계(綠系), 청계(靑系), 남계(藍系), 자계(紫系)까지 총 일곱 개 계열과 천운자가 직접 참가하는 천운종 본부의 축하연까지 더해 총 여덟 곳에서 열렸다.
손님들이 어느 자리에 참석할 수 있는지는 수준에 따라 결정됐다. 심지어 금마자에게도 천운자와 같은 자리에 참석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고 주계에서 열리는 축하연에 참가할 수 있을 뿐이었다.
★ ★ ★
천운종으로부터 10만 리 밖에 있는 돌숲에서는 장발의 남자 하나가 가부좌를 튼 채 어느 석순 위에 앉아 있었다. 그의 온몸은 한 층의 짙은 기운으로 덮여 있어 멀리서 보면 약간 흐릿해 보였다.
사위가 고요한 가운데 돌연 그가 두 눈을 번쩍 떴다. 흐릿한 그의 인영 속에서 두 줄기의 어스름한 빛만이 마치 밝은 달처럼 갑자기 번득였다.
순간, 하늘의 기세가 급변했다. 수많은 구름층이 미친 듯이 확산되면서 맑은 하늘이 드러났다.
남자는 두 손을 들어 허공 곳곳을 꾹 눌렀다. 순간 그의 몸을 뒤덮고 있던 그 짙은 기운은 마치 성난 파도처럼 끓어오르더니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쩌적!
여기저기서 땅이 갈라지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더니 넓은 돌숲의 안쪽에서부터 바깥쪽으로 무수히 많은 균열이 일었다. 균열은 갈수록 커졌다.
우르릉!
콰광!
연이은 붕괴 소리와 함께 돌숲이 무너지면서 먼지가 허공으로 피어올랐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반경 10리의 돌숲에는 그 장발의 사내가 가부좌를 틀고 있는 석순 하나만 남게 됐다.
남자는 입을 벌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순간 반경 10리 범위까지 확산되었던 짙은 기운은 곧장 미친 듯이 되돌아와 깔때기 모양을 이루더니 빠른 속도로 사내의 입안으로 들어왔다. 마치 거대한 고래가 바다를 삼켜버리는 것만 같은 장면이었다.
“크아아아!”
마지막 한 줄기 기운까지 다 삼킨 장발의 남자는 돌연 고개를 번쩍 들고 하늘과 땅을 뒤흔들 정도로 크게 울부짖었다. 그리고 벌떡 일어났다. 그의 체격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달빛 아래 드러난 그의 모습은 땅에 우뚝 서서 하늘을 떠받친 듯 늠름해 보였다. 누군가 그 모습을 봤다면 절대로 잊을 수 없을 법한 장면이었다.
“자종(紫宗)⋯⋯ 내가 간다!”
남자의 입에서 한 마디가 터져 나왔다. 사내는 다름 아닌 한제였다.
한제는 침착한 눈빛으로 발을 한 번 굴렀다. 그러자 석순 위에서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수천 척 높이의 상공이었다. 은빛 장막으로 뒤덮여 있던 사방은 거대한 저항력으로 한제의 비행을 저지했다.
지금 한제는 3개월 전 그가 올랐던 가장 높은 지점까지 솟은 상태였다. 더 높이 올라가기란 매우 힘들었지만 한제는 침착하고도 끊임없이 속도를 높여 상승했다. 그는 마치 유성처럼 긴 잔영을 남기며 곧장 구름을 꿰뚫고 하늘로 올라갔다.
이때, 은색 장막의 저항력은 순식간에 몇 배로 불어나면서 미친 듯이 쌓여갔다. 그 기세에 한제는 약간 멈칫했다.
그가 뚫고 나가려는 은색 장막은 한참 늘어난 까닭에 이제 원뿔 형태가 되어 반경 10리를 덮고 있었다.
한제는 침착한 눈빛으로 오른손 엄지를 들었다. 순간 줄기줄기 밝은 빛이 그 손가락에 응집되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빛을 잃고 남은 것이라고는 그의 엄지뿐인 것만 같은 광경이었다.
한제는 눈을 번득이며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의 엄지가 닿은 순간, 은빛 장막은 한 번 크게 휘청거리더니 쩌적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허나 균열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고 은빛 장막은 처음처럼 회복되었다.
갑작스러운 등장
한제는 싸늘한 표정으로 적멸지를 다시 발휘하여 은빛 장막을 눌렀다.
콰르릉!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대지가 뒤흔들렸다. 은빛 장막도 다시 한 번 거세게 흔들리면서 수많은 균열이 일어났다. 허나 이번에도 균열들은 금세 사라졌다.
한제는 한층 어두워진 얼굴로 작게 한숨을 내쉰 뒤 오른손 검지를 들어올렸다. 그의 눈에서 사악하고 기이한 빛이 번득였다.
“화마지!”
한제가 가볍게 외쳤다. 그러자 어스름한 빛이 사방에서 나타나 한제의 검지를 향해 미친 듯이 몰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한제 체내의 선력 역시 가동되어 검지에 응집되었다.
사도환은 수준이 높을수록 화마지를 통해 내보일 수 있는 위력이 더 크다고 했다.
“지금 나는 이미 영변기 중기에 이르렀다. 화마지의 위력도 이전보다 몇 배는 늘어났지. 그러니 이 진은 반드시 파괴할 수 있어!”
체내의 선력을 동원하자 한제의 안색은 급격히 어두워졌고 한 줄기 사악하고 기이한 기운이 드러났다. 동시에 그의 오른손 검지에서는 천천히 보라색 불꽃이 나타났다.
하늘을 뒤덮을 듯한 마기(魔氣)가 한제의 손가락 끝에서 미친 듯이 확산되었다. 보라색을 띤 마기는 반경 10리를 순식간에 뒤덮었다.
마치 마왕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듯한 광경이었다.
한제의 전신을 채운 선력은 지금 손가락 끝을 통해 마화(魔火)로 피어났다. 그는 이 과정에서 상쾌함을 느꼈다.
손가락 끝에서 피어난 보라색 불꽃은 점점 더 밝아졌고 그것에서 발산된 기운은 3개월 전보다 몇 배나 더 강했다.
한제는 오른손 검지를 뻗었다. 그러자 은빛 장막은 곧장 꿰뚫렸다. 그리고 그 순간, 보라색 불꽃이 눈부실 정도로 타오르기 시작했고 한제의 검지를 중심으로 사방을 향해 미친 듯이 확산되었다. 은빛 장막은 마치 종잇장처럼 순식간에 타들어갔다.
화르륵!
눈 깜짝할 사이 보라색 화염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미친 듯이 퍼져나가면서 장막을 태웠다. 그리고 숨 몇 번 쉴 때쯤, 그 보라색 화염은 반경 10리 안의 범위를 뒤덮었던 은빛 장막을 모두 태워버렸다. 남은 것이라고는 보라색 화염의 흔적뿐이었다.
한제는 짙은 한기가 가득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우선 최대한 빨리 천운종으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어느 쪽으로 가야 천운종으로 갈 수 있는지를 알지 못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한제는 저물대를 두드려 혼번 하나를 꺼내 흔들었다. 그러 그 안에서 원신 하나가 빠져나왔다.
“조일두!”
한제의 부름에 그 원신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두 눈을 번쩍 떴다. 그러더니 멍한 눈으로 한제를 바라보다가 이내 사방을 훑어보더니 두 눈이 커졌다.
“여⋯⋯ 여기는… 천운성이잖아!”
그 원신이 넋 놓은 듯 중얼거렸다.
조일두는 한제가 시음종에 갔다가 거둬온 사람이었다. 한제는 조일두가 천운성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영변기 수준의 육신을 대가로 원신을 거두었다. 이에 조일두 역시 흔쾌히 천운성의 길 안내를 맡겠다고 했다.
“천운종으로 가는 길을 알고 있나?”
한제가 물었다.
조일두는 눈을 감고 잠시 고민하더니 오른손으로 서쪽을 가리켰다.
“이곳에서 서쪽으로 대략 30만 리 정도 가면 천운종이 있습니다!”
한제는 조일두가 가리킨 방향을 내다보며 두 눈을 번득였다. 이내 조일두를 거둔 그는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질주했다.
이동하던 와중에 한제의 두 눈은 갈수록 서늘해졌다. 천운종에 들어갔을 때부터 자계 사람들이 자신에게 날을 세웠지만 그는 최대한 참았다. 하지만 조성살을 비롯한 이들은 외부 세력까지 끌어들여 자신을 자종 밖으로 내쫓고 돌숲에 감금하기까지 했다.
만약 한제가 대량의 선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그래서 영변기 중기 수준으로 올라서지 못했다면 그는 정말로 그곳에서 몇 년을 꼼짝없이 갇혀 있어야 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감금에서 풀리는 날에도 그의 생사는 다른 이들의 손에 좌우되었을 것이 분명했다.
“내가 먼저 누구를 건드리지는 않겠지만 누군가 나를 건드린다면 그자는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인다.”
날아가다가 순간이동을 하기를 수차례 반복하며 나아간 끝에 마침내 다음 날 오후에는 시야 끄트머리에 천운종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 ★ ★
천운종은 매우 시끌벅적했다. 대화가 끊이지 않았고 일곱 계열 종파에 마련된 연회석에는 각종 술과 과일이 가득했다.
7일 동안의 연회가 끝나면 천운자가 설교를 하고 그 후 자계와 황계 두 계열에서 천운칠자의 봉호를 놓고 펼쳐지는 쟁탈전이 진행될 것이다. 그 쟁탈전이야말로 축하연에서 가장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는 행사였다.
자종산 꼭대기에는 누군가가 법력을 부려 대량의 흰 구름을 모아둔 곳이 있었다. 법력으로 응집된 흰 구름은 대지보다도 더 단단했다.
멀리서 보면 자종산 위에 수백 리 길이로 이어진 흰 구름층이 드리운 것처럼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그리고 그 흰 구름 곳곳에는 책상이 놓여 있었고 수많은 자종 제자들이 한쪽에서 손님들을 응대하고 있었다.
자종에서 진행되는 연회의 손님들은 천운성 본토의 수련자들로 이들 중 수준이 높은 이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 수는 적었다. 또한 천운성에서도 비교적 낮은 자들이었다.
자종산의 흰 구름 위에 마련된 연회장 상석에 조성살이, 그 오른편에는 둘째인 중년 사내와 셋째인 백미, 넷째인 원영기 후기의 여인이 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 여인 뒤쪽 세 개의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조성살의 왼편으로는 각기 다른 옷을 입은 여섯 노인이 있었다. 이들은 천운성의 여섯 종파에서 온 대장로들로 그중 가장 수준이 낮은 자는 문정기 초기, 가장 수준이 높은 자는 이미 문정기 후기 절정에 달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인들이 속한 종파는 세력이 그리 크지 않았기에 자종의 연회석에 초대되었다.
“오늘은 스승님의 생신 축하연이 진행된 지 꼭 7일째 되는 날이니 내일은 스승님이 설교를 하시겠지요. 여러분, 저희 자종에서 지난 며칠 동안 제대로 모시지 못한 부분이 있더라도 부디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조성살이 술잔을 들어 올려 단숨에 비웠다.
덤덤한 목소리였지만 반경 1백 리 안의 사람들은 모두 그의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이에 사방에 있던 사람들 역시 술잔을 들어 올렸다.
그때, 갑자기 한 줄기 보라색 빛이 먼 곳에서 들이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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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하늘 끄트머리에서 나타난 보라색 빛 한 줄기가 허공을 가르며 다가왔다.
자종산 꼭대기 위, 1백 리 길이로 길게 늘어진 하얀 구름 속에 있던 여러 수련자들은 뭔가 이상함을 눈치채고는 술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동쪽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