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726
쉭! 쉭!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두 줄기 바람은 각각 한 마리의 검은 용으로 변했다.
“캬오오!”
흑룡은 곧장 성난 포효를 내질렀고 동시에 서늘한 바람이 한제를 중심으로 밖을 향해 확산되었다.
그 바람이 불어닥치자 시체들은 일제히 공격을 멈추고 빠르게 물러났다. 동시에 그 시체들의 몸에 새겨진 문양들이 번득이면서 봉인을 형성했다. 형태가 없는 봉인이었으나 그 압박감은 짙었다.
허나 한제에게는 다소 낯익은 봉인이었다. 요가 사람들과 싸울 때 자신을 꽤나 괴롭힌 문양이었던 것이다.
한제는 곧장 앞으로 한 걸음 내딛었고 발아래 나타난 파문과 함께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두 마리 흑룡은 쉬지 않고 사방을 휩쓸며 수많은 시체들을 휘감았다. 이에 시체들은 미친 듯한 바람에 갇혀 꼼짝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몇몇 시체는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리기까지 했다.
그 와중에 한제가 한 시체 옆에서 모습을 드러냈고 결인을 그린 손을 뻗었다. 순간 수많은 전광이 허공에서 나타나 한제의 손가락 끝에 응집되었다.
한제는 그 손가락으로 마치 사형을 선고하듯 한 시체를 가리켰다. 그러자 천둥번개의 힘이 그 시체의 머리에 떨어져 내렸다.
펑!
시체는 격렬하게 경련을 일으켰고 두 눈에는 마치 해탈한 듯한 맑은 빛이 드러났다. 그리고 터져 나가 그대로 흩어져 버렸다.
한데 시체가 흩어지는 순간, 한 줄기 선원의 기운이 체내에서 발산되면서 한제의 체내로 흘러들었다.
한제는 이 선원의 기운이 자신에게는 아무런 위해도 끼치지 않으며 청수에게서 받은 선원과 융합되는 것을 느꼈다.
황룡의 도래
줄곧 선원을 증가시킬 방법을 찾던 한제는 전율에 몸을 떨었다.
그는 검은 바람이 사방으로 불어닥치는 와중에 몸을 훌쩍 날리며 낮게 외쳤다.
“운작자 선배님! 중앙을 지키십시오! 저것들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그러는 동안 시체 하나가 입을 쩍 벌려 죽음의 기운을 토해냈다. 이 기운은 곧장 한제에게로 뿜어져 나갔다.
한제는 한 걸음 내딛어 세상에 녹아들더니 다른 시체 곁에서 나타났다. 동시에 두 손가락으로 그 시체를 두드렸다.
펑!
그 시체는 순식간에 터져 나가며 대량의 선기(仙氣)로 화해 흩어져 버렸고 그 선기는 곧장 한제의 몸에 녹아들었다.
주위의 모든 시체가 곧장 한제를 향해 돌진했다.
그들로부터 짙은 선기가 느껴졌다. 생전 막강한 위력을 자랑했을 그들은 죽은 뒤 움직임이 굼떠지고 신통력도 발휘할 수 없게 되었다. 덕분에 규열기 초기 수준인 한제도 그들을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한제가 고민하는 것은 어떻게 해야 이번 전투에서 가장 큰 이득을 취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시체들을 처리하고 선원의 기운을 취하는 것은 그의 목적 중 하나일 뿐이었다. 한제는 더욱 큰 것을 노리고 있었다.
그는 시체들의 공격을 피한 뒤 자신이 떠올렸던 생각을 다시 한 번 찬찬히 살폈다. 이는 사실 거의 미친 생각에 가깝긴 했다.
그럼에도 그는 잠시 후 결단을 내린 듯 눈빛이 변했다.
한제는 청수에게서 전수받은 환우와 살두성병중 살두성병 쪽이 더 마음에 들었다. 그것에 대해 본격적인 연구는 시작하지 못했지만 약간의 깨달음은 얻은 상태였다.
이 살두성병은 자신이 죽인 생명의 영혼을 윤회의 굴레로 돌려보내지 않고 감금하여 사용하는 술법으로 절대로 만만한 신통술이 아니었다.
선원을 이용해 허상으로 존재하는 윤회의 굴레를 열고 그 안에서 자신이 죽인 사람들을 하나하나 꺼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그들의 영혼을 감금할 수 있었다.
또한 자신의 선술로 만들어낸 현공(玄空)이 필수적이었다.
현공이란, 선제(仙帝) 백범이 만들어낸 신통술 중 하나였다. 이 신통술을 발휘하면 그가 현공계(玄空界)라고 불렀던 또 다른 세상이 나타난다.
현공계는 세상의 잔혼들을 수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잔혼들을 제련할 수도 있었다. 이를 통해 살두성병을 발휘할 근본적인 힘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허나 이는 백범이 만들어낸 것이니만큼 다른 사람이 배우기는 어려웠다. 자질이 뛰어난 청수는 충분히 그것을 모방할 수 있었으나, 그는 그러는 대신 살육계(殺戮界)를 창조한 바 있다. 이 살육계 안에 갇힌 이들은 청수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광기 어린 청수가 만들어낸 이 술법의 이름은 화지위뢰(畵地爲牢)였다.
살두성병을 전승받은 한제에게는 현공계도 화지위뢰도 고민의 대상이 아니었다. 생사윤회의 도를 이용해 자신만의 윤회를 만들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저 시체들을 바라보며 떠올린 생각이었다.
저 시체들은 영혼이 아니었다. 그것들의 영혼은 그 원신에 섞여 오랜 시간 감금되어 있는 동안 육신에 녹아든 상태였다.
‘만약 이 시체들을 모두 내 윤회 안으로 들인다면 언제고 살두성병을 수련할 때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터!’
한제는 눈을 번득이며 오른손으로 상공을 가리키고는 낮게 외쳤다.
“윤회 황천!”
그 순간, 기이한 힘 한 줄기가 솟아올라 상공에서 한 줄기 황천을 이루었다. 그 안에 담긴 끝없는 원망의 기운은 하늘을 뒤덮을 듯 짙었다.
황천은 한제의 몸을 맴돌며 그를 따라 움직였다.
앞으로 한 걸음 내딛으며 두 팔을 펼친 한제의 두 눈에 전광이 어렸고 미간에서는 한 줄기 소용돌이가 나타나 회오리를 이루었다. 잠시 후 뇌룡의 모습을 한 원신이 그 튀어나와 하늘을 향해 포효를 내질렀다.
“캬오오!”
세상 모든 천둥번개를 통제할 수 있는 힘!
그 포효는 온 주작성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
하늘에서는 대량의 뇌운(雷雲)이 나타났고 그 안에서 흐르던 전광이 허공을 가르며 선유족이 살던 거대한 구덩이로 떨어져 내렸다. 어마어마한 양의 천둥번개가 응집되어 구덩이를 전광으로 가득 채웠다. 마치 이 깊은 구덩이가 깔때기가 되어 모든 천둥번개를 빨아들이고 있는 것 같았다.
심지어 저 멀리, 반경 수만 리 우주에서는 끝없는 천둥번개가 주작성을 향해 뇌룡처럼 달려들고 있었다.
끝없는 천둥번개가 몰려들면서 거대한 굉음이 우주에 울려 퍼졌고 무궁무진한 천둥번개는 단단히 응집된 채 선유족의 구덩이 안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 순간, 주작성에는 오로지 천둥번개 소리만이 남았다.
종말이 닥친 것 같은 이 상황에 주작성의 모든 수련자들은 마치 하늘의 위엄을 대면한 개미처럼 몸을 떨었고 일반인들은 바닥에 꿇어앉았다.
한편, 바로 이때, 나천성역의 한 수련자 대군이 이 우주를 지나고 있었다. 이들을 이끄는 것은 손가락이 여섯 개인 바로 그 수련자였다.
육지(六指)의 수련자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저 멀리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한 천둥번개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동시에 그는 일선천(一線天)에서 천둥번개의 힘으로 머리 큰 소년을 처리했던 허목의 모습을 떠올렸다.
“설마… 허목인가? 만에 하나라도 그렇다면 방향을 바꿔야 한다. 그자와 맞닥뜨려 좋을 것은 없어.”
육지(六指)의 수련자는 쓰게 웃으며 곧장 방향을 바꿔 빙 둘러 나아갔다.
짙은 천둥번개의 힘은 깊은 구덩이를 따라 밀려들어오며 사방을 울렸고 순식간에 열일곱 번째 층에 이르렀다. 이곳에 모인 천둥번개의 힘은 순식간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해졌고 그 소리만으로도 사방이 진동했다.
모든 시체는 수많은 천둥번개로 뒤덮인 채 막강한 힘에 경련하고 있었다.
펑!
시체 하나가 선원의 힘으로 무너져 내렸다. 그 순간, 선원의 힘은 곧장 한제에게 흡수되었고 황천은 시체가 터져나간 쪽으로 다가가 휩쓸었다. 마치 그 안의 영혼을 뽑아 황천 안에 섞어 넣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곳을 가득 메운 천둥번개의 힘은 점점 강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모든 천둥번개가 동시에 무너져 내리면서 폭발을 일으켰다.
펑! 펑! 펑!
맹렬한 천둥번개의 폭풍이 사방을 휩쓸며 모든 시체를 무너뜨렸다. 그 과정에서 생겨난 선원의 힘은 모두 한제의 체내로 녹아들었다.
콩알만 했던 선원은 순식간에 갓난아이 주먹 크기까지 커졌다. 뿐만 아니라 황천은 사방을 휩쓸면서 뽑아낸 영혼을 통해 원기가 점점 짙어졌다.
1백 개가 넘는 선인의 혼들 중 더러는 미친 듯이 몸부림을 쳤고 더러는 해탈한 모습을 보였다.
폭풍처럼 사방을 휩쓴 천둥번개의 힘은 한곳으로 응집되어 상상을 초월하는 힘으로 지면을 때렸다.
쾅!
거대한 소리와 함께 열일곱 번째 층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지하로부터 빛이 줄기줄기 새어나오면서 다음 층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열렸다. 그리고 곧장 타산이 그 통로로 들어섰다.
한편, 열여덟 번째 층이 천둥번개의 힘에 의해 열린 순간, 황룡과 똑 닮은 그 늙은 수련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열여덟 번째 층에 들어가서는 안 돼!”
그리고 다음 순간, 그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타산이 열여덟 번째 층에 진입한 순간, 열일곱 번째 층에서 위엄 넘치는 목소리가 왕왕 울렸다.
“열여덟 번째 층에 들어가서는 안 돼!”
그 목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타산은 엄청난 충격을 받고 수백 척이나 뒤로 떠밀려 나가며 피를 토해냈다.
머리 큰 소년 역시 뒤로 밀려났고 뇌길은 머릿속이 텅 비는 것을 느꼈다. 그는 그저 자신의 몸이 끊임없이 떠밀리고 있다는 것만을 겨우 인식할 뿐이었다.
이곳에 있는 이들 중 수준이 가장 낮은 운작자는 튕겨져 나가듯 날아가 벽에 처박힌 후 피를 토해내고는 기력을 잃은 채 가까스로 일어섰다.
한제는 그 목소리가 들려온 순간 체내의 원력을 가동했고 뒤로 몇 걸음 물러난 후 약간 창백해진 얼굴로 중심을 잡고 섰다.
그의 시선이 꽂힌 곳에서 파문이 일더니 황룡과 똑 닮은 노인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순간, 뜨거운 열기가 사방을 휩쓸었다. 동시에 바닥의 균열이 사라지면서 눈 깜짝할 사이 열여덟 번째 층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봉쇄되었다.
선인의 느낌을 풍기는 노인은 분노를 드러내지도 않았는데 위엄이 느껴졌고 그 시선에 따라 강력한 기운이 푹 끼쳐왔다. 그 기운은 나타나자마자 사라지며 노인의 체내에 응집되었는데 그 위압감은 한층 짙어졌다.
노인은 소매를 세차게 휘둘렀다. 그러자 운작자와 뇌길, 타산, 그리고 머리 큰 소년이 뜨거운 바람이 훅 끼쳐오는 것을 느꼈고 그 순간 그들은 그 자리에서 사라져 선유족의 구덩이 밖에서 다시 나타났다.
한편, 이 모든 것을 침착하게 지켜보던 한제의 머릿속은 다소 복잡했다. 저 노인이 다른 이들을 모두 이곳에서 내보내고 자신만 남겨놓은 것은 분명 어떤 의도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제는 차분히 포권을 하며 공손하게 말했다.
“대산파의 제자 이한제, 장문인을 뵙습니다!”
그 말에 노인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한제를 바라보며 웃었다.
“누가 너의 장문인이란 말이냐?”
한제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게 싫으시다면 제 실수라고 치지요.”
노인은 그 말에 다시 한 번 피식 웃었다.
“재미있는 녀석이로군. 어째서 내가 대산파의 장문인이라고 생각했지?”